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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7.01 23:56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2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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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682

작성
24.06.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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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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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9쪽

026. 정화의 불길이 솟아오르다

DUMMY

“마음을 바꾼 건가? 아니면 나랑 다른 사람들을 죽이러 왔어?”


토마스는 그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아직도 올라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빨리 올라올 수 있게 마법과 정령으로 그들을 보조해 주었다.

덕분에 남자들뿐만 아니라 힘이 달리는 여자들도 벽을 타고 빠르게 올라올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서 애들 데리고 마을에서 멀어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재앙이 밀려올 거 같으니까.”

쿠르릉... 쿠궁... 콰콰쾅!

쏴아아아!


토마스가 사람들에게 경고하는데 타이밍 좋게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겨울이고 밤인데, 장대비의 온도는 왠지 모르게 따듯했다.

여름도 아니고 한겨울에 따듯한 장대비라니...


“큰일 났다.”

“빠, 빨리 도망쳐야겠어!”


사람들도 뭔가 사달이 날 거라는 걸 눈치챘다.

다들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촌장의 아들도 촌장의 사위도.

하지만 촌장은 돌아갈 곳이 없어, 토마스의 눈치를 보다가 아들을 따라가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토마스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흥! 내가 너였으면 날 죽이고 그냥 이 마을을 차지했을 거야. 재난이 온다고 친절하게 경고까지 해주다니... 넌 사람이 너무 물러.”


하지만 촌장은 배짱 좋게 이런 상태로도 토마스를 당당하게 비난했다.

그도 왜 그렇게 큰 힘을 가진 토마스가 자신을 죽이지 않고, 다른 마을 사람들도 살려두는 건지 생각해 봤고.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어차피 너 사람을 못 죽이잖아? 모험가가 된다고 했던가? 나도 소싯적에 모험가를 해봐서 잘 알아. 모험가는 살인을 하면 안 되지? 수정구가 있으니까.”


토마스는 모험가가 되려고 한다.

수정구 때문에 모험가는 살인을 못한다.

그래서 자신을 죽이지 않은 거라는 결론을 내린 덕에.

촌장은 이렇게 막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어쩌라고! 씨발!”


토마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촌장을 발로 찼다.


퍽!

“어? 어어엇!”


거리가 상당히 있었음에도 촌장은 구덩이까지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퍽!


따듯한 비가 내려 땅이 물러졌고 촌장은 크게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정면으로 바닥에 넘어지는 바람에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렸다.


철퍽!


그때 토마스가 구덩이에 착지했다.

그는 바닥에 넘어져 있는 촌장에게 다가가, 그를 발로 뒤집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혹시 펜지라고 기억해? 우리 옆집 살던 여자앤데.”

“펜지? 내가 애들 이름을 하나하나 어떻게 기억해? 기억 안 나는거 보니까 다른 마을로 시집갔나 보네.”

“역시 기억하지 못하고 있구나? 다행이네... 혹시 태풍이 왔을 때 기억해? 그때 굴에서 당신이 직접 구워 사람들한테 나눠주었던 고기 있잖아.”

“고기? 아아... 걔가 걔였어?”


토마스가 촌장을 무서워했던 것은 그가 잔인했던 이유도 있지만.

예전에 태풍 때문에 동굴에 모두 대피했을 때.

그가 어린애들을 불러 모으고는 과거에 자연재해가 오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토마스를 보고 입맛을 다시면서.

인육을 먹는다는 행위?

이 세상을 살아보니, 생존이 달린 문제라서 극한의 상황이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토마스도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도 인육을 먹었어야 했을 거라고.

그런데 그가 아이들에게 그 말을 하고 얼마지 않아.

옆집 살던 여자애가 밖으로 나가 실종되었다고 말하더니.

촌장이 직접 고기를 구워서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했다.

그때 사라진 여자아이가 펜지다.


“흥! 먹을 게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잡아먹은 거야. 그리고 그걸 나만 먹었나? 애초에 마을 사람들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던 선택이라고. 너랑 네 부모도 걔를 먹었을걸?”

“거짓말하지 마. 식량은 조금이지만 남아 있었어. 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도 그 고기에는 입도 대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 그거 알아?”

“뭘?”

“이번 생에... 걔가 내 첫사랑이었어. 이 씨발 새끼야!”

“여기까지 와서 첫사랑 타령이야? 물러 터졌군.”


토마스의 눈이 돌아갔다.

그는 바닥에 박혀있던 촌장 집 주춧돌을 주워들었다.

큰 돌이었지만, 스트렝스 마법의 효과가 아직 사라지지 않아서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퍽!


토마스는 주춧돌로 촌장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래, 나 물러터졌다. 근데 넌 대가리가 터졌네?”


토마스는 죽어버린 촌장을 향해 이죽거렸다.

센척하며 양심의 가책을 날려버리려고 했던 거 같지만, 토마스의 창백한 입술은 후회와 두려움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잠시 뒤 토마스는 점프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곤 촌장 아들의 집을 찾아갔다.

토마스의 몸에는 촌장의 피가 튀어 있었고, 촌장의 아들은 그것이 당연히 자신의 아버지 피라는 것을 알았다.


“토, 토마스. 왜... 왜 그래? 다 끝난 거 아니야? 아버지만 없어지면 되는 거잖아? 아버지만 죽였으면 됐지. 나한텐 왜...”

“끝나긴 뭐가 끝나? 입을 털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토마스는 촌장 아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발목을.


빠직!

“꺄아아악!”


발로 차서 부러트렸다.

비명을 지르는 촌장 아들을 버려두고 그의 집에서 빠져나온 토마스는.

이번엔 촌장 사위 집을 방문했다.

빗장뼈가 부러진 촌장 사위는 손가락으로 부인에게 이것저것을 챙기라며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토마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하며 반대편 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빠직!

“끄아아아악!”


이번에도 촌장 사위의 발목이 부러졌다.

그가 끝이 아니었다.

토마스는 안에서 촌장의 계획에 한마디씩 거들던 사람들을 차례차례 찾아가 그들의 발목도 부러트려 주었다.

이곳에서 상처는 약초로 쉽게 치료되지만, 뼈가 빨리 붙는 약초는 흔하지 않았다.

다들 마을에서 도망쳐야 하는데 부러진 발목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어쩌면 가족들이 그들을 버리고 갈 수도 있겠고 가족들 전부가 그 때문에 재난에 휩쓸릴 수도 있을 거다.

거기서부턴 그들의 운이다.

그들이 죽어도.

상처가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이 아니고 자연재해가 그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거다.

애초에 방치해서 사람을 죽게 만들어도 수정구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고 계약한 정령으로 죽인 것도 아니다.

기록상으로 토마스는 살인 한번 한 적 없이 깨끗할 것이다.


쏴아아아아...

쿠릉! 쿠릉!

번쩍!

콰콰쾅!

휘휘휘휘휘휘휘휘휘!


비바람이 치고 번개가 치는 가운데.

토마스는 촌장의 집이 있던 구덩이로 다시 찾아왔다.

왠지 자신이 남아 마을의 최후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치고 있는데도 토마스에게는 한 방울의 비도 묻지 않았다.

계약하지도 않은 정령들이 힘을 합쳐서 그를 둘러싸고 비가 침범하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토마스를 향해 누군가가 다가왔다.


=괴롭겠구나. 하지만 오래 살아온 우리로선 인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건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이야. 거기다 인간들 사이에선 살인자를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라잖아? 넌 아무런 잘못이 없어.

=그래! 나라도 화나겠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는 죽을 만했어. 얼굴 펴! 피라고 이 바보야!

=우리 정령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편입니다. 당신은 우리 정령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부담 갖지 말고 우리를 불러주세요.

=정령들의 힘이 축적되고 있어요. 어서 자리를 피하세요. 위험해질 겁니다.


바람의 정령왕 노아 브리즈, 불의 정령왕 노아 루미에르, 땅의 정령왕 노아 토아르, 물의 정령왕 노아 프레쳐.

여성형인 4대 정령왕 모두가 다가와 동서남북으로 토마스를 안고 따듯하게 위로해 주었다.


“다들 고마워요. 하지만 살인자를 죽였다고 해도 살인은 살인입니다.”


토마스는 정령왕을 향해 쓰게 웃어 주었다.

오늘 처음 보는 정령왕들도 있었는데, 가족이라 불러주고 걱정해 주니 가슴 한편이 따듯해졌다.

전생에 죽인다는 말을 정말 많이 썼다.

XX 새끼들 다 죽여야지! 왜 사형 안 함? 미친 짓 하지 말고 죽어라 좀! 제발 죽어! 죽어버리렴! 아! 다 죽여버리고 싶네! 등등...

그런 말을 할 때는 그 자신도 인터넷 망령들 중 하나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분노라는 감정이 치밀어오를 때마다 댓글이나, 입버릇으로 그런 말을 했었다.

근데 여기에 와서 살다 보니 죽고 사는 게 정말 큰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대의 지구와 다르게 이곳 사람들은 정말 하루하루를 위험 속에 노출되며 간신히 살아남는다.

이곳은 몬스터조차 뜸한 시골이라 덜하지만, 대부분은 몬스터라는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이런 시골에도 자연재해는 인간을 향해 차별 없이 덮쳐온다.

모두가 위태롭게 살고 있지만, 그렇기에 그만큼 무거운 생명이다.

그렇게 생명의 무게를 알게 된 토마스에게조차.

촌장은 죽여 마땅한 놈이 맞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야. 감내해야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후회는 없었다.

지금도 토마스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또다시 사람을 죽일 일이 올 거라고.

하지만 이곳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세상이다.

토마스는 그때도 망설임 없이 사람들을 죽일 거다.

모험가고 수정구고 뭐고,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드드드드드...


토마스가 서 있는 바닥 밑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푸후욱!

푸훅!


땅에서 갑자기 하얀 연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썩은 달걀 냄새나 닭똥 냄새 비슷한 냄새들이 진동했다.


‘유황 냄새?’

=음... 슬슬 저희는 가봐야겠어요.

=다음에 만나 토마스.

=아, 가기 전에. 쪽.

=저도. 쪽.


정령왕들이 인사하며 급하게 정령계로 돌아갔다.

땅의 정령왕 노아 토아르와 물의 정령왕 노아 프레쳐는 가기 전 뽀뽀로 급하게 엘리멘탈 에센스를 토마스의 입에 넣어주었다.

갑자기 몸속에서 땅과 물의 마나가 들끓었다.

하지만 두 속성은 서로 상성이 좋은지 잘 섞이면서 빠르게 토마스의 몸에 흡수되었다.

네 가지 속성의 모든 엘리멘탈 에센스를 모으게 되자.

토마스는 자신의 마나와 마법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이 아니라 상당히 큰 스텝을 밟으며 진일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을 느낄 새가 없었다.


푸후!

푸후!


바닥 여기저기에서 하얀색 수증기 섞인 기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정령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까,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에 저렇게 되던데. 오랜만에 보네.


정령들이 다들 동조했다.


=멋있지. 화산폭발.

=나도 좋아해.

=나도.


그 말은 즉, 지금 화산이 폭발한다는 소리였다.


=근데 토마스. 슬슬 안 피해?

“뭘?”

=발밑.


토마스는 고개를 내려 발밑을 바라봤다.

어느새 땅 밑.

자신의 다리 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곳에서는 붉은빛 때문에 핑크빛으로 보이는 하얀 연기가 막 분출되고 있었다.

갑자기 확 온도가 올랐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대지가 품고 있던 무언가를 밖으로 뱉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땅이 거칠게 흔들렸다.

마을의 최후를 지켜보기 전에 자신의 최후가 먼저 찾아올 것 같았다.


“젠장!”

콰콰콰쾅!


* * *


엘리나는 토마스의 가족들과 함께 마차를 끌고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선두에서 마차를 끄는 토마스의 형은 가장 후미에 있는 소가 끄는 마차의 속도에 맞춰 일부러 천천히 말을 몰고 있었다.

정령사인 엘리나는 이곳에 큰 재앙이 찾아왔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니 여유가 있었던 거다.

결국 최후방에 있던 엘리나는 토마스의 여동생에게 마차를 맡기고 앞으로 뛰어갔다.


“재앙이 오고 있어요. 조금 더 서둘러야 해요.”

“토마스를 못 믿겠는 건 아니지만, 아직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늦게 합류한다고 했으니까,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맞춰주려고 합니다.”

“토마스라면 알아서 올 거예요.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네네. 속도를 좀 더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동생 말이라고 해도 완전한 신뢰는 가지 않고. 가뜩이나 부인이 임신해서 조심해야 하는 시기에 이렇게 마을을 떠나는 것도 그렇고. 별로 달갑지 않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엘리나의 재촉에 토마스의 큰형은 툴툴거리면서 말의 속도를 조금 높였다.

그런데 그때.


쿠릉! 쿠쿵!


그들이 떠나온 뒤편, 마을 위에서 번개가 치는 게 보였다.

겨울엔 원래 번개가 치지 않는다.

따듯한 날, 습한 날에만 번개가 치는데 겨울은 춥고 건조하기 때문이다.


“번개? 이 겨울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본 가족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말들에게 박차를 가했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빨라졌다.


휘휘휘휘...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따듯했다.

겨울인데.


“다, 달려! 달려!”

찰싹! 찰싹!


가족들의 채찍질이 시작됐다.


이히히힝!

음머어어!


처음엔 말과 소들이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푸르륵! 푸르르륵!

모오오오오오!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소와 말들이 채찍질을 하지 않아도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오오오오오!

꾸륵! 꾸르륵!

까악까악까악!

푸드드득! 푸드드득!

바스스스스스..

두두두두두....


갑자기 숲속의 온갖 짐승들이 울음을 울어대며 잠에서 깨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과 정반대 방향으로.

초식 짐승들도 육식 짐승들도 보였다.

하지만 평소 먹이사슬 관계라든가, 배고프다든가 하는 것 때문에 발을 멈추는 짐승은 한 마리도 없었다.

생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쿠르릉... 쿠궁... 콰콰쾅!

쏴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빗소리에 묻혀서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움직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말이 끄는 마차와 소가 끄는 마차 사이에는 조금씩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맨 뒤에 있는 마차를 몰며 불안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던 엘리나는 고개를 돌려 같은 마차를 타고 있는 헤일리를 돌아봤다.


“안 되겠어. 안기세요.”


헤일리가 손을 뻗자, 엘리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마차를 버리고서 앞으로 뛰어갔다.

따로 끌지 안아도 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두 명이 내려 가벼워진 덕에 속도도 조금 빨라졌지만.

그래도 앞의 마차들과는 조금씩 더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엘리나는 뛰어서 세 번째 마차를 따라잡고 마차를 몰고 있던 토마스의 어머니에게도 손을 뻗었다.


“껴안을게요.”


정령이 빙의된 의수가 자연스럽게 움직여 어머니를 안았고.

엘리나는 소가 끄는 세 번째 마차도 버리고 앞에 있는 마차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뛰어갔다.

토마스의 여동생과 어머니를 각각 두 번째 첫 번째 마차에 나눠 내려준 엘리나는.


“엘리다인, 소들을 풀어줘.”


정령에게 명령해서 뒤따라오는 소들을 풀어주라고 명령했다.

마차에 묶여 있던 소들은 끈이 풀리자 더 힘을 내서 미친 듯이 도망쳤다.

하지만 그 속도는 마차를 끌고 있는 말들의 3분의 1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쏴아아아아...

쿠릉! 쿠릉!

번쩍!

콰콰쾅!

휘휘휘휘휘휘휘!


비바람과 번개가 더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마을 쪽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비가 내리니 불이 퍼질 일도 없을 텐데.

마치 가뭄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마을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드드드드드...


그때 땅이 흔들렸다.

달리고 있는 마차에는 토마스가 만든 특제 스프링 충격흡수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흔들림이 적어 괜찮았지만.

뿌리를 내리고 있던 나무들과 비를 맞아 미끄러워진 돌이나 바위들은 지진으로 흔들렸다.

가도를 벗어난 곳에서는 높이 있는 나무나 돌이 떨어져 내리며 아찔한 모습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나 그들이 이미 지나온.

소가 빠져나오고 있는 작은 협곡 사이의 도로로는.

협곡 위의 돌이 쏟아져 내려 길을 막고 소를 깔아뭉개기까지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마을에서는 거대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전보다 더 강한 떨림이 있고.


콰콰콰쾅!


폭발과 함께 땅속에서 하늘 위로 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땅이 폭발하며 마그마를 분출한 거다.


이히히히힝! 이힝! 이히힝!

“워워! 왜 그래? 흥분하지 마!”


말들이 흥분하며 마구를 스스로 벗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토마스가 만든 특수 마구였다.

몇 번이나 마차에서 벗어나려던 말들은 이내 포기, 순응하며 마차를 몰았다.

그리고 왜 그들이 흥분했는지.

잠시 뒤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푸우우!

삐이이이이이...


마을 중심부가 연기와 재, 그리고 뜨거운 돌과 바위들을 발사했다.

고열, 고압으로 압축되며 터져 나오는 수증기와 마그마 덕분에 그것은 마차가 있는 곳까지 날아왔고.


쾅!


길 한가운데 운석처럼 떨어진 바위 하나가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마차를 향해서도 커다란 파편들을 튀겨댔다.


“꺄아아악!”

“으악!”


토마스의 가족들이 비명을 질렀다.


-물이여 바람의 힘으로 우리를 감싸주어 적의 공격을 막으소서! 워터 실드!

“막아!”


하지만 엘리나가 마법과 정령들을 활용해 파편들을 막아냈다.


히히히히히힝!


말이 통하지 않던 말들이었지만, 그들은 엘리나가 마법과 정령들로 모두를 구한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엘리나는 계속해서 마법과 정령으로 가족들을 구했고.

가족들도 마차를 모는 데만 집중하고 최대한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쯤 뒤.


콰-쾅!

푸우우우우우!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한때 마을이 있던 자리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붉은색 물결이 폭발하듯 솟아올랐다가.

서서히 옆으로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오더니 숲을 잡아먹으면서 불길과 함께 전진했다.

모든 숲이 타들어 갔다.

범위가 넓어지는 속도는 느렸지만 꾸준했고 절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파편들이 날아오던 것이 멈추었다.

엘리나는 비상사태를 해지하며 그제야 조금 숨을 돌렸다.


“근데 우리 토마스... 제대로 도망쳤나 모르겠네...”


한숨을 돌리게 된 토마스의 어머니가 바로 아들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는 침묵하고 토마스의 형은 어머니로부터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토마스에게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저곳에서 빠져나오는 건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쏴아아아...


빗발이 굵어지고 화산재가 섞인 비가 모두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느리지만 계속해서 마을 밖으로 밀려 나오는 용암과 겨울인데도 따듯한, 잉크같이 검은 빗물.

그 모든 것이 토마스의 생존에는 부정적인 신호로만 보였다.

토마스에게 마법과 정령술을 가르쳐줬던, 아니 마법만 가르쳐주고 오히려 정령술은 토마스에게 배웠던 엘리나조차.

걱정스러운 눈으로 마을 쪽을 돌아봤다.

그런데 그때.


“으아아! 다 따라잡았다!”


뒤쪽에서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 작성자
    Lv.45 초고수님
    작성일
    24.06.21 00:59
    No. 1

    주인공이 인성질 하면서 대드는데 이걸 살려주네?호구엘프네? 했는데,,,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21 01:11
    No. 2

    2화 엘리나의 마지막 대사...

    “끄으으으윽! 아오! 죽일 수도 없고!”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8 오지고요
    작성일
    24.06.21 01:20
    No. 3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21 01:27
    No. 4
  • 작성자
    Lv.73 忠忠
    작성일
    24.06.21 01:34
    No. 5

    좆같은 중세비스무리한 시기에 살인자를 가린다는게 좀 무리가 있지않을까 하네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2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21 01:35
    No. 6

    안 그래도 그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든가...
    잠깐 그걸 보충설명으로 넣어야 하나... 흠...
    나중에 내용이 나오긴 할건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다시 몇번 더 보면서 넣을 구석이 았나 찾아볼게용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21 01:43
    No. 7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 오해하실 분들이 있을것 같다고 생각해서.
    엘리나와 실랑이를 벌이기 전 부분에.

    『스승이 말해준 내용에 따르면, 직접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고도 사람을 죽이고 수정구를 속이는 편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래서 실제 모험가들 중에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비중이 높다고.
    그것을 다 알려줘 놓고도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살인에 익숙해지면 계속 살인에 의존하다가 다크 길드 쪽으로 떨어지는 모험가를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를 넣어서 忠忠님 말씀대로, 실제 여기는 조까튼 중세 비스무리한 곳이라서
    살인자들의 비율은 생각보다 많을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추가해서 넣었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읽은 댓글은 모두 좋아요 누르고 있습니다.
    독자님들 댓글 많이많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우럭구
    작성일
    24.06.21 01:48
    No. 8

    재미있게보고있어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21 01:50
    No. 9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보라하늘달
    작성일
    24.06.21 02:49
    No. 10

    와..제목변경되는 타이밍이 절묘하군요 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21 03:28
    No. 11

    나 안잔다! ㅋㅋ(계속 디테일한 부분 구상하면서 지우고 맞추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
    그러고니 절묘하네요.ㅋ
    누가 보면 맞춘듯 ㅋㅋ
    진짜 아님다 ㅋㅋ
    어? 이게 되네? 라는 느낌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허리케인조
    작성일
    24.06.26 05:05
    No. 12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7.01 10:27
    No. 13

    엇? 네. 맞습니다. 라고 댓글 달아드리려고 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리화영
    작성일
    24.07.01 15:51
    No. 14

    돈은 안챙기나?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8 sjsnsl
    작성일
    24.07.01 21:59
    No. 15

    첫살인에 대한 두려움이면 몰라도 후회?
    아직 뇌가 꽃밭이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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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성인식은 고유스킬 뽑는 날! +4 24.06.26 2,068 76 17쪽
32 032. 헤어짐이 있고 만남이 있다 늘 그렇듯 +8 24.06.26 2,097 61 13쪽
31 031. 도시 정착을 도와주다 +3 24.06.26 2,109 58 16쪽
30 030.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6 24.06.24 2,156 65 18쪽
29 029. 괜찮은 거래처를 찾았다 +1 24.06.23 2,132 59 13쪽
28 028. 첫인상은 중요하다. 나 말고 너. +5 24.06.22 2,259 64 17쪽
27 027. 도시의 첫인상 +11 24.06.22 2,345 59 16쪽
» 026. 정화의 불길이 솟아오르다 +15 24.06.20 2,458 65 19쪽
25 025. 인간이라는 이름의 지옥 +5 24.06.19 2,512 63 17쪽
24 024. 마을 회의 우리 가족만 없는 +8 24.06.18 2,540 63 13쪽
23 023. 내가 모르는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1 24.06.17 2,481 61 17쪽
22 022. 내 제자는 환생자? +5 24.06.16 2,637 72 16쪽
21 021. 합체하면 기쁨이 배가 된다. +2 24.06.15 2,623 69 20쪽
20 020. 수상한 제자 +5 24.06.14 2,714 59 14쪽
19 019. 엘프 궁술을 배우다 +5 24.06.13 2,791 67 16쪽
18 018. 사탕 두 알이면 괄목상대(刮目相對) +2 24.06.12 2,765 65 15쪽
17 017. 불청객 접대 +3 24.06.12 2,924 65 17쪽
16 016. 한가지 채웠다 +7 24.06.11 2,961 76 16쪽
15 015. 흔들다리 효과 +4 24.06.10 3,040 77 13쪽
14 014. 쩌는 활 있습니다(못당김) +2 24.06.09 3,107 73 12쪽
13 013. Spring goes where?(용수철은 어디로 가는가?) +5 24.06.09 3,179 87 12쪽
12 012. 정령들의 취직희망 1순위 직 +5 24.06.08 3,402 90 12쪽
11 011. 정령이 머물다간 거리 +9 24.06.07 3,517 85 12쪽
10 010. 정령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좋은 이유 +6 24.06.06 3,708 87 14쪽
9 009. 내가 이 마을을 싫어하는, 강해지려는 이유 +1 24.06.05 3,945 97 18쪽
8 008. 이름의 특별함 +2 24.06.05 4,287 105 16쪽
7 007. 정령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다 +2 24.06.04 4,955 101 18쪽
6 006. 즐거운 막대기를 배워보자 +2 24.06.03 5,391 108 16쪽
5 005. 정령사, 정령과 계약한 사람이라는 뜻 +1 24.06.02 5,607 127 12쪽
4 004. 나만 목소리가 들려 +9 24.06.01 6,075 132 13쪽
3 003. 4가지 결핍 +10 24.05.31 6,675 141 12쪽
2 002. 촌놈과 폐인 하프 +4 24.05.31 8,080 158 13쪽
1 001. 전생이 기억나버렸다 +10 24.05.30 8,991 17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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