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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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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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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95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9.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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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추천
9
글자
17쪽

12-6

DUMMY

* * *



주향루(酒香樓).

등용현에서 그래도 한 가닥 한다는 한량들은 모두 거쳐 가는 술과 여자가 있는 곳이다.


크지 않은 팔각 누각 이층, 대여섯 개의 탁자가 창가를 중심으로 빙 둘러있었다.


그중 동남방, 햇볕이 잘 드는 창가의 작은 2인용 탁자에 2명의 사내가 대면하고 있었다.


계속 주변을 의식하는 것으로 미루어 대놓고 할 이야기는 아닌 듯싶은데. 또 다른 한쪽에 자리한 20대 중반의 젊은 사내, 낯이 익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인상, 그는 바로 당무정(唐武丁)이었다.


얼마 전 북경 객점에서 팽욱을 곤경에 빠뜨린 바로 그 장본인. 유등에 붉게 드러난 그의 얼굴은 불만으로 퉁퉁 부었다.


다리에는 붕대가 감겨있고. 맞은편에는 40대 중반의 흑의를 입은 중년인이 자리했는데 무슨 일인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에둘러 피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 겁니까.”


작고 강한 어조로 추궁하는 당무정, 무슨 말일까?


"죄. 죄송하외다.”

"제가 흑천단(黑天團)에 일을 맡긴 건 오랜 전통과 탁월한 실력을 믿고 의뢰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처구니없게 실패라니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흑천단(黑天團)! 바로 하남성 일대에서 청부 자객집단을 운영하는 문파다.


이들의 수장 단혈격은 무림 50대 고수로 인정받는 절정고수로 무림 전체에 명성이 자자했다.


청부살인집단의 수장이면서도 무림에서의 평판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청부살인을 청탁받더라도 사람을 가려 처단하는 의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인데. 그런 사유 때문인지 최근 들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게 되었다는 소문. 이는 마구잡이로 치고 들어오는 여타 군소 청부집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최근엔 일을 가리지 않고 받게 되면서 명성에 흠이 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다.



"글쎄, 그건 우리 역시 잘 모르겠소, 분명 애송이를 처리하러 들어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해자가 훼방을 놓은 것은 물론, 일까지 망치도록 만들고 결국엔 죽임까지 당했소.”


"방해자?"

"그렇소, 그리고 도령께서 주신 정보가 엉터리인 점도 크게 한몫했소이다.”


당무정의 얼굴은 시뻘겋게 상기됐다.


"엉터리?"

"암살 대상의 무공이 왜 절대 고수의 수준에 이른 자라 말씀해 주시지 않았던 것이오!"


"뭐라고요? 절대 고수?"

"그렇소. 우린 단에서 그래도 서열 5위에 해당하는 고수를 보냈으나 갇혀 꼼짝 못 하는 그와 평수를 이루었소. 상대를 얕보다 당한 우리 잘못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도령의 책임이 크다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요.”


“그럴 리 없소, 그자와 손속을 겨뤘었지만, 그다지 높지 않았소!”


“말했지 않소! 서열 5위의 고수를 보냈다고, 정보가 없었다고 따지는 건 막상 가보니 놈을 보호하는 놈이 있었다는 사실이요. 그런 사실, 진작 알았다면 우리의 대처 방향은 크게 달랐을 것이오! 최소 1인이 아닌 2명 이상을 보냈을 것이란 말이오."


중년인은 흑천단의 총관, 그는 청부받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일차적으로 흑천단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의뢰인의 그릇된 정보가 더 큰 실패의 원인이라 따져 묻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당무정. 자신이 알기에 그놈은 혈혈단신에 기껏 일행이라고 해봐야 무공을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 촌놈 하나만 대동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그런데 보호하는 놈이 있었다니. 하긴 자신 역시도 며칠 전 있었던 일로 곤욕을 치른 건 사실이지만.


관아에 큰불이 있던 날, 충천하는 화기에 놀라 밖에 나왔다가 연락 없는 청부 일이 궁금해 확인차 관아 근처에 갔었다.


그때 그는 크게 당황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큰불을 낸 것일까?


저러다 놈이 도망이라도 간다면 도로아무타불이 될 것 같아 몸소 검을 들고 혼란한 틈을 이용 직접 요절내려고 접근했다.


그런데 어떤 자가 관아 담을 훌쩍 넘어 날렵한 동작으로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둠에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으나 마침 드러난 달빛에 그자의 얼굴이 비쳤고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바로 그 개뼈다귀 같은 놈이라는 사실에 직감적으로 암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고 혼란한 틈을 이용, 도망치는 녀석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앞뒤 재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기습했음에도 오히려 손해 본 건 자신이었으니. 물론 검의 득을 본 건 사실이었지만 허벅지가 녀석의 주먹에 맞는 바람에 심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비틀비틀 겨우 피하며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금화 열 냥이란 거액의 청부가 아무 성과 없이 유야무야 되었으니 결과를 내지 못한 흑천단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다짜고짜 그들의 총관을 주향루에 불러 따지는 중이었다.


그러나 흑천단은 흑천단대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니. 기껏 보낸 요원이 며칠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 애를 태우던 중 관아에서 숯덩이가 된 시신 한 구를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내 조사해보니 흑천 5호, 파견자였다.


사인은 막강한 내가진력에 의해 장기가 모두 끊어지는 치명상 때문. 절대 불길에 타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고 시신으로 위장하기 위해 불길에 던져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를 죽음으로 내몬 내가진력. 그 정도 내력이면 최소 1갑자 이상의 공력을 소유한 초절정 고수가 아니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준, 젊은 그놈이 그런 내력을 가졌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조차 해 볼 수 없는 일이다.


결론은 누군가 흑천단의 일을 눈치채고 이를 역이용, 놈을 탈출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는 가설이다.


1갑자 내력이면 현 흑천단 단주와 비등한 수준의 내력이다.

총관으로부터 전말을 전해 들은 당무정은 녀석의 무공에 대해선 직접 겪어 봤기에 분명 하수가 아닌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이 말한 1갑자 내력은 턱도 없는 주장이다.


또한, 배후 어쩌고저쩌고하는 말 역시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거짓을 꾸미는 것이라 여겼다.



"이유가 무엇이든 암습은 실패한 것 아니오!"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요, 우리 또한 그자의 잔인한 짓에 요원이 통구이 신세가 된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리오, 현재 수소문 중이나 아직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소, 당신은 녀석을 불구로 만들라 했지만, 이젠 아니요, 끝까지 추적해 아예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이오. 만일 실패한다면 애초 약정대로 10배의 위약금인 금 100냥을 내 놓겠소.”


"하지만 시간이 문제이지 않소!"

"앞으로 오 개월, 오 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겠소.”

"흐~음, 좋소, 그럼 총관 말만 믿고 난 가겠소이다.”


차갑게 굳은 얼굴로 다짐받듯 주시하는 당무정,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총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미꾸라지 같은 자식, 그러나 곧 꼬리가 잡힐 것이다.’


이제껏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던 한 사람을 떠올리며 총관은 풍악과 여인의 교태로 난잡한 누각을 조용히 떠났다.



그가 떠난 잠시 뒤, 당무정이 주향루 뒷골목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황보 소저가 날 조금이라도 생각해 줬더라면 내 이런 무모한 짓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인데···. 왜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리도 갈가리 찢어 놓는단 말이냐."


사랑에 중독되면 이성은 마비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지금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만일 그가 정말 죽음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그 사실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이 알게 된다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줄까?


수많은 질문을 그는 반복해 묻고 또 물었다.

역시 대답은?

아니다. 당연히 아니다였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 하지 않았던가.

처음엔 물론 악마라며 멀리하겠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녀 역시 애절한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이다.

아니 이해해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 악마가 되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 여겼다.


‘유미야! 도대체 지금 넌 어디에 가 있는 거니?’


황보 유미가 집을 나서 행방불명 된 지 벌써 여러 날.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등용현 관내를 이 잡듯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하나 황보 유미는 물론 팽욱이란 놈의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없게 되자 둘이 함께 도주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놈의 간계에 당해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녀. 자신이 지난 십여 년간 꾸준히 정성을 다해 아끼고 보살피며 사랑(?)을 퍼 주었건만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그런 비렁뱅이 같은 놈과 눈이 맞아 냉큼 가출까지 감행했다는 말이냐.


적어도 날 생각한다면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 악마가 될지언정 놈에게 절대 빼앗길 수는 없다!"




* * *




어둠이 짙게 깔린 저잣거리 구석, 술에 취한 한 사내가 빈 술병을 연신 입에 털어 넣으며 뭐라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가 주저앉아 있는 바로 앞에는 하수구에서 넘친 오수가 움푹 폐인 웅덩이에 고여 지독한 악취를 풍겼다.


"아···. 형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신 걸까?"


꼬부라진 혀에 머리를 돌담에 부딪치며 자책하는 자는 바로 가소운이었다.


형님이 실종된 지 3일째, 온 동네를 샅샅이 찾아 헤맸으나 온데간데없다.


관아에서는 방화범을 잡는다며 곳곳에 방을 붙이고 은 닷 냥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하루 전,

도저히 찾을 길이 없자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관아에 갔다.


불이 꺼진 지 이틀이 지났건만 관아엔 아직 메케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어수선한 상황, 팽욱이 머물던 포청각에 들어서자 그의 얼굴을 알아본 간수가 달려왔다.


간수는 대뜸 자네 형님이 불에 타 죽었다며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뒤뜰 공터, 화재로 타 죽은 시신 대여섯 구가 거적때기에 덮인 채 나란히 있었다.


중요 부위는 대충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팔, 다리 등이 시커멓게 탄 채로 삐져나와 있어 그 날의 참혹함을 대변해 주었다.


시신에서는 벌써 썩기 시작했는지 악취가 코를 진동했다.


"오늘까지 시체를 찾아가지 않으면 모두 매장하려 했는데 마침 찾아와서 다행이구먼.”


"형님,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저기 위에서 세 번째일세.”


간수들은 악취에 코를 막고 멀리서 손짓만 했다.

그 역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적을 열었다.

역시 그때 봤던 그 사체였다.


‘이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형님을 대신해 죽었다면 어떤 사연이 있음이 분명할 터, 신분을 확인해 보자.’


타 버려 눌어붙은 옷을 조심스레 젖혔다.

심하게 부패 되어 역겹다.

냄새에 면역이 된 것일까?

한번 봤던 시신이라 그다지 큰 두려움은 없었다.

코를 막고 살피던 이때 전에 보지 못했던 특이한 점에 눈을 치켜떴다.


‘이건 보지 못 했던 건데. 가슴 주변 피부색이 왜 푸르스름하지?’


심장에서 약 1치 벗어난 지점으로 자상과 검붉은 피딱지가 함께 보였다.


잘못 봤을 수도 있어 다시 확인했지만 분명 흉기에 찔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분명했다.


‘비도에 가슴이 찔려 죽었구나.’


산적경험이 사인을 알 수 있게 했다.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재를 쓸어 내는데 뭔가 차가운 금속 물체가 손에 닿았다.


뭐지! 간수들이 보지 못하도록 몸을 숙인 그는 시커멓게 그을린 손가락 길이의 사각 은패를 발견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

사내 몸에 반 이상 박혀 있었다.

훌륭한 단서다.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떨리는 손을 진정하며 물건을 끄집어냈다.

서걱,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빠져나온 은폐. 살에 파묻힌 부분 색깔이 검게 변색 되어있었다.


‘은은 독을 감지할 수 있다 했다, 그렇다면.’


뭔가 알 수 없는 내막이 사내의 은패에 함께 감추어져 있음이 분명했다.


가소운은 사내의 몸에서 꺼낸 은패를 간수들 몰래 자신의 품에 숨겨 넣었다.


‘독은 열에 약하기에 대부분 소멸한다 들었다. 그런데 아직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자가 맞은 독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독임이 틀림없다.’


시치미를 뚝 떼고 일어선 그는 슬픈 표정과 함께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쏟았다.


그의 호곡 소리에 혀를 끌끌 차던 간수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그는 말없이 울기만 했다.


처음에는 우는 시늉만 냈던 그도 결국 감정에 복받쳐 진짜로 목 놓아 꺼이꺼이 울었다.


‘야속한 형님! 어디 계신 거요. 죽었으면 죽었다 살았으면 살았다 무슨 소식이라도 전해 줘야 할 것 아니오.’


이런 감정,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애절한 감정이 묻어난다는 걸. 그것은 아마 2년간 감방에 갇혀 지내며 겪은 동병상련의 아픔이 이 순간, 응축된 감정의 부산물로 묻어 나온 것은 아닐까.


관아에서 벗어난 가소운은 은패의 정체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은패에 묻은 독은 전갈에서 추출한 독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은패에 대해선 알 길이 없었다.

은패에 새겨진 암(暗) 5(五)라는 표기가 무슨 단체의 5호인지, 5조인지 그런 의미일 것이란 추측만 할 뿐 모든 것은 오리무중. 결국, 하루 종일 헤매고 다녔지만, 헛수고, 허탈하고 허무한 마음에 술을 입에 댔는데 그게 탈이 났는지 인사불성이 되었다.


“형···님!”


스스슥!

다급한 발걸음 소리. 누군가 잰걸음으로 바삐 오는 소리가 골목길 담을 타고 들려왔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순간 쏜살같이 지나가는 하얀 물체. 게슴츠레 쾡한 눈을 뜨고 보니 두 사람에 업혀 가는 한 사람이었다.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으려는 순간, 다시 번쩍 눈을 떴다.


덩치가 두 배는 큼직한 사람을 작은 늙은이가 업고 있는데 언 듯 본 업힌 자의 인상착의가 어디서 본 듯 눈에 익다.


“어!”


얼굴은 반대편에 있어 확인할 수 없었지만 마침 달빛에 반사되어 비친 목걸이, 분명 눈에 익은 물건이다.


‘맞아! 저건 형님이 애지중지 차고 다니던 깨진 옥패야!’


황급히 다시 보았으나 그들은 어느새 종적 없이 사라졌다.


"와~아, 정말 빠르네! 벌써 사라지다니.”


벌떡 일어서 미친 듯이 쫓았다.

그러나 비틀, 술기운에 몇 발 옮기지도 못하고 철퍼덕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 넘어진 곳이 오물이 고인 웅덩이였다.

짚은 손과 발에 국수 면발과 썩은 오수가 잡혔다.

지독한 악취에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에이~ 재수 없이! 그런데 어디로 갔지?”


바닥에 뒹굴면서 졸지에 방향감각을 상실한 그는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엉기적엉기적 기어 웅덩이에서 빠져나온 그는 몸에 묻은 오물을 털어낼 생각도 못 하고 무작정 앞을 향해 내달렸다.


10여 장 갔을까?

세 갈래 길이 앞을 가로막았다.

어느 곳으로 갈까 망설이던 그는 흐릿한 눈을 비비며 골목길을 확인했다.

캄캄한 어둠, 그런데 좌측으로 가는 골목 담벼락에 뭔가가 달빛에 반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간 그는 젖은 손자국이 벽에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로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펄쩍 뛰었다.


“나처럼 웅덩이에 빠져 넘어진 뒤 벽을 짚고··· 맞아!”


이쪽으로 지나갔음이 확실했다.

바닥, 역시 생각한 대로 미약하나마 물에 젖은 작은 발자국이 일정한 궤적을 그리며 찍혀 있었다.


시선을 들어 발자국이 찍힌 방향을 보니 멀지 않은 곳에 2층 주점이 보였다.


"발자국이 이쪽 주점을 향한 것을 보면···.”


찾았다는 안도감에 그는 서둘러 주점으로 달려갔다.

그의 신형이 막 사라지는 순간, 돌담 옆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 불쑥 신형을 드러냈다.


"이놈들, 드디어 잡았다!"


흑의 무복에 검은 복면, 짧은 검을 등에 착용한 날렵한 몸매의 사내가 이를 부드득 갈고 눈에서는 새파란 한광을 줄줄이 뿌리며 그들이 사라진 전방을 매섭게 노려보다 홀연히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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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3 9 12쪽
100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 12-6 24.09.02 146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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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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