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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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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2,000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8.14 06:30
조회
179
추천
11
글자
12쪽

11-5

DUMMY

손을 툭툭 털며 들어가던 객점 주인, 갑자기 들린 익숙한 비명에 뛰쳐나오더니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아니, 이 거지 발싸개 같은 놈들이 사람을 함부로 패!"


가까이 오진 못하고 입구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을 해대자 오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하나, 둘 객점에 모여들었다.


상황이 한심했던 팽욱, 어이가 없어 한숨이 나왔다.


‘나 원 참! 밥 한 끼 먹고 쉬려 했더니 다짜고짜 거지 취급에 내쫓아! 아~우! 저 뒤룩뒤룩 돼지 같은 주인 놈을 그냥!’


폭발하는 울화통에 염소수염 주인장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저, 저 괴물 같은 놈을 봐!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잖아!"


옆에 있던 가소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어찌 보면 인생 선배라 할 수 있는 그, 이대로 두다가 산통 깰 것 같아 품에서 돈을 꺼내 주인장 눈앞에서 흔들었다.


"아저씨, 저희 거지 아닙니다, 보세요! 돈 있잖아요."

"엥? 그거 진짜 돈이야? 너 혹시 어디서 슬쩍···"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주인은 의혹의 말을 꺼내다 말고 무슨 생각인지 고개를 젓고는 헤벌쭉 웃었다.


"흐흐, 내가 사람을 잘 못 보고 그랬구먼, 미안하네, 미안해 자자 안으로 들어오시게."


가소운이 내민 돈은 은 1냥, 당시 은 1냥이면 쌀 5가마는 넉넉히 살 수 있을 적지 않은 돈이었으므로 그의 태도가 백팔십도 바뀐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기분이 크게 상한 팽욱은 한시도 머물고 싶지 않아 즉시 가소운의 옷을 잡아끌었다.


"소운아! 객점이 여기 밖에 없냐. 다른 곳으로 가자!"

"그, 그러시죠, 형님!"


피곤했던 가소운은 기분 나쁘더라도 머물다 갔으면 했는데 팽욱이 가자 하니 반박도 못 하고 퉁명스레 대답하고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있나.

시끄러운 소동에 안에 있던 손님은 물론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와글와글 모여들어 둘의 행색을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짧은 팔에 짧은 다리, 터질 것 같은 가슴의 옷과 군데군데 뚫린 구멍까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던 팽욱이었다.


막 피하려던 그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한 소녀가 있었다.

순간 얼어붙은 듯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팽욱. 적당한 키와 날씬한 허리선, 아름다운 굴곡,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리따운 소녀였다.


”뭐야! 벌써 끝났어! 시시하긴, 대판 싸움이라도 벌어져야 재미있는데 싱겁긴 가자!”


소동이 싱겁게 끝나자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넋을 잃고 바라보던 소녀도 사람들이 흩어지자 흥미를 잃었는지 객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딴 곳으로 가자며 윽박지르던 그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백팔십도 다른 말을 꺼냈다.


"소운아! 우리 피곤한데 다른 데 가봐야 여기보다 더 좋은 곳 찾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여기서 머물다 가자!"


"여기 있자고요? 아까는 다른 데 가자며?"

"우리 꼴을 봐라! 어딜 가도 마찬가지 대접일 거야!"


이랬다저랬다 죽 끓는 변덕에 인상을 찌푸린 가소운. 티를 낼 수도 없어 마지못해 응낙했지만, 말투가 곱게 나올 리 만무했다.


"주인장! 여기서 하룻밤 묵어갈 것이니 잠잘 곳하고 먹을 것 당장 갖다 주세요."


"잘 생각했네! 하하, 자, 어서, 어서 안으로. 야! 복삼! 뭐해!"


애꿎은 점소이를 나무라던 주인, 헤벌쭉 반색하며 안으로 디밀었다.


연신 미안하다며 허리를 굽히던 그는 미안했던지 객점 내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창가 4인용 탁자에 두 사람을 앉혔다.


점수를 따려는지 시키지도 않은 요리와 술을 갖다 주겠다고 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사죄드리는 뜻으로 죽엽청주 한 병과 우육, 소면을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요~”


"그, 그것을 모두 공짜로 준다고요?"

"예!" (흐흐 이게 웬 떡이냐) "감사합니다."


공짜로 주겠다는 소리에 히죽 웃던 가소운, 웃는 얼굴로 곁의 팽욱을 돌아보곤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자신 역시 돌부처가 아닌 이상 한눈에 반한 건 사실이지만 팽욱은 아예 대놓고 시선을 고정한 채 아까 그 소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화가 나 한마디 하려는 순간 팽욱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낯이 익어···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어디서 봤지?”

“형님!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언제 봤다고 음식···”

“아우! 방해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을 젓는 팽욱, 그도 그럴 것이 가소운 말마따나 오늘 처음 본 소녀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랜만에 다시 본 오누이처럼 웃는 그녀의 미소가 정겨웠다.


그녀와의 거리는 2장, 홀딱 빠지다 보니 그녀의 일행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두 3명, 또래의 젊은 남녀로 소녀 한 명과 젊고 훤칠한 사내 둘이었다.


다른 소녀 역시 그녀처럼 아름다웠지만 차갑고 매서운 분위기가 풍겼고 두 명의 사내는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매로 미루어 내력을 감춘 일류고수가 틀림없었다.


팽욱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마침 고개를 돌리는 그녀.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 소녀는 당황해 급히 시선을 돌렸다.


문제는 삐쩍 마르고 차림새가 구질구질한, 창피하지도 않는지 뚫어지게 보는 저 사내의 얼굴이 어디선가 본 듯 친근하다는 사실.


'저 사람··· 누구지? 어디서 봤었나?'


한참을 고민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자 고개를 저은 소녀는 오랜만에 만난 자신들의 일행에 시선을 돌렸다.


“오라버니, 사천에서는 무슨 일, 있었어요?”


팽욱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 소녀는 일행과 지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일부러 과장되게 웃고 떠들었지만, 그 모습은 본인이 생각해도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손님! 여기 술, 안주 가져왔습니다."


유난히 심드렁한 말투에 던지듯 음식이 담긴 쟁반을 탁자에 놓는 점소이에 퍼뜩 정신 차린 팽욱은 화가 난 듯 보이는 그의 표정에 갸웃했다.


‘이자, 아까 앙금이 남아 이러나?’


뭐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에 치밀어 오른 화를 꾹 참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히죽 웃음을 날렸다.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 미웠던 점소이는 웃는 얼굴이 더욱 미워 콧방귀를 날리고 팽 돌아서 갔다.


“저놈, 너무 싸 가지 없지 않습니까? 제가 쫓아가서 확···.”

“아니야! 아우! 냄새 기가 막한데 어서 먹자고!”


이미 음식에 마음이 빼앗긴 팽욱, 남이 뭐라든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얼마 만에 보는 제대로 된 음식이란 말인가.

가소운이 뭐라 쫑알댔지만 관여치 않고 게걸스레 먹기 시작했다.


우걱우걱!


그렇게 자주 먹는 우육이 질리지도 않는지 순식간에 먹어 치운 그로 인해 가소운은 몇 숟가락 뜨기도 못하고 빈 접시만 멀뚱멀뚱 바라봐야 했다.


"아니, 이걸 혼자 다 먹으면 난 뭘 먹으라는 겁니까?"

"어? 이거 누가 다 비웠어? 뭐야! 내가 먹었다는 거야?"

“와~아! 정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여기 있네!”


뻔뻔하기 짝이 없는 오리발, 팽욱은 자신의 놀라운 젓가락 무술에 음식들이 사분오열되며 귀신같이 사라져 버린 엄청난 광경에 한편으론 계면쩍으면서도 한편으론 늦게 먹은 네 놈이 잘못한 것 아니냐며 우겼다.


"소운아! 요즘 날씨 무척 덥잖아! 만일 늦게 먹거나 남기게 되면 금방 상해 배탈 날 수 있지 않겠어? 너를 생각해 신속하게 없애 버린 것이니.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지. 만일 김치 같은 발효식품이었다면 오래 두고 먹어도 괜찮겠지만 여긴 그런 것이···."


너스레를 떨다 무심코 나온 김치라는 말에 문득 떠오른 어머니 얼굴. 괜스레 복받친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뇌리에 그려진 어머니의 얼굴과 중첩되어 비쳐드는 빨간 김치.


'아! 어머니 손맛이 담긴 맛있는 김치.'


눈에선 마른 눈물을 글썽이고 입으론 입술을 핥는 그의 괴이한 행동에 가소운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내가 빨리 먹는 모습을 보면 너도 덩달아 욕심이 생겨 빨리 먹지 않겠어? 어차피 거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남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가르쳐 주려고 한 것이지"


괴불이선이 빙의했나?


"말,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마지막 한 점의 고기마저 빼앗길까, 재빨리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입에 들어갔다 여긴 고기는 어느새 없어졌고 빈 젓가락 2개만 짝 소리 내며 부딪쳤다.


"와~! 이, 이것마저.”

"말했지? 항상 긴장 풀지 말고 한번 문 먹이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말씀이야!"


얄밉게 말하는 그의 입속에는 방금 접시에 놓였던 소고기 한 점이 이빨 사이 잠시 비치다 연기처럼 사라졌다.


뭐 이런. 술까지 빼앗길 수 없다는 다급함에 병째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입에 댔으니 들어와야 할 진한 액체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가소운, 팽욱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형님이 여기 술 다 먹었소?"

"꺼억!"


트림과 함께 독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술과 안주가 뒤섞여 진동하는 썩은 내.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다.


‘어이구, 이런 자를 형님이라 모시고 동고동락할 생각을 하다니 순진한 놈, 바보 같은 놈···.’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형님, 정말 이럴 거요?"

"뭘?”

"우육도 혼자 게눈 감추듯 후딱 먹어치우더니 하나 남은 술까지 몽땅 먹어 치우다니! 형님은 사람이요 돼지요?"


"동생! 오해는 마시게. 동생 나이 아직 10대잖아. 어릴 때부터 입에 술을 대면 성장이 멈추고 뼈, 간, 위 등 장기까지 손상을 입게 된다네. 흠흠, 이 형님이 아우를 배려해 독이 되는 술을 미리 먹어 치운 거라네, 혹시 모르겠다, 김치가 있었으면 먹게 했을지···."


"세상에~ 그 무슨 개소리요! 억지도 참!"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 아니겠나, 적자생존!"


'우악~ 속 터져!'


“그리고 말끝마다 김치, 김치 그러는데 김치가 도대체 뭐요?”

“김치?” “그래요. 김치!”

“김치라고 하는 반찬은 우리 고려인들이 즐겨 먹는 것으로···.”

“형님이 고려인이었소?”

“몰랐냐?” “언제 말한 적 있소!”

“그래? 그건 내 실수다. 위대한 고려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니. 고려는 말이다, 고구려를 계승한···”


갈수록 괴이한 말을 내뱉는 그를 보며 가소운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열심히 백 년 전 어쩌고저쩌고하며 선조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열변을 토하는데 꼬리를 잘랐다간 또 무슨 곤욕을 치를까 두려워, 잠자코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선조께선 단천···”


흥에 겨워 떠 벌이던 팽욱은 순간 아차, 급히 입을 닫았다.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 했던 말을 무의식중에 내뱉어 황급히 말꼬리를 자른 뒤 주점 내 다른 이의 동정을 살폈다.


다행히 그들의 대화를 주목해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힐끗힐끗 이쪽을 엿보다 선조 어쩌고 하는 대목에서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던 바로 그 소녀였다.


"유미야! 너 왜 갑자기 웃는 거냐?"

"오라버니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지 왜 그러겠어요."

"내가?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표정에 말투가 재밌잖아요."

"당무정(唐武丁)! 참 답답하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 땐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깔깔 웃는다는 말 몰라?"


"아~ 하긴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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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4-1 24.09.13 85 6 12쪽
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4 9 12쪽
100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6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8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80 8 12쪽
» 11-5 24.08.14 180 11 12쪽
84 11-4 24.08.13 182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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