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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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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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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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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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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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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우연의 법칙 - 7

DUMMY

“으으, 책을 너무 오래 봤네.”


한스는 눈을 비비적거렸다. 카데스와 파시비엔은 책을 보는 척 꾸벅꾸벅 졸다가 한스의 한 마디에 조용히 눈을 뜨며 다시 책을 읽는 시늉을 했다.


눈치 없이 파시비엔이 기지개를 켜며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한스님, 뭐 건진 거라도 있으십니까?”


“잘 모르겠어. 역시 난 정리하는 방면으로는 영 아닌가 봐. 이런 건 서지터 녀석이 잘하는 건데 말이야.”


벌써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게 3일이나 되었다. 대단한 정보들은 아니었지만, 책과 떨어지지 않는 한스가 나름 여러 정보를 긁어모을 수 있었다.


피곤해하는 한스가 걱정되었는지 카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 한스 너 좀 쉬어야 해.”


“그래. 하하.”


셋이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 한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책을 통해 알아낸 걸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지리적으로 마르테아 섬은 꽤 폐쇄적인 곳이었어.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듯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고. 왕국 최남단 서쪽 해안 지역은 파로안 군도라고 해서 섬이 꽤 많은 곳이야. 마르테아 섬은 그 지역 섬 중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그리고 다른 건 기록을 보니까 한때 파로안 군도에 해적이 엄청 많았었나 봐.”


“해적 말입니까?”


“응. 거긴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도 상당히 많고 해안선이 복잡해서 해적들이 숨기 좋은 곳이었던 거 같아. 지금이야 해적들이 많이 소탕되어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여전히 해적들이 살아남아 있나 봐.”


“그럼 해적들하고 이번 일하고 연관이 있는 겁니까?”


파시비엔의 질문에 한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세한 건 인근 해안 마을에 도착해야 알 수 있겠지만 해적들과 엮인 어떠한 정황이나 증거들을 도서관에서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야 모르지. 해적들과 관련된 걸 수도 있고. 하지만 최근 해적들의 세력이 많이 줄어든 것만은 확실해. 내 추측이지만 해적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커 보여.”


가만히 한스의 설명을 듣던 카데스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내 생각이지만 해적이 이번 일에 원인 제공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철저히 비밀스럽진 못할 거야. 더군다나 리벨드 부인이 해적들의 짓을 모르시진 않을 거야.”


“나도 같은 생각이야. 먼저 출발한 선발대 셋이 쓸만한 정보를 많이 캐내기를 바래야지. 아! 그런데 좀 전까지 내가 보던 책에서 나온 내용인데 마르테아 섬은 조금 특이한 거 같아.”


“특이하다면 뭐가?”


한스가 쉬기 직전까지 보던 책의 제목은 ‘파로안 군도의 문화와 종교’라는 책이었다. 출판된 지 꽤 오래되어 낡디낡은 책. 그 책에서 읽은 내용을 한스가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파로안 군도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마르테아 섬은 13주신을 믿지 않은 모양이야. 섬이다 보니 대부분 바다의 신인 핀을 믿는 곳이 많아. 처음에는 아니었더라도 지금 인근 섬은 많은 주민이 핀을 믿지.”


한스의 말에 파시비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13주신이 아닌 무얼 믿는다는 말씀이십니까? 혹시 또 루노바처럼 허무맹랑한 종교나 그런 걸 믿는 거 아닙니까?”


“하하. 걱정하지 마. 그건 아니고 그냥 그 지역에 토속신이나 민간신앙을 믿는 섬이 많은 것 같아. 예를 들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의 인물이라든지, 또는 동물이나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아무래도 폐쇄적인 섬이다 보니 13주신의 성직자들이 포교 활동이나 선교 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 거야.”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굳이 먼 섬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콕 집어 핀 신전 소속의 성직자가 아니라면 굳이 섬에 포교 활동을 하기 위해 가지는 않을 겁니다.”


“응. 파시비엔 말이 맞아. 그렇다 보니 섬사람들이 믿는 민간신앙이 섬의 문화나 생활 방식에 깊숙이 침투해 있을 거야. 특히나 마르테아섬은 다른 섬에 비해서 육지와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거고.”


“그럼 마르테아섬은 정확히 어떤 토속신이나 민간신앙을 믿었는지도 책에 나와 있습니까?”


파시비엔의 질문에 한스는 조금 전 읽은 책의 내용을 말해주었다.


“마르테아섬은 종교라 보기엔 무리가 있고 대부분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신 같은 거야. 예를 들어 지금은 뱃사람들에게 일반적인 일이 되어 있지만, 배에 여자가 타면 재수가 없다거나 바다의 신인 핀이 아닌 바다 자체에 기도를 드린다거나 하는 것들이야. 하지만 만선을 기대하며 바다에 기도나 의식을 치를 땐 살아있는 제물을 바치기도 했나 봐.”


제물이라는 말에 카데스와 파시비엔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한스는 둘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옛날에는 처녀를 바다에 제물로 바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거 같아. 하지만 마이론홀드 왕국이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야만적이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금지했대. 그래서 별수 없이 동물들을 대체 용도로 제물로 삼았고, 그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거 같아. 문제는 아직도 그런 악습이 여전히 남아있어. 당시 풍습 중에 제물로 낙점된 처녀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뒤꿈치 힘줄을 끊었다고 하더라.”


“으이잇. 어떻게 그런 짓을 한답니까? 그런데 이제는 처녀들을 제물로 바치지도 않는데도 상처를 입히는 겁니까?”


“응, 방금 말했듯이 악습이지. 정략결혼을 부모들끼리 약속한 상태에서 간혹 뭍으로 나가려거나 결혼을 거부하는 여자의 뒤꿈치 힘줄을 끊는 거 같아. 그런 일까지야 관리나 단속 자체가 힘드니까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고. 그리고 더 끔찍한 건 책에는 간략하게 나왔지만, 이상한 주술을 쓰는 주술사가 있는 모양이야.”


“주술사?”


“그에 관한 건 오늘 돌아가면서 필요한 책들을 좀 사려고. 나도 그 지역의 주술 같은 건 전혀 모르니까 좀 알아둬야 할 거 같아. 의식을 앞장서서 치르는 건 주술사들이야. 느낌은 그냥 마법사와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또 뭔가 다르겠지.”


이해하기 어려운 한스의 말에 카데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다르다는 건 무슨 뜻이야? 서지터 녀석이 있었더라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알다시피 난 마법에 관해서는 잘 모르니 설명 좀 해줘.”


“간단해. 우리가 알고 있는 헤르가르트 대륙 마법의 역사는 대마법사 페이먼스가 등장한 시기부터잖아.”


“그렇지.”


“하지만 그쪽 지역의 주술사라는 자들이 쓰는 주술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거 같아. 그런데도 역사적으로 마법이라고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지. 그 말은 즉 일반적으로 알려진······. 으음, 서지터 녀석의 주장대로 마나의 흐름과 파동을 느끼고 쓰는 것과 다르다는 이야기야. 추측이지만 마나를 이용한 건 절대 아닐 거야. 그러니 마법이라고 인정을 받지 못하고, 대부분 끔찍한 주술들이라 금지되어 있겠지.”


“그럼 마르테아섬도 그런 주술사들이 많다는 이야기야?”


“글쎄? 옛날에는 많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형식적으로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점쟁이 같은 일 정도나 하지 않을까 싶네? 직접 가봐야 알 거 같아. 어쩌면 안 좋은 일들이 그 주술사들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직은 다 가정이고 추측일 뿐이라 셋과 만나서 정보들을 캐야겠지? 무엇보다 언제나 해답은 우리가 가장 믿는 녀석 머릿속에 있으니까. 하하하.”


누구보다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믿는 서지터의 얘기였다. 언제나 기발한 생각들과 계획을 짜내는 그라면 분명 해결책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한스는 그 말을 끝으로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도서관에서의 일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고,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술사나 그들이 사용하는 주술에 관한 책들에 관해 서점에 들를 작정이었다.


#

여관으로 돌아간 세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콜리나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든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세상 경험을 몇 년이라도 더 해본 그녀라면 조금이라도 주술사에 관한 이야기나 그들이 사용하는 주술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셋의 기대와는 달리 돌아온 답변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주술이라······. 나도 그런 것만 있다고 얼핏 들어봤지. 정확하게는 잘 몰라. 어떻게 쓰는지, 무슨 능력으로 쓰는지조차 아는 게 전혀 없어.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옛날에 주술사들은 파로안 군도 쪽에서 상당히 활개를 쳤다는 정도? 아마 지금은 별거 없을 거야.”


한스가 도서관 책에서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점에 들러 주술에 관한 책을 서너 권 사 오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터라 답답할 뿐이었다.


“그럼 콜리나씨. 이번 의뢰와 주술사들이 관련이 있을까요? 그것과는 또 다르게 파로안 군도 쪽에 해적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해적들과 마르테아섬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수도 있고요.”


“해적이나 주술사나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분명한 건 두 가지 경우 모두 예전만 못하다는 거야. 책에서 봤으니 알겠지만, 군도 쪽에 주술사들은 마이론홀드 왕국이 세워지면서 힘이 많이 약해졌어. 그리고 해적들 역시 그동안 많이 소탕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 숫자가 줄어든 상태고. 내가 알기론 옛날에 크고 작은 해적 무리가 수십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지금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도지.”


“다른 경우일 수도 있단 말씀이시죠?”


“그냥 내 생각은 그래. 해적이나 주술사가 뭔 짓거리를 하기에 오랜 시간 힘이 너무 많이 빠진 상태야. 너무 그쪽으로 얽매이지 마. 여전히 핵심은 이스미르 후작과 그의 본거지인 라투일이야. 전에도 말했지만 리벨드 부인의 촉이 상당히 좋다고. 지난번 루노바에서 대사제란 인물을 죽인 자들과 엮여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 정체불명의 마법사는 아마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거야.”


“왜죠? 라투일과 가까운 마르테아섬이라면 그가 직접 나섰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긴 해. 그자의 수하들일지, 아니면 동료들일지 모르겠지만 새롭게 등장한 세력의 존재가 나타난 마당에 본인이 나서진 않겠지. 말이 나왔으니 얘기해주는데 나는 아마 조심스럽게 그들의 존재에 대해 파볼 예정이야. 리벨드 부인이 나한테 부탁했거든.”


꽤 위험한 일이기에 셋은 깜짝 놀랐다.


“콜리나님. 너무 위험하신 거 아닙니까? 저희가 루노바에서 본 바로는 정말 보통 놈들이 아닐 겁니다. 게다가 혼자 조사하시는 거면 더욱 위험하실 겁니다. 차라리 우리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사제님 걱정은 고마운데 우르르 몰려다니면 오히려 눈에 띄기가 더 쉬워. 너희도 그래서 셋씩 나눠서 움직이는 거잖아. 차라리 나 혼자 조용히 알아보는 게 훨씬 덜 위험할 거야. 너무 깊숙이 팔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 표정들 짓지 말라고. 아주 작은 단서만 내가 알아내면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봐. 내가 너희를 도울 일은 딱 거기까지 같으니까.”


그녀의 설명이 이해되었는지 카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언제부터 움직이시나요?”


“우선 나이트 플라워 쪽에서 이것저것 알아본다니까 상황 봐서 상단에 껴서 같이 움직이거나 의심쩍은 정보가 있으면 파 보려고. 너희가 돌아올 때쯤이면 여관에 없을 수도 있어. 미리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얘기해둘게. 아침에 마중은 못 해줄 테니까 말이야. 호홋.”


“네, 감사해요. 콜리나씨도 조심해서 다녀오시고 좋은 정보 얻어오셨으면 합니다.”


“고마워. 너희도 항상 조심해.”


세 사람은 앞서 떠난 친구들의 상황이 궁금했다. 물론 사고 치는 서지터 때문은 아니었다. 수도에서 도서관에 있는 자료들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건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부디 세 사람이 좋은 정보를 알아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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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49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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