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1,991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8.15 06:30
조회
179
추천
8
글자
12쪽

11-6

DUMMY

각자 의미는 달랐지만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어 본 네 사람.

그런데 당무정(唐武丁)? 호북에서 무가로 명성이 자자한 천보당 당혁보(唐赫保)의 외아들?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맞다! 이들은 10년 전, 파지향을 지날 때 팽욱과 친구인 나원평, 혁린천과 일전을 벌인 네 남녀로 너무 어릴 때 봤던 기억에 서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두 명의 소녀 중 취록색 옷을 입은 소녀는 등용현 황보(皇甫)가의 4남매 중 막내 여식으로 미모도 뛰어났지만 시, 서, 화를 비롯해 금음 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에 모두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 방년 18세의 소녀 황보유미 그녀였다.


그녀가 벌써 이렇게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같이 있는 다른 소녀는 당혁보의 여식으로 당설화(唐雪花)라 하며 이번에 오빠인 당무정과 함께 호북에서 황보가의 황보유미와 황보천군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당설화 또한 몰라보게 예뻐져 있었다.

양 가문 간에는 오래전부터 왕래가 있어 서로를 봐오며 자란 터라 몇 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어색하거나 서먹서먹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이팔청춘의 나이니만큼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만은 숨길 수 없어 조심조심 은연중에 표현하곤 했다.


당무정은 어릴 적부터 황보유미를 자신의 배필로 점찍어 두고 빨리 커서 성혼식을 올리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12살의 어린 나이에도 용감무쌍하게 앞장섰던 것인데. 하지만 그런 그와 달리 황보유미는 그를 친한 오빠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가 계속 뜨거운 시선을 보내자 부담이 상당했다.


어색했던 그녀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겉돌다 우연히 팽욱의 따가운 시선과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면서 대화에 빠져들었다.


'저 남자 언뜻 보기엔 삐쩍 마른 데다 옷차림이 누추해 꼬질꼬질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총기 있는 눈이 호호, 볼수록 멋있어, 어릴 때 봤던 그 아이처럼···'


남들이 보면 곯아 마른 장작 같은 몸에 키만 멀대처럼 커 모두가 외면할 사내인데 멋있다고 홀딱 빠진 것을 보니 누구 말마따나 시공을 초월한 교감(텔레파시)이 강렬하게 통했는지 모른다.


물론 노모씨가 어릴 적 그녀의 기억을 강렬하게 만든 원인이 가장 크긴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그녀. 당무정, 그의 속마음은 지금 속이 제 속이 아니다.


부글부글. 이런 감정 어릴 적 느끼고 두 번째다.


'아니, 저 비쩍 마른 자식에게 무슨 매력이 있다고 유미가 시선을 떼지 못하고 관심이지?'


그 역시 둘 사이 오가는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느껴진 위기감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황보유미, 수차례 함께 만났지만, 누구에게도 한 눈판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딱 한 번 십 년 전 그때 그 꼬마를 제외하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내비친 적 역시 없다.


'으드득! 피라미 잡자고 이 몸이 피 볼 수는 없는 노릇···.'


이를 갈며 독한 마음을 품은 그는 조용히 일어서 밖에 나갔다 오더니 앉으며 뜻 모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팽욱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황보유미.


'저 사람, 후~ 이상하게 끌리긴 하지만 행색으로 보아 나와는 사귈 대상이 아닌 것 같아···.'


스스로 결론에 불만족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인정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이때 객점 구석에서 혼 술을 즐기며 팽욱 일행을 힐끔힐끔 보던 30대 중반의 흑의 장한이 주인을 불러 셈하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평범했기에 아무도 지켜보는 이는 없었다.

주인과 몇 마디 나눈 장한은 힐끗 팽욱을 향해 의미심장한 흉소를 날리고는 잰걸음으로 통로를 걸어 나왔다.


그가 팽욱이 앉은 탁자 옆을 스치는 순간이었다.


“어이쿠!”


멀쩡하게 혼자 걷던 자가 갑자기 비명과 함께 철퍼덕 넘어졌다.

그 바람에 그가 짊어진 봇짐의 잡동사니 물건이 바닥에 쏟아지며 우당탕 쿵 탕, 부서지고 깨지는 요란한 소리에 식당은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잠잠해졌다.


“괜찮으십니까?”

“아~우! 죄, 죄송합니다.”


무표정으로 팽욱의 질문에 대답 없이 털썩 주저앉은 그는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담았다.


곁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외면할 수 없었던 팽욱은 도움 요청은 없었지만 달라붙어 함께 물건을 주워 담아주었다.


그런데 이 장한 물건을 줍는 둥 마는 둥, 주었다가 다시 떨구는 괴이한 동작을 반복하며 물끄러미 그의 목과 가슴을 훑어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건 주워주기에 열심인 팽욱은 설마 사내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떼구르르!

장한이 담다 놓친 그릇 하나가 자신의 곁을 스쳐 굴러가기에 그릇을 줍기 위해 쫓던 팽욱은 우연히 황보유미가 있는 자리까지 갔다.


마침 황보유미 역시 발아래에 굴러온 그릇을 주워주기 위해 머리를 숙였는데 하필 목에 건 옥패와 하얀 속살이 그의 시선에 순간 비쳐들었다.


동전만 한 청자색의 깨진 옥패였다.

순간 얼굴이 붉어진 팽욱, 두 가지 중 하나는 분명히 눈에 들어왔고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려 했지만, 벌떡 몸을 세우는 그녀로 인해 그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의 생각을 모르는 황보유미는 미소와 함께 그릇을 건넸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옥구슬이 구르듯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넋이 빠져버린 팽욱, 그는 상기된 얼굴로 멍하니 소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아무리 호감을 느꼈다지만 처음 보는 외간 남자가 아닌가.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헛기침과 함께 고개를 돌린 그녀.


'와~아, 아름답다. 정말 아름다워···.'


우연히 근접 거리에서 보게 된 소녀의 속살과 아리따운 얼굴, 순간 넋이 나간 그는 소녀의 기침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돌려 장한에게 돌아왔다.


그런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는 황보유미, 짧은 한숨을 내쉬는 것이 아닌가.


'깊고 맑은 눈빛, 그래 그 아이의 눈빛과 같았어.'


꿈에 취한 듯 몽롱했던 팽욱은 장한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혼자 상상에 나래에 빠져 있었다.


그사이 힐끗 비친 장한, 봇짐을 챙기면서 알지 못할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상한 행동을 팽욱이 못 알아챈 건 아니었다.

그도 자칭 명실상부 고수(?)의 반열에 든 상승무공의 소유자. 이상했지만 별 것 아니라 여겼기에 무시하고 자신이 앉았던 탁자로 돌아왔다.


한편 초조한 시선으로 소란을 지켜보던 당무정의 얼굴에 갑자기 음흉한 미소가 감돌았다.


좌우를 살피던 그는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인 틈을 이용, 황보유미의 짐에 있는 빨간색 패물 주머니를 슬쩍 빼돌린 뒤 소피본다는 핑계로 탁자를 지나다 물건이 없는 빈 주머니를 장한의 뒤쪽에 던지곤 빠르게 사라졌다.


빠르고 은밀한 행동이었기에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팽욱이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 그의 봇짐에 방금 훔친 패물을 몰래 집어넣고는 유유히 나갔다가 잠시 뒤 다시 돌아왔다.


그사이 발생한 눈 뒤집힐 상황은 보지 못했지만. 팽욱의 맞은편 가소운은 정신이 팔려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 이때 물건을 보따리에 담던 장한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빨간색 주머니를 들고 팽욱을 향해 말했다.


"소협! 이건 제 것이 아닌데, 혹, 소협의 물건 아닙니까?”

“아뇨! 설마 제가 그런··· 그건 제 것이 아닙니다.”


한눈에 봐도 여자물건. 팽욱이 아니라며 부인하자 벌떡 일어선 장한이 주워든 물건을 머리 위로 들고 크게 소리쳤다.


"이 빨간 주머니 주인 계십니까?"


사람들은 웅성웅성, 각자 자신의 보따리를 열어 확인했다.


“어?! 저건?”


장한이 들고 있는 주머니가 자신의 것과 똑같아 고개를 갸웃하며 짐을 확인한 그녀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다시 보니 장한이 쥔 주머니는 틀림없는 자신의 물건.


“어머! 저거 노란 국화 수가 새겨진 물건, 언니 것 아닌가요?”

"그, 그건···."


당설화가 먼저 알아보고 소리치자 그녀 역시도 긴가민가했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단 생각에 흥분한 당설화를 만류하고 다가가 장한이 쥐고 있는 주머니를 살폈다.


"이건, 분명 제 것 맞아요. 이 국화꽃 자수는 제가 직접 수를 놓은 것이라··· 그런데,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빈 주머니였다.


“예! 아무것도 없다고요? 그럼 안에 뭐가 있었죠?”

“수실이 달린 오색 패물과 동경, 그리고 옥장식이 있었어요.”


놀란 그녀의 표정에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던 그는 즉시 입구로 달려가 출입을 막더니 소리쳤다.


"여기 도둑놈이 있소! 아무도 나가면 안 됩니다."


단호하게 외친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주인과 점소이를 불러 관병을 불러오라 지시하곤 장내에 있는 사람들을 매서운 눈으로 훑었다.


주인의 지시를 받은 점소이가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졸지에 죄인 취급받는 것이 억울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잠자코 탁자에 엉거주춤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누가 범인일까 힐끗힐끗 살폈다.


그러나 우리의 무지렁이 두 사내는 자신들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란 생각에 아랑곳하지 않고 잡담을 나눴다.


"하~참! 별일이 다 있구나. 아~ 아까! 미안하다, 혼자 먹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섭섭합니다. 그건 그렇고 누가 벌건 대낮에 슬쩍했을까요?“


”돈이 궁했나 보지. 소운 아우! 꼴을 보니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음식 하고 술, 더 시켜 먹을까?”


“쯧쯧! 형님!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소리 죽여 귀엣말을 건넸다.

(이 옷 산적들이 입었던 옷이고 우리 둘 행색이 이 모양인데 관군이 오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웃기는 놈! 이 상황이 어떤데! 그리고 흐흐, 제 놈이 산적이었으면서 뭔 소리 하는 거야. 흐흐, 야~ 괜찮아! 옷이 거기서 거기지. 우리 떳떳하잖아! 걱정할 것 없어!)


잠시 정적이 객점 안을 맴돌 때 객점의 주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걷히고 뒤이어 들이닥친 십여 명의 관아 관병. 마치 기다렸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왔다.


의아한 건 신고하러간 점소이보다 이들이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신고한 사람, 누구요?"

"접니다!"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게요?"

"여기 있는 이 소저의 패물이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없어졌기 때문에 신고한 것이올시다."


죽이 착착 맞는 둘의 대화, 뻣뻣한 구레나룻의 군관(수사책임자)은 신고한 당무정의 인적사항과 사연을 듣고 즉시 곁에 있는 황보유미에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없어진 것이 무엇이오?"

“그, 그게 수··· 수실이 달린 패물과···”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 본 그녀는 크게 당황, 머뭇거리며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답답한 군관이 재차 묻자 안색이 굳은 당무정이 군관을 향해 따져 물었다.


"이 소저는 피해자요.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추궁한다면 어찌 말을 할 수 있겠소? 일단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범인이 틀림없을 터이니 즉시 각자의 소지품을 뒤져 확인하면 금방 알 일 아니오?"


"으음, 좋소, 알겠소!"


고개를 끄덕인 군관.


"2소초 대 즉시 입구와 출구를 봉쇄하고 짐과 몸을 수색한 뒤 이상 없는 사람만 내보내도록 하라!"


그의 지시에 관병들은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며 돌아다녔다.


관병들이 흩어져 수색하고 있는 사이 눈으로 훑던 군관이 가소운과 팽욱 두 사람을 발견하곤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앞에 선 당무정과 무언의 눈빛을 교환한 그는 즉시 호통을 쳤다.


"야!! 거기! 꾀죄죄한 놈 둘! 당장 이쪽으로 와!"

"누구요? 저요?"


뜨끔해진 가소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하자 군관의 인상이 크게 찌푸려졌다.


“그래! 너! 이초! 즉시 저자들을 포박하고 뒤져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천문(檀天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평일 연재 시간은 오전 6시 30분입니다 24.05.14 536 0 -
108 14-2 NEW 21시간 전 53 4 14쪽
107 14-1 24.09.13 85 6 12쪽
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3 9 12쪽
100 13-1 24.09.04 131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5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7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