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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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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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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5
추천수 :
452
글자수 :
1,515,958

작성
23.03.31 08:00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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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3화 우연의 법칙 - 6

DUMMY

- 카강! 퍼억!


“ 커헉! 끄아아아아.”


서지터는 적의 검을 가볍게 튕겨낸 후 중심을 잃은 틈을 타 다리 사이를 걷어찼다. 적은 그대로 사타구니를 손으로 감싸고 바닥에 쓰러져 나뒹굴었다. 일격을 당한 이 사람을 포함해 넷. 네 사람이 같은 자세로 흙을 뒤집어쓰고 구르기 바빴다.


“그러니까 내가 그냥 가라고 그랬지? 어? 왜 사람 말을 안 들어서 이 꼴을 당하느냐고.”


- 툭툭.


서지터는 자신의 검으로 적의 머리를 툭툭 치며 굴욕을 선사했지만, 상대는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적은 정면의 사내 하나와 여인 하나.


“어이! 그쪽도 덤빌 거야?”


“이, 이 자식! 감히 내 동생들을!”


“됐고, 방금 내가 그랬잖아. 함부로 덤비지 말라고.”


두 다리로 멀쩡히 서 있는 남녀는 각자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쉽사리 덤벼들지 못했다. 순식간이었다. 조금 전 자신의 수하 중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셋은 중요한 부위를 걷어차이고 쓰러졌다. 곧장 가장 믿음직스러운 수하를 앞세웠으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우연히 탈로우 마을에서 점심 식사하는 셋을 보고 뒤따라왔다. 이유는 레일라와 아리엘 때문이었다. 두 여인은 일반적인 미모 이상이었고, 둘을 잡아 노예 시장에 팔기 위해서였다. 중무장한 용병도 아니었고 평범한 여행객처럼 보였기에 우습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큰코다친 것이다.


이들의 정체를 대략 눈치챈 아리엘은 말 위에서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인상을 썼다. 행여나 아리엘이 나섰다간 큰일을 치를 것 같아 대신 서지터가 나섰고, 레일라는 아리엘을 달래며 인신매매범들에게 욕을 퍼부어주었다.


“저런 것들은 확 그냥 화형을 시켜야 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사람을 납치해? 우리가 눈독 들일 만큼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사리 분별은 해야 할 거 아냐? 야! 그냥 쟤네 죽여버려.”


“어떻게 또 그러냐? 남자구실 못 하게 해놨으면 됐지.”


“넌 그게 제일 문제야. 왜 제대로 사람을 못 죽이는 건데?”


“내가 사람이나 마구잡이로 죽이는 놈으로 보여? 아무리 나쁜 놈들이래도 막 죽이고 그러면 못 써요.”


“쯧쯧! 으이그!”


레일라는 혀를 끌끌 차며 강하지만 마음 또한 여린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루노바에서도 그랬지만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는 취향은 결코 아니었다.


“끄으으! 이, 이 망할 자식!”


방금 중요 부위를 걷어차이고 뒹굴던 자가 서지터의 바지를 잡고 일어서려 애를 썼다.


- 퍼억!


“시끄러워. 까불면 그냥 죽여버린다. 그리고 너희 둘! 덤빌 거야, 말 거야?”


두 남녀는 서로 귓속말로 소곤거리다 결정을 했는지 서지터와 좌우로 자리를 잡고 덤빌 채비를 갖췄다.


“오호! 좋아. 기세는 마음에 드네. 그렇게 나와줘야지. 아! 근데 왼쪽은 여자라 걷어차도 별 소용이 없을 거 같은데 어쩌지?”


서지터는 여유롭게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금껏 네 사람은 남자였기에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었지만, 상대 하나가 여자라 조금은 난감했다.


“아! 그럼 이렇게 하자. 거기 왼쪽 누님은 팔 하나 분질러 버리는 거로.”


“건방진 자식! 넌 내 노예로 삼아주마. 생긴 것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니 매일 밤 내 시중을 들게 하겠어. 하하핫!”


그녀의 말에 서지터는 몸서리를 치며 대꾸했다.


“으으으! 미쳤어. 누님! 좀 씻고 와서 그런 얘기를 해. 나도 취향이란 게 있거든? 얼굴은 1주일쯤 씻지도 않아 보이고. 양치는 해? 그래놓고 매일 밤 시중을 들라고? 차라리 확 혀 깨물고 죽을래. 히히.”


서지터가 히죽거리며 농담을 던지자 오른쪽에 있던 사내가 기합을 넣으며 달려들었다.


“으아압! 감히 우리 누나한테! 가만 안 둔다.”


- 후우우웅!


사내의 양손검이 허공을 갈랐다. 서지터는 몸을 틀고 허리를 뒤로 젖혀 가볍게 공격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곧장 왼쪽의 안 씻는 누님이 빠른 속도로 덮쳐왔다.


“오오, 제법 빠르다.”


- 후아앙!


간결하고 빠른 공격이었지만 서지터는 백 텀블링하며 그녀의 공격마저 피해버렸다.


“루카스! 뒤를 노려!”


“응! 누나!”


둘은 제법 손발을 잘 맞춰가며 서지터를 압박해갔다. 이들의 방식이었다. 둘이 협공할 때면 루카스라는 사내는 상대의 뒤로 돌아가 하반신 쪽을 노리고, 이 여인은 좌우 측면에서 상반신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 빈틈을 노리는 공격 스타일.


둘은 서지터가 레일라와 아리엘의 경호원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꽤 실력 좋은 경호원이라 여겼지만 결국 협공에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 될 것이고, 아리따운 여인 둘을 노예 시장에 팔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는 거기까지.


- 덥석! 퍼억!


“으아악! 내 코!”


루카스가 뒤로 돌아가기도 전에 서지터에게 멱살이 잡혀 눈 깜짝할 사이 얼굴에 주먹 한 방이 제대로 꽂혀버렸다. 이런 식의 공격에 적잖게 놀랄 수밖에 없는 여인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빈틈이 생긴 서지터의 옆구리로 파고들어 왔다.


“뻔한 방식이지. 너무 식상한데? 하압!”


“아앗! 누! 누나!”


“이 미친놈이!”


- 퍼허억! 쿠당탕!


서지터는 루카스의 멱살을 그대로 잡은 채 엎어치기로 지저분한 누님에게 집어 던져버렸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둘은 뒤엉키며 나자빠졌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간 서지터가 최후의 일격을 날려주었다.


“일단 너부터.”


- 퍼억!


“끄아아악! 끄으으으으. 마, 망할······.”


다리 사이를 걷어찬 서지터는 루카스 밑에 깔린 여인 옆에 쪼그려 앉아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내가 생각 하나가 번뜩 난 게 있어서 그러는데 성실하고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주면 팔은 안 부러뜨릴게.”


“크흐, 미친 자식이!”


“어어? 전혀 성실하고 친절하지 않은데?”


- 덥석!


그녀의 팔을 잡고 꺾어버리자 곧바로 항복 의사를 내비쳤다.


“알았어! 알았다고! 뭔데! 대답해주면 될 거 아냐!”


“그렇게 나와야지. 히히.”


#

여섯의 인신매매범은 길 한쪽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팔까지 들고 있었다. 이들의 두목은 마지막까지 중요한 부위의 타격이 없었던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벨라 룬고르. 루카스라 불린 사내와 친남매 사이였고, 이 인신매매 일당은 현상금이 걸려 있을 정도로 인근에서는 꽤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야! 그냥 가자고. 저런 쓰레기들한테 물어보긴 뭘 물어봐.”


“저런 나쁜 놈들은 죽여야 해! 못 됐어!”


아리엘은 여전히 이들을 노려보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과 레일라를 납치하려던 이 상황이 더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았다. 단지 화가 날 뿐이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아리엘은 그만 화내. 괜찮아. 그리고! 너희는 말이야. 사람이 사람한테 그러면 못 쓰지. 막 죄 없는 사람들 납치나 하고 노예로 팔아먹고. 그러니까 목에 현상금이 걸리지. 현상금은 얼마냐?”


다들 서로 눈치를 보며 자신들의 두목을 바라보자 벨라가 헛기침을 하더니 자신만만한 투로 말을 꺼냈다.


“흠!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우리 현상금? 두목인 나는 자그마치 200골드나 걸려 있지. 내 동생들도 100골드나 걸려 있고. 내 밑에 동생들이 더 있다는 걸 알면 당장 무릎 꿇고 싹싹 빌어야 할걸?”


“우와! 200골드? 얘네들은 100골드니까 다 합쳐서 700골드네? 그런데 안 봐도 허풍이겠지. 백번 양보해서 100골드 걸려 있으면 많은 거고. 쟤들은 대충 20골드쯤 되려나?”


상대의 허세 정도는 단숨에 파악해 낸 서지터였다. 누구보다 협박에 능한 서지터에겐 이런 협박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방금 말한 대로 제법 정확히 현상금까지 맞추자 벨라는 뜨끔하고 놀랐다. 그녀의 목에 걸린 현상금은 현재 80골드. 수하들에게 걸린 현상금은 10골드였으니까.


“건방진 자식! 감히 우리 누나한테!”


“이 씨!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더 맞을래? 아예 고자로 만들어줄까? 너희 내가 뭐하던 사람인 줄 알면 까무러칠걸?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어도 모자란다고.”


“미친놈아! 네 자랑 그만하고 빨리 물어보고 가자고!”


결국, 레일라가 폭발하자 서지터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히이, 알았어. 자! 그럼 질문. 혹시 4~5년 전쯤에 오베론이라는 작은 산골 마을 사람들 인신매매를 한 적이 있거나, 혹은 동종 업계에서 그곳 사람들 납치한 걸 알고 있다면 거수.”


“오, 오베론? 거기가 어딘데.”


“이 누님 거짓말하는 연기가 자연스럽네.”


“거짓말 아니야!”


“진짜? 거짓말이면 그냥 죽일 거야.”


조금 전까지 장난스러웠던 서지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해버렸다. 눈빛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갑고 매서웠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휩싸이자 벨라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서지터의 첫사랑인 이멜다의 고향 오베론. 서지터의 머리에 번뜩하고 떠오른 생각이었다. 마이론홀드 왕국에서 활동하는 인신매매 조직이라면 분명 연관이 있거나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오베론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레일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재촉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친구가 애타게 찾아 헤매던 사람의 고향이었으니까 말이다.


“지, 진짜 아냐!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지는 2년밖에 안 됐다고.”


“정말?”


“그, 그래. 그전까지 나랑 루카스는 왕국 남쪽 바다에 근거지를 둔 해적이었다고.”


“해적이 여기서 뭐 하는 건데?”


“그러니까 선상 반란이 일어나서 반대 세력은 대부분 죽거나 도망쳤어. 우리 남매 역시 반란을 일으킨 놈들 반대편에 있었지. 망할 모리에튼 자식! 죽여버릴 거야!”


옛 기억이 떠올랐는지 벨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간신히 목숨만 건져 달아나긴 했지만 레일라처럼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배신을 당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던 그녀였다.


“뭐로 증명할 건데?”


“즈, 증명할 수 있어! 기다려봐!”


벨라는 허겁지겁 상의를 탈의하자 이번에는 서지터가 인상을 찌푸렸다. 잘 안 씻는 여인의 알몸을 보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벨라는 오른쪽 가슴을 반쯤 꺼내 해적들의 상징인 해골 문양의 문신을 보여주었다.


“봐! 해적들의 문신이야. 루카스! 너도! 너도 빨리 문신 보여줘.”


“누나, 나는 보여주기가 조금······.”


벨라가 째려보자 별수 없이 루카스도 벨트를 풀어 바지를 벗었다. 루카스도 반쯤 엉덩이를 까 보이자 벨라와 같은 문신이 엉덩이에 새겨져 있었다.


“와아, 진짜 엉덩이에다 문신을 새기는 미친놈이 있긴 있구나.”


서지터는 옛 기억이 떠올랐다. 검은 늑대에 몸담을 때 베어와 주고받던 농담이었다. 그때 기억에 씁쓸한 미소를 지은 서지터는 잠시 멍하니 베어와 죽은 검은 늑대 동료들을 떠올렸다.


“맞지? 우리 아니잖아. 아니라고!”


추억 속에 파묻혔던 서지터를 다시 현실로 꺼낸 건 다급한 벨라의 목소리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서지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2년 전이라고 치자고.”


“치자가 아니라 사실이라니까? 못 믿겠으면 당장 해적단으로 쳐들어가서 확인시켜줄게!”


“됐고. 우리도 바쁜 몸이라 그럴 시간 없어. 그렇다면 다음 질문. 예전부터 인신매매하던 놈들이나 덩치는 제법 있고 오른손이 없는 놈을 알고 있으면 거수!”


콕 집어 말을 꺼낸 인물은 오베론 지방에서 활개를 치던 산적 두목이다. 당시 일행과 전투를 벌였던 산적들은 대부분 소탕되었고, 두목은 서지터에 의해 오른손이 날아갔었다. 달아난 그가 훗날 복수를 다짐하며 오베론의 마을 사람들을 잡아 노예로 팔아버린 일은 서지터에겐 지금까지 무거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었다.


“그, 글쎄······. 오른손이 없는 놈? 아는 자가 하나 있긴 한데······.”


벨라와 루카스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을 했다. 어쨌든 아는 자가 있다는 말에 서지터의 얼굴이 밝아지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누군데? 지금 어딨는데?”


“모리에튼.”


“모리에튼? 그게 누군데.”


“야! 방금 내가 말했잖아. 내가 몸담았던 해적단에서 반란을 일으킨 놈이라고.”


“내 일도 아닌데 내가 그 이름 기억해서 뭐 하겠다고. 그럼 그놈이 오른손이 없던 건 언제부터였는데.”


“그, 그게······.”


“말끝 흐리지 말고 똑바로 말하라고! 확 그냥 죽여버릴까?”


“그건 말 못 해. 대신 조건이 있어. 우리를 도와주면 얘기해주지.”


“됐다! 그냥 죽자.”


서지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등에 있던 검을 뽑아 들자 벨라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벨라는 이걸 이용해 서지터와 거래를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겉모습은 후줄근하고 지저분해 보였지만 나름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녀였다.


“기다려봐! 내 얘기를 끝까지 좀 들어보라고!”


“본인 처지가 어떤지부터 먼저 생각을 하고 거래를 하라고. 죽기 일보 직전인데 어디서 수작질이야?”


“수작이 아니라고! 네가 찾는 사람이랑 같은 놈일 수도 있다니까? 그러니까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말 위에서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레일라가 대충 상황을 정리했다.


“안 들어봐도 알 거 같네. 우리를 이용해서 반란을 도모한 해적단 놈들을 처리하려는 생각이겠지. 넌 저 말을 믿니? 모리에튼인지 뭔지 하는 인간이 설마 그때 그놈이겠어? 빨리 죽여버리고 가든가, 아니면 그냥 버리고 가든가.”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그리고 아깝게 왜 버리냐? 가까운 경비대에 넘기면 현상금도 받을 수 있을 텐데.”


서지터는 윈드테일로 다가가 밧줄을 찾았다. 한 푼이 아쉬운 가난한 팔자인지라 현상금이라도 챙기기 위해서였지만 안타깝게도 밧줄 따위는 챙겨오지 않았다. 현상금이 아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아, 가볍게 오느라 밧줄도 없네. 여섯을 어떻게 묶어서 넘기지? 그냥 목만 따버릴까?”


목을 따버린다는 소리에 사색이 된 얼굴들이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 다섯은 넙죽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참된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안 하고 착하게 살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저희가 진짜 인신매매로 팔아넘긴 건 몇 명 안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지으며 살 테니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벨라는 비굴한 동생들과는 다르게 당당히 어깨를 펴고 다시 거래하기 위해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그래, 내 패가 바로 그거야. 그놈들을 너희가 소탕해줘. 그럼 모리에튼은 너한테 넘기지.”


“이 누님 웃기네. 저기요. 내가 물어본 놈이랑 그 작자랑 동일인인지도 아직 모르는데 넘기긴 뭘 넘겨.”


“내 동생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걸 보고 보통 실력은 아닐 거라 확신이 들었어. 그리고 해적질하며 훔친 보물도 꽤 된다고. 절반을 너희에게 넘기도록 하지.”


보물이라는 말에 어김없이 레일라의 눈이 반짝거렸다.


“보물? 얼마나 되는데?”


“어마어마하지! 어때? 내 생각이지만 너희가 찾는 놈이 모리에튼이라고 확신해. 이 정도면 좋은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구미가 좀 당기는걸?”


“레일라, 우리 중요한 일이 있잖아. 보물 때문에 다른 길로 새면 안 돼.”


아리엘이 이미 보물에 정신이 팔린 레일라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서지터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감시자 겸 보호자 역할로 같이 온 레일라가 딴 길로 샐 위기였다. 덕분에 서지터가 대신 상황을 정리했다.


“아, 모르면 됐어. 보물은 무슨. 그놈 처리해주면 뒤에서 칼이나 꽂겠지. 안 씻는 누님은 빼고 나머지는 옷이나 벗어.”


“오, 옷은 왜!”


“죽이면 내 기분이 더러워질 거 같아서 싫고. 밧줄도 없어서 경비대에다 넘기기도 불편하니까 옷 내놔. 딱 따라오지 못하게만 해줄 테니까. 엄청 고맙지? 안 죽이니까.”


창피함이 대수랴. 목숨만 건질 수 있다면 그깟 옷 따위 얼마든지 벗어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존심 따위는 충분히 버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못 볼 꼴을 보는 게 짜증이 났는지 레일라와 아리엘은 그냥 앞서 나가버렸다. 둘을 따라가기 위해 서지터는 서둘러 일당의 옷가지를 모두 태워버리고 무기들은 압수해버렸다. 유일하게 나체 상태가 아닌 벨라는 동생들을 버리고 가지도, 그렇다고 서지터 일행을 쫓아갈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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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40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2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3 3 12쪽
»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8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5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49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1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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