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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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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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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작성
23.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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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우연의 법칙 - 2

DUMMY

한스는 델로임으로 향했고, 나머지는 여관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누구 하나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섯은 콜리나가 행여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행동하며 다시 돌아온 일상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콜리나는 빠르게 원래의 밝고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 본래 그녀의 성격이 어땠는지 모르는 일행에겐 상당히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밖에 볼일이 있다며 나갔다 온 콜리나가 각 방을 돌며 다섯을 한 곳에 불러 모았다.


- 벌컥.


“모여볼래? 해줄 얘기가 있어.”


콜리나가 서지터와 카데스가 쉬고 있는 방까지 열어 말을 전했다. 어쩐 일인지 책을 다 보고 있던 서지터가 무신경하게 침대에다 책을 던지고는 카데스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들이 머무르고 있는 따스한 휴식처라는 여관의 구조는 가네다 마을에서 겨울을 보냈던 코왈든의 여관과 비슷했다. 휴게실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방이 자리 잡고 있고, 식사도 종업원이 따로 올려줄 정도로 편한 곳이었다. 여관 3층에 머무는 일행은 리벨드 부인이 신경을 써준 덕에 한 층을 전부 사용하는 셈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일단 모여봐.”


여자 방의 레일라와 아리엘, 용병단 예비대에서부터 같이 생활했던 서지터와 카데스가 각자 편한 복장으로 휴게실의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야! 파시비엔! 너 뭐해? 안 나와?”


“네, 네! 갑니다. 갈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파시비엔이 허겁지겁 나오자 서지터가 면박을 주었다.


“느려 터져서! 빨리빨리 안 움직여?”


“왜 또 그러십니까? 저 에리카님에게 편지 쓰고 있었습니다. 감정의 흐름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이었기에 끊을 수가 없었던 것뿐입니다.”


“연애편지나 쓰고 있고 팔자 좋네.”


“물론 지난번 라톰프 신전의 대사제에 대해서 알아봐 주실 수는 없는지도 적었습니다. 절 너무 띄엄띄엄 보시는 거 아닙니까? 이 일에 대해서 제가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서지터님은 감히 제 깊은 뜻은 모르실 겁니다.”


“그러시든지. 근데 콜리나. 무슨 일인데요?”


서지터는 파시비엔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콜리나가 모두를 모이게 한 일에 관해 물었다. 항상 싸우기는 해도 여전히 밝고 유쾌한 이들을 보자 콜리나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내 거취에 관해 이야기해주려고.”


“설마 떠나실 건 아니죠?”


“방금 리벨드 부인 만나고 왔어.”


“아아! 콜리나님께서 떠나신다면 너무나도 서운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디에 계시더라도 제가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사제님, 미안하지만 떠나진 않을 계획이야. 너희랑 같이 의뢰를 받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않겠지만 여기에 머물면서 너희를 돕고 싶어.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야.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겸손한 그녀의 발언에 레일라가 대답해주었다.


“설마요.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솔직히 내가 너희를 돕는다는 게 웃긴 이야기긴 해. 내 도움 같은 거 없어도 너희가 알아서 잘할 거잖아. 나는 그냥 개인적으로 마법 연구도 하면서 틈틈이 너희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알려줄게.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해.”


“이왕 말이 나왔으니 그럼 몇 가지 물어봐도 되죠?”


“그럼. 얼마든지 물어봐.”


“예전에 콜리나와 동료들은 주로 어떤 일은 한 거죠?”


레일라의 질문에 콜리나는 잠시 예전 일들에 대해 떠올렸다. 약 1년 정도 리벨드 부인이 준 의뢰들을 맡아왔었다. 물론 일행과 마찬가지로 페올루안테의 아그나달린 신전을 통해 일을 시작했다. 안타깝게 결과는 자신 이외에 모두 죽어버렸지만.


“주로 우리가 했던 일들의 과정도 너희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리벨드 부인이 조사의 필요성을 느낀 정보들을 선별하시지.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의 역량에 맞춰 일을 주신 건 아닐까 싶어. 루노바 일 전까지는 어떤 마을에 발생한 특이한 일들, 또는 정체불명의 마법사와 관련된 일들이 대부분이었어.”


“자세히 얘기해줘요.”


“특이한 일 같은 경우는 작은 영지에서 벌어졌던 일이야. 그곳 영주는 소문에 의하면 이스미르 후작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람이었지. 하지만 조사를 제대로 끝마치기도 전에 영주는 자살했어. 그래서 별수 없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일 중 하나는 꽤 오랜 기간 사람들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아서 조사에 나서기도 했고.”


“오랜 기간이면 얼마나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20년에서 30년 정도 될 거야. 하지만 그 일도 결국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했어. 실종자의 수가 상당히 많았음에도 제대로 마무리 못 했지. 혹여 누가 잡아갔다거나 죽였다거나 그런 가능성을 보고 많이 알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실종자 수가 대체 얼마나 됐길래요?”


“대략 300여 명.”


그 말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그렇게 많은 숫자가 실종되었음에도 아무런 단서조차 없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너희도 알겠지만 이스미르 후작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이야. 너무 오래전부터 벌어진 실종 사건이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나섰던 거였고.”


“그럼 그쪽 영주나 관리들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 건가요?”


“응.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도.”


“심각한 일들이 많네요.”


“인근에 거주하던 사람들도 있지만, 실종자 대부분이 여행자나 떠돌이가 많았으니까 조사하기조차 쉽지 않았던 거지. 그리고 우리가 정체불명의 마법사를 조사했던 건 우리 이전의 모험가들 때문이었어. 리벨드 부인의 의중도 그 일에 더 집중하기를 바랐고. 너희들도 한스라는 마법사가 친구로 있으니까 잘 알겠지? 고위 마법사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소파에 반쯤 누운 채 편안한 자세로 서지터가 대답했다.


“그렇죠. 다크 스컬도 특히 생명계열 마법에 능통한 고위 마법사라면 고위 마법사였으니까.”


“그래, 처음 그의 존재가 등장하게 된 건 방금도 말했지만, 이전 모험가들과 단 한 번 마주쳤던 거 같아. 상대가 아무래도 실수를 했던 모양이야. 안타깝게도 그 만남이 모험가들 쪽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다들 죽었으니까. 나처럼 유일하게 살아 돌아와 마법사가 배후에 있다는 걸 말한 자도 결국 죽었거든. 그걸 단서로 주로 그의 행적을 조사했지만 크게 알아낸 건 없어.”


“어떤 단서였는데요?”


“그가 마이론홀드 출신이 아니라는 점. 2년, 혹은 3년 전 이곳으로 왔다는 점. 오게 된 경로가 어떻게 되고 그때 마주쳤던 사람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봤지. 이스미르 후작 쪽으로 붙기 전까지 수개월 간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거 같아. 우리가 했던 추측이긴 하지만 자신이 기생하며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돌아다닌 건 아닌가 싶어.”


서지터는 정체불명의 마법사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리엘이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걸었다.


“지터, 왜?”


“응?”


“막 고개 흔들었잖아.”


“아아, 그거? 대단한 사람 같아서. 불과 몇 년이야. 그 사이에 이곳저곳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고, 자신의 수하로 실력 있는 자들까지 포섭했어. 그자들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우리와 비슷하거나 훨씬 많을 수도 있거든.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붙을 자를 알아보고, 세력을 모으고, 여러 가지 더러운 짓거리들을 할 정도라면 상당히 계산적이고 치밀한 인간이란 뜻이겠지.”


“그래, 우리가 알아본 바로도 그럴 거 같아. 다만 이곳에 오기까지의 행적들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평범한 떠돌이 마법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야. 더군다나 이스미르 후작이 든든하게 후원을 하고 있다면 더 빠르게 자리를 잡았을 거야.”


레일라가 다른 점이 궁금했는지 손을 번쩍 들어 콜리나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나 진짜 궁금한 거 있어요.”


“응, 물어봐.”


“그럼 이스미르 후작이 있는 곳에 사람을 보내서 정보를 캐오면 되는 거 아니에요? 마이론홀드 곳곳에 나이트 플라워 사람들이 박혀있다면서요. 상단을 이용해 이곳저곳 소문을 모은다면 그곳도 드나들 수 있지 않나요?”


“그거라면 간단해. 지난번 필토가 말한 마르테아 섬에 관한 이야기 기억하지? 이스미르 후작의 근거지가 그곳과 상당히 가까워. 이스미르 후작이 왕처럼 지내는 곳은 라투일이라는 도시야. 이스미르 후작이 그곳으로 쫓겨가기 전부터 라투일이나 인근 지역은 상당히 폐쇄적인 곳이라고 들었어.”


“라투일이라면 그럴 수 있죠. 그 지역 역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옛날부터 왕국과 문제가 많았던 곳이니까.”


“그런데 라투일과 거래하는 상단은 단 한 곳이야. 그에 대해선 우리도 소문으로만 들었고, 자세한 조사는 하지 못한 상태였어.”


“설마 그 상단이 히크에 있는 상단인가요?”


“어, 맞아. 난 마이론홀드 왕국 출신이 아니라 소문을 들은 바로는 많은 도적 길드를 통합하고 꽤 몸뚱이가 큰 상단을 만들었다고 해. 물론 이스미르 후작이 뒤를 봐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어쨌든 그 상단이 독점해서 라투일과 거래를 하고 있어. 경계도 심한 편이라 여행자인 척 들어가기조차 힘들고, 상단인 척 알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야.”


콜리나의 말이 끝날 즈음, 네 사람은 레일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복수해야 할 대상인 윌리, 빌리 형제는 이스미르 후작의 지원에 힘입어 도적 길드들을 통합한 후 그곳의 본거지인 라투일과의 거래를 독점하며 세력을 키웠다. 이스미르 후작이나 윌리, 빌리 형제 양쪽 모두 레일라가 수도를 떠나 있던 동안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레일라는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삐쭉 입술을 내밀며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뭐? 왜? 어쩌라고?”


“아냐.”


“어차피 지난번에 이야기 들어서 알고 있던 건데 뭐. 이스미르 후작과 윌리, 빌리 형제 놈들과 엮여 있으면 뻔한 거겠지. 괜찮아. 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들과의 악연에 대해 처음 듣는 콜리나가 신기한 듯 레일라를 바라보았다.


“레일라는 그쪽과 연관되어있는 거야?”


“네. 어쩌다 보니 악연으로 엮여 있네요.”


“그렇구나. 방금 말한 것처럼 너무 서두르지 마. 의뢰의 무게에 따라 리벨드 부인이 잘 골라서 일을 맡길 거야.”


“알고 있어요. 지난 첫 만남 때도 리벨드 부인과 그 얘기는 했어요. 솔직히 떠나 있는 동안 너무 많이 바뀌어 있어서 알아보기도 쉽지 않았거든요.”


“잘 생각했어. 아마 너희들이라면 머지않아 그쪽과 만날 거야. 내 생각이지만 너희에겐 그동안 맡기지 않았던 것들만 골라서 의뢰를 할 거 같아.”


콜리나의 말에 서지터가 짜증을 부리듯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 이건 뭐 갈수록 태산이야. 처음에는 정체불명의 마법사에서다 그놈 밑에 있는 놈들로 추정되는 무지막지한 놈들, 빡빡한 의뢰들만 또 골라서 줄 거고. 다음엔 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다.”


“너 엄청나게 강하잖아. 왜 죽는소리야. 라톰프 신전에 제일 강하다던 영광의 6인도 가지고 놀 정도면서.”


“그건 걔들이 약했던 거고요. 영광은 무슨. 걔들은 딱 모자란 6인이었어요. 나보고 도적이라고 한 놈들이면 실력도 뻔하죠.”


“그건 서지터님이 비정상 아닙니까? 세상천지에 서지터님같은 스타일의 전사는 없습니다. 이건 도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사도 아니고. 검은 양손에 들고 싸우시잖습니까.”


“야! 누가 봐도 전사지. 남들보다 조금 빠르고 날렵한 전사라고 해줘.”


콜리나는 이들과 오래 같이 지내지는 않았지만 둘이 말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음을 알기에 이 정도에서 정리했다.


“어쨌든 필토씨가 말했던 것 중에 사람 찾는 일은 아마도 그 마법사와 관련되어 있을 거야. 마르테아 섬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루노바 때만큼 힘들 수도 있고. 푹 쉬면서 준비해둬.”


“고마워요. 앞으로 많이 도와줘요.”


다들 이전 이 일을 맡았던 콜리나의 존재가 든든했다. 크건 작건 분명 여러 도움과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녀였으니 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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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40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50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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