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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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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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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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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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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우연의 법칙 - 3

DUMMY

여섯은 지난번 나이트 플라워에 처음 방문했을 당시 의뢰에 대해 의논했던 방에 모여있었다. 한스가 돌아온 후 사흘이 지난 뒤에 필토가 직접 찾아왔고, 리벨드 부인에게 다음 의뢰를 전해 들었다.


분위기는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사뭇 어두웠다. 이번에 받은 의뢰는 지난번 필토가 이야기를 해주었던 마르테아 섬에 관한 일이었지만, 어떤 일인지부터 루노바 때처럼 조력자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다들 너무 말없이 앉아있자 한스가 입을 열어 의뢰에 대해 정리를 했다.


“일단 마르테아 섬이라는 곳이 현재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는 뜻이잖아? 인근으로 갔던 상단들조차 별다른 소문도 듣지 못한 상황이고.”


한스의 설명에 레일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무런 소문이 없는 건 아니지. 저주받은 섬이라고 그 근처에 가는 것마저 꺼린다고 했으니까.”


“도대체 왜 저주받은 섬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일단 출발 전에 내가 마르테아 섬이나 인근 지역에 관한 것들을 알아볼게. 막상 거기에 가서도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그럼 그나마 우리 쪽에서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것에 관해 이야기해 주지.”


“네, 아저씨. 부탁드려요.”


필토는 꼿꼿하게 선 채 팔짱을 끼고 마르테아 섬에 관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마르테아 섬은 육지에서 뱃길로 반나절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아주 작은 섬도 아니지. 인구가 대략 2천여 명 정도 될 거니까. 섬의 크기도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닐 거야. 그러니 자급자족이 돼서 뭍에서 생필품 같은 걸 실어나르지 않겠지. 저주받은 섬이라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일 거다.”


“또 다른 건 없나요?”


“답답하긴 우리도 마찬가지야. 대부분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입에 담기도 꺼렸으니까. 힘들겠지만 너희가 알아봐야 할 거다. 섬에 직접 들어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


한스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은 직접 가 알아보는 방법뿐이었다.


“그럼 우선 마르테아 섬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네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직접 눈으로 봐야 정확할 테니까요.”


한스의 표정이 어두웠다. 루노바 때와는 다르게 아무런 정보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력 있는 적들의 존재까지 나타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한스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필토는 일행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마르테아 섬과 별개의 얘기긴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지난 첫 의뢰에서 확신이 서신 모양이다. 이전 모험가들보다 일을 잘 해결해주었고, 쉽지 않은 일을 다친 사람 하나 없이 해결하고 왔으니 말이야. 팔라고스 전쟁에서 조사단 일 역시 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그만큼 앞으로는 너희 수준에 맞는 일들을 맡기시겠지.”


필토의 말에 서지터가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꼭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쉬운 일 좀 주면 안 돼요? 잔인하고 무지막지한 놈들까지 나타난 마당에 그렇게 굴려야 속이 시원합니까?”


“인마! 그러길래 누가 그리 대단한 용병이 돼서 나타나래? 예비대 정도였으면 딱 좋았잖아? 검은 늑대가 뭐야? 검은 늑대가! 적당히 강해져서 목숨만 부지하고 돌아왔더라도 이런 일이 없잖아! 안 그러냐?”


“참나! 강해져서 돌아와도 시비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시라고요. 사람을 부려 먹으려거든 강약 조절을 해가면서 써먹어야 오래 써먹죠. 이렇게 막 굴리면 아무리 우리라도 금방 퍼질 수밖에 없다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머니께선 속이 깊으시고 먼 앞날까지 예상하시고 계획을 짜시는 분이니까. 앞으로 또 어떤 의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너희가 충분히 감당할 만큼 일을 맡기실 거다.”


둘이 잠시 으르렁거리는 사이 레일라가 머리를 정리해 끈으로 다시 질끈 묶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언제 출발해야 하는데?”


“출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하지만 너희가 지난 루노바 일 때문에 휴식이 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더 쉬어도 좋다. 어머니께서 그런 부분까지 깊숙이 관여를 안 하신다고 내게 말씀해 주셨으니까. 앞으로 나이트 플라워는 너희에게 의뢰만 던져줄 거야. 그럼 알아서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우면 돼. 당연히 시간적인 제한이 있는 의뢰일 경우엔 반드시 날짜를 지켜야겠지. 내게 언제 출발하는지 얘기만 해주면 된다.”


“좋아. 얘들아? 그럼 이렇게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루노바에서 대사제를 죽인 놈들이 자꾸 걸려. 그러니 이번 의뢰는 반씩 나눠서 출발하는 거야. 어때?”


레일라의 제안에 한스가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의중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눠서 가자는 건 우리의 숫자나 전력을 너무 티 내서 밝히지 말자는 뜻이구나? 그들이 언제 어디에서 우리를 감시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맞아. 셋씩 나눠서 출발한 후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하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다시 한번 의논을 한 뒤에, 마르테아 섬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뭐 결국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니까 그때 조용히 뭉쳐서 움직이면 될 것 같아. 더군다나 거긴 후작이 머무르는 라투일 지역 인근이라서 더욱 조심해야겠지?”


“그럼 두 개의 파티를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까?”


가장 큰 문제는 한스의 말대로 여섯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 일이다. 각자의 실력이나 역할에 따라 나누는 것이 우선이지만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서지터와 사고를 막아줄 사람과 하나로 묶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다.


레일라는 편하게 늘어져 있는 서지터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하자, 아리엘이 번쩍 손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먼저 꺼내놓았다.


“나! 나! 나는 지터랑 같이 갈래. 헤헤.”


“정말? 영 불안한데······. 요즘 들어 아리엘 저놈한테 잔뜩 물들었잖아.”


“아니야. 나 물 안 들었어.”


“둘이 같이 사고 칠 거 같은데?”


계속된 레일라의 의심에 서지터가 고개를 들어 대꾸했다.


“야! 요즘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지내거든? 내가 리탐프 신전에서 비굴하게 굽신거리면서 얼마나 참고 또 참았는지 네가 알기나 하냐?”


“서지터님, 라톰프입니다.”


“아, 몰라! 미친 사제 놈아. 라톰프인지 리탐프인지 내가 알 바 아니고. 요즘 내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해 졌는 줄 아시냐고요. 뭐랄까. 트리스미스에서 끔찍한 시련을 겪고 난 이후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야 할까?”


“믿어도 되겠어?”


“그럼! 히히.”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아무리 네 인내심이 대단해졌다고 해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어. 그건 너도 인정해. 우선 나랑 아리엘, 서지터 이렇게 셋이 먼저 출발하기로 하자. 근처에서 먼저 마르테아 섬에 관한 조사를 해볼 테니까, 나머지 셋이 여기에서 사나흘 정도 사전 조사를 하고 곧바로 따라와. 마음 같아선 카데스를 서지터 너랑 같이 붙이고 싶어. 하지만 라톰프 신전에서 둘이 함께 움직이면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했으니 어쩌면 놈들에게 노출됐을 수도 있어. 둘은 이번에 찢어놓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녀의 의견에 조용히 앉아있던 카데스가 대답했다.


“알았어. 한스를 도와서 이것저것 한 번 알아볼게.”


“레일라님. 그럼 정확히 뭘 알아봐야 합니까?”


파시비엔의 질문에 한스가 대신 답을 해주었다.


“역사적으로 마르테아 섬에 관한 자료나 인근 지역의 지리, 환경 같은 걸 먼저 알아보면 될 것 같아. 그쪽 지방 사람들에 관한 특성이나 관습 같은 것도 알아두면 좋겠지. 루노바 때는 그런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렸으니까.”


“그래, 한스 말이 내 말이야.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해. 그리고 먼저 출발하는 우리는 인근에 도착해서 그곳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고 마르테아 섬에 들어갈 수 있는 배도 알아보자. 이번 목표는 어떤 위험한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게 내 생각이야. 항상 조심, 또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필토는 의논을 나누는 여섯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서지터는 인정하지 않지만 어쨌든 검술 제자는 제자였다. 카데스 또한 제자나 다름없었고, 아리엘을 제외한 나머지 역시 과거 어느 정도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곁에서 성장한 그들을 보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동안 이렇게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의뢰를 해결했을 거로 생각하니 든든한 마음도 들었고, 자신은 미처 나뉘어 움직이는 것조차 생각 못 한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풋내나고 어설프기만 했던 모험가들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서지터가 필토에게 다시 시비를 걸고 들어왔다.


“아저씨, 애인이라도 생각해요? 뭘 그리 실실거리고 웃어. 그러고 보니 그 나이가 되도록 왜 여태 장가도 안 갔대? 혹시 고자 아냐?”


“이 자식이! 죽을래?”


“나 죽이려거든 번호표 뽑고 기다리세요. 죽이겠다고 하는 인간들 줄을 섰으니까.”


“하아. 저건 정말 몇 년이 지났어도 주둥이만큼은 여전하구나. 팔라고스 전쟁에서 딱 그 주둥이만 다쳐서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헤헤, 안 돼요. 우리 지터가 얼마나 재밌는데요.”


역시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리엘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서지터는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을 발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아리엘밖에 없다니까? 뭐 먹고 싶어? 이따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진짜? 으으음. 그럼 나 광장 쪽에 유명하다는 와플 가게 가보고 싶어.”


“그래! 가자. 히히.”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장난만 치는 서지터와 본인은 아니라지만 누가 보아도 잔뜩 물이 들어 버린 아리엘이었다. 이런 둘과 함께 먼저 출발해야 하는 레일라의 입에선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아아. 진짜 이것들을! 정신 똑바로 안 차려? 너 죽이는 거 1순위가 나인 건 알고 있지? 죽어볼래?”


“아아아악!”


서지터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레일라가 경고를 했다.


“가는 내내 또 생각 없이 굴어라? 어? 마르테아 섬에다가 파묻어버리고 올라니까!”


“이거 안 놔? 아아악! 이건 툭하면 사람 머리를. 놓으라고!”


레일라는 서지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더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


“야! 대머리 되면 네가 책임질래? 너 나랑 제대로 싸워본 적 없지? 한 번 붙을까?”


“시끄러워. 진지한 얘기 중에 자꾸 분위기 흐린 대가야. 그리고 내가 왜 널 책임지니? 대머리 되면 네가 그렇게 그리워하고 좋아하던 베어 머리랑 똑같아지고 좋겠네.”


“이게 진짜······. 흐이익. 베어 보고 싶잖아. 흑!”


서지터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못해 슬퍼졌다. 갑작스레 베어가 언급되자 보고 싶어진 모양이다. 예상 못 한 반응에 레일라는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사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일단 먼저 출발하는 우리는 여행 준비 좀 하고 모레쯤 떠날게. 그동안 너희는 짧으면 사나흘, 길면 일주일 정도 이것저것 알아보고 따라와. 알았지? 다시 만나는 지점은 여관으로 돌아가서 지도 보면서 결정하자.”


“······어, 그래.”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베어를 떠올리는 서지터를 뒤로 한 채 한스가 눈치를 보다 알았다며 대답을 했다. 팔라고스 전쟁이 끝난 이후 유독 레일라에게 심할 정도로 당하는 친구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죽을 고생을 하며 그다지 많은 돈도 벌지 못한 레일라에게 반기를 들어봤자 득이 될 건 전혀 없었기에 별수 없이 구박을 당하는 서지터를 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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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6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50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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