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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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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1,988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8.12 06:30
조회
188
추천
10
글자
11쪽

11-3

DUMMY

가소운은 그가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궁금했지만, 잘못 입을 놀렸다가 누구라도 깬다면 낭패이기에 꽉 다물고 묵묵히 지켜봤다.


경계초병의 이동시간을 초조히 기다렸다.

드디어 일각의 시간이 흐르자 녀석들이 감옥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오십 보 거리, 초조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저벅, 저벅 모서리에서 동정을 살피던 그는 그들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 순간 재빨리 영허(靈墟), 보랑(步廊) 두 혈도와 천지혈(天池穴)을 순식간에 점혈했다.


그의 의도대로 두 초병은 선 채 움쩍달싹 못했다.


‘흐흐, 미안하다. 잠시 잠 좀 자 거라!’


그는 준비한 철봉을 두 사람 목 뒤 어깨와 어깨 사이에 각각 찔러 넣어 축 처지지 않도록 했다.


다행히 둘 다 가죽으로 만든 단단한 갑옷을 입어 튼튼한 데다 봉 역시 잘 보이지 않았다.


둘을 앞뒤로 배치하고 사이에 몸을 감춘 그는 철봉은 양손으로 붙잡고 일각을 알리는 망루의 신호가 오자 동시에 끌고 그들의 평소 걸음걸이와 똑같은 속도와 보폭으로, 게걸음으로 이동했다.


뒤에 업힌 소운이 불편하진 않은지 걱정되어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물었다.


“셋의 무게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 다행이네. 소운 아우! 괜찮지 조금만 참아!”


“저, 저는 괜찮습니다. 형님, 아, 아니 형은 괜찮으십니까?”

“형? 흐흐, 난 괜찮아! 어디 눌리거나 아프지는 않지?”


그렇다며 감은 목을 꽉 쥐는 그를 보며 팽욱은 안심하고 계속 이동했다.


낮이라면 평소보다 커진 키에 발이 움직이지 않기에 발각됐겠지만, 지금은 캄캄한 오밤중이기에 들킬 염려는 전혀 없다.


저벅, 저벅, 오십 보의 거리가 왜 이렇게 멀고 먼지, 자기만 긴장한 줄 알았더니 뒤에 업힌 가소운 역시 긴장했는지 심장박동이 마치 천둥 치는 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3분의 2쯤 갔을 때였다.

산채 건물 사이에서 어떤 사내가 불쑥 나타나더니 비틀거리며 그를 향해 꽥 소리쳤다.


“야! 이가! 심심한데 술 한 잔 줄까? 내가 오늘 기막힌 죽엽청주 한 병 얻어왔다 이 말씀이야, 큭!”


얼마나 마셨는지 곤드레만드레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그러나 모두 잠든 야밤에 떠드는 소리이니 그 소리 얼마나 클까.


들킬까 노심초사인 둘의 입장엔 더욱더. 착각해 불렀지만,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팽욱은 입이 얼어붙었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무 대꾸가 없자 기분이 상했는지 주정꾼은 듣도 보도 못한 갖은 쌍욕을 퍼부었다.


“야, 이 개새끼 이가야! 아까 싸운 거 화해 하려고 귀한 술까지 훔쳐 갖고 왔는데, 이 찢어 죽일 놈! 날 무시하는 거냐! 엉!”


점입가경, 갈수록 높아진 놈의 목소리에 이어 비틀비틀 어느새 그들 근처까지 다가왔다.


십 보만 더 가면 출구인데 젠장,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망루와 목책 위 녀석들까지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합세해 꽥꽥 소리쳤다.


“이가야! 강가 또 술 취했나 보다. 근무 중에 술 먹으면 어찌 된다는 사실, 너도 잘 알지 하하하! 처신 잘해!”


망루 놈이 떠들자 목책 놈이 호응한다.


“어휴, 저 찐득이 저런 놈 성질 왜 건드리냐 건드리길. 쯧쯧!”


진퇴양난, 녀석은 벌써 오보 밖까지 와 있고 술에 취해 아직 못 알아보고 있지만, 더 가까이 오면 분명 알아보고 꽥 소리칠 텐데. 어찌할까 망설이던 그는 체념하고 막 치려는 순간이었다.


“야! 인마 강가야! 너 근무 서는데 이렇게 술 먹고 강짜 부리면 마천두 어른께 모두 일러바쳐 곤장 처맞게 한다.”


“뭐!”


갑자기 들린 등 뒤의 목소리에 놀라 멈칫 동작을 멈췄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소운. 이들이 두려워하는 이가 누군지 잘 아는 그가 초병 흉내를 내며 다그치자 순간 의미를 알아채고 즉시 잰걸음으로 다가가 주정 부리는 강가라는 자의 혈도를 점혈, 풀썩 바닥에 주저앉혔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술을 작작 먹어야지. 몸도 못 가누잖아!”

“이이 이가··· 이가 놈아! 아이고 어지러워··· 드르릉! 쿨!”


가소운의 말을 받은 팽욱이 쓰러지는 녀석의 말투를 흉내 내며 코까지 골아 대자 깜빡 속은 망루 위 산적이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와~하하! 잘도 뻗었다! 망나니 같은 저런 놈! 내버려 둬!”

‘후~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점혈 당한 녀석은 두 초병 사이에 낀 그를 발견하고 놀랐는지 멀뚱멀뚱, 버둥댔다.


‘흐흐, 이놈아! 살계를 열지 않은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라!’


녀석, 어처구니없이 당한 것이 억울했는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순간 터져 나온 웃음, 약 올리듯 누운 녀석을 보며 히죽 웃은 그는 두 초병을 끌고 위로 올라가는 출구에 다가간 뒤 기절한 두 초병의 목 뒤에 끼운 철봉을 수직으로 세워 땅에 박아 고정해 마치 아무 이상 없이 경계 서는 것처럼 만든 뒤 유유히 사라졌다.


“아우! 드디어 탈출이다!”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히죽히죽 웃으며 나선형 통로를 올라 초소 출구로 나와보니 녀석들, 갈 때와 똑같이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막 떠나려던 그, 마음에 걸리는 녀석들이 생각나 덮은 나뭇잎을 걷고 망자지례인 두 번의 절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으으음···”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죽지 않았어?”


죽은 줄 알았던 녀석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던 것 다급히 호흡과 심장박동을 확인하니 미약하나마 뛰고 있고 체온도 정상체온이었다.


인중에 박혔던 나뭇가지는 언제 뽑혔는지 보이지 않고 굳은 핏줄기만 보였다.


“후~우!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얹힌 체증이 확 사라졌지만, 갑자기 핏대가 오른 그는 냅다 쓰러진 녀석의 옆구리를 걷어차 기절시키고는 허탈한 웃음과 함께 왔던 길로 전력 질주해 도주했다.


마치 새처럼 빠르게 걸어가는 팽욱에 가소운은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얼마를 왔을까.

놈들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다다르니 벌써 동녘으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젠 사정권에서 멀리 벗어났다.

절로 흘러나오는 안도의 한숨, 두 사람은 그동안 있었던 여러 기억 속의 일들을 회상하며 천둥 산 산등성을 연신 돌아봤다.


날씨는 초여름, 더운 열기에 습기를 가득 머금은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그 사이로 비쳐든 따가운 태양, 햇볕은 드러난 맨살을 태우려는 듯 강하게 내리쪼였고 우거진 숲에서는 매미의 요란한 우는 소리가 정겨웠다.


떼를 지어 나는 참새는 먹이를 쫓아 포르릉 이동하는데 심술에 돌을 집어 던지자 푸드득, 일제히 날아올랐다.


이게 뭐라고 호탕하게 웃는 두 사람. 평범한 이 모습이 그리 감탄할 일일까?


하긴 2년간 세상 구경 한번 해보지 못한 두 사내가 아니면 감히 알 수 없는 감회일 것이다.


"소운 아우! 이렇게 불러도 될까?"

"물론이죠, 형님!"

"우하하하! 내게도 동생이 생기다니 정말 반갑네. 그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깔 웃는 이때 장난기가 발동한 팽욱이 허리춤에 둘러맨 보자기와 검을 자갈 위에 휙 던지고는 계곡 물속으로 냅다 가소운을 업은 채 펄쩍 뛰어들었다.


꼬로록, 물속으로 빠져든 가소운은 무서움에 버둥대며 개헤엄을 치며 물 밖으로 허겁지겁 나갔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허우적대는데 피식 장난기가 돈 팽욱이 대뜸 그의 얼굴에 내력이 실린 물을 쏘았다.


강한 물줄기에 벌러덩 넘어지는 가소운, 아프면서도 물세례가 즐거워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하하! 형님! 날씨도 더운데 시원하게 멱이나 감고 갑시다."


"멱? 좋지! 그런데 아우는 배고프지 않나? 그리고 여긴 깊은 산중이라 금방 어두워져···."


"오는 내내 놈들에게 빌려온 육포를 계속 먹었는데 배고프다고요? 흐흐, 그리고 형님! 아까 말씀은 무섭다는 뜻인가요? 말도 안 돼! 형님처럼 막강한 무공을 지닌 분이 세상 무서울 게 뭐가 있다고··· 흐흐. 농담이죠?"


굳었던 몸이 많이 회복되었는지 가소운은 젖은 웃통을 훌훌 벗어부치고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이에 질세라 그 역시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가 한바탕 물싸움을 벌였다.


“하하하!” “흐흐흐!”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기운 늦은 오후. 시원한 물에 찌는 더위를 남겨 둔 두 사람의 얼굴이 그사이 말쑥해졌다.


긴 머리는 싹둑 잘랐고 수염 역시 대충 쳐냈다.


그제야 제대로 드러난 얼굴, 오랜 고생에 비쩍 말랐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한 두 사람. 하지만 복색은 산적들의 옷을 급히 벗겨 입어 맞지 않아 꽉 끼는 데다 거무튀튀 누리끼리, 군데군데 기워 입어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산적들이나 입을 이런 복장으로 다녀도 괜찮을까요?”


“소운 아우! 옷에 나 산적이요, 이렇게 쓰여있나! 단지 내 몸이 커서 이 모양이니··· 마을에 가면 옷가게가 있겠지, 거기서 사세!”


먼지를 툭툭 털고 봇짐을 허리춤에 막 묶으려다 멈칫 다시 내려놓은 팽욱,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 고이 보관했던 양피지를 꺼내, 돌아앉은 상태에서 펼쳤다.


‘그래, 보자! 내 앞길에 대한 운명의 가르침이 있을지 누가···’


엥? 이게 뭐야! 글자라곤 중앙에 쓰인 두 글자, 회파(回破) 그리고 선으로 쭉 이어 그린 육각 직육면체 그림과 각 면의 꼭지를 중심으로 그려진 각각 6개의 원과 통합된 원이 별다른 해설 없이 간결하게 묘사된 그림뿐이네, 다른 건 아무것도 없잖아!


‘회파? 육각 면체? 이게 뭐야? 뭘 뜻하는 거지?’


가소운이 힐끗 보며 끼어들었다.


“어? 형님! 그 양피지, 뭡니까?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데요.”


자신의 옷과 소지품을 챙기고 일어선 가소운은 어깨너머 그의 손에 들린 특이하게 생긴 낡은 양피지를 보고 궁금해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질문에 순간 당황한 팽욱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재빨리 감추며 변명했다.


“이거? 이건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야, 어머니가 조상을 잊으면 안 된다며 챙겨 넣은 물건인데 오랜만에 보고 잠시 열어 본 거야. 흠흠, 알 필요 없어.”


“에이~ 언 듯 보니 선과 원만 그려져 있던데 족보하곤 영···”


“알 필요 없다니까!”


친근하던 그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정색하자 당황한 가소운은 즉시 입을 닫았다.


잠시 이어진 둘의 어색한 기운. 문파의 비밀 내용이 담긴 보물이기에 감추며 화를 내긴 했지만 그럴 생각까진 아니었기에 팽욱은 미안한 마음에 쓸데없는 잡소리와 재미없는 농담으로 실언을 대충 무마하며 얼버무리고는 짐을 챙겨 일어섰다.


순간 그가 낯설다고 느낀 가소운 역시 둘 사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고 알겠다며 웃음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다시 나선 길. 계곡이 끝나고 우거진 원시림 숲에 들어섰는가 싶더니 어느덧 숲도 끝나고 탁 트인 넓은 관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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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4-1 24.09.13 85 6 12쪽
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3 9 12쪽
100 13-1 24.09.04 131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39 10 12쪽
98 12-6 24.09.02 145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7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79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4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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