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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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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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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3.06 16:40
조회
216
추천
10
글자
12쪽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2)

DUMMY

데언의 주점 1층은 손님이 없었다. 아니, 공짜 손님도 손님이라고 한다면 한명은 있었지만.


“데언.”


“응?”


“깰 때까지 보살펴줬으면 확실히 도와 준거겠지?”


같은 탁자에 앉아있던 데언은 순식간에 라드가 하고 싶은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치, 치사하다...’


이 소년은 목숨 한번 구해준 것으로 바람의 신전에 대가를 요청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선행이건 뭐건 귀찮아 진 것이겠지.


“......그건 너무 뻔뻔하지 않을까?”


“왜?”


“아니, 아직 저 아가씨의 목표가 뭔지도 모르는데 지금 한번 도와줬다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아? 게다가 기왕 도와줄 것, 끝까지 도와주라고 했다면서.”


“그런가?”


어차피 라드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어서, 데언은 그를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그럼 언제까지 도와줘야 하지?”


“그건... 이곳에 온 목적을 끝내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냥 관광 온 거면.”


“......이런 곳에 뭘 볼게 있다고 관광을 오나.”


“그것도 그렇네.”


라드는 식탁에 축 늘어져 있었다.


“아아... 귀찮아.”


“그럼 아예 신관이 되는 걸 그만두지 그러나. 자네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용병일로 호화롭게 살 수 있을 텐데.”


데언의 말에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데언.”


“음?”


“모르면 닥쳐.”


“......”


라드의 차가운 말에 데언은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바람의 신전은 왜 선행을 하라고 하는 것일까? 그래놓고 나중에 자신들과는 관련 없으니 퇴짜 놓을지도 모르지 않나?”


“글쎄.......”


“만약 그렇게 되면?”


“바람의 신전에서 몇 번 행패부리고 다른 신전을 찾아야지.”


“그런가?”


데언은 잘 모르고 있었다. 라드가 물의 신전, 불의 신전, 어둠의 신전, 대지의 신전에서 모두 행패를 부린 성도 최고 유명인 중 하나라는 것을. 이 자는 진짜 바람의 신전에서 행패를 부릴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데언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언제 떠날 건가?”


그 질문에 라드는 피식 웃었다.


“왜? 숙박비 안주고 도망 갈까봐?”


“어차피 받을 생각 없어.”


“주면 받을 거면서.”


“그거야 그렇지만...”


왠지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라드에게 자꾸 밀리는 것을 느끼는 데언이었다. 하긴, 같은 용병단에서 일할 때에도 라드라고 하면 신영 다음으로 가는 검사였고 용병 중에서는 꽤 똑똑한 편이었기에 영향력이 강했었다.


“어쨌거나. 언제 떠날 건가?”


“로스가 간다고 하면 바로.”


“흐음... 그럼 오래 있을 수도 있겠군?”


“그렇지 뭐.”


데언은 뭔가를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왜? 내 도움이 필요해?”


“하하...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렇네.”


그제야 관심이 생겼는지 라드는 식탁에 붙였던 얼굴을 떼며 입을 열었다.


“뭔데. 말 해봐.”


“그게 말이지... 위쪽 마을에 아버님이 살고 계신데, 얼마 전 산을 오르다가 허리를 삐끗하셨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그래서 허리에 좋다는 약초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 이거지?”


“음.”


“알았어.”


드르륵.


라드는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났다.


“보수는 로스와 내 숙박료로 받지.”


“여행용 식량은?”


“아, 그것도 추가.”


몸을 일으킨 라드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그런데, 거기 위험해?”


“황무지 바로 옆이라 마물들이 꽤 자주 출연하네.”


사실 데언도 신영의 용병단에 같이 있었던 만큼 굉장한 실력의 용병이었으나, 현재는 오랫동안 검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감이 무뎌졌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안전하게 라드와 함께 가기를 바란 것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노자 돈도...”


“알아서 챙겨 주지.”


“그럼 가자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던 라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응?”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자 계단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로스를 볼 수 있었다.


“일단 쉬고 있어. 아마 내일 새벽에 돌아올 것 같으니까.”


“어디 가는데요?”


“그냥 앞산.”


라드의 말에 데언이 여관 벽에 걸려있는 검을 챙기며 추가설명을 해 주었다.


“......뒷산이네.”


“......”


그 말에 라드의 인상이 찌푸려지자 데언은 괜히 검을 다듬는 척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로스. 어디 가야 할 곳이 있나? 바람의 신전에서 하는 얘기 들어보니까 그런 것 같던데.”


“......네.”


“어딘데?”


“그건......”


로스는 함부로 대답하기 힘들었다.


‘정말로 이 사람이 바람의 신전의 의뢰를 받은 사람일까?’


별로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눈이 매서워서 조금 꺼려지는 그녀였다. 게다가 믿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같이 가 줄게.”


“네?”


“말했잖아. 바람의 신전에서 도와주라고 했다고.”


“......”


로스는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으음... 혼자 가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같이 가자고 할까?’


하지만 쉽게 인간을 믿지 말라는 어른들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쉽게 허락할 수 없었다. 특히 남자라는 인간은.


‘어쩌지?’


로스는 힐끔힐끔 그의 눈치를 살폈다.


“뭐, 거절해도 몰래 따라갈 거니까 알아서 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여관의 밖으로 나갔다.


“에.......”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데언도 한번 씨익 웃고는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들이 나가고 시간이 흘렀다. 그들이 나간 시간이 저녁때였기에, 지금 마을은 한밤중이었다.


부엉- 부엉-


그녀의 성격 상 아무리 추운 밤이라도 창문을 열어놓았고, 덕분에 창문 바로 앞 나무에서 울고 있는 부엉이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아아......”


그러나 그녀는 상관없었다. 소리야 공기를 차단하면 안 들리니까.


‘으음......’


심하게 조용한 방에서 그녀는 심각하게 라드라는 인물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사람 같지도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날카로운 눈이.


“아아... 아빠는 왜 그런 일을...”


정말로 바람의 신전에서 그녀를 돕게 하려고 그를 보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별로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녀였다. 자신의 아버지라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같이 다니는게 좋겠지?’


지난번에 저급 마물에게 압도당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였다. 일단, 그녀의 성격상 마물이 다가오는 동안 차분하게 신력을 모아서 공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즉... 저급한 마물이 달려오면 그냥 도망만 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말로 공격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고.


휘잉-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그녀에게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가 돌아온다고?”


로스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고, 곧 달빛에 비추어진 두 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소리를 들려줘’


그녀의 부탁에 바람은 그들의 목소리를 그녀에게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마물이 많다며?”


“하하... 없으면 좋은 거지.”


꽤나 불만스러운 표정의 라드와 미안한 얼굴의 데언. 로스는 무슨 일인지 대충 알아낼 수 있었다.


‘헛수고했구나...’


어쨌거나 데언의 손에는 약초가 들려 있었고, 그곳까지 간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았다.


“내일은 출발할 건가?”


“본인이 간다고 하면.”


두 사람의 걸음은 꽤 빨라서, 마을 외곽에서 순식간에 여관에 도착해있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낮에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했군.”


“뭐?”


“우리 딸 이름. 뭐가 좋겠나?”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냥.”


“간단하게 ‘데온’이라고 지어.”


“여자애 이름 같지가 않잖아.”


그리고 잠시 대화가 끊겼다.


“......그런데 딸이 있었어?”


라드의 물음에 데언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오늘 만들어야지!”


“......”


그 어처구니 없는 말에 라드는 고개를 젓고는 여관 안으로 먼저 들어왔고, 데언은 머쓱했는지 바로 따라 들어오지 않고 잠시 시간차를 두고 들어왔다. 약초를 보관하기 빈 병을 찾아서 넣어두기 위해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통. 통.


덜컹.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옆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들렸다.


“후아... 피곤하군.”


이제부터는 별로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바람을 거두었다.


‘뭐... 괜찮겠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의식을 거두었다.


“하암...... 괜히 헛고생만 했잖아.”


바람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큰 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지만 그녀의 의식은 이미 깊은 잠의 세계로 빠진 후였다. 오늘 하루는 너무 피곤한 날이었으니까.




‘......’


“이봐. 일어나.”


‘.......’


그녀는 멍한 눈빛으로 자신을 깨우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누구...?”


“벌써 잊었냐. 라드다 라드!”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집이 아니라 전혀 다른 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왜 여기에?”


“......”


그는 조용히 창문을 가리켰다.


“......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오다 정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잠을 자냐? 아무래 깨워도 안 일어나기에 네가 죽은 줄 알았다니까.”


“......”


멋쩍은 듯 그녀는 뺨을 긁적이며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원래 나는 그렇게 자는데...’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아침... 아니, 점심이군. 점심은 뭘로 할 거야?”


“......그냥 과일...”


“알았어.”


그는 탁자에 올려져 있던 식단 중 과일 몇 개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저... 하나만...”


라드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어디 갈 곳이 있다며. 그곳까지 가려면 많이 먹어야지.”


그는 억지로 그녀에게 세 개의 과일을 넘겨주었고, 그것을 받아든 그녀는 곤란한 표정으로 천천히 과일을 입에 물었다.


아삭.


“......”


그런데 라드는 나가지 않고 그녀가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로스는 왠지 묘한 기분에 얼굴을 붉혔다.


“저기... 왜...”


“언제까지 그렇게 먹나 보려고.”


“네?”


“후우......”


드르륵.


그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먹고 나가자는 얘기다.”


“아, 네.”


그녀는 나름대로 빨리 먹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는 답답한 모양이었다.


“......언제 다 먹고 옷 갈아입을래?”


“옷이요?”


“그럼, 그런 복장으로 갈거야?”


로스의 옷은 상당히 펄럭거리는 모양이었다. 바람이 불면 잘 흩날리도록 만들어진.


‘통풍이 제일 잘 되는 옷인데...’


게다가 이 옷은 그녀의 고향에서 특수한 방법으로 만든 옷이기에 다른 옷을 입으면 꽤나 신력의 운용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야 그 표정은.”


“네?”


“얼굴에 ‘이거 갈아입으면 안 되는데’라고 씌여 있잖아.”


흠칫.


그녀가 놀라는 모습에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내가 뭘 바라겠어. 먼저 밖에서 기다릴 테니 알아서 와라.”


아삭.


그가 나가자 그녀는 과일 2개를 몰래 베개 속에다 숨겼다. 더 이상 먹기에는 배가 너무 불렀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하면 이거 하나만 먹어도...’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하는 것이 10살 수준을 못 벗어나는 그녀였다.


아작. 아작.


겨우 과일 하나를 다 먹은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응... 일단 걷기에는 편하게 해야겠지...”


그녀는 자신의 옷을 살펴보며 천천히 개선점을 찾았다.


“......좋아. 그 모습이면 될 거야.”


딱.


휘리리릭-


손가락을 튕기자 방안의 바람이 그녀를 휘감았다.


휘리리리릭-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옷의 모습이 바뀌었다. 더 걷기 편하게 치마가 약간 짧아지고, 움직이기 쉽게 긴 소매를 줄여서 반팔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봐~ 아직도 먹고 있어?”


“지금 내려가요!”


처음부터 잘 맞지는 않았지만, 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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