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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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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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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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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8.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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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11-4

DUMMY

멀리 보이는 작은 주막, 관리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했는지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의 허름한 상태였다.


‘그 늙은이, 알고 보니 산적들의 끄나풀로 우리는 물론 현령 일행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전달하고 있었지.’


당시를 떠올리니 이가 갈렸다.


‘괴불이선이란 땡중들과도 모종의 연관이 있었음이 분명해.’


마치 우리가 올 것이라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기다렸다가 괴변으로 안심시킨 뒤 해코지하곤 물건을 탈취해 달아났지 않은가. 거동이 아직 불편한 가소운을 한쪽에 쉬라하고 혼자 주막에 잠입했다.


벽에 기대 귀를 기울이니 들려오는 엇박자 걸음걸이. 절뚝절뚝.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말소리, 듣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틀림없는 그자다. 은밀히 다가가 막 제압하려는 순간 멈칫 동작을 멈춰야 했다.


‘어,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으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신체, 다리 한쪽과 팔 한쪽은 온데간데없고 머리는 치렁치렁 길게 늘어져 있는 데다 앙상한 어깨뼈와 다리를 보니 툭 치면 부러질 것처럼 위태해 보였다. 피골이 상접 한 모습에 그에 대한 화는 순간 저 멀리 달아났다.


“에구~ 팔자야! 죽지도 못하고 후~우”

불쑥 나섰다.

“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엥? 누, 누구시오?”

“접니다! 2년 전 여기 주막에 들러 잘 얻어먹고 갔는데.”


노인은 힘겹게 눈을 치켜떠 누구지 확인하더니 얼굴이 익는지 빙그레 웃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이내 침통해졌다.


“지독한 악연의 총각, 드디어 살아왔는가?”

“악연의 총각이요?”

의아해 반문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당연히 악연이지! 내 비록 입에 풀질하기 위해 녀석들의 끄나풀 짓을 하긴 했지만, 진짜 산적은 아녔어···”


“여기서 정탐한 게 그럼 모두···.”

“그, 그걸 자네가 어찌 아는가? 하긴··· 자네 친구였지 아마 이름이 나··· 나 뭐라고 했는데.”


“나원평이요?”

“오, 맞아 나원평. 그때 자네 물건을 슬쩍 했다던 그들과 함께 여기에 갑자기 들이닥쳤었어. 후~우! 늙은 땡중이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몰라도 다짜고짜 내 팔과 다리를 박살 내 부러뜨리더군. 그리곤 뭐라더라··· 소문주 복수를 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난 영문도 모른 채 그날 이후 이렇게 병신이 되어 죽지 못해 살고 있다네.”


“그 중과 한편이 아니었어요?”

“한편? 같은 한편이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겠나?”

부릅떴던 그의 눈이 순간 누그러졌다.

“그래서요. 그리곤 그냥 갔어요?”


“그냥 버려두고 가면 죽는다며 자네 친구가 박살 난 팔과 다리를 절단하고 지혈시킨 뒤 약과 붕대를 감아줘 겨우 살 수 있었지.”


그 녀석 심성이면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다.


“치료하면서 그러더군. 같이 왔었던 친구 녀석 산채에 붙들려 간 뒤 죽임을 당했다고 한 가닥 희망이 있긴 한데 워낙 희박해 기대하기 힘들다고···”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악독한 산적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분임을 순수한 농담과 음식의 맛에서 알았습니다. 더 머물며 상처가 완치될 때까지 돌봐드리면 좋겠지만 저도 으음···”


“거기! 너!! 이 어르신들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빨리 안 오면 저 늙은이 아예 죽여 버린다!”


“갑니다! 곧 갑니다.”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는 땡중들의 위압적인 태도를 보며 이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아챈 노인.


“자네도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은데 이제 난 괜찮네! 가도 할 말이 없는데··· 더 지체했다간 경을 칠 것 같으니 그만 가보게··· 귀신 조심하고.”


위중한 그 상태에서 농담이 나올까.

소리 없는 미소로 화답한 나원평은 노인의 상처를 돌보는 척 다가가 귀엣말을 건넸다.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우리하고 함께 왔었던 어린 친구 기억하시죠? 혹, 혹여··· 그 친구가 살아있다면 이곳에 들릴지도 모릅니다. 죄송하지만 이 쪽지 꼭 전해 주···.”


“이 자식이 내 당장···”


그의 손에 건네기 무섭게 멱살이 잡힌 나원평은 꼼짝 못 하고 질질 끌려가며 고개만 끄덕였다.




“이 쪽지가 그때 자네 친구가 주고 간 것이네!”

“지금까지 보관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넙죽 절하고 종이를 건네받은 팽욱.


(네가 이 편지를 본다면 살았다는 말이구나. 고맙다. 시간이 없어 짧게 썼다. 그때 여기서 봤던 괴물 땡중에게 잡혀 옛날 우리에게 무공을 주고 간 분을 찾아 천무문에 간다. 산채의 가소운이란 친구에게 우리 목각인형과 너의 물건을 맡겼으니 찾아가라.)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 끝까지 날 울리네! 그래, 알았다!’


울적한 마음에 잠시 먼 하늘을 보고 있는 순간이었다.

쿵!

둔탁한 기분 나쁜 음이 귓전을 파고들어 퍼뜩 돌아봤는데.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그가 잠시 안 본 사이 풀썩 쓰러진 노인,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독? 깜짝 놀라 다급히 노인의 맥을 짚었다. 그러나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맥박. 심장박동 역시 움직임이 없다.


‘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독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하지만 그의 얼굴은 평안해 보였다. 마치 오랜 숙제를 풀어 시원하다는 듯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마치 뭔가로 얻어맞은 듯 얼떨떨한 팽욱, 죄송하고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조금 전 노인을 때려잡으려 하지 않았던가.


‘후~우! 나 역시 죽을 고생 하며 버텼지만, 2년이란 긴 시간 죽기보다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을 텐데 이게 뭐라고···’


어떻게 버티며 살았는지 왜,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이걸 전해주려 했는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물을 수 없게 된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극락왕생을 비는 수밖에는 없었다. 한참을 꺼이꺼이 울며 넋을 위로해 준 그는 주막 뒤편 양지바른 곳에 노인을 묻어주고 명복을 빈 뒤 길을 나섰다.


터덜터덜.


사람의 관계란 무엇인지 가소운과 노인을 보며 일깨운 그는 새삼 이 친구만은 절대 저렇게 맥없이 놓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겠다고 다짐한 뒤 친구들과 아버지가 계신, 개봉으로 진로를 잡았다.


얼마를 갔을까 또 다른 그리움이 새록새록 돋았다.


'영화 아씨가 어디 사는지 안다면 찾아가련만'


뜬금없이 왜 그녀가 생각날까.

자식새끼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 딱 맞다.

마침, 가소운 역시 일가 친척하나 없는 외톨이 신세라 마땅히 갈 곳도 없다 하여 같이 가기로 하고 길을 재촉하는데 하늘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다.


"반 각 후면 캄캄해지겠는데. 어때 이제 걸은 만 한가?"

"제 걱정은 마십시오. 제 나이 열아홉입니다. 거뜬합니다."

“어디 가서 나 19살이요 라고 해봐! 아마 중늙은이가 젊어지고 싶어 환장한다고 할걸!”


“중 늙은이요? 말을 해도 정말···, 그런데 정말 그렇게 늙어···”

“하하! 늦었다 가자! 길바닥에서 잘 거냐!”


둘 다 비슷한 꼬락서니면서 무슨. 웃으며 잰걸음으로 길을 재촉해 앞서갔다. 이때 뭔가 발견했는지 가소운의 들뜬 음성으로 상념에 잠겨있던 팽욱을 깨웠다.


"형님! 저기 민가! 조금만 더 가면 쉴 곳도 나오겠는데요."

"오~ 민가··· 바로 옆에 붉은 깃발이 걸린 걸 보니 객점인가 본데? 잘됐네! 저기서 쉬고 가자고"


"예, 형님!"


어느덧 둘은 자연스럽게 형님, 아우 편한 호칭으로 불렀다.

객점 앞에는 수백 년은 되었을 커다란 은행나무가 연한 황록색 잎과 가지를 사방 10여 장에 걸쳐 뽐내고 있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음일까 팽욱의 뜬금없는 깨알 지식 자랑이 쏟아져 나왔다.


"아우, 아우는 은행나무가 신목(神木)이라는 설 알고 있나?"

"신목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예전부터 은행나무의 잎에 싹이 트는 모양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고, 나무가 밤에 울면 마을에 재앙이 온다거나 도끼질을 하면 피가 나온다는 등의 속설이 있지, 그런가 하면 전염병이 돌면 기도를 드려 퇴치를 기원하기도 하고, 자식이 없으면 치성을 드려 자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믿는 그런 연유로 은행나무를 신목이라 부르며 숭상까지 한다고 하네."


"호오, 그래요?"

"응, 그리고 한방에서는 은행나무의 종자를 백과(白果)라 하여 해수, 천식, 유정(遺精), 소변백탁(小便白濁), 자양(滋養)등에 처방, 복용하고 수피(樹皮)를 백과 수피라 하고 뿌리를 백과근이라 하여 관상 동맥경화, 흉통, 심장 통, 심계(心悸), 고혈압에 처방한다고 하더군, 최근에는 은행잎에서 심장병 치료 약 성분을 추출하여 이용하고 있다고도 하고 그래서 대부분 관상수나 정자목 등으로 마을마다 기른다지 아마."


순수하고 착한 가소운은 팽욱의 달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존경 어린(?) 아니 지겨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따가운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그의 팔을 덥석 잡은 팽욱, 객점 내부를 힐끗 살펴보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보다 마을 안쪽 2층짜리 객점으로 갈까?"

길가의 객점은 꽉 차 빈방이 없었다.

"저기서 쉬어 가는 것이 좋겠어."

"그렇게 하죠, 형님!"

"아, 그런데 아우, 여기서 묵을 돈은 있어? 내게 어머님이 주신 패물이 있는데 이것을 팔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많진 않지만, 먹고 잘 돈 있습니다."


‘산에 갇혀 지냈던 산적이 무슨 돈?’


의혹의 눈빛을 보내자 히죽 웃던 가소운이 품에서 검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눈앞에서 흔들었다. 쩔그렁 소리로 미루어 꽤 되는 듯, 감옥에서 물었을 때 어물쩍 넘어간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아 화가 난 팽욱은 뒤통수에 꿀밤을 때리고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북경 객점, 붉은 현판 이름이다.

객점은 2층으로 아래층은 주점 겸 식당이고 위층은 손님들이 묵고 가는 숙박시설이었다.


촤라락~!

주렴을 걷고 들어서니 내부가 훤히 들어왔다.

안에는 20여 명의 손님이 들어차 빈 탁자가 보이지 않았다.

삐쩍 마른 주인장과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점소이 둘이 탁자 사이를 바삐 오가며 주문과 배달을 병행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


염소수염에 삐쩍 마른 40대 주인장이 입구에 들어선 둘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다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서 안에 있던 점소이를 소리쳐 불렀다.


"복삼아! 이 거지들 당장 쫓아내고 입구에 소금 뿌려라!”


"알겠습니다. 야! 거기! 거지 주제에 감히 어딜 함부로 들어오고 그래, 당장 나가지 못해!”


"뭐? 거지 주제에··· 그럼 우리가 거지?"


쭉 째진 눈에 뚱뚱한 점소이는 막무가내로 둘을 잡아끌며 객점 밖으로 강제로 몰아냈다.


끌려가면서 어이가 없었던 팽욱은 부아가 치밀어 그의 팔을 잡아 냅다 길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내력 없는 순수한 근력의 힘이지만 오랜 시간 단련된 그의 완력에 뚱뚱한 점소이는 힘없이 붕 떠 날더니 흙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질렀다.


"억! 아이고! 사람 죽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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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4 9 12쪽
100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6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 11-4 24.08.13 182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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