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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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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403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2.23 11:49
조회
273
추천
8
글자
9쪽

4th 10. 균형자(4)

DUMMY

웅성웅성...


수도의 거리는 말 그대로 꽉 차 있었다. 누구 하나 잊어버리는 것 정도는 매우 간단할 정도로 말이다.


“티엘. 길 잃으면 사념으로 말해.”


끄덕.


티엘에게 하는 충고를 지켜보던 마사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그냥 헤매다가 알아서 들어와.”


왠지 별로 구해주고 싶지 않다.


“칫. 너무해.”


급격히 실망하는 마사였다.


‘뭘 바란 거야?’


솔직히 티엘과 같은 취급을 바라는게 말이 안 되는 거다. 나이가 얼만데... 게다가 어차피 길 잃어봐야 약간의 마력만 풍기면 주변 사람들이 다 도와줄 것 아닌가!


턱.


“티엘. 저기 가보자!”


“?”


내가 생각하는 동안 마사는 티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자, 잠깐! 이러다가 잃어버린다고!”


그러나 어느새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신님!”


“음...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게다가 여신은 어느새 다른 곳에 신경을 팔고 있었다.


“뭐해요 지금!”


“시장 보잖아.”


여신은 내가 방해하자 불쾌한 듯 이마를 찌푸렸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빨리 와요!”


턱.


“에?”


여신의 손을 잡고 사람들의 틈을 헤치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윽...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둘은 키가 작으니까 더 찾기 힘들잖아!


“잠깐! 너 혼자 찾으러 가라고. 나는...”


“그러다가 여신님까지 잃어버리라고요?”


“......너무 날 무시 하는거 아냐?”


“시끄러워요.”


이건 거의... 신성모독에 가까운 말이지만 지금은 티엘이 더 급했다.


‘진짜 어디 있는 거야!’


“꺄야~ 귀여워!”


다행히 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큰 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줬다.


“저쪽!”


“그런데 일단 팔은 놓으라고!”


팔을 놓는다고 여신이 제대로 따라올 리가 없기에 그냥 무시하고 계속 잡았다.


“뭐야 또?”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예전이라면 날 알아보고 비켜 주었겠지만 지금은 모습이 바뀌었으니 나를 못 알아보고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잠깐 비켜봐!”


화악!


약간의 신력을 뿜어내 앞에 몰려있던 사람들을 밀쳐내고 조금 트인 곳으로 나갔다.


“후아... 후아...”


힘들다. 차라리 마물 수백마리랑 싸우는게 더 편할 것 같아.


“티엘, 이거 봐.”


다행히 티엘과 마사는 같이 있었다. 무슨... 원숭이를 데리고 있는 광대와 함께.


‘이거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 있었나...’


광대 표정을 보니 마사와 티엘의 난입으로 공연은 중단된 것 같았다.


“우끽!”


티엘과 마사는 원숭이를 보며 거의 정신을 놓고 있었다. 오죽하면 내가 뒤에 서 있는 것도 몰랐을까.


“마사......”


“응?”


“누가 마음대... 로...”


숨을 헐떡이면서 말하려니 말이 자꾸 끊긴다.


“알았어. 잘 따라다닐게.”


마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대답했다.


“......”


이거 묘하게 짜증나네... 너무 간단하게 인정하니까 혼내기도 그렇잖아.


“티엘. 가자.”


끄덕.


티엘은 제대로 말을 들었지만 마사는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혼자 떨어져서 보던가.”


“......칫.”


마사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티엘의 왼손을 잡았고, 나는 아까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하지 않기 위해 왼손으로 티엘의 오른쪽 손을 잡았다.


“내가 혼자 떨어지면 안 될까?”


나에게 왼손을 잡힌 여신의 말은 간단하게 무시하고 다시 인파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신관이 여신 말을 들어야지!”


“괜히 길 잃어버려서 울면 안 되잖아요.”


화악.


여신의 얼굴이 급격히 빨개졌다.


“내가 애냐?!”


거의 그 정도면서 뭐.


“일단 나왔으니까...”


“앗! 저기...”


마사는 다시 티엘을 붙잡고 달려나가려 했지만...


턱!


“꺅!”


내가 티엘의 오른팔을 잡고 있으니 당연히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파...-


그거야 마사가 전력으로 달려나갔으니... 그 반동으로 아플 수밖에.


“마사가 달려가면 그냥 놔. 셋이서 돌아다니자.”


끄덕.


“......”


마사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묵묵히 따라왔다.


“어라......?”


“남매들끼리 시장 왔나봐.”


음... 남매라.


“여신님. 우리 남매로 보이는 모양인데요.”


“닮았으니까.”


아무래도 손을 꽉 잡고 걷는게 불만인지 여신은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나랑 티엘도 남매로 보인다!”


“그거야 아까 옷 갈아입을 때 네가 남자 옷을 입혀서 그렇지...”


가뜩이나 멀리서 보면 남자아인지 여자아인지 헷갈리는 외모의 티엘인데... 바지 입혀놓으니 완전히 남자애잖아.


“하아... 관두자.”


마사와 싸워봐야 나만 손해지 뭐.


“그런데 이렇게 손 잡고가면 통행에 엄청난 방해가 될 것 같은데.”


“이미 방해가 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


“......”


하여간 여신이나 마사나 놓치면 안되니 잡을 수밖에.


“그럼 일단 저기로 가보자.”


여신이 가리킨 곳은 옷가게였다.


“옷 사시게요?”


여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인간의 옷은 신족이 입으면... 그래, 마치 중갑옷을 입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그래도 천옷인데 그런 느낌이 들까?


“그럼요?”


“그냥 구경하게.”


그냥 구경할거면 왜 들어가는 건데.


“그럼 온 김에 티엘과 마사 옷도 사줘야...”


“와아~”


“......”


마사는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티엘의 표정에서는 귀찮다는 듯한 느낌이 풍겨왔다.


딸랑-


문을 열자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방울 소리가 울렸다.


“어서오슈.”


정말로 불친절한 옷가게 주인의 인사를 한 귀로 흘리며 내부를 둘러봤다.


‘음......’


주인과는 다르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가게였다. 한쪽으로는 여성복이, 한쪽으로는 남성복이, 한쪽으로는 여행복이 있었는데, 일단 일행의 대다수가 여자였으므로 여성복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이제 손 좀 놓지?”


“그러죠.”


손은 놓았지만 언제라도 여신의 몸을 잡을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거 신관 무서워서 옷이나 제대로 고르겠어?”


어차피 사줘도 입지도 않을 거면서.


“옷 갈아입을 때는 안 따라갈게요.”


대신 티엘을 붙여야지.


“와~ 이거 예쁘다!”


마사는 벌써 고르고 있었다.


“티엘 너도... 어?”


왠지 왼손이 허전했다.


“어느새?”


“들어오자마자 놓고 옷 고르러 갔잖아.”


여신과 싸우느라 신경을 못 쓴 것 같았다. 그나마 복잡한 거리가 아니라서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서 다행이지...


“그나저나 여신님은 안 골라요?”


“글쎄. 너는?”


“저야 뭐...”


케이안이 다 알아서 사주는데 고를 이유가 없지.


“라드! 우리 이거 사줘!”


우리?


“......”


마사는 어느새 하얀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티엘은 왠지 모르겠지만 역시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아니... 티엘... 바지로 고를 거야?”


도리도리.


“그럼?”


“나랑 맞춰야지! 그냥 바지 입어!”


역시 마사 짓이다.


“마사! 티엘이 입고 싶다는거 입게 내버려 둬.”


“왜? 잘 어울리는데.”


여신이 끼어든 것을 내가 한번 째려봐 주니 조용해졌다.


“뭐... 바지를 입던지 치마를 입던지 나야 상관이 없지만 본인이 입겠다는 걸 입혀야...”


티엘은 잠시 내 표정을 주시하더니 그냥 고개를 돌렸다.


-귀찮으니까 그냥...-


“......”


마사의 잔소리가 싫다 이건가.


“마사는 그걸로?”


“응! 이쁘지?”


어디서 봤는지 드레스를 살짝 올리고 한바퀴 돌기까지 하는 마사였다.


“알았어. 티엘은?”


“......”


티엘은 묵묵히 마사가 골라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아...... 이거 얼마죠.”


“30데콘.”


비싸다!


“잠깐! 뭐 그렇게 비싸?!”


“그 드레스가 25데콘. 그쪽 남자애 정장이 5데콘.”


“......”


티엘은 옷가게 주인의 말을 듣고 옷을 보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새로 고를 생각인가?’


-.......귀찮...-


벌써부터 이런게 귀찮은 성격이면 나중에 어쩌려고...


“꺄하하~”


마사는 뭐가 그리 좋은지 뱅그르르 돌고 있었다.


“하아... 알겠어.”


주머니에서 50데콘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여신은 무얼 골랐는지 궁금해서 바라보았지만,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기에 거스름돈만 돌려 받았다.


“감사하우.”


주인에게 10데콘짜리 두 개를 거슬러 받고 밖으로 나갔다.


꽈악...


“......나가면 또 손을 잡는 거냐.”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솔직히 나도 여신의 손을 잡는 건 부끄럽다. 지나가는 사람들 다 쳐다보니까.


“응? 라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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