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400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3.07 13:11
조회
234
추천
7
글자
17쪽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4)

DUMMY

"제 2진! 사격!"


콰라라락! 피비비빅!


"쿠에에!"


"쿠이이!"


순식간에 라드의 후방에 있던 발루들이 쓰러졌다.


"3진 조준!"


척.


발루들은 쓰러진 동료와 뒤에서 나타난 무리를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꾸이이이!!"


부대장격으로 보이는 발루가 소리를 지르자 나머지 발루들은 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공격에 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 하아..."


털썩.


발루들이 물러가는 것을 본 라드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1진, 2진은 시위를 풀고 대기, 3진은 주변을 경계한다!"


그 무리는 주변을 경계하며 라드에게 다가왔다.


"이봐. 괜찮나?"


라드는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용병?"


"아, 그래."


"난 괜찮지만..."


겨우 풀린 다리를 수습한 라드는 여전히 기절해 있는 로스에게 다가갔다.


"이봐. 왜 그래?"


톡톡.


라드는 누워있는 로스의 뺨을 살짝 두드렸다.


"뭐야. 기절한 건가?"


뒤따라온 용병의 물음에 라드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숨은 쉬고 있는데..."


"......"


라드는 그녀의 옆에 떨어져 있는 물주머니의 입구를 열고, 자신의 손가락을 적셨다.


톡.


그리고 손가락에 묻은 물방울을 로스의 얼굴에 떨어트렸다.


"으음......."


물방울의 차가움 때문인지, 로스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정신을 차렸다.


"아......"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아직 멍한 상태인 것 같았다.


"......제가 왜 누워있죠?"


"뭐?"


라드는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몰라.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더니 기절했잖아."


"에... 그래요?"


어쩐 일인지 로스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둘이서 뭐 하는데 여기까지 온 거야? 이 앞에 마을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갈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용병의 물음에 라드는 로스를 바라보았다.


"네?"


"네가 대답해. 어차피 난 너를 따라온 것이니까."


"......"


로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용병에게 말했다.


"그냥... 어디 갈 곳이 있어서요."


"어딘데?"


"그건... 말 못해요."


"......"


용병은 잠시 로스와 라드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동료를 가리켰다.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겠어?"


"네?"


로스는 라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지."


라드의 허락이 떨어지자 용병은 둘을 자신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겁도 없이 이곳에 들어온 멍청이들 얼굴이나 보자."


그 목소리에 라드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린데...'


묘하게 남자 같은데 여자 같기도 한 목소리...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 라드였다.


"응? 라드 아니야?"


그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였다. 웬만한 남자보다 덩치가 크고 주황색의 머리도 남자만큼 짧았지만, 결정적으로 목젖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드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아아......."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라드였다.


"넬다."


"아, 넬다. 오랜만이군요."


그녀도 예전에 라드와 같은 용병단에 있던 동료였다. 비록 짧은 시간만 같이 있다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다른 용병단으로 전출되었지만.


"호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인데?"


"뭐... 그렇죠."


라드는 넬다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 친하게 말을 걸어오면 어려워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온 거야?"


"그건......."


라드는 다시 질문을 옆에 있는 로스에게 넘겼다.


"갈 곳이 있어서요."


"어?"


넬다는 지금에서야 로스를 발견한 것 같았다.


"이 아가씨는... 예전에 네가 말했던 그 약혼녀?"


"아뇨. 모르는 사람."


로스는 차갑게 딱 잘라서 말하는 라드를 보며 살짝 놀란 눈치를 보였다.


"큭... 하여간 변한게 없어. 말투도, 모습도..."


넬다가 웃는 동안, 주변을 경계하던 용병들이 집합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 그래? 그럼 너희도 시위 풀고 쉬어."


"알겠습니다!"


지금 보니 그들은 전부 커다란 석궁을 들고 있었다. 발루의 가죽을 뚫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신형 석궁인 듯 싶었다.


"그런 넬다야 말로 여기는 왜 온 거에요? 게다가 저 사람들은 영지병 같은데."


확실히 대부분이 용병이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주변 영지의 문양을 달고 있었다. 게다가 석궁도 용병단이 들기에는 많이 비싼 물건이었다.


"의뢰받고 온 거지."


"의뢰?"


이런 곳에 넬다 정도의 용병이 올 의뢰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라드였다. 이 근처에 강한 마물들은 많지만... 이곳에 얻을게 뭐가 있다고 용병까지 고용해 보낸단 말인가. 게다가 영지병까지 끼워서.


"이건 극비인데..."


넬다는 조용히 라드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이 주변에서 바네인이 목격되었다."


"네?!"


바네인이라는 말에 라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잠깐. 바네인이라면..."


라드는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쉿!"


넬다가 급하게 라드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로스는 다 들은 상태였다.


"......?"


그러나 로스는 바네인이 뭔지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개중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로스는 어디 시골에서 올라온 모양인 것 같더군요. 바네인을 모를 거에요."


"그럼 다행이고."


다시 한번 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네인이라니...'


바네인. 그것은 최강, 최악의 마물이었다. 거의 인간급의 지능을 가지며, 강력한 힘과 빠른 속력으로 한번 나타나면 용병단 하나와 맞먹는 전투력을 보이는 마물인 것이다. 게다가 더욱 무서운 것은 사람을 '뜯어'먹는다는 점으로, 다른 마물들도 사람을 잡아먹기는 하지만 바네인은 특히 전투 중에도 사람을 죽이자마자 먹어버리니 더욱 공포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신학서에는 바네인이 마족의 '그림자'를 받아들여 마족을 인간계에 현신시키기도 한다는 믿지 못할 소문도 있을 정도였다.


"바네인이 있다면... 이 주변 영지는..."


"그래서 몰래 온 거지. 이곳 영지민들 다 피난가게 할 수는 없잖아."


끄덕.


라드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인원으로는 소용없을 것 같은데요?"


"아아, 우리는 정찰대야. 바네인의 위치를 알아내는."


"......"


"뭐, 저 아가씨가 가는 곳이 이 황무지인가?"


"그런 것 같던데요."


넬다는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좋아. 데려다주지."


"네?"


"어차피 바네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를 정하고 수색하는 것도 아니니 일단 너희를 데려다 주고 와도 괜찮을거 아냐."


"그래요?"


"그래. 가는 길에 바네인이 있다면 너희를 데리고 도망치고."


"......"


라드는 로스를 바라보았다. 폐가 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실력이라면 꽤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굳이 이들이 필요 있을지... 하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하긴... 방금 전만 하더라도 위험했으니...'


"알겠어요."




그들이 용병들과 합류했을 때, 발루들도 자신들의 주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


그는 앉아서 여유롭게 발루들의 변명을 듣고 있었다. 물론 바닥에 앉았음에도 발루보다 2배는 컸지만.


“꾸이이...”


“꾸이...”


-그래... 인간들이란 말이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꾸이이!”


“꾸이! 꾸이이!”


그가 일어나자 발루들은 급하게 머리를 숙였다. 마치 감히 고개를 들어서는 안 되는 위대한 존재를 보듯이 말이다.


-별 수 없군. 내가 나서야 하는 건가-


그는 아까 로스의 신력을 막았던 그 목소리였다. 아까 그 목소리를 냈던 발루는 평범한 발루들과 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그 목소리의 진정한 주인은 이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꾸이이......”


-아아. 괜찮다-


“꾸이?”


발루의 부대장이 정말이냐는 듯 고개를 들었다.


쿠웅!


그리고 그 부대장 발루는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꾸이이!”


“꾸이! 꾸이이!!”


순식간에 부대장이 죽어버리자, 발루들은 혼란에 빠져버렸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그의 근육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난 죽음을 모아야 활동할 마력을 모을 수 있거든-


파아악!


그가 커다란 팔을 휘두르자 그 궤적에 쓸린 발루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두꺼운 가죽도, 질긴 털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막대한 힘과 마력 앞에서는!


“꾸이이이!”


뒤에 있던 몇몇 발루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갔지만, 그는 가볍게 뛰어올랐다.


“꾸이...?”


자신들의 머리 위로 생기는 그림자에 발루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위를 보았다.


쿠웅!


그리고 그 발루들은 그의 발에 깔려 처참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 더...-


파악!


더 이상 그의 팔이 휘둘러지는 것을 막을 발루는 없었다. 도망치는 발루도 없었다.


파악! 파악!


“꾸이이이!!”


퍽!


이윽고 마지막 남은 발루의 가슴이 그의 손톱에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부르르르...


발루는 온몸을 발버둥쳤지만, 그는 가볍게 발루가 꽂혀있는 손을 들어올렸다.


“꾸이... 꾸이이...”


마지막 발루의 움직임이 멈추자, 그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올라왔다.


-아직 모자라군-


그 존재는 마치 사람에게서 가죽을 모두 벗겨놓고 크기를 2배 정도로 키운 모습이었다. 그 징그러운 얼굴로, 그... 아니 그 몸에 깃든 존재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 근처에 바네인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잘못 했으면 투신을 하나 더 만들어 줄 뻔했군-


그는 ‘감각’을 이용해서 그녀의 방향을 찾았다.


-이런... 이거 위험한데-


그는 현재 바네인의 몸에 들어와 있는 마족 벨로폰이었다.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군-


팟!


바네인이 몸을 웅크렸다.


휘익-


그리고 그 탄성을 동원해 하늘로 뛰어올랐다.


쿵!


그는 한번에 사방에 퍼져있던 발루들의 시체를 전부 뛰어 넘었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


-크아아아악!!-


광폭한 바네인의 외침이 황무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은 쉬고 가자고?”


“그래, 너희는 모르지만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근처를 돌아다녔거든. 조금 쉬어야 돼.”


황무지 가장 깊숙한 곳의 마을. 사실상 황무지에서 마물들이 뛰쳐나오지 못 하도록 막는 성채와도 같은 곳으로서 상주하는 병사들도 상당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들도 함께 마을에 정착했기에, 지금에 와서는 중간규모의 마을로 성장해 있었다.


“오늘이 무슨 마을 성립 기념이래잖아. 떠나면 안 된대.”


“그런 사정 다 봐주면서 어떻게 용병일을 해?”


“뭐, 우리도 쉬고 싶기도 하고. 그럼 이만... 너도 저 아가씨 데리고 놀러다니지 그래? 시장도 열렸던데.”


“......그런 사이 아니라고.”


“옆에서 이것저것 다 챙겨 주는거 봤는데?”


“......”


라드의 매서운 눈빛에 넬다는 알았다고 말을 하고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방을 나섰다.


“하아......”


이곳까지 오는 여행자가 없었기에 여관도 없었고, 그렇기에 민박을 하게 됐는데 그것도 방을 구하기가 여의치가 않아서(근처에서 나무를 구하기 힘들어서 집이 많이 없다)로스와 같은 방까지 쓰게 되고 말았다(넬다와 영지 병사들은 마을에서 좀 큰 촌장집에서 머물렀고, 다른 용병들과 라드, 로스는 따로 민박을 구했다). 그러니 이상한 소문이 퍼질 수밖에... 나이도 딱 비슷해 보이는데다가 백금발의 조용한 분위기의 소녀 로스와 흑발에 약간 호리호리하고 차가워 보이는 라드. 거의 정 반대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잘 어울려 용병들은 둘을 애인사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금 온 것도 사랑의 도피라던가 하고.


“휴우......”


뭐 남들이 어떻게 오해하던지 성도에 있는 쉬란 귀에만 안 들어가면 상관없다고 생각한 라드는 잠시 외출나간 로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귀한 집에서 자랐기에 여러 가지로 모르는 것 같은데, 축제 같은 것에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신관이 되면 선배가 될 테니 잘 보여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다녀왔......”


홱.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로스의 손목을 낚아 챈 라드는 그대로 마을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우와... 사람이 엄청나게 많네요.”


“이 정도는 많은 것도 아니야. 성도나 수도에 비하면...... 특히 수도는 장난이 아니지.”


“그래요?”


그러나 역시 로스에게는 이 정도 숫자의 사람을 본다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인지라, 이것보다 더 많은 곳이 있다 할지라도 신기한 것은 신기한 것이었다.


“뭐 아직 준비 중인가.”


마을이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낮이라서 그런지 별로 볼거리가 없었다. 수도의 축제를 생각했던 라드는 실망을 감추지 못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그가 놀러 오고 싶어서 로스를 데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뭐야, 이게 끝이야?”


축제라고 해봐야 온갖 잡다한 물건을 갔다 파는 시장과, 밤에켤 것 같은 거대한 모닥불이 전부였기에 라드는 실망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쳇...... 그만 돌아가자 로스.”


“......”


“로스?”


“네? 아. 네!”


“뭘 보고 있는 거야?”


“저, 그게......”


로스가 보고 있는 것은 싸구려 천으로 만든 끈을 파는 가게였다. 여행자들이 주로 쓰는 질긴 끈이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자투리 천 같은 것을 파는 가게.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가게 지붕에 매달려 흩날리는, 하얀 리본이었다.


“나 참......”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찬 라드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며 그 가게로 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손에 하얀 리본을 가지고 돌아왔다


“자, 머리 줘봐.”


“네?”


“줘봐. 어차피 신아는 이런거 못 하게 해서,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어.”


평소와 다름없는 뚱한 표정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그의 콧잔등이 붉어져 있었다. 로스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끄응... 이렇게 하는 거였던가?”


한참을 쩔쩔매던 라드는 결국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의 머리에 리본을 묶을 수 있었다.


“으윽......”


비록 제대로 묶이지 않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했지만, 라드는 그것 이상으로 묶을 자신이 없었다.


“안 되겠다. 네가 다시 묶어.”


“아니, 괜찮아요.”


“이렇게 있다가 바람이라도 불면......”


“......”


조용히 미소짓는 로스의 얼굴을 보며 멋쩍은 듯 머리를 긁은 라드는 괜히 잘 모르는 용병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여전히 작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탁...


이런저런 일을 하는 동안에 시간이 지났는지, 해가 지고 마을 중앙에 모아두었던 모닥불에 불이 붙었다. 모든 사람이 즐겁게 그 불꽃을 바라보고 술을 마시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축제치고는 너무 작잖아.”


투덜투덜투덜.


여전히 라드는 그것이 불만인 듯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그도 뺨이 살짝 상기된 것이 즐겁기는 즐거운 모양이었다.


“자, 한바탕 춰 볼까?”


마을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의 악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흥에 겹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잘 맞지도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치는 연주였지만, 오히려 그 편이 이런 축제에는 더욱 잘 어울렸다.


“우하핫! 자, 나가자!”


넬다가 가장 먼저 만만해 보이는 병사하나를 끌고 나가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다른 마을 사람들도 각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붙잡고 춤을 추었다.


“크흣......”


“눈물난다.”


비록 짝이 없는 용병들은 남자들끼리 부둥켜안아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바탕 즐거운 음악과 춤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로스는 흘끔. 라드를 보았다.


‘역시... 안 되겠지?’


그는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흐아암... 피곤하다. 가서 잠이나 잘까......”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나. 자신도 들어가기 위해 로스가 몸을 일으켰을 때, 문득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내밀어져 있는 손을 바라보았다.


“......예?”


“왜? 싫어?”


“아니, 지금 쉬러 간다고......”


“가기 전에 한번 추고 가려고.”


모닥불의 주황빛 때문일까. 그의 뺨은 붉어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 자신도 마찬가지겠지. 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줍게 그의 손을 잡았다.


“휘익! 잘 어울려!!”


“시끄러! 너네들만 재미있게 노니까 이렇게 하는 거지!”


둘 다 제대로 춤은 배우지 못해서 어설펐지만, 그래서 어떤가? 서로 즐겁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둘은 밤새도록 춤을 추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7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2) +1 12.03.09 267 7 11쪽
306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1) +3 12.03.08 240 6 10쪽
305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6) +3 12.03.08 236 8 10쪽
304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5) +2 12.03.07 240 7 9쪽
»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4) +1 12.03.07 235 7 17쪽
302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3) +1 12.03.07 220 9 12쪽
301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2) +1 12.03.06 213 10 12쪽
300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1) +1 12.03.06 239 9 14쪽
299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9) +3 12.03.05 225 9 10쪽
298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8) +2 12.03.05 250 8 9쪽
297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7) +3 12.03.05 224 7 9쪽
296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6) +2 12.03.04 234 7 9쪽
295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5) +1 12.03.03 305 8 10쪽
294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4) +2 12.03.02 254 6 12쪽
293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3) +1 12.03.01 245 8 13쪽
292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2) +1 12.03.01 225 8 9쪽
291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1) +1 12.02.29 311 7 9쪽
290 4th 10. 균형자(15) +1 12.02.29 272 10 9쪽
289 4th 10. 균형자(14) 12.02.28 267 8 12쪽
288 4th 10. 균형자(13) +2 12.02.28 249 6 15쪽
287 4th 10. 균형자(12) +1 12.02.27 242 7 10쪽
286 4th 10. 균형자(11) +1 12.02.27 245 6 9쪽
285 4th 10. 균형자(10) +1 12.02.27 259 7 11쪽
284 4th 10. 균형자(9) +1 12.02.26 279 8 10쪽
283 4th 10. 균형자(8) +1 12.02.26 251 6 9쪽
282 4th 10. 균형자(7) +1 12.02.25 261 7 10쪽
281 4th 10. 균형자(6) +1 12.02.25 263 7 11쪽
280 4th 10. 균형자(5) +3 12.02.24 230 6 9쪽
279 4th 10. 균형자(4) +1 12.02.23 273 8 9쪽
278 4th 10. 균형자(3) +2 12.02.22 325 1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