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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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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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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작성
23.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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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DUMMY

하루를 더 푹 쉰 뒤, 일곱은 루노바의 행운으로 가 브리티나에게 간략히 상황을 보고했다. 살아 돌아온 콜리나를 반갑게 맞이한 그녀는 파티를 열자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다들 지쳤는지 편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말없이 각자 생각에 잠겼다.


“자기야, 이것 좀 옮겨줄래?”


“아, 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파시비엔이 자리에서 일어나 쟁반을 날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간단한 안줏거리와 술잔들이 놓이자 서지터가 입을 열었다.


“저건 아직도 나한테 술잔을 놓네.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해.”


“왜? 술 못 마시니?”


콜리나가 서지터에게 묻자 슬픈 눈빛으로 대답해주었다.


“안 마셔요. 끊었거든요. 가네다 마을에서부터니까 3년이 다 되어가는 거 같은데요? 그전까지는 죽을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렸는데. 후우.”


“서지터님, 그냥 이럴 때 마신다고 해서 카이스터님이 뭐라 그러시진 않을 겁니다. 꽤 큰 사건을 해결했는데 솔직히 마실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시끄러. 잔 가져가. 팔라고스 전쟁 끝났을 때도 안 마신 술을 지금 먹으라고?”


“에이, 그땐 서지터님 몸이 정상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서지터와 파시비엔의 대화를 듣던 콜리나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야. 너희 팔라고스 전쟁에 참전했었니?”


“네.”


“대단하네. 그래서 그렇게 강했구나. 죽은 내 동료들하고 용병단에 들어갈까 생각하긴 했었는데.”


“참전 안 한 게 잘하신 거예요.”


“우리 실력으로는 견디기 힘들 거 같아서 그쪽으로는 안 갔어.”


“자자! 다들 왜 이렇게 처져있어? 사건 해결했는데 술 한잔해야지.”


브리티나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밝게 행동했다. 하지만 다들 기운을 차리기엔 무리가 있었는지 조용히 잔을 받아 가볍게 건배를 했다.


“다들 왜 이렇게 침울해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즐기라고.”


독한 술을 원샷을 한 레일라가 브리티나에게 말을 걸었다.


“크흐으! 있잖아요. 혹시 이 일 하면서 후작 측에 대단한 실력을 갖춘 자들 존재에 대해 들은 적 있나요?”


“글쎄? 마법사 얘기는 익히 알지.”


“마법사 말고 다른 자들에 관해서는요?”


“아직 들어본 적 없는데? 그거라면 콜리나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낫지 않아? 너희가 맡기 전에 이 일을 했던 사람이잖아.”


브리티나의 말에 콜리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 역시 1년 가까이 의뢰를 받아 움직이긴 했지만 다른 실력자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사실 이번 루노바의 일도 지금껏 콜리나 일행이 맡았던 일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의뢰였다. 그 점에 대해선 이미 여섯에게 이야기해준 뒤였다.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었어요. 마법사도 우린 자세히 잘 몰라요. 이전 일을 맡아 했던 파티가 알아냈던 정보였고, 어떤 경로로 어떻게 알아냈는지도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다들 이렇게 우울해 있는 거야? 갑자기 등장한 놈들 때문에? 어쨌든 루노바 일은 잘 해결됐잖아. 꼬이긴 했지만 무고한 사람들도 피해가 크지 않았고, 대부분 사상자는 신전 쪽 병사들이라며. 그 일에 대해서도 영주 대리가 잘 처리한다니까 다들 즐기라고.”


결국, 분위기 띄우는 데에는 자신이 제격이라고 생각한 파시비엔이 입을 열어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사제란 사람이 카로크 신전 소속이었다는 게 조금 놀랍기는 합니다. 에리카님은 좀 과격하시긴 해도 카로크 신전 성직자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아, 에리카님은 잘 지내고 계신지 걱정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서지터님, 저 놀리려고 일부러 카로크 신전 소속이라고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라고. 주문 외울 때 카로크 찾고 그랬다고.”


“전투 중이라 정신없어서 잘못 들으셨을 수도 있잖습니까?”


“아니라고! 제대로 들었다고. 그 뭐야. 불로 검 같은 걸 만드는 주문 외울 때. 하아, 진짜 찝찝하다. 그놈이 살아있어야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그건 네 잘못이지. 때려눕혔으면 카데스처럼 꽁꽁 묶어놓거나 다리라도 분질러 놔야 하는 거 아니니?”


파시비엔 덕분에 풀린 분위기 덕분이었는지 레일라가 시비를 걸고 들어왔다.


“진짜! 그만 좀 하지? 야! 내가 얼마나 불리한 상황에서 싸운 줄 아냐?”


“그건 내가 사과할게.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콜리나가 사과를 했다.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자신 때문에 결국 대사제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뭐. 꼭 콜리나씨가 잘못한 건 아니고. 항상 쟤가 문제에요. 생각지도 못한 짓들을 하면서 우리를 놀라게 하면서도 꼭 어디 하나가 모자라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브리티나가 레일라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밝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이번 일은 누구 잘잘못을 떠나서 다들 잘 해결했어. 비록 콜리나의 동료들이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한 명은 살아남았으니 그걸로 위로하자고. 말도 안 된다는 물건도 등장했고, 꽤 강한 적들도 여럿 존재하고, 후작 쪽과 관련된 증거조차 찾지 못했어도 고통받던 루노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그건 그렇고 언제 떠날 예정이야?”


레일라가 새로 채워진 술을 다시 마셨다. 목이 화끈해짐을 느낀 레일라는 인상을 잔뜩 쓰다 말했다.


“흐으! 독하네. 내일 바로 떠나려고요. 아리엘이 정령들에게 부탁해 우리 주변을 살피고 있긴 하지만 적들이 언제 어디서 몰래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우리 쪽도 정체를 들키면 안 되는 이유는 그들과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빨리? 조금 섭섭하네.”


어쨌든, 반쪽이기는 해도 라톰프 신전 문제를 해결한 일행은 빠르게 움직일 계획이었다. 루노바가 수습되는 것까지 지켜보고 떠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레일라의 말처럼 조용히 사라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

- 뚜벅뚜벅.


어두운 복도에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루노바에서 대사제를 죽인 요한나라는 여인과 칼레르였다.


- 끼이익.


“뭐야. 벌써 온 거야?”


원탁 의자에 앉아있던 덩치가 크고 얼굴에는 흉터가 많은 사내가 둘을 반겼다. 이 사내를 제외하고 원탁에는 세 사람이 더 앉아있었다. 요한나는 품에서 곧장 아티펙트를 꺼내 원탁 위에 올려놓고 가장 먼 쪽에 앉아있던 음침하고 호리호리한 사내에게 밀어버렸다.


“아티펙트는 무사히 가져왔어. 그런데 마스터는?”


“귀한 물건이야. 이렇게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 거라고. 그리고 마스터께서는 후작님을 만나러 가셨다. 며칠 뒤에나 오실 거야.”


“실로인 너는 또 보자마자 잔소리야? 애지중지 챙겨서 왔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실로인이라는 사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자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다녀온 사항에 대해 질문을 했다.


“요한나, 시시껄렁한 얘기는 그만하고 바로 보고부터 하게.”


“깔깔깔. 그러지 뭐. 일단 말론드 그 변태 새끼는 처리했어. 칼레르가 우리와 관련된 장부도 잘 챙겨왔고. 그런데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어.”


두 사람을 맞이했던 덩치 큰 사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오오! 뭔데? 키킥! 너 재미없는 이야기면 가만 안 둔다?”


“우리 대신 라톰프 신전을 박살 낸 놈들에 관한 이야기면 재미있겠지?”


“정말? 해봐, 빨리.”


“급하게 오느라 조사는 자세히 하지 못했지만 칼레르가 장부를 챙길 때 이야기를 주워들은 모양이야. 두 놈이 신전에 몰래 잠입했는데 실력이 보통은 아닌가 봐. 한 놈은 수십 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싹 다 죽였고, 다른 한 놈은 병사들 대부분을 상처만 입혀 놓고 여유를 부린 거 같아. 말론드도 그놈한테 털렸다가 방심한 틈에 몰래 도망쳤고.”


“하하하핫! 그래? 낯짝 한번 보고 싶군.”


“케리칸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그럼 그 두 놈이 지난번처럼 라톰프 신전 조사를 맡았던 모험가들인가?”


“솔직히 그거까진 모르겠어. 이름이 뭐라더라?”


요한나와 함께 온 칼레르가 주워들은 대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놈은 체이스란 이름, 다른 한 놈은 아스쿤이라더군. 떠나올 때 루노바에 돌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에 왔던 모험가 중에 가족이라도 있는 모양이야. 갑자기 사라졌으니 찾으러 왔다가 일이 커졌을 가능성이 커.”


“꽤 강한 놈들이라면 내 귀에 분명 들어왔을 텐데? 둘의 이름은 처음 듣는군.”


케리칸이라는 덩치 큰 사내가 비꼬듯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시겠지. 15인의 소드마스터 중 한 명이시니 모르는 놈들이 없겠지. 키킥!”


“발이 넓은 내 덕에 케리칸 너 역시 여기에서 일할 수 있는 거다.”


“그렇다고 해두지. 덕분에 내가 그림 리퍼라는 이름으로 존경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됐지. 키키킥!”


요한나가 원탁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편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괜찮겠어? 나야 말론드 같은 작자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군말 없이 처리하긴 했지만 거기서 들어오는 돈이 제법 됐잖아?”


아티펙트를 소중히 품 안에 집어넣은 실로인이 대답을 해주었다.


“이제 더는 털어먹을 게 없으니까. 최근 라톰프 신전에서 들어오는 돈이 조금씩 줄었어. 다른 도시로 확장하지 않는 이상 루노바 같은 곳에서는 이제 희망이 없었지. 마스터께선 그 점을 잘 아시고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신 거지. 다른 도시로 라톰프 신전의 세력을 확장하면 꼬리가 잡힐 테고. 대신 다른 놈들이 처리해주긴 했지만 이쯤에서 말론드와의 관계를 정리하기에는 시기적절했어. 그리고 요한나 네가 모르는 자금줄은 아직 많아. 마스터께서는 몇 발 앞서 상황들을 예측하고 계시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그럼 됐고.”


“우리 일을 방해하는 놈들에 대해서나 신경 써. 그 두 놈일 수도 있으니까.”


“실로인 너는 너무 소심해서 탈이야.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고작 둘이 그놈들이라 생각하는 거야?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고작 둘이서 뭘 하겠어. 그리고 예전에 처리했던 놈들은 보통 대여섯 명 정도 되는 모험가 파티였는데.”


요한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지금 대화의 중심인 체이스와 아스쿤, 즉 서지터와 카데스 말고도 일행은 더 있었으니 말이다. 급하게 루노바를 떠나왔기에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다. 그림 리퍼라는 이 조직 역시 나이트 플라워나 여섯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지 못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조만간 마스터의 지시가 있을 거다. 우리 일을 방해하는 놈들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거야. 루노바에서 죽었던 놈들 이후로 한동안 방해하는 놈들이 없긴 했지만, 또 누군가 의뢰를 받겠지. 의뢰하는 놈들이 누구고, 어떤 조직인지 알아볼 필요성은 있으니까. 만약 우리의 적들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특히 요한나, 케리칸. 무턱대고 죽이지 마라. 지난번 모두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너희 둘이 다 죽였어.”


“죽이고 싶은 걸 어떡해?”


“나도. 키킥! 생긴 게 죽이고 싶게 생겼었지.”


“말이 되나? 수염 모양이 똑같다고 기분 나빠 그냥 죽여 버리고, 목소리가 가늘다고 죽이고. 적당히 해라. 그러다 마스터 눈 밖에 날 수도 있으니까.”


“그건 상황 봐서. 키킥!”


15인의 소드마스터라는 자가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정리하도록 하지. 마스터가 돌아오면 실로인 자네가 보고하도록 하고. 각자 얌전히 있다가 지시가 떨어지면 움직이게.”


그림 리퍼, 저승사자라는 의미의 비밀스러운 조직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행들도 마찬가지였고 양쪽 모두 서로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한 채 불길한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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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화 우연의 법칙 - 23 23.04.25 48 2 16쪽
73 3화 우연의 법칙 - 22 23.04.24 39 2 14쪽
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39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0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8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7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7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3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1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4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49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6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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