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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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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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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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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03.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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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16

DUMMY

“확실한 거겠지?”


“내가 볼 땐 맞을 거 같아.”


한스와 레일라는 영주의 둘째 아들을 만나보진 못했다. 그런데도 둘이 확신하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영주 대리가 면담을 요청해 사람을 보냈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전에 불렀을 땐 병사들 훈련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였고, 오후에 다시 불렀지만, 개인적인 볼 일이 있다며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영주의 둘째 아들 시오반이 볼 일이 있다며 루노바를 벗어난 방향은 정확히 라톰프 신전 쪽. 방금 둘은 동쪽 출입구로 나간 걸 확인하고 여관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여관으로 돌아가며 한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시오반이라는 자가 어떻게 눈치챘을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 뿐인가? 둘은 마법까지 쓰면서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럼 이쪽이 아닌 파시비엔과 아리엘 쪽일 가능성도 있었다. 아리엘은 눈에 뜨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걱정스러운 한스가 레일라를 보며 말했다.


“신전에 간 둘도 위험하지 않을까?”


“설마! 단지 우리 존재만 알아챘을 수도 있지. 내가 볼 땐 거기에 몰래 들어간 건 모를 거야. 상식적으로 걔들이 가장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데······. 아닌가? 서지터 때문에 좀 찜찜하긴 하다.”


레일라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뻔했다. 가장 위험한 인물이면서 가장 유능한 인물이 서지터였다.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그래도 요샌 특별히 문제 안 일으키잖아. 철도 많이 들었고. 내 생각에는 파시비엔이랑 아리엘 쪽에서 정보가 흘러들었을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네. 만났던 사람 중에서 배신을 했을 가능성이 더 크겠다.”


“일단 빨리 돌아가서 대책부터 세우자.”


평범한 여행객처럼 보여야 했기에 급하게 뛰진 않았지만,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피해자 쪽 조사를 했던 둘처럼 건물 구석에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자가 있었다. 며칠 전과 다른 점이라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었다.


“이보게. 어떤가? 내 생각이 맞지?”


“그런 거 같군.”


“서두르세. 늦어도 오늘 밤엔 결판을 지어야겠어.”


“그래야지.”


두 사람은 한스와 레일라의 모습이 사라지자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

파시비엔과 아리엘은 해가 저문 후에야 여관으로 돌아왔다. 둘이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우리 뒤를 밟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그래,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제일 커.”


아리엘은 큰 눈을 끔뻑거리며 며칠 동안 돌아다니던 때를 떠올렸다. 특별한 것도 없었고, 미행하는 사람도 없었다. 정말 누군가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을 거라 생각되었다.


“그치만······. 이상한 거 전혀 없었어. 알다시피 그냥 관광하는 척하면서 물건도 사고 그랬잖아. 피해자 만날 땐 돌아다니는 사람들 없는 거 확인하고 조용히 움직였는데?”


“맞습니다. 저희 엄청나게 조심했습니다.”


둘의 말에 레일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진짜 신전 쪽에서 정체를 들켰을까?”


“어젯밤에 우리가 신전에 갔을 때는 조용했어. 실프도 별다른 얘기 없었고.”


아리엘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지난밤 신전의 모습은 고요했다. 영주 둘째 아들 시오반이 오전에 만남을 피했으니 적어도 어젯밤에 정체를 들키는 게 시간상 앞뒤가 맞았다.


“그 사람이 일부러 피한 거 그냥 우연은 아니야?”


“응, 그럴 거야. 오후에 자리를 비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오전에 핑계 댄 훈련은 비정기적인 훈련이었대. 원래 훈련 일정 없던 시간이라고 하더라.”


“그럼 신전에서 둘이 잡혀서 알려줬다면 우리가 떠난 후에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네. 둘이 함부로 우리 정체를 말했을까?”


아리엘이 진지하게 설명했다. 자정쯤에 신전에 갔다 돌아왔으니 새벽에 둘이 무슨 일을 꾸미다 정체가 발각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녀의 생각에 파시비엔이 토를 달았다.


“그런데 설마 두 분이 잡혀서 우리 정체를 말씀하셨겠습니까? 대사제라는 상대가 뛰어나긴 하겠지만 두 분이 쉽게 잡힐 리가 없습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두 분이시다면 거기 경비병들 거의 다 쓸어버리고도 남으실 겁니다.”


둘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에 내뱉을 수 있는 확신에 찬 말투였다. 아리엘은 불안했는지 겉옷 하나를 챙겨 들고 말했다.


“그럼 혹시 모르니까 내가 가볼게. 만약 새벽에 둘이 잡혔다면 내가 알아챌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줄래?”


“웅! 알았어.”


아리엘이 간다면 안심이 되는지 레일라가 다녀오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녀 혼자 보내는 게 영 내키지 않았는지 파시비엔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아냐. 나 혼자 다녀올게. 그러는 편이 좋겠어.”


저녁이라 괜찮기는 하지만 말을 타고 가면 이목이 쏠릴 걸 우려해서였다. 파시비엔과 함께 걸어서 움직이면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여관을 몰래 빠져나가 숲으로 이동하면 레일라보다 더 빨리 신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둘이 안전할 거라고 믿기는 했지만, 며칠째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것이 불안의 싹을 키웠다.


“가서 내가 확인해보고 빨리 올게.”


“조심해. 아리엘.”


“웅! 걱정하지 마. 한스.”


아리엘은 곧장 창문을 통해 민첩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사라진 걸 보자 여관에 남은 셋도 대책을 세워야 했다. 한스의 입에서 먼저 앞으로의 일에 대한 말이 나왔다.


“영주 아들이 신전에 도착해서 우리 존재를 알렸다면 먼저 우리를 칠 수도 있지 않을까? 급히 병사들을 준비시키고 야심한 시간에 공격할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렇겠지. 우선 아리엘이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만약 진짜로 공격해오면 영주 대리 집으로 튀지 뭐. 설마 거기까지 쳐들어오진 않을 거 아냐. 아니면 루노바의 행운에 숨던가.”


“레일라님. 그런데 영주 대리라는 분 믿을 만한 겁니까? 만약 갔다가 우리를 신전 쪽에 넘기면 어찌합니까?”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철저하게 우리 쪽 사람인 거 오늘도 확인하고 왔으니까.”


레일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와 표정이었다. 영주 대리 다고르는 오늘 부담이 갈 정도로 둘에게 협력하고 안타까워했다. 진정으로 루노바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 레일라 눈에는 퍽 인상 깊었다. 비록 피해를 본 사람도 많고 뒤늦게 수습하는 상황이었지만 일행을 도와 어떻게 해서든 라톰프 신전의 악행을 끝내고 싶어 했다.


만일을 대비해 피신할 곳도 정했으니 이제 다른 상황에 대해 대비를 해야 했다. 레일라는 한스의 생각이 궁금했다.


“만약 둘이 잡혔다면 어떻게 할지 한스 네 생각 좀 얘기해줄래?”


“라톰프 신전에서 둘의 정체를 알았다 해도 쉽게 잡진 못하겠지. 파시비엔 말처럼 다 쓸어버리지는 못해도 꽤 큰 피해를 줬을 거야. 그럼 차라리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아.”


“그거 마법 무효 된다는 건 어쩌려고? 특히 너나 아리엘한테는 그게 치명적이잖아.”


고심하던 한스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다.


“걔들이 들어가고 나서 틈틈이 생각해 봤는데. 그날 디스펠 매직 주문이 조금 이상했어.”


“어떤 점이?”


“파시비엔도 느꼈겠지만, 신전을 중심으로 디스펠 매직 주문이 펼쳐진 거라면 적용된 범위가 말도 안 되게 넓다는 거야. 그 정도 수준이라면 저번에 만난 셜레인 대주교님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한스의 말에 파시비엔이 거들었다.


“맞습니다. 저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 정도의 디스펠 매직 주문을 쓸 수 있는 성직자라면 아마 대륙 내에서 열 손가락에 꼽힐 겁니다. 게다가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을 노려 악행을 저지르는 성직자라면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물며 나쁜 짓을 가끔 하는 축에 속하는 살도스의 신전조차 그런 짓을 하는 성직자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신전 이미지에 치명적이니까 말입니다.”


“라톰프 신전이라 상관없지 않아?”


“저번에도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있는 대사제라는 성직자는 아마도 13주신 소속 중 하나일 겁니다. 변심했든지, 쫓겨났든지, 아니면 줄을 잘못 서 앙심을 품는 성직자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최초 자신이 몸을 맡긴 신에 대해 믿음을 잃는 건 당연한 겁니다. 믿음이 약해지면 신성력 또한 약해지고, 그렇게 약해진 신성력으로 그 정도 범위의 디스펠 매직을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레일라는 마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머리가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한스가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상대가 성직자인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엄청난 실력의 성직자는 아닐 수도 있어. 확신이 없어서 얘기를 못 했지만 디스펠 매직을 쓸 수 있는 마법 물품일 가능성도 있어.”


“마법 물품?”


“응. 레일라 단검처럼 말이야.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사용이 가능한 거.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긴 하지만 그 정도 넓은 범위에 적용됐다면 아티펙트일 수도 있고.”


“아티펙트? 그게 뭐야?”


레일라 역시 카데스처럼 아티펙트에 대한 건 모르고 있었다. 한스는 친절히 아티펙트에 대해 설명을 해주자 그녀는 입이 쩍 벌어져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아, 그런 게 있으면 엄청 비싸겠다. 떼돈 벌겠네.”


“그런데 그건 불가능하지. 아티펙트를 가진 성직자라고? 말도 안 돼.”


한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꼭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않니? 세상은 넓고 이상한 놈들도 많고, 희한한 것들도 많으니까.”


“기억하지? 저번에 서지터가 디스펠 매직에 대한 가능성에 관해 얘기했던 거. 그때 똑똑한 그놈이 아티펙트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어. 나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걔가 말도 꺼내지 않았다는 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뜻이야.”


하필 이럴 때 절대적으로 친구를 믿다니. 신전에 서지터가 이 대화를 들었더라면 민망함에 쥐구멍으로 숨어들었을지도 몰랐다. 한스의 말처럼 지난 대화 당시 서지터는 일부러 아티펙트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현재 신전에서 콜리나가 해준 말은 등급이 낮긴 해도 아티펙트일 가능성이 컸다.


“확신할 순 없지만, 일반 마법 물품이라는 가정을 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거야. 그 정도의 큰 힘을 얻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는 게 정상이니까. 레일라의 단검 같은 경우는 애교 수준인 거지.”


“그러니까 내 단검이 피를 주고 엄청난 민첩성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응. 그래도 어디까지나 가정이야.”


“한스님! 레일라님! 그렇다면 말입니다. 대사제라는 성직자는 그냥 꼭두각시 아닙니까? 진짜는 이스미르 후작 밑에 있다던 마법사가 정체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잖습니까.”


어쩐 일로 파시비엔이 창의적인 생각을 했다. 너무 성직자에 집착한 나머지 마법사에 대한 존재는 깨끗하게 지운 상태였다.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 치밀하고 영악한 자라고 했으니까. 아아! 모르겠다. 점점 더 헷갈리네.”


한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결국,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 똑똑.


셋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마침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노크 소리에 레일라는 숏소드를 뽑아 들었고, 한스도 지팡이를, 파시비엔도 메이스를 움켜잡았다. 이 시간에 방문할 사람은 없었으니 경계를 하는 게 당연했다.


“누구지?”


레일라는 조심스럽게 문 옆으로 다가가 노크를 한 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저, 저기! 잠시만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부탁이요?”


“그, 그게······. 문밖에서는 말씀드릴 수가······.”


레일라가 둘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당장에라도 공격할 수 있게 말이다. 레일라는 문손잡이를 돌려 아주 살짝 문을 열었다. 문틈 사이로 상대를 확인했다. 이미 한 번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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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41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6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2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3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40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1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9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3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9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6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50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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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2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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