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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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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7.0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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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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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30.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DUMMY

“하하... 너무 뻔했습니까? 그럼 본격적인 작품들에 대해서 확인해보도록 하죠.”


내 지적에 드란트 보톤은 무안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주머니에서 면장갑을 꺼내 손에 끼고는 가까이에 있는 장롱에 다가갔다.


“이 반짝거리는 세공! 상아처럼 하야면서도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신비한 재료! 같은 재료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것은 무지갯빛을 어떤 것은 보라색이나 초록색, 붉은색!”


드란드 보톤은 장롱에 새겨진 자개 무늬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 독특한 화풍의 물결치는 산맥과, 갈대,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 거기다 이 작은 보석함은 거의 전체를 여백 없이 세공을 해두셨는데, 보석함 자체가 그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보석처럼 아름답다니! 흐아아아! 으아아아! 아아아아! 헙!”


하지만 갑자기 터져 나오는 탄성을 주체하지 못하며 소리를 질렀고.

어느새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는 입을 틀어막으며 내 눈치를 봤다.

만든 사람이 다 흐뭇해질 정도의 리액션이었지만, 워낙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 의도된 연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오히려 그를 경계하게 됐다.

거기다 자개 세공만이 주력이 아닌데, 다른 방법은 알아채지 못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 그런데 이 보석함에 쓰인 검은색... 반짝거리는 도료 말입니다. 이 도료도 대체 어떤 물건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군요. 잉크를 사용한 겁니까? 아니면 혹시 오징어 먹물에 뭘 탄 겁니까?”


서운할 뻔한 찰나에 알아봐 줬구나.


“아니요. 훗.”


그것은 오징어 먹물이 아니라 옻칠이라고, 옻나무 수액에 흙이나 쇳가루 등을 타서 여러 번 바른 칠기였다.

자개 세공에 옻칠을 한 가구가 나전칠기의 기본이었고 내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구현한 것이었다.

그것 말고도 학교에서 발랐던 니스를 구현하느라 고생했는데, 이곳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름들을 발라보다가.

최종적으로 이곳에서는 말 먹이로 쓰이는 식물에서 떨어지는 알갱이를 모아 짠.

시골에서만 쓰는 등잔 기름이 있었는데.

그걸 바르니 니스칠을 한 것처럼 반들거리고 썩거나 물기가 침범하지 않았다.

다 마르기 전 향기가 들기름처럼 고소하게 나서 옛날 생각도 났다.

먹었을 땐 그 맛이 아니었지만.


“아무튼 엄청난 제조법입니다. 대체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세공한 것인지에 대해서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군요. 직접 만드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오오! 그렇다면 토마스님은 이 도시 최고의 가구 장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군요.”


드란트 보톤은 끊임없이 내 가구와 제조 기법을 칭송했다.

기분은 좋았지만, 자세하게 들어보면 그가 하는 말에는 돈에 관한 얘기는 없고.

어떻게든 제조 기법이나 재료가 무엇이 쓰인지 알아내려는 말 밖에는 없었다.

칭찬해 주는 척, 비법을 홀랑 빼먹으려는 수작이다.

하지만 중고 거래 네고와 벽돌 배송사기를 당하며 단련된 거래 스킬을 가진 내게 그의 수작은 통하지 않았다.


“돈 얘기가 하나도 없네요? 전 여기 이 물건들을 팔러 온 것이지, 이 물건을 어떻게 만들었다고 설명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 그렇죠? 하하하...”


드란트 보톤이 나를 ‘이놈 봐라? 안 통하네?’하는 표정으로 잠시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힌 채로 가까이 다가왔다.


“일단... 가격을 계산해 보려면 원가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재료가 무엇이 들어갔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조금 더 빠르게 계산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료는 비밀입니다. 재료비는 무료라고 해야 할까요? 모두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겁니다.”

“으으음... 그렇군요. 이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철벽인 분이시군요. 처음 듣는 이름이라 이곳의 장인이 아니신 건 알았지만... 다른 곳에서 상당히 유명한 분께 사사 받으셨나 봅니다. 장사하시는 방법도 제대로 전수 받으신 것 같고요.”

“스승은 없고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장사하는 방법은 모르겠네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호오? 진짜 이 모든 걸 스승도 없이 직접 만드셨다는 겁니까?”


글쎄?

따지고 보면 중학교 때 기술 가정 선생님이 내 스승님이신가?

하지만 그분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그분보단 내 조상님들이 스승님이 아닐까?

하여간 전생을 했어도 조상님을 잘 두고 볼 일이었다.


“네. 모든 걸 다 제가 직접 구상했고 만드는 방법도 제가 직접 고안했습니다.”

“허...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오는군요. 제가 시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장인을 상대하고 있다니...”

“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칭찬하셔도 가격 할인은 없습니다. 조금 전 탐색전을 하시느라 밖에서 제게 따신 점수를 상당히 잃어버리셨거든요.”

“이런... 그것참 큰일이군요? 가만있어봐, 이거 계산을 얼마로 해야 하나...”


드란트 보톤은 호들갑을 떨더니, 주판을 꺼내 내가 보는 앞에서 튕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자연에서 직접 채취하신 탓인지, 사용된 원목들이 최상급 원목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공 하나만으로도 최상급 원목의 값어치 그 이상을 하기 때문에. 재료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상급 재료라고 치고 세공비까지 포함해서...”

탁탁, 탁탁탁...


주판 세대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처박고 여러 번 튕기는 걸 보니 한참 고민하는 듯해 보였다.

이내 결론을 내렸는지 드란트 보톤이 고개를 들었다.


“장롱 같은 큰 가구에는 4골드 중간짜리는 2골드, 작은 가구에는 1골드까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반작이는 세공이 들어간 가구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저렇게 세공으로 가득한 보석함은 못해도 5골드는 쳐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장롱 전체가 여백 없이 저렇게 세공되었다면 12골드까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골드, 2골드, 1골드에 보석함은 5골드고 장롱 전체를 보석함처럼 나전칠기식으로 가공하면 12골드라고?


“아이 씨... 열받네...”


예전에 살던 마을에서 가구들을 고작 1, 2실버 받고 퍼준 걸 생각하니 배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한편으론 도시에 오자마자 내 실력을 크게 인정받고 돈까지 크게 벌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입으로는 열받는다고 해서 그럴까?

드란트 보톤이 다급히 주판을 튕기더니.


“으음... 물론 그것은 원가 계산일 뿐이고요. 판매할 시에는 수익의 일부를 떼드린다는 것도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량 원가의 두... 하아... 아니. 그냥 두 배 반을 더 쳐서 매입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최상급... 우리 도시 1등 장인에게도 원가에 한 배 반만 더 쳐서 매입해 줍니다. 진짜입니다.”


처음 부른 가격의 2.5배 상향된 가격을 불렀다.

와우?

더 튕겨?


“좋습니다. 전량 계약하시죠. 세공이 없는 가구들은 선물이니 그냥 처분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튕김 없이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사실 애초에 튕길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곳에 대한 이미지도 좋았다.

거기다 상대도 내 눈치를 보며 마지막에 가격을 상당히 무리해서 올려준 것 같았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가족들이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자금은 마련했다.

그리고...

모험에 필요한 장비 구매 대금 및 나를 위해 필요한 돈은 지금부터 더 벌면 된다.


“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매각하실 때도 계속 저희 드란트 보톤 상회를 이용해 주십시오. 필요한 물건이나 저희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정말 성심성의껏 상대해 드리고, 모든 물건을 이 도시 최고의 권력자들과 다른 도시의 권력자들과 귀족들에게 아주 비싸게 팔아서! 토마스 장인님의 명성을 이 도시 최고의 장인으로 올려놓겠습니다.”


드란트 보톤은 눈으로 빠르게 가구들을 훑으며 계산서를 준비했고.

계산서 작성이 끝나자, 밑에 사인을 하고는 웃으면서 내게 펜을 건넸다.

하지만 나는 그 펜을 받아 들지 않았다.

아직 팔아야 할 것이 더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제 세공 기술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던데. 재료가 무엇이고 어떻게 세공해야 하는지... 그 방법도 매입하십니까?”


드란트 보톤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그는 자신이 들은 말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듯이 올빼미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정말... 그 비법을 판매해 주시겠다는 겁니까?”


어느새 허리를 120도 정도로 굽히며, 거의 땅에 고개를 처박고 위로 나를 올려다봤다.

이 사람, 허리 숙이는 건 연기가 아니라 습관인가?


“당연히 판매하죠. 대신 비싸게.”


장인이 기술을 팔아먹어도 되냐고?

상관없다.

나는 장인이 아니다.

장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산품처럼 찍어서 뭔가를 팔아먹는 공장장이 목표라고 해야 할까?

거기다 어차피 모험을 하다보면 자개나 칠기같이 손이 많이 가는 세공을 하고 있을 시간도 없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다 뜯어봐서 재료가 뭔지, 어떻게 세공하는지 비법을 알아낼 거라서.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겐 가장 돈이 되고 나밖에 못 만드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니라 나와 계약한 정령이 만드는 거긴 하지만.


“일만이... 아니, 이만! 이만 골드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고작 1, 2실버 받으면서 가구를 팔았고 오늘 처음으로 골드 단위로 판매했을 뿐이다.

내가 만든 가구만 놓고 보면 시골보다 3, 400배 높은 것이 도시의 물가인데 1만 2천을 부르려다가 2만 골드?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계산은 해볼 수 있었다.

방 하나 빌리는데 4실버를 했던 걸 생각해 보면 손님을 50만 명을 받아야 생기는 돈이고.

손이 많이 가는 나전칠기장을 만들어 팔면 하나에 12골드, 약 1,700개 정도를 찍어내야 한다는 소리다.

정령의 도움을 받는다고 치고 하루에 장롱을 하나씩 찍어낸다고 하면 4, 5년 걸려 벌리는 돈이지만.

실제로 뼈대 제작, 칠, 건조, 세공, 재료 손질 등 생산 과정에 따라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혼자서는 3, 4일에 하나꼴.

10년 혹은 20년에 걸쳐서 벌 돈을 한 방에 준다고 하니 눈이 뒤집힐 정도로 혹하는 금액이 맞았다.

상대도 무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는 계약 못 하겠는데요?”

“2만 골드가... 부족하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채권으로 일부 받아주신다면 2만 5천 골드까지...”

“그렇게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릇 상인이라면 현금을 들고 있어야 장사를 하는 데 유리하니까요. 아닙니까?”

“설마 그 말씀은... 조금 금액을 올리고 전액 채권으로 받아주신다는 소립니까?”

“하하하하! 농담을.”


정색하며 쳐다보자, 드란트 보톤이 눈을 피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돈은 넣어두시고 모두 공방에 주문할 때 사용하시죠. 저는 새로 만든 가구의 수익 배분만 원합니다.”

“하아...”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그가 말한 2만 골드나 2만 5천 골드나 모두 그의 가게가 휘청거릴 정도의 큰 금액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겠다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어쩌면 1년 안에 그만큼 뽑아먹을 수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나야 혼자서 작업하지만, 여기는 전문 공방들과 계약했을 것이고 방법만 알려주면 충분히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자개장과 나전칠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면 내가 손해를 보는 거지.


“몇 퍼센트를 원하십니까.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

“30퍼센트로 계약하기를 원합니다.”

“30! 아니... 30퍼센트라고요?”


드란트 보톤은 다시 한번 확인한다는 듯이 되물었다.


“비용을 제외한 수익에서 30퍼센트입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내가 생각해도 살짝 세게 불렀다.

지금 있는 가구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부수고 뜯어서 만드는 기법을 알아내면 비슷하게라도 재현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가 그 점을 들어 한 10% 정도를 부를 것 같았고 일단 30%를 부르고 20% 정도에서 타협할 생각이었다.


“후우... 30퍼센트는 너무... 차라리...”


드란트 보톤은 고개를 돌려 진열되어 있는 가구들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하아... 이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반하기 전이었다면... 10퍼센트까지는 후려쳤을 텐데... 알겠습니다. 하죠. 만약 다른 데랑 계약하셨다간, 저희가 포슈토 포프를 제칠 날은 영영 없을 테니까요.”


바로 한다고?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수익의 30퍼센트라는 거금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개장과 나전칠기를 바라보는 드란트 보톤의 눈빛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그만큼 이 기술을 좋게 평가해 준다는 소리이다.

거기다 그는 진심으로 포슈토 포프 상회를 제치고 가구 업계 1위로 발돋움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까 발주를 넣던 상대의 태도를 생각하면, 그동안 여러 가지 말 못 할 일들을 많이 겪었을 것 같긴 하다.


“그럼 바로 계약서에 추가하겠습니다. 기술 전수와 재료의 공개는 최대한 빨리 부탁드리며, 2달 이내로 명시하고 싶은데. 혹시 여유가 더 필요하시다면 한 달 더 늘리겠습니다. 이 정도 조건이면 괜찮으실지요?”


그는 내 말이 바뀔까 봐 빨리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좋습니다. 저도 최대한 빨리 기술을 가르쳐 드리죠. 공방을 빨리 가동해야 그만큼 제 수입도 늘어날 테니까요. 그런데 수익 결제 주기는 어떻게 하실 거죠?”

“제작에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료 공수나 판매 등에도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저희는 적어도 6개월 단위로 계약했으면 좋겠는데...”

“1년으로 하죠. 1년 단위가 돈 굴리기도 편할 테고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계약 기간은... 10년이 어떻습니까?”

“좋네요.”


드란트 보톤은 바뀐 내용에 대해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아시겠지만, 이 계약서는 상인 길드에서 공식으로 사용하는 계약서기 때문에 사인을 하신 뒤에는 마법적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효력이 생깁니다. 여기 사인을...”


얼른 사인을 하라고 펜을 건넸지만.


“잠시만요.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내가 팔 물건은 기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혹시... 뭔가 다른 조건을 추가하고 싶으신 겁니까?”

“저기 저 침대가 보이십니까?”


드란트 보톤이 고개를 갸웃했다.


“침대요? 이미... 파시기로 하신 거 아닙니까?”

“네. 팔기로 했죠. 침대 프레임만.”

“아! 매트리스 얘기였군요. 하긴, 매트리스는 가구점에서도 취급하지만, 봉제 점에서도 취급하긴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잠깐 멈칫했던 드란트 보톤은 의심하지 않고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흠... 겉으로 보기엔 특이해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아름답지도 않고. 오히려 저희 가게에서 파는 보급형 두터운 이불이 달린 매트리스보다... 좀 더 대충 만든 것 같고 딱딱할 것처럼 생겼군요.”


눈으로 본 매트리스에 대한 그의 평가는 신랄했다.

하지만 누누이 말했지만, 봉제 공예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누워보시죠.”


긴말은 필요 없었다.

첫 번째 매트리스에 드란트 보톤이 드러누웠다.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침대가 짚으로 만든 매트리스 먼 쪽에 있는 침대가 스프링 매트리스로.

그가 누운 매트리스에는 짚 코어가 들어 있었다.


“으음?”


침대에 누워 몸을 이리저리 뒹굴거려보는 드란트 보톤.

움직일 때마다 몸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는 등 부분이 신기했는지, 침대 위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그였다.


“이 침대... 정말 편안한데요? 오래 누워도 등이 배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살짝 딱딱해서 불편한 점이 있긴 한데, 조금만 더 좋은 봉제 기술을 사용했다면 충분히 커버가 될 것 같고... 지금 이대로도 최상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기술이 궁금하세요?”

“이 기술도 파시는 겁니까?”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다과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과일 깎는 칼을 그에게 건넸다.


“직접 뜯어보시죠. 뭐가 들었는지.”

부우우우욱!


칼을 건네받은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매트리스를 갈랐다.


부스스슥, 부스스스슥...


안에서 들리는 짚 소리에 살짝 실망하는 드란트 보톤이었지만, 그는 짚단을 묶어 코어로 만든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 단단함이 느껴지면서도 내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반응했던 건가? 이런 발상이라니... 정말 천재적이라고밖에는!”

“기술은 안 사실 거죠?”

“...”


내 질문에 드란트 보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인정한다.

짚으로 코어를 만드는 건 누구든지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에 돈까지 주고 살 만한 가치는 없었다.

거기다 제본 공예를 잘하는 공방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등급의 침대를 양산할 수 있을 거다.


“저도 그 매트리스에 쓰인 기술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그건 그냥 계약에 대한 보너스라고 생각하시고요.”

“보너스요?”

“본론은 그 옆에 있는 매트리스입니다.”


과도를 들고 있던 드란트 보톤은 벌써부터 칼로 매트리스 커버를 뜯어내고 싶다는 듯이 고민하다가.

선반 위에 칼을 놓아두고 옆에 있는 침대에 다가가 엉덩이를 걸쳤다.


그긍...


살짝 스프링 소리와 함께 적당히 움푹 들어가는 매트리스.


“어어?”


드란트 보톤은 고개를 갸웃하며 침대에 눕는 대신 귀를 가져다 대고 그 위를 눌러보는 것을 선택했다.


“이게 무슨...”

“일단 누워보시죠.”


드란트 보톤은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지으며 침대 위에 몸을 누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프링 매트리스를 거쳐간 모든 사람이 하듯이.


스긍, 스긍, 스긍, 스긍...


침대 위에서 누운 채로 방방 뛰며 스프링의 탄성을 온몸으로 즐겼다.


“오오오오! 어우!”


그의 얼굴에 자개장을 봤을 때보다 더 큰 희망을 본 것 같이 기쁜 웃음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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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2. 헤어짐이 있고 만남이 있다 늘 그렇듯 +8 24.06.26 2,083 61 13쪽
31 031. 도시 정착을 도와주다 +3 24.06.26 2,095 58 16쪽
» 030.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6 24.06.24 2,143 65 18쪽
29 029. 괜찮은 거래처를 찾았다 +1 24.06.23 2,120 59 13쪽
28 028. 첫인상은 중요하다. 나 말고 너. +5 24.06.22 2,246 64 17쪽
27 027. 도시의 첫인상 +11 24.06.22 2,329 59 16쪽
26 026. 정화의 불길이 솟아오르다 +15 24.06.20 2,439 65 19쪽
25 025. 인간이라는 이름의 지옥 +5 24.06.19 2,487 63 17쪽
24 024. 마을 회의 우리 가족만 없는 +8 24.06.18 2,519 62 13쪽
23 023. 내가 모르는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1 24.06.17 2,455 60 17쪽
22 022. 내 제자는 환생자? +5 24.06.16 2,614 71 16쪽
21 021. 합체하면 기쁨이 배가 된다. +1 24.06.15 2,602 68 20쪽
20 020. 수상한 제자 +5 24.06.14 2,693 58 14쪽
19 019. 엘프 궁술을 배우다 +5 24.06.13 2,769 6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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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한가지 채웠다 +7 24.06.11 2,938 73 16쪽
15 015. 흔들다리 효과 +4 24.06.10 3,018 76 13쪽
14 014. 쩌는 활 있습니다(못당김) +2 24.06.09 3,088 72 12쪽
13 013. Spring goes where?(용수철은 어디로 가는가?) +5 24.06.09 3,161 87 12쪽
12 012. 정령들의 취직희망 1순위 직 +5 24.06.08 3,378 90 12쪽
11 011. 정령이 머물다간 거리 +9 24.06.07 3,492 85 12쪽
10 010. 정령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좋은 이유 +6 24.06.06 3,684 87 14쪽
9 009. 내가 이 마을을 싫어하는, 강해지려는 이유 +1 24.06.05 3,921 97 18쪽
8 008. 이름의 특별함 +2 24.06.05 4,260 105 16쪽
7 007. 정령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다 +2 24.06.04 4,927 101 18쪽
6 006. 즐거운 막대기를 배워보자 +2 24.06.03 5,361 108 16쪽
5 005. 정령사, 정령과 계약한 사람이라는 뜻 +1 24.06.02 5,574 126 12쪽
4 004. 나만 목소리가 들려 +9 24.06.01 6,045 132 13쪽
3 003. 4가지 결핍 +10 24.05.31 6,635 140 12쪽
2 002. 촌놈과 폐인 하프 +4 24.05.31 8,043 156 13쪽
1 001. 전생이 기억나버렸다 +9 24.05.30 8,940 1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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