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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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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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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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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03.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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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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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DUMMY

- 땡땡땡땡땡!


“어? 무슨 일이지?”


풀숲에서 잔뜩 웅크리고 신전을 바라보고 있던 아리엘은 귀를 쫑긋거렸다. 갑자기 신전 쪽에서 종을 치는 소리를 들려왔기에 고개를 불쑥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풀벌레 소리만 나고 있을 뿐 워낙 고요했던 터라 소리는 명확하게 들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늦은 시간에 저런 종소리는 여태 없었는데.”


아리엘은 불안한 마음에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이 되었다. 서지터와 카데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 같았기에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라톰프 신전 근처에 있던 터라, 루노바에 있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려주러 가야 할지도 몰랐다.


“아아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아리엘은 결심이 섰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곧장 신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숲에서라면 아무리 빠른 아리엘이지만 루노바까지 갔다 다시 돌아올 시간에 둘이 큰일 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 타타탓!


“무슨 일은 없겠지?”


산에서 내려가는 와중에 밝은 아리엘 귀에 뒤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내 얘기를 좀 들어보라고요! 이렇게 무턱대고 쳐들어가면 다 죽는다니까!”


“그렇습니다. 제발 진정들 좀 하십시오! 저쪽엔 무기를 든 병사들이 있습니다. 농기구로 싸워봤자 결과는 뻔하단 말입니다.”


“당신들이 뭘 알아! 비키라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낫다고!”


“아이 참! 뭐야 또!”


아리엘은 달려 나가던 와중 웅성거리는 무리 속에서 레일라와 파시비엔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미 그녀가 라톰프 신전으로 향한 후 농부들이 들이닥쳤으니 이 난리가 난 줄 꿈에도 몰랐다. 아리엘은 곧장 몸을 돌려 소란스러운 곳으로 뛰었다. 얼마 못 가 꽤 많은 횃불과 사람들의 모습, 선두에서 그들을 계속해서 막으며 설득하는 자신의 친구들이 보였다.


“레일라! 파시비엔! 한스!”


셋 모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키가 작은 아리엘의 모습을 확인했다. 신전을 확인하고 곧장 여관으로 돌아오지 않던 아리엘이다보니 내심 걱정이 되긴 했다. 네 사람은 무사히 만나 서로의 상황에 관해 물었다.


“얘들아. 이 사람들은 다 뭐야?”


“아리엘, 신전 쪽 상황은 어때?”


“방금까지 조용했는데 갑자기 종소리가 들렸어. 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 같아. 그래서 지금 신전으로 가던 참이었고. 대체 이 사람들은······!”


“신전에 피해를 본 평범한 농부들이야. 우리 처음 루노바 왔을 때 마주쳤던 사람들 기억하지? 아저씨! 기다려 보라고!”


“이거 놔! 당장 다 불 질러버리겠어!”


레일라가 지나쳐 달려가던 농부의 팔을 잡고 소리쳤지만,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이미 눈이 뒤집혀 있는 그들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신전 안에 서지터와 카데스 쪽은 많은 수의 병사가 있음에도 크게 위기를 겪진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선 농부들과 그들의 가족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력으로 제압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이렇게 설득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던 차에 아리엘이 말을 꺼냈다.


“차라리 이대로 쳐들어가자. 둘한테도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비록 마법은 쓰지 못하겠지만 이들과 함께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아리엘! 너무 위험해! 이 사람들까지 희생시킬 수 없잖아. 내가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한스가 안절부절못하며 울상을 지었다. 갑자기 상황이 급변한 게 자신들 탓이라 생각되었다. 마법도 쓸 수 없는 현실이 한계에 부딪혔고, 지난 트리스미스 때처럼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 자책까지 할 정도였다.


“뭐야! 빌어먹을 놈들! 적이다! 적들이 몰려온다! 모두 일어나!”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신전 근처에서 이 소란이 벌어졌으니 외곽 경비를 서는 병사에게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미 종소리를 들은 몇몇 병사들은 신전으로 향했고 양동작전으로 공격해 온다고 생각된 병사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잠들어있는 신도들마저 깨우기 시작했다.


“젠장! 망했네!”


레일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희망은 영주의 성으로 간 다고르 뿐이었다. 신전으로 잠입한 둘의 상황은 알 수 없었고, 결국 싸움은 벌어질 위기였다.


“레일라님! 이젠 늦은 거 같습니다. 싸우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거 같지 말입니다.”


“아니까 굳이 확인시켜주지 마. 빌어먹을 사제 놈아!”


“그래도 추억 돋지 않습니까? 트리스미스 때와 비슷한 상황 같습니다. 저기엔 서지터님이 계시고 우린 밑에서 적들과 싸우지 않습니까?”


낙천적인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파시비엔이다. 그의 말처럼 얼추 그때와 비슷하긴 했다. 자신들이 있는 곳은 불리한 상황이었고, 우두머리가 있을 건물 안에는 서지터가 있을 테니 말이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카데스가 함께 있어 조금 안심이 되는 정도였다.


- 우아아아아!


적이라는 말에 잠결에 일어난 신도들마저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왔다. 각자 몽둥이나 식칼 같은 걸 하나씩 집어 들고 일행과 농부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 나왔다. 건물을 올리는 곳을 경계로 양쪽이 대치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농부들은 겁 없이 신전으로 오긴 했지만, 막상 적들과 마주하니 두려움이 몸을 휘감아버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농기구를 든 손이 덜덜 떨리며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신도들 쪽에서도 막상 뛰쳐나오긴 했지만 잠이 덜 깼는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려 어수선한 모습들이었다. 결국, 외곽 경비를 맡은 병사들과 일행 넷의 결정만이 남았다.


“젠장! 이렇게 돌아갈 줄은 몰랐는데. 그냥 병사들 위주로 조져야겠는걸?”


레일라가 암살자의 까마귀란 단검을 뽑아 새끼손가락을 땄다.


“한스님은 뒤로 빠져 계시지 말입니다.”


“나도 싸울 수 있어!”


“이제 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령마법은 못 쓰지만 나 믿지? 헤헤.”


아리엘도 레이피어를 뽑아 들며 한스에게 해맑게 웃어주었다.


“감히 라톰프 신전에 덤비기라도 할 작정이냐! 위대한 라톰프님의 권위에 도전을 한 자들은 남김없이 모조리 죽이라는 대사제님의 명이 있었다! 모두 죽여 제물로 바치마!”


“당신들은 모두 속고 있습니다! 라톰프라는 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영생을 준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고 허황한 꿈같은 말입니다! 그 어떤 신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라고 한답니까? 제물이라고 하셨습니까? 결단코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께서 용서치 않을 겁니다!”


파시비엔이 메이스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도저히 신을 모욕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적들은 이미 광신도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라 파시비엔의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줄 뿐이었다.


“우리 라톰프님과 대사제님을 모욕하지 마라!”


“건방진 자식! 죽여라!”


- 와아아아아! 죽여라!


병사들과 신도들이 달려들었다.


- 카가가강!


양쪽의 무리가 맞붙었다. 대부분 전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으니 싸움은 엉망진창 개싸움으로 번졌다. 그나마 일행도 병사들 위주로 공격해가며 최대한 빠르게 싸움을 끝내려 했다. 다행스럽게도 병사의 절반 가까이가 종소리를 듣고 신전으로 향했기에 전투는 그렇게 길어질 거 같진 않았다.


한편 한스는 걱정이었다. 비록 적으로 마주한 자들이었지만 병사들은 몰라도 신도들까지 죽일 수는 없었다. 신도들이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해 잠시 뒤로 빠진 한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슬립 주문을 외워보았다.


“젠장! 안 돼!”


위치는 디스펠 매직이 적용된 곳이었으니 여전히 마법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다 번뜩 싸움을 멈출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스는 친구들에게 소리치며 왼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얘들아! 사람들 다치지 않게 조금만 버텨줘!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 파항!


“한스님! 무슨 생각이십니까?”


파시비엔이 신도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방패로 막으며 대답했지만 한스는 도망이라도 치듯 전투 현장에서 멀어져갔다.


“바보같이!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될 거야. 싸움을 멈출 수 있을 거야.”


주변이 어둡기는 했지만 처음 여기를 왔던 날을 떠올렸다. 기억을 더듬으며 디스펠 매직이 적용되지 않은 곳까지 달려간 한스는 곧장 파이어볼 주문을 외웠다.


“뜨거운 화염 속에서 너의 몸이 불타 한줌 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사라져라! 파이어볼(Fire Ball)!”


- 콰아아아앙! 콰르르르르!


한스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디스펠 매직이 적용된 곳만 아니라면 마법 주문은 쉽게 사용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아무리 디스펠 매직이 견고하고 넓게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범위 밖에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먹힐 거라는 생각이었다. 커다란 화염구가 만들어져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트리스미스에서의 악몽 때문에 뒤늦게 정신이 든 한스였다.


“됐다!”


- 화르르르륵!


파이어 볼이 날아간 방향은 정확하게 전투 현장의 옆, 새로운 건물을 올리고 있는 곳이었다. 화염구는 건물과 부딪히는 순간 굉음을 내며 반쯤 무너져 내렸다. 목조 건물이었기 때문에 건물은 곧장 불길에 휩싸여 불타올랐다. 적들에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미 대치하던 양쪽 무리가 뒤엉킨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단 한 번의 마법이었지만 상황은 한스 뜻대로 흘러갔다.


“마, 마법! 마법사다! 마법사가 있다!”


“도망쳐! 마법사야!”


마법사와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많이 보지 못했던 루노바 사람들이었다. 한스의 파이어 볼이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꽤 강력하다는 걸 고려한다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한스는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워 짓고 있는 다른 건물을 향해 파이어볼을 날렸다.


- 콰아아아앙!


“다 죽을 거야! 위험해!”


두려움을 집어삼킨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스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한스가 도착했을 땐 이미 싸움은 끝나있었다. 세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시체가 보였고, 신도들과 농부들까지 죽은 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나마 한스가 빠르게 움직여준 덕분에 피해가 크진 않았다. 100여 명 가까이 있던 신도 중 절반 이상은 한스의 파이어볼로 인해 겁을 먹고 달아난 후였고, 나머지 신도들과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 뒤였다.


- 딱!


“고개 안 숙여? 죽을래? 얌전하게 있으라고!”


레일라는 투항하고 무릎을 꿇은 병사의 머리를 때리며 짜증을 부렸다. 이렇게 된 상황이 화가 났는지 거칠게 병사들을 대했다.


“거기 아저씨들! 묶을 거나 찾아와요. 굼뜬 채 있지 말고 좀!”


농기구로 투항한 적들에게 갖다 대고 있던 농부들이 어정쩡한 자세로 움직였다.


“아저씨들 말고! 당신들이 가버리면 다 도망갈 거 아냐! 거기! 모여 있지 말고 밧줄 찾아오라고!”


“죄, 죄송합니다!”


한스 덕분에 빠르게 상황이 종료됐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이들의 모습이 답답할 뿐이었다.


“하아, 하아. 얘들아!”


“우와! 한스님. 역시! 전 언제나 한스님을 믿었습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정말 천재는 서지터님이 아니라 한스님 같습니다.”


“잘했어. 한스! 헤헤.”


“역시 우리 한스네. 일단 너랑 파시비엔! 도저히 불안해서 다 같이 못 가겠다. 너희 둘이 저 인간들 다 묶을 때까지 여기에 있어. 아리엘이랑 내가 신전으로 가볼게.”


레일라가 빠르게 다음 행동을 지시하고 몸을 돌렸다.


“알았어. 조심해. 두 녀석도 같이 데려오고.”


“그놈들 걱정 안 해도 돼. 아니 진짜! 불은 왜 끄려고 하는 거야! 밧줄 찾아오라고!”


절규에 가까운 레일라의 외침이었다. 결국, 폭발한 레일라가 농부들에게 욕을 퍼부은 뒤에야 아리엘과 함께 신전으로 달려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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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3화 우연의 법칙 - 22 23.04.24 39 2 14쪽
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39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0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8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7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7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3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1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4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49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0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6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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