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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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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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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2
추천수 :
452
글자수 :
1,515,958

작성
23.03.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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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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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우연의 법칙 - 5

DUMMY

“아그그그! 하아아암.”


콜리나가 아침 식사를 하는 와중에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그녀의 편안한 모습을 보며 한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콜리나씨는 잠이 많으신 거 같아요. 우리 서지터 녀석이 그런데.”


“미안, 내가 아침잠이 좀 많은 편이라서. 세 사람이 떠나는 것도 마중을 못 해줬네?”


“괜찮아요.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데 사람이 많으면 눈에 쉽게 띄겠죠.”


“수십 명도 아니고 고작 나 혼자인데 뭘. 잘 다녀오라는 말 정도는 해줬어야지. 세 사람과 합류하게 되면 내가 미안했다고 전해줘.”


“네, 하하하.”


콜리나의 유일한 단점. 잠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동안 학대를 받아왔기에 심신이 많이 지쳐 있어 끊임없이 자는 거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냥 원래 잠이 많은 편이었다. 덕분에 마법 연구나 공부를 해야 할 시간보다 잠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그녀였고, 자연스럽게 마법 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스는 새벽같이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아침 일찍부터 잠이 들 때까지 공부를 멈추지 않는 편이다. 손에서 책이 떨어지면 불안할 정도니까 말이다.


콜리나는 식사를 마쳤는지 냅킨으로 입 주변을 가볍게 닦으며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는 며칠이나 조사를 하고 떠날 예정이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 길어야 3일 정도? 마르테아 섬이나 인근 지역 특성 같은 걸 알아볼까 해요.”


“역시 너희는 철저하구나. 내가 도와줄 건 없고?”


“하하. 일단 저는 왕국 도서관에 가볼까 해요. 제 지론은 항상 모든 답은 책에서 나온다고 믿거든요.”


“역시 한스님은 책벌레답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이 몇 권 정도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파시비엔의 질문에 한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글쎄? 주로 나는 마법에 관한 전문 서적을 많이 읽으니까. 마법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쉴 새 없이 읽었으니 수천 권은 넘지 않을까?”


“으앗! 지금 자랑하시는 겁니까? 수천 권이라니요!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이 수천 권 정도 아닙니까? 그렇다면 모든 책을 다 보셨다는 뜻입니다. 한스님은 정말이지 비상식적인 분입니다.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께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실 거란 말입니다.”


파시비엔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파시비엔은 신성마법을 익히며 공부한 책이 100권이 채 되지 않으니 말이다. 옆에서 가만히 식사하고 있던 카데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책벌레 친구에 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하하하. 이 세상에 고작 책이 수천 권뿐일까. 1년에 마법 관련해서 출간되는 책만 해도 수백 권이 넘을 거야. 더군다나 여기는 마이론홀드 왕국이잖아. 그러니 마법사들이 각자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책으로 표현을 하는 거지. 그만큼 책이 많이 출간된다는 건 나는 아직도 봐야 할 책이 많다는 뜻이지. 아직 멀었어.”


한스의 설명에 콜리나가 동의했다.


“그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마이론홀드 왕국에 있는 마법사들이 책을 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조금 과장해서 헤르가르트 대륙에서 출판되는 마법 서적 중 8할은 마이론홀드 왕국 출신 마법사들이 저자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우와아, 정말입니까? 그 정도로 책이 많이 나오는 줄 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럼 많은 책을 만들 종이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


“그야 제지 공장에서 만들겠지. 아! 그러고 보니 셋이 먼저 떠난 지방에 제지 공장이 많다고 책에서 본 것 같아. 뭐라더라? 옛날에는 면 섬유지가 많았는데 근래에는 식물지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어. 식물지를 많이 만드는 곳이 그쪽에 많을 거야.”


역시나 한스는 이런 이야기조차 책에서 보고 배웠다. 헤르가르트 대륙에서 주를 이루었던 건 면 섬유지였다. 식물지에 비하면 만들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페이먼스에 의해 마법이 전파되고 수많은 서적이 나오면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식물지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한스가 언급했듯이 세 사람이 먼저 떠난 남부 지방은 식물지로 사용하기 좋은 나무들이 많았고, 그 나무껍질들을 이용해 고급 종이들을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다른 왕국에 비해서 책을 많이 출간하고 만드는 마이론홀드 왕국은 종이 생산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종이의 질 역시 수준급이었다.


“정말 한스님은 모르시는 게 없으십니다. 서지터님이 늘 말씀하셨듯이 노력형 천재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합니다. 저는 노력도 그저 그렇고, 서지터님처럼 타고난 재능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대신 파시비엔 너는 두터운 신앙심이 있잖아.”


“아닙니다. 고위 성직자분들에 비하면 저는 발톱의 때만도 못합니다. 신앙심이란, 곧 신성마법과도 연결이 되는데 아시다시피 제 신성마법 실력을 별 볼 일 없잖습니까.”


“아니야. 치료 마법과 정화 마법에 관해서는 파시비엔 너도 고위 성직자 못지않아.”


“으헷, 그렇게 띄워주시니까 어깨가 막 으쓱합니다? 역시 한스님 밖에 없습니다.”


어깨가 으쓱하다 못해 파시비엔은 어깨춤까지 추며 즐거워했다. 칭찬은 파시비엔도 춤추게 만드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둘이 서로를 칭찬하는 와중 콜리나가 줄곧 궁금해 왔던 걸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마침 파시비엔의 입에서 서지터에 관한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있잖아. 리벨드 부인이 이해해 달라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어. 서지터 그 애는 검술 실력도 대단한데 마법에 대한 것도 많이 알고 있고, 페트레빈 가문과 연관이 되어 있는데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갑작스럽게 서지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셋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카데스의 경우는 부지런히 아침 식사를 하며 루노바에서처럼 말 못 하는 역할에 충실했지만.


“어······. 그게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한스가 두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난감한 상황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카데스도, 파시비엔도 전혀 도울 생각이 없는 듯했다.


콜리나는 팔짱을 끼고 다리까지 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루노바에서 나랑 만났을 땐 마법에 관심이 많다고만 이야기를 했었지. 그런데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리 관심이 많다 해도 그 정도로 마법에 관한 지식이 해박할 수가 없단 말이야. 뭐 굳이 말 못 할 사정이면 더는 캐묻지 않겠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페트레빈 가문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밖에 없네요. 콜리나씨는 믿을만한 분이니 나중에 서지터 녀석이 돌아오면 한번 물어보세요. 어디까지나 걔 입에서 들으시는 게 가장 좋을 거예요.”


“그래, 그럼 그때까지만 참지 뭐.”


순간 여관 3층의 분위기가 서먹해졌다. 조사단 때는 어쩔 수 없이 서지터의 신분을 호프만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후로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아루베일에서의 일은 둘째치더라도 고향으로 돌아온 후, 계속해서 페트레빈 가문과 엮이는 통에 다들 민감했고 서지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콜리나는 서먹해진 분위기도 풀 겸, 황급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너희는 신전에서 의뢰 어떻게 받게 된 거야?”


“그냥 우연히 용병 길드에 갔다가 안내문 보고 알았어요. 마침 파시비엔도 정식 사제 임관식 때문에 겸사겸사 찾아갔다가 이렇게 된 거죠. 하하.”


“그랬구나. 너희가 이런 큰 의뢰를 맡은 게 안심이 돼. 마침 끔찍하다던 팔라고스 전쟁이 끝이 나서 돌아왔고, 하필 동료 중에 파시비엔 사제가 아그나달린 소속이었고, 우연히 용병 길드에서 안내문을 봤고. 필연이네 이 정도면. 안 그래?”


“그렇습니다. 이게 다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이 함께 해주시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겁니다. 트리스미스에서는 정말 다 죽을 뻔했습니다. 아니? 저희는 그렇다 쳐도 진짜 서지터님은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경기를 일으키고 잠에서 깨는 거 아닙니까.”


“하하, 그래. 그랬지.”


파시비엔처럼 한스 역시 가끔 그날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난생처음 압도적인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던 화이트드래곤 라이자.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오랜 친구의 안부. 모든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고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이자.”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아침 식사를 한 카데스가 드디어 말 못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길어질까 싶었는지 이쯤에서 자르고 조사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


#

콜리나는 리벨드 부인이 부탁한 다른 볼일이 있어 같이 조사를 해줄 순 없었다. 식사 후 세 사람은 여관에서 벗어나 왕국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세상 모든 지식의 창고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건물 높이만 해도 5층에다가 소장하고 있는 책만 해도 50만 부가 넘었다.


오래간만에 왕국 도서관을 찾은 한스는 설레는 표정으로 들어섰지만, 카데스와 파시비엔은 주눅이 들 정도로 표정이 굳은 채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우와, 카데스님. 정말 엄청납니다. 아그나달린 신전에도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절대 이 정도의 규모는 아닙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코볼트와 카데스님이 싸우는 꼴이랄까요? 한스님 표정을 보십쇼.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온 듯 해맑고 상기되어 있잖습니까.”


“그러게. 한스 너는 평생 여자랑 결혼하지 말고 책이랑 결혼해야겠다.”


“하하.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도 연애는 숙맥이지만 나도 결혼도 하고 애도 여럿 낳고 오순도순 살고 싶어. 이번에 집에 다녀오면서 생각한 건데, 나중에 지금 우리 집 옆에다가 조그맣게 집 한 채 지어서 신혼집으로 삼고 싶어.”


“아 그건 둘째치고 여기 너무 넓고 복잡합니다. 이러다가 길이라도 잃겠습니다. 한스님.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어디 보자. 먼저 지리학 관련 서적과 역사 서적이 있는 쪽으로 가야겠지? 내 기억이 맞으면 2층에 있을 거야. 따라와.”


한스를 따라 둘은 2층으로 올라갔고, 한쪽 구석 빈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간단히 파트별로 나뉜 구조에 관해 설명을 듣고 카데스와 파시비엔은 왕국 남부 지역과 관련된 책 두세 권을 뽑아와 읽기 시작했다.


둘이 서너 페이지를 읽는 동안 뒤늦게 한스가 자리로 돌아왔고, 그 모습에 어이가 없는지 파시비엔이 정숙해야 할 도서관에서 기괴한 소리를 냈다.


“히이이익! 한스님, 지금 그걸 오늘 하루 안에 다 읽으시려고 가져오신 겁니까? 미치신 거 아닙니까?”


“끄으응, 무, 무겁긴 하다. 휴우.”


- 쿵.


한스는 몇 권인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책을 한 아름 들고 나타났다. 책상에 어마어마한 높이의 책들을 내려놓으며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사람인데 정독하면 하루 안에 이 많은 걸 다 못 읽지. 속독으로 빨리빨리 읽으면 돼. 빠르게 필요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도움이 될만한 것들 위주로 정리하면 될 거야. 우선 남부 지방 도시들에 관한 역사서가······. 어디 있더라.”


검지로 쌓아놓은 책들의 제목을 훑으며 가장 밑에서 세 번째에 있는 책에서 멈췄다.


“끄으읏.”


“내가 도와줄게.”


책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딱했는지 카데스가 책들을 번쩍 들어 주었다.


“하하. 고마워. 카데스.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드디어 책벌레 한스가 책을 펴 읽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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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화 우연의 법칙 - 23 23.04.25 48 2 16쪽
73 3화 우연의 법칙 - 22 23.04.24 40 2 14쪽
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40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9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6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50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2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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