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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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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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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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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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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우연의 법칙 - 10

DUMMY

카데스의 주장으로 별수 없이 벨라와 루카스를 만나기로 했다. 물론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한스가 이튿날 고트리 마을에 사는 어부 몇 명에게 참 퍼슨 주문을 몰래 사용해보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주문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예상했다 해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현혹 주문이 먹히지 않은 것에 한스는 제법 신선한 충격과 상처를 받기도 했다.


참 퍼슨 주문을 당한 어부는 총 세 명. 그중 두 명은 아예 통하지도 않았고, 한 명은 주문이 통하기는 했지만 마르테아 섬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 통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이동했을 때처럼 여섯 모두의 신변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고 그들과 접촉할 당사자는 처음 마주쳤던 서지터와 레일라가 맡기로 했다.


그리고 카실다 마을로 향한 둘은 남매가 묵고 있는 여관방 안에서 마주 보고 제법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 조건은 만약 모리에튼이 찾는 자가 아니라면 우리 목도 날아간다는 말이지? 덧붙여서 일이 잘 해결되면 마르테아 섬까지 해적단의 배로 태워다주고 다시 태워 오고.”


“그래. 그게 우리 조건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지만 우리는 마르테아 섬에 볼일이 있거든.”


애당초 거래의 시작은 일행 쪽이 갑이었고 벨라 쪽이 을인 관계였지만,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진행 중이었다. 마르테아 섬에 데려다 달라는 조건까지 붙어서였다. 하지만 레일라는 여전히 갑인 것처럼 건방진 자세로 앉아 대꾸했고 벨라는 왼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 근처 마을들은 전부 어업에 종사하지. 그렇게 큰 배는 아니어도 충분히 마르테아 섬까지 데려다줄 사람들은 많을 텐데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한테?”


벨라는 생것 것과는 다르게 제법 머리도 잘 돌아가고 거래를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일행은 이점을 분명 캐물을 거라 예상은 했고, 직설적으로 되물어 올 것까지 대비하고 있었다.


“그야 우리도 모르지. 다들 데려다주기 꺼리더라고.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는 이쪽 사람이 아니어서 자세한 사정까지는 몰라. 그래서 서로서로 돕자는 방향으로 갔으면 해.”


“하지만 이 거래가 우리 쪽에 너무 불리한 거 아닌가? 물론 너희가 찾는 자가 모리에튼이라는 걸 확신하지만 우리 목까지 걸어야 해?”


벨라가 엊그제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당당한 표정으로 말하자 서지터가 능구렁이처럼 말을 꺼냈다.


“에이, 오늘은 씻은 듯한 누님아. 왜 그러실까? 그쪽이 확신하는 것과 우리가 확신하는 건 다르지. 동일인이라는 게 우연치고는 너무 딱딱 들어맞잖아. 우리를 이용만 하고 쳐낼지 어떻게 알아? 해적들 심리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물론 뒤통수친다고 해도 우리가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지만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하면 목숨 정도는 내놔야지. 그 정도 각오도 없이 우리를 찾아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좋아! 목숨을 걸고 배신 따위 하지 않을 거라 약속하지. 그리고 너희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긴 해도 동료들이 더 있다고 하니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리라 믿어. 그래도 최초 내가 제안했던 거래와는 조금 달라야겠지? 마르테아 섬까지 태워주는 조건으로 보물의 절반에서 2할만 받아가.”


충격적인 거래의 수정이었다. 서지터에겐 대수롭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레일라에겐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마르테아 섬의 의뢰를 해결하면야 리벨드 부인이 주는 보상이 적진 않겠지만 부수적으로 제법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카데스의 주장대로 따르기로 했었다.


“뭐? 이거 순 날강도네! 절반에서 2할? 더군다나 해적들을 우리가 다 처리해주는데 어디서 배짱이야?”


“호호홋! 맞아. 원래 우리 강도야. 잘 모르는 거 같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자면 바다 위에 강도지. 우리 해적단은 파로안 군도에서 세력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나름대로 강한 편에 속해. 우리가 없는 사이 약탈한 돈이 더 많겠지.”


“그렇게 강한 녀석들을 우리가 처리해준다는 거 아니야! 그러니 절반은 아니더라도 4할은 받아야겠어.”


“그럼 3할.”


“무조건 양보 못 해. 4할!”


“나 역시. 3할.”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였지만 레일라 역시 그리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 정도의 양이라면 돌아갈 때 챙겨가는 것도 문제라 여겨진 서지터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퉁명스럽게 아군을 저격했다.


“야야! 적당히 해라. 우리 할 일이 해적들 처리하는 거냐? 아니면 마르테아 섬에 가는 거냐?”


“넌 닥쳐!”


“예, 예. 입 닥치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해줄게. 내가 마이론홀드로 돌아가서 입을 놀리면 어떻게 될까?”


“이게 진짜! 죽을래?”


“대충 좀 하자. 빨리빨리 해적들 처리하고 우리 할 일도 해야지. 덤으로 모리에튼이란 작자까지 해치워서 좋고, 이멜다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거지.”


- 짝짝짝.


벨라는 서지터가 자신의 편을 들자 환한 얼굴로 손뼉을 치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았어! 그럼 보물의 3할을 받아 가는 거로 합의 끝!”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벨라의 협상술 덕분에 레일라는 눈에서 불꽃이 튀기며 서지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지터는 계속 벨라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럼 해적들 숫자와 본거지는 어디? 장소를 알고 날짜를 정해야 놈들을 치든가 하지.”


“숫자는 변화가 있다 해도 대략 5~60명 정도일 거야. 본거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예전 그대로일걸? 여기 근처에 한두 시간이면 도착하는 작은 섬이 있어. 준비하고 내일 새벽 섬으로 몰래 들어가자고. 경비를 서는 위치는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고깃배 타고 몰래 숨어들어 갈 수 있을 거야.”


“만약에 본거지로 쳐들어갔는데 해적들이 없으면?”


“그건 걱정하지 마. 다들 술이나 퍼마시면서 할 일 없이 있을 빈둥거릴 테니까. 이제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어. 움직임이 조금씩 줄어들 시기지. 내가 그 정도도 생각 안 하고 도와달라 덤볐을까 봐?”


“그럼 다행이고.”


“본거지까지 가는 배편은 우리가 알아보도록 하지. 아는 어부들도 몇 있고 하니까.”


“좋아.”


“내일 자정까지 여기로 와. 곧바로 배 타고 들어가서 주변을 좀 살피면 새벽쯤 될 거야. 선장이 묵는 방 위치는 나랑 루카스가 아니까 그놈 목만 따면 나머지는 알아서 기겠지.”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벨라의 계획이었다. 선상 반란 당시 모리에튼의 세력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방심한 틈을 노려 기습이 성공을 거두었고,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전 선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해적들은 그날 대부분 죽었다. 나머지는 전의를 상실하고 모리에튼 밑으로 들어갔으니 모든 원흉인 현 선장 모리에튼만 처리하면 깔끔하게 해결하리라 믿었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고. 레일라. 가자.”


자리에서 일어선 서지터가 가자는 말에도 레일라는 돌처럼 굳은 채 서지터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뒤늦게 사태 파악이 된 서지터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 하하. 그러다 눈알 빠지겠다.”


- 후다닥!


“이 자식아! 거기 안 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방을 나가 달아난 서지터의 뒤를 쫓아 레일라 역시 빛의 속도로 따라 나갔다. 평소 둘의 몸놀림이라면 박빙의 승부였겠지만 분노한 레일라는 단검으로 손가락 끝을 따버리는 바람에 1층으로 채 내려가기도 전에 서지터의 머리채가 잡혀버리고 말았다.


“아아악! 이게 진짜! 진심으로 그렇게 머리를 잡는 게 어딨어!”


“닥쳐! 닥치라고!”


“내 머리카락! 아악!”


#

레일라에게 두들겨 맞은 서지터는 여관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얌전히 누워있었다. 하물며 일행은 레일라의 눈치를 보며 섣불리 서지터의 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아리엘이 안쓰럽다는 듯 잔뜩 뜯긴 서지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를 해줄 뿐이었다.


“짜증 나! 짜증 나! 저 자식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히잉. 레일라 너무해. 지터가 슬퍼하잖아.”


“아리엘 너도 조용히 해! 아무리 아리엘이라 해도 저 자식 편들면 가만 안 둬!”


“히이잉.”


혼이 난 아리엘은 금세 시무룩해져 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를 바꿔놓기 위해 한스가 화제를 돌렸다.


“어어······. 으음. 그러니까 본거지 위치는 저쪽에서 알고 있으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잠입할 수 있겠네. 더군다나 선장이 있는 곳까지 알고 있다고 그랬으니까 금방 끝낼 수 있겠다. 정말 다행이야.”


“다행? 다해앵? 산처럼 쌓인 보물의 3할밖에 못 받는데 다행이라고?”


한스는 용기를 내어 서지터의 편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마른침을 한 번 꼴깍 삼킨 한스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말했다.


“후우우. 그, 그게 레일라. 저 녀석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쨌든 우리 주된 임무는 해적 소탕이 아니라 마르테아 섬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사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쟤한테 너무 뭐라고 그러지 마.”


“이것들이 전부 하나 같이······.”


“그만 진정해. 응? 내가 요즘 마법 연구하고 있는 게 있는데 많은 양의 해적들 보물이라니까 문득 생각이 났어. 그거 내가 완성하면 레일라 줄게.”


뇌물까지 등장해 레일라 설득에 나섰다. 한스의 작전이 나름 성공했는지 살짝 화가 풀린 레일라가 눈을 흘깃거리며 한스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한스의 마법에 관해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말이다.


“뭐, 뭔데?”


“무한의 주머니라고 보통 크기의 주머니인데 거기에 온갖 물건을 집어넣어도 무게도 일정 이상 안 나가고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깝게 넣을 수 있는 거야.”


“정말? 그런 게 있어? 좋은 거니?”


“하하. 당연하지. 우리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험가들한테는 정말 필요한 물건이야. 레일라가 나중에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거기다 넣어도 돌아다니는 데 전혀 지장 없어. 아직은 내 실력이 변변치 않아서 무한이라는 말이 좀 무색하겠지만 꽤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을 거야.”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던 서지터가 둘의 대화를 듣고 벌떡 일어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우와! 너 벌써 그것도 만들 수 있는 거야? 대박인데?”


“아직이야. 지금 연구 중이라서. 재료를 모으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제 시작 단계야.”


“야! 그거 유반 우리 집에 사이즈별로 있는데 가서 훔쳐 올까?”


“네 입으로 거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며.”


“내가 아무나는 아니지. 성 구석구석 다 꿰고 있는 사람이 난데.”


“됐어. 도둑질 같은 건 하는 게 아니지.”


해맑은 서지터가 얄미웠는지 레일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안 닥쳐? 자빠져서 잠자코 있으라고!”


“진짜 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잘못했냐?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무한의 주머니 그거 쉽게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이야. 엄청난 물건을 우리 한스가 만들고 있다는데 이 정도 반응은 해줘야 의리 아니겠냐?”


“그렇게 의리 따지는 자식이 아까 날 협박했니?”


“협박이라니. 난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솔직히 네가 너무 나간 건 인정하자. 아무리 돈에 환장했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지.”


“너 이리 와. 이리 와. 그냥 오늘 죽자.”


어쩔 수 없이 카데스까지 나서며 둘의 다툼을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해적들 보물 때문에 무한의 주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무한의 주머니라는 말에 서지터만 반응했지만 사실 그 이름이 나왔다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놀라 자빠져야 정상이었다.


서지터의 말처럼 쉽게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일 뿐만 아니라 주머니를 제작해 팔아도 족히 해적들의 보물 일부와 맞먹는 수준의 대단한 마법 물품 중 하나다. 그런 물건이 마법에 무지한 이들에겐 그냥 평범한 주머니 취급을 당하는 중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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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39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0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8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7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3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1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4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49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6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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