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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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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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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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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글자수 :
1,515,958

작성
23.04.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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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사람이 사람에게 - 1

DUMMY

- 촤하아아아.


물살을 가르며 해적선 한 척이 항해 중이다. 벨라가 선장의 자리에 앉으며 다시 원래의 이름을 되찾은 루커 해적단. 그녀가 몸담았던 해적단의 이름은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해적단으로 이 지역에서 꽤 악명 높은 해적단이었다. 지금은 고작 20여 명밖에 안 남은 상태라 새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이유로 루카스를 비롯해 한때 배신을 하다 다시 한 배를 탄 동료들이 그녀 이름인 벨라 해적단으로 이름을 바꾸길 원했지만 벨라는 고집을 부리며 예전 해적단의 이름과 해적 마크까지 동일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 수습해야 할 것들도 산처럼 쌓여있고 선원들도 충원해 해적단의 규모를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우선 루커 해적단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목숨을 빚진 여섯의 여행자를 마르테아 섬까지 데려다주는 일이었다.


“우웨에에엑!”


“한스님, 뱃멀미를 이겨내는 방법은 먼 곳을 응시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한 번 해보시지 말입니다.”


“하아아. 그냥 파시비엔이 신성마법 좀 써 주면 안 될까? 떠나기 전에 먹은 것들을 다 토해내게 생겼어. 우웁! 우웨엑!”


“고작 이런 걸로 제 신성마법에 의지하시려 하는 겁니까? 저는 한스님을 그렇게 나약하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한 번 해보십쇼. 한스님이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한스는 배의 난간에 힘겹게 기대어 서서 뱃멀미하는 중이다. 그런 한스를 딱하게 여길 법도 했지만 파시비엔은 단호하게 신성마법 써주는 것을 거절해버렸다. 그런 그를 대신하여 레일라가 꿀밤을 놓으며 응징을 해주었다.


- 딱!


“키우긴 누가 누굴 키워? 넌 한스가 불쌍해 보이지도 않니? 가뜩이나 하얀 얼굴 완전 밀가루처럼 새하얘졌네.”


“레일라님, 요즘 부쩍 한스님 편만 드시는 거 아십니까? 이렇게 편애하기 있습니까?”


“편애는 무슨? 나는 서지터 쟤 빼고 너희들 모두에게 한결같이 자애로운 사람이라고.”


“제 눈은 못 속이십니다. 평소 같았으면 아리엘님과 놀기 바쁘셨을 텐데 요즘 자꾸 한스님 주변에 맴돌고 계시지 않습니까.”


“뭐라는 거니?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신성마법 안 써줄 거면 쟤 등이라도 두들겨줘.”


“우웨엑! 괘, 괜찮아. 레일라.”


한스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파시비엔의 말에 순간 민망함을 느낀 레일라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뒤돌아 걸어가던 레일라는 자리에 멈춰 서서 파시비엔의 말이 사실인지 곱씹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껏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스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레일라도 뱃멀미할 거 같아?”


“어? 아니? 아냐.”


카데스는 한스가 뱃멀미를 하든 말든 열심히 빵을 뜯어 먹으며 레일라 옆을 지나쳐갔다. 카데스는 곧 편하게 자리에 앉아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고, 아리엘은 서지터 옆에 바짝 붙어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둘이 있는 곳으로 가 봤자 속만 뒤집힐 거 같은 레일라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벨라가 있는 선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터!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렸을 때도 퓨리가 나타났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거지? 잘 기억해봐. 까먹었을 수도 있잖아.”


아리엘은 서지터에게 들러붙었던 퓨리의 일 이후로 절대 그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혹시라도 퓨리가 다시 접근한다면 자신이 가장 먼저 눈치채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이거 비밀로 할 거야?”


“응! 뭔데? 말해줘.”


서지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친구들의 모습을 살폈다. 다행히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친구들은 없었다. 한스는 뱃멀미하느라 정신없었고, 그런 그의 등을 두드려주는 파시비엔. 카데스는 멀찍이 앉아 배를 채우는 데 급급할 뿐이었다.


귀가 밝은 레일라마저 선실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서지터는 아리엘의 뾰족한 귀를 살짝 잡아당겨 귓속말로 조용히 말을 꺼냈다.


“사실 기억도 안 났었는데 아리엘이 자꾸 물어봐서 좀 전에 떠올랐어.”


”어?“


그 말에 아리엘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 아주 어릴 때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걸 알고 나서 미치기 일보 직전인 적이 있었거든. 이 얘기 솔직히 쪽팔려서 한스도 모르는 건데 얼마 전에 다크 스컬이랑 마주할 때 내가 말한 적이 있어. 내가 가진 힘으로 이 나라고 가문이고 뭐고 싹 다 뒤집어엎어 놓고 싶었다고.“


”저, 정말이야?“


”응. 그때 잠들었는데 누군가 내 귀에 속삭였던 거 같아. 네가 하고 싶은 거 도와준다고.“


아리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퓨리는 아마도 20여 년 전부터 불안한 서지터의 심리상태를 꿰뚫고 집요하게 그를 노리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다 한들 심리상태에 금이 가면 언제라도 퓨리가 비집고 들어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서지터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처럼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보니까 그땐 그냥 꿈을 꿨던 거라고 느낀 거 같아. 사실 대단한 꿈같지도 않았어. 그냥 그게 다였거든.“


”정말 큰 일이다. 지금은 분명 퓨리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어. 내가 24시간 지터 옆에 붙어 있을 수도 없고. 어쩌지?“


아리엘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심각하게 말했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지터는 평소처럼 히죽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굴었다.


”히히. 걱정하지 마. 앞으로 쉽사리 못 나타날 거야. 너희들도 있고 행여 또 나타나더라도 내가 이겨.“


”하지만······!“


”정령사인 아리엘이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걱정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그냥 느낌이 그래. 또 나타난다 해도 퓨리한테 굴복당하거나 질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한 번 겪어봤으니 요령이 생긴 기분이랄까?“


해맑게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서지터의 말투에선 단호함이 느껴졌다. 아리엘은 별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서지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마르테아 섬 느낌이 별로 안 좋아.“


”그래?“


”응.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건 둘째치고라도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


해무가 짙게 낀 어두운 새벽. 꽤 오랜 시간 항해해 왔지만 언제 도착할지 알 길이 없었다. 처음 이 임무를 맡고 마이론홀드를 떠날 때처럼 막막하고 불안한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 끼이익.


선실 안에서 벨라와 루카스, 그리고 조금 전 들어간 레일라 세 사람이 밖으로 나와 일행을 불러 모았다. 서지터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벨라가 모인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해도를 보니 이제 곧 도착이야. 해무가 너무 짙어 섬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다들 입도를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아! 그렇습니까? 항해가 더 지속됐더라면 뱃멀미로 한스님이 뼈만 남으셨을 겁니다. 천만다행이지 말입니다.“


”으으으. 살았다.“


벨라의 말에 안심이 됐는지 더는 뱃멀미를 할 기운이 없는지 한스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각자 짐 챙기고 내릴 준비 하자. 그러고 벨라 너는 내 보물 챙겨서 다시 돌아오는 거 잊지 말고. 행여 열흘 뒤에 안 오기만 해? 이 넓은 바다를 다 뒤져서라도 이 거지 같은 해적단 내가 씨를 말려버릴 테니까.“


”흠흠!“


독설을 퍼붓는 레일라를 뒤로 하고 벨라는 몸을 돌려 해적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곧 마르테아섬이다. 항구로 들어가진 못하니 작은 배 한 척 내릴 준비 하고.“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해적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최대한 빠르게 여섯을 마르테아섬에 내려주고 저주받았다는 소문의 이 섬을 빨리 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여섯은 배 두 척에 나눠타고 드디어 마르테아섬 땅에 발을 내디뎠다. 벨라를 비롯한 해적들은 해안가에 내리지도 않고 서둘러 해적선으로 노를 저어 돌아갔다. 되돌아가기 전 벨라의 마지막 말은 현재 여섯이 내린 곳은 섬의 최남단 해안가라는 것과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30분 정도 걸어가면 마을이 하나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드디어 마르테아섬에 도착한 게 감격스러웠는지 파시비엔은 비릿한 바다 내음을 폐 속 깊이 들이마시며 말을 꺼냈다.


”후으으으읍! 하아아아아.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무슨 섬 하나 들어오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 겁니까?“


”그러게 말이야. 나는 뱃멀미까지 하느라 더 죽을 거 같아.“


한스 역시 깊게 숨을 들이쉬며 뱃멀미로 뒤집힌 속을 달래었다. 그런 한스가 딱해 보였는지 레일라가 그의 등을 다독이며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간략히 설명했다.


”우선 해뜨기 전에 가장 가까운 마을 근처에 도착해서 분위기를 좀 파악해 보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보고 그때 움직여야 할 거 같아.“


”그래야겠지. 이런 임무는 레일라가 잘하니까 믿고 맡길게.“


카데스가 몸을 풀며 레일라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반면 섬에 도착하면서부터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서지터가 신경 쓰였는지 레일라가 인상을 팍 쓰며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넌 왜 그래? 무슨 똥 마려운 강아지가 마냥 두리번두리번! 정신 사납다고!“


”어우쒸, 눈치 빠른데? 나 똥 마려운 건 어떻게 알았냐?“


”이 자식은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없지? 더럽게 진짜! 이 상황에 그게 그리도 급하니?“


”아, 몰라.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봐. 생리현상인 걸 내가 무슨 수로 막냐. 잠깐 기다려봐. 어우! 쌀 거 같아. 나 똥 좀 싸고 올게.“


꽤 급박한 상황이었는지 서지터는 까치발을 들고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숲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서지터는 숲에서 한참을 부스럭거릴 수밖에 없었다. 중무장한 상태라 큰일을 한 번 보려면 차고 있는 보호대부터 장비까지 벗어야 겨우 바지를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 서지터님이랑은 더러워서 같이 일 못 하겠습니다. 페올루안테로 돌아가면 제가 꼭 카렌님에게 똥쟁이라고 일러버리겠습니다.“


”쯧쯔, 가끔 보면 저 꼴통이 마법학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는 천재라는 게 안 믿겨질 정도야. 한스! 너 솔직히 말해봐. 쟤가 정말 천재 소리 듣던 놈 맞아?“


레일라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가장 오랜 시간 그를 지켜 보아왔던 친구를 바라보자 한스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모르겠다. 이젠 나도 긴가민가해.“


일행은 포기한 듯 한참을 기다리다 숲에서 부스럭거리는 걸 보자 짐을 챙겨 움직일 채비를 갖췄다. 하지만 숲속에선 뜻밖의 서지터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아아악!“


갑작스런 서지터의 비명에 모두의 시선이 그가 간 방향으로 집중되었다. 서지터는 바지춤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숲 밖으로 뛰쳐나왔다. 워낙 추한 몰골이었기에 다들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쓰며 한마디씩 욕을 퍼부어줄 준비를 하던 찰나, 파시비엔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눈이 동그래져 말까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조, 조, 좀비······?“


아직 어두운 터라 다른 일행 눈에는 그냥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걷는 사람들의 형체로만 보였다. 하지만 파시비엔의 눈엔 서지터의 뒤를 느릿느릿 뒤쫓아 오는 10여 명의 시체나 다름없어 보이는 좀비들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그가 서둘러 품 안의 성표를 꺼내 들자 성표는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저들이 좀비임을 확신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좀비가 왜······?“


- 털썩!


”아리엘?“


”아리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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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화 우연의 법칙 - 23 23.04.25 48 2 16쪽
73 3화 우연의 법칙 - 22 23.04.24 40 2 14쪽
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39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8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3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1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49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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