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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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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90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9.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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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추천
10
글자
12쪽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DUMMY

3평 남짓 작은 방, 일체의 장식도 없는 허름한 방이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2개의 작은 신형과 7척에 달하는 큰 덩치의 사내가 그림자를 벽에 길게 드리운 채 누워있었다.


괴불이선 형제, 그리고 이들에게 제압당해 끌려온 팽욱 셋이었다.


"형님! 이놈 정말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는 모양이오.”

"흐흠, 장백신마 그자가 설마 거짓을 고했을 리는 없는데···”

"그 말 뼈다귀 늙은 작자가 우리를 갖고 논 거지, 이거 원!"


"손원, 그 늙은이 우리 두 눈으로 확인했잖아! 그렇다면 늙은이 은폐나 가슴상징으로 이놈이 손자라는 사실, 충분히 확인하고 남았을 것인데 왜 이놈이 늙은이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다는 거지?"


물론 그 늙은이가 예전 무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면 추혼대법은 무용지물일지 모르지만, 눈으로 확인한 늙은이는 무공이 폐쇄되어 산송장에 미친 광인 상태였다.


따라서 상봉을 했을 때 광인 상태였다면 이놈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해야 정상인데 돌아왔으니 그렇다는 사실은 서로 알아보고 무슨 대화를 나눴을 것이고 그러면 추혼대법에 모든 걸 불어야 정상인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마지막 방법을 알려 줄 테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아내게!"

"아미나불! 무, 무슨 방법이오?"

"같잖은 그놈의 아미나불! 계속할 텐가!”


신경이 날카로워진 장백신마, 버럭 화를 내며 눈을 찌푸렸다.

자신의 명이 저자의 손에 달렸기에 형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으음, 좋아! 귀 활짝 열고 듣게. 이곳 등용현 외곽, 무송 장원에 손원 그 늙은이가 폐인이 되어 갇혀 있네."


"소, 손원이 갇혀 있다고?"


이런 무거운 짐을 지게 만든 원초적 인물. 그동안 얼마나 수소문하며 찾았던가, 그런 그가 지근거리에 있었다니.


"그래 자네들도 잘 아는 늙은이지, 그 늙은이가 바로 천무문 밀로원의 원주였음을 둘 다 잘 알지?"


"물론이요.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게요.”

"몰라서 되묻는 건가? 그 늙은이를 죽이든 살리든 아님, 꾀어내든 어떤 수단 방법을 써도 좋아, 반드시 패가 어디 있는지 알아오게, 경비는 허술하니 대머리 형제 능력이라면 땅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 쉬울 거야. 알겠나! 흐흐흐!"



그때 만남 이후 형제는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복면을 쓰고 장원에 잠입, 책임자로 있는 지두마를 붙들어 조사했는데 그자의 말이 모두 사실임은 물론 지난 20년 고문에 폐인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문을 아예 폐쇄해 지난 몇 년은 생사 확인만 했다고 했다.


정보파악에 실패한 놈들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정으로 형제에게 책임을 떠넘겼던 것. 늙은이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형 육대수가 내린 결론은 소문주 그 녀석을 이용, 대면하게 해 깨워 알아내는 방법이 최선이란 결론이었다.


성질 급한 아우는 즉시 추혼대법으로 고문해 알아내자며 닦달했지만 그나마 생각이 깊은 형 육대수가 말리는 바람에 겨우 돌아서 나왔다. 천무문, 그놈들이 누구인가.


용병을 쓰며 정체를 감추고 공을 들였는데도 불구, 알아내지 못했는데 만일 우리의 성명 절기인 추혼대법을 사용해 일을 벌였다가 소득 없이 우리 소행이란 사실만 천하에 퍼지면 은혜를 원수로 갚은 천하의 악적이란 누명을 쓰고 무림 공적으로 쫓길 수도 있음이라 절대 신분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건 늙은이에게 저지른 자신들의 죄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워 은폐시킬 좋은 구실 하나와 의외로 잘 풀려 밀로원패를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최선의 결과란 놈들의 일거양득 포석에 이용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혈육인 소문주 그놈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 하지만 지난 2년 천둥산을 이 잡듯 뒤졌건만 찾을 수 없던 녀석을 갑자기 어디서 찾아낸단 말인가.


이대로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기에 천둥산 아래 주점마다 사람을 풀어놓고 소식을 기다리길 3개월, 드디어 소문주와 유사한 자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하게 되었다.


그자는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관아에 잡혀 감옥에 갇혀 있다 했다.

직접 나서면 쉽게 녀석을 잡아 올 수 있을 것이나 원래 관과 무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으니 함부로 옥을 깨고 들어가는 건 곤란한 일. 따라서 자연스레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며칠 동정을 살펴 궁리하던 중 괴한이 야밤에 소문주를 공격, 도주하는 놈을 보고 쫓아 잡고 보니 독에 중독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은밀한 곳으로 끌고 가 누구의 지시냐며 며칠을 다그쳐 물었으나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아 내가중수로 고문했는데 약한 놈, 죽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강한 자신을 탓하며 놈의 시신을 뒤지니 나온 사각 은패.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없었던 육대수는 시체를 보고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내고는 지금까지의 일을 꾸몄다.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누운 녀석의 얼굴과 겹쳐 흘렀다.


"아미나불! 너도 참, 어린 나이에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구나."


갓난아기일 때는 구해주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지금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아이를 이용해야 하다니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육대수와 육대화는 어렵게 소문주를 잠입시키는데 성공, 이젠 됐다 싶어 기뻐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줄이야.


평소 냉정을 잃지 않던 육대수마저 독한 죽엽청주를 항아리 채 들어 마셨다.

안주 없이 벌컥벌컥 마시는 바람에 술독은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비어 버렸고, 찾은 주인장은 반응이 없자. 열이 뻗친 육대화는 콧김을 내 품으며 방문이 부서지게 열어 제 끼고는 아래층으로 성큼성큼 내려갔다.


스트레스 해소엔 역시 여자라며 육대수 역시 은근슬쩍 불러오라 지시하고는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스르륵!

누군가 뒤꿈치를 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그들이 묵었던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키에 왜소한 덩치, 거리를 헤매다 그들을 발견하고 뒤를 쫓아왔던 가소운 그였다.


옆방에 숨어 기회를 엿보던 그는 두 괴물이 사라지자 냉큼 들어왔다.


"형님!"


반가운 마음에 소리 지른 그는 아차 싶어 급히 입을 막고는 서둘러 팽욱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혈도가 잡혀 쓰러져 있는 사람이 흔든다고 깰 것인가. 한참을 흔들어도 소용이 없자, 다급했던 그는 덥석 그를 업고 창가로 갔다.


자기보다 덩치 큰 사람을 업고 나가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어서 땀을 뻘뻘 쏟으며 비틀비틀, 겨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들이 빠져나간 직후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방에 들어서는데. 육대수, 바로 그였다.


희번득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말이다.


"헐헐, 드디어 잡았다!"


작은 놈, 그사이 옆 건물 지붕을 타고 건너 골목길로 내려서더니 어딘가를 향해 내달렸다. 창가에서 가소롭다는 듯 지켜보던 그의 신형이 마치 연기가 꺼지듯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아직 술이 덜 깨 세상이 빙글빙글 돌지만 꼼지락거리다간 언제 꼬리가 밟혀 죽을지 몰라 가소운은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주변 불빛이 모두 사라진 한적한 외곽 길로 접어들었다. 몇 리를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쳐 더는 달릴 힘이 없었던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쉴 곳을 찾았다.

‘아! 저기, 저기 관제묘가 좋겠다.’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문득 발견한 관제묘, 며칠을 제대로 먹지 못해 힘이 없는 데다 땀과 먼지에 흠뻑 젖어 꼴이 말이 아니다. 관제묘는 열 평 남짓 작은 규모로 곳곳에 구멍이 나 있고 여닫이문엔 자물쇠가 걸려있었으나 채워져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혹 누가 있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내부를 들여다봤다.

‘후~우! 역시 아무도 없구나.’

한숨에 이어 막 발을 디딘 그, 순간 움찔했다. 문을 여는 순간 토기입상의 위압적인 형상이 달빛에 밝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무신 어른 잠, 잠시만 쉬었다 가겠습니다.”

다급히 머리를 숙여 예를 차린 그는 혹여 쫓아올지 모를 늙은이들 생각에 문을 굳게 닫고 입상 뒤 공간에 팽욱을 끌고 들어가 누이고는 다시 나와 바닥의 끌린 흔적을 지웠다.

“형님! 형님!"

최대한 죽여 불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했기에 이 지경이 된 거지."

답답한 가소운 만큼이나 누워있는 팽욱 역시 죽을 맛이었다. 의식은 또렷이 있어 모든 것을 듣고 볼 수 있었으나 혈도를 제압당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며 바닥의 차가운 냉기가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혈도를 풀기 위해 애를 썼지만, 내력은 얼어붙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썩어 뒈질 놈의 늙은이들 무슨 짓을 했기에 한 가닥 진기도 모을 수 없는 거지.’

이 순간 가소운 역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몇 시진 전 보았던 늙은이들의 몸놀림으로 보아 무림인, 그것도 형님을 제압할 정도의 대단한 고수가 분명한데. 금방이라도 관제묘 문을 박살 내고 들이닥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좌불안석이다. 현 상황에서 그들과 힘겨루기라도 한다면 불문곡직, 단 1초에 두 목숨이 사라지는 건 명약관화한 일. 형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급선무다. 제압된 혈도를 어떻게 푸는지 알 리 없는 그는 그저 죽은 듯 누워있는 몸을 떡 주무르듯 주물럭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주물러도 풀리기는커녕, 더욱 차갑게 굳는 것이 마치 죽은 사람 몸뚱이 같았다. 반면 누워있는 팽욱은 팽욱대로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고 마구잡이 안마에 어디를 어떻게 건드렸는지 툭 터져 오른 기혈이 좌충우돌 날뛰면서 신체 내부를 마구 휘젓고 다녔기 때문이다.

고통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나오지는 않고 안색은 더욱 창백해지고 체온 또한 오르락내리락, 놀란 가소운은 더욱 힘을 다해 주물러 대고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상태가 점점 최악으로 치닫자 즉시 행동을 멈췄다. 건드릴수록 악화하는 상황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그의 시야에 문득 희망의 빛이 보였다. 마비됐던 그의 손가락이 꿈틀꿈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었다. 됐다는 기쁨에 막 소리치려던 그는 삐거덕, 열리는 문소리에 다급히 입을 막았다.

‘응? 누, 누구지?’

6척 큰 키의 검은 인영이 긴 장검과 함께 달빛에 비쳐들었다. 거침없이 박차고 들어선 인영은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다.

"쥐새끼들 얼릉 나오지 못 하겄냐!"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더 큰 괴성이 쩌렁쩌렁 관제묘 내부를 뒤흔들었다. 게다가 달빛에 반사된 괴인영의 검이 묘하게 눈을 찔러 더욱 두려웠다. 들어오자마자 윽박지르는 것을 보니 저자는 이미, 이곳에 자신들이 숨어있음을 알고 있는 눈치다.

“아작 내기 전에 빨리 나와라 잉!”

어디 사투린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죽기 전에 당장 튀어나오라는 말인 듯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대항한다고 덤벼봤자 하류 무사에 불과한 자신은 한방에 끽소리 못하고 죽을 텐데. 두려움에 형님의 손을 붙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꿈틀, 잡았던 형님 손이 미세한 움직임을 보였다. 문득 스친 생각에 손바닥을 펴 그의 손에 갖다 댔다.

(아우! 내가 가지고 있던 봇짐을 열어 보면 빨간 주머니 안에 엄지손가락 굵기의 구슬 모양 쇳덩이가 있다. 그건 철환탄이란 것으로 던지면 폭발한다. 몸을 숨긴 뒤 저자를 향해 던져라.)

“셋 셀 동안 안 나와 불면 너들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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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3 9 12쪽
100 13-1 24.09.04 131 8 11쪽
»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5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7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79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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