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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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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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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1화

DUMMY

아비오로프의 단검의 가격을 들은 뒤로 잠시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나와 아린이는 이은주 감정사가 앞에 있어 뭐라 말은 하지 못했지만 저건 절대 사지 말자는 뜻만큼은 확실하게 통하고 있었다.


“다, 단검치고는⋯ 좀 비싸네요?”


나는 완곡하게 사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예술품으로서의 가치와 희귀성이 더해져 동급 아이템에 비해 조금 더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휴~ 역시 그런 거였나.

뭐든 예술성과 희귀성이 더해지면 그것만으로도 가격은 몇 배로 뻥튀기가 되는 법이니까.

우리는 예쁘고 희귀한 아이템을 수집하러 온 게 아니니 리터닝 능력이 좀 신기하긴 하지만 아비오로프의 단검은 패스하고 성능 위주의 아이템을 보기로 했다.


“다른 것은 모두 배제하고 성능 위주의 아이템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주문에 따라 이은주 감정사는 완전히 새로운 바리에이션의 아이템을 소개해주었다.


“잊혀진 기사의 검입니다. 특별한 요소는 없지만 그만큼 검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능 위주의 아이템을 주문하자 갑자기 확 투박해진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아비오로프의 단검은 어디 제국의 황제가 자신의 권위를 뽐내는데 썼을 것 같은 느낌이라면 잊혀진 기사의 검은 이름 그대로 진흙투성이의 깡통기사가 전장 한복판에서 차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호오.”


하지만 이은주 감정사의 말대로 기능성 하나는 확실한지 아린이는 검을 뽑아 무게감과 날의 예리함, 곧은 정도 등을 확인하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잊혀진 기사의 검은 95억 2000만 원으로 책정되어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다른 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은주 감정사는 아린이에게 비슷한 가격대의 검을 몇 가지 더 보여주었다.

전부 가격과 특징은 상이했지만 아린이는 최종적으로 잊혀진 기사의 검이 가장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격도 저 정도면 아린이에게 필요한 모든 장비를 구비 하는데 충분할 것 같았다.


“성능과 가격만 생각하신다면 잊혀진 기사의 검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다음으로 보여드릴 두 번째 검은 영웅왕의 성검입니다.”


음? 뭔가 어울리지 않게 장식도 곁들여진 화려한 검이 튀어나왔다.

잊혀진 기사의 검과 비교하면 급이 나눠지는 게 딱 보일 정도였다.


“오⋯!”


아린이는 검을 쥐고 칼집에서 날을 뽑아보는 순간 감탄을 뱉었다.

잊혀진 기사의 검이 그냥 쓸만한 정도였다면 이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명검인가 보다.


“이, 이 검은 왜 이렇게 좋죠?”

“영웅왕의 성검은 A급 아이템으로 검은 범용성이 가장 넓은 무기이오니 하나쯤 장만하시면 제 가치를 충분히 할 것이라 기대돼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검은 얼마 정도 해요?”

“영웅왕의 검은 530억 원입니다.”


이은주 감정사의 말에 아린이는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너무 가지고 싶지만 달랑 검 한 자루에 예산의 절반을 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 자기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런 기류를 눈치챈 이은주 감정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단히 실례로 생각합니다만⋯ 윤아린 헌터님께서 이번에 길드를 설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 네, 마,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업계가 좁다 보니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소식이 들려오기에⋯ 죄송합니다.”

“아니요, 죄송하실 건 없는데⋯! 그건 왜요?”

“길드 등급 판정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와, 진짜 다 알고 있네?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는 건가, 좀 무서웠지만 일단 잠자코 들었다.


“얕은 지식이지만 길드 등급 판정에 가용 가능한 보유 아이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B급 아이템을 여러 가지 구매하시는 것 보다 A급 아이템을 조금이라도 더 갖추시는 것이 더욱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살 수 있는 물건이 너무 적은데요?”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 A급 아이템을 구매하면 잘해야 2개 정도밖에 사지 못할 테니 가짓수가 너무 적었다.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권해드리기엔 다소 불편한 이야기이오나 아이템 담보 대출을 이용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은주 감정사는 컨설턴트 과장님과 똑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뭐지? 둘이 짠 건가?

아니면 그만큼 아이템 담보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인 경우인 건가?


“저희 해인 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한 한결은행을 이용하시면 시중 70%보다 높은 아이템 평가액의 80%까지 대출해드리며 마찬가지로 시중금리보다 더욱 저렴한 이자로 모시는 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 한 번 상담받아 보시겠습니까?”




***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결은행 해인거래소지점 지점장 박재석입니다.”


이게 웬걸, 일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린이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영웅왕의 성검을 본 뒤론 어떤 아이템을 봐도 시큰둥해하는 게 눈에 빤히 보였고 나는 결국 대출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은행은 또 언제 가나,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해인 거래소 안에 한결은행 지점이 있었고 우린 스트레이트로 지점장과 상담을 받게 되었다.


박재석 지점장님은 담보니 금리니 금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의 말을 정리하자면 만약 우리가 해인에서 1100억 원어치의 아이템을 구매하면 그 아이템을 담보로 아이템 가액의 80%인 880억에 더해 지점장 권한으로 깔끔하게 900억을 맞춰 대출해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금리는 연간 3.2%라는데 900억의 3.2%면 28억 8000만 원이고 그걸 12로 나누면⋯ 매달 이자만 2억 4천만 원⋯?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오는 금액이었다.


“준호야.”

“응⋯?”

“대출받으면 안 될까?”


그런데 빚을 짊어져야 하는 당사자인 아린이가 먼저 그렇게 제안했다.


“너⋯ 괜찮겠어?”

“괜찮아, 자신 있어. 내가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잖아?”


아린이는 강한 확신을 보였고 본인이 그렇다면야 더 이상 내가 할 말은 없었다.

이미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교차 검증을 받은 일이기도 하고 결국 장기적으론 이게 더 큰 이익을 불러온다고도 하니, 월 2억 4천 까짓거, 언제까지고 숫자에 쫄아 움찔거리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




“저희 해인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절차는 저희가 완벽히 처리할 터이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아이템은 전화 주시면 즉시 운송해드리겠습니다. 감정사 이은주였습니다.”


우리가 모든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엔 4일이 걸렸다.

원래 있던 1100억과 대출받은 900억을 합쳐 2000억이나 되는 돈을 쓰는 일이니 충분히 신중하게, 하지만 길드 등급 심사 때문에 마냥 여유롭지는 않아 최대한 신속하게 아이템 구매를 마쳤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아린이가 마음에 쏙 들어 했던 영웅왕의 성검과 커다란 전투도끼와 전투망치를 하나씩, 총 3개의 A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B급으로 충분한 무기의 바리에이션을 갖추고 갑옷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내 그라고스의 메이스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길드에 탈탈 털어 넣은 우리는 정식으로 길드 등급 심사를 신청했고 그로부터 다시 3일 뒤, 드디어 심사 결과가 나오기로 한 날이 되어 나와 아린이는 아침 8시부터 컨설턴트 과장님의 사무실에 모였다.


“결과는 헌터관리국이 업무를 시작하고 9시 10분쯤 돼야 게시될 겁니다. 너무 긴장들 하지 마시고 편안히 기다리세요.”


과장님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등급 판정이 B급으로 나왔다 하면 바로 헌터관리국에 달려갈 기세로 서류가방을 만지작거리며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학교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고등학생처럼 긴장감 속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헌터관리국 홈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 했고 그렇게 9시 14분, 드디어 길드 등급 판정 결과가 게시되었다.


“그럼⋯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우린 서로의 머리가 맞닿을 정도로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 딸깍.


과장님이 마우스를 클릭하자 모니터 화면에 결과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하아.”

“⋯⋯⋯아.”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우리는 나지막한 숨을 내뱉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비틀비틀 소파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고 아린이는 허리에 손을 얹고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과장님은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헌터관리국의 길드 등급 판정 결과 아린이의 실버나이츠 길드는 A급 길드 판정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




“사장님! 소파는 어디에 둘까요?”

“아, 그건 가운데에 놔주세요!”

“냉장고는요?”

“냉장고는 탕비실 쪽에 자리 있어요!”


어렵고 복잡한 절차가 모두 끝나고 아린이의 A급 길드 실버나이츠 길드는 드디어 정식 길드 자격을 얻었고 당장은 나와 아린이 둘 뿐인 길드이기에 출퇴근하기 편하게 집 근처에 작은 길드 사무실을 얻었다.

A급 길드치고는 초라한 사무실이지만 아이템을 사느라 진 빚을 감당하려면 아낄 건 아껴야 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구매하신 아이템을 전달해 드리러 왔습니다.”


사무실을 정리하느라 한참 어수선한 때 건물 앞으로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나올 법한 신기한 모양새의 트럭이 서더니 그 안에서 한주먹 할 것 같은 헌터들이 내리길래 뭔가 했는데 해인 거래소에서 우리가 구입한 아이템을 전달해주러 온 거였다.

하긴, 도합 2000억 원어치 물건을 싣고 오는 건데 사고가 나거나 탈취라도 당하면 대참사니 저 정도 보안은 유지해야겠지.


“응? 그런데 저건 뭔가요?”


헌터들이 트럭에서 아이템을 꺼내기 전 무슨 커다란 캐비닛 같은걸 들고 들어오길래 함께 온 이은주 감정사에게 물었다.

저런 건 시킨 적 없는데?


“저희 거래소를 이용해주신 고객님들께 제공해 드리는 보안 서비스입니다. 무기고는 마력으로 강화돼 어지간해선 부수거나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튼튼하며 위치추적 마법도 걸려있어 도난 등의 상황이 의심되는 경우 저희 거래소의 헌터들이 즉시 출동해 고객님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해드립니다.”


오, 이런 사후 서비스도 있는 건가?

안 그래도 이 비싼 아이템들을 그냥 누구 가져가려면 가져가쇼, 하고 사무실에 두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많은 무기들을 아린이에게 항상 가지고 다니라고 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그 걱정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진짜 비싼 게 돈값을 하는구나.


“후~ 뭐 별거 들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힘들지?”

“그러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그날 저녁, 사무실 정리를 마무리한 우리는 밥 먹으러 나갈 정신도 없어 그냥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우리의 사무실이라니, 뭔가 재밌기도 했다.


“그래도 어떻게 진짜 세우긴 세웠네, 길드⋯.”


아린이는 생소하고 복잡한 난관을 끝도 없이 헤쳐오느라 고생한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 뭘 다 끝난 것 같이 말해. 빚 갚아야지.”

“그것도 그렇네.”


짧은 대화를 마친 우린 잠시 사무실을 슥 둘러보았다.

책상과 컴퓨터가 있어 일도 할 수 있고 소파가 있어 쉴 수도 있고 탕비실이 있어 간단히 뭘 해먹을 수도 있는 꽤나 그럴듯한 사무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내가 뭔가를 이뤄낸 것 같아 뿌듯했다.

나이 24살에 자기 사무실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준호야.”

“응?”


뭐 도와줘서 고맙다거나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 이제 뭐 해⋯?”

“어⋯?”


하지만 아린이의 말에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 그러게?

길드도 설립했고 사무실도 생겼는데 이제 뭐 하지?

아니, 물론 할 일이야 뻔하다만은 레이드에 참가하려면 어디 가서 일을 따와야 하는 거지?

아린이의 상당히 예리한 질문에 나는 한동안 벙 쪄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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