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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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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631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3.05 10:26
조회
226
추천
7
글자
9쪽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7)

DUMMY

‘저기... 저기에 있어...!’


느낄 수 있다. 평소에는 너무 당연한 것이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지금처럼 간절히 원할 때에는 여신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 반, 아니 전부이니까... 나의 여신이니까!


두근. 두근. 두근.


날아가는 도중에도 가슴이 계속 뛰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피잉!


지난번에 아세아를 구하러 날아갔을 때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빠르게 날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백열화 된 몸이 타버릴 것 같이 뜨거웠지만 속도를 줄일 수는 없었다.


‘곧 갈게요!’


피이잉!


‘아...’


예전에 빛의 대신전이 있던 그곳. 지금은 신전이 없어지고 비어버린 그곳... 그곳의 뒤쪽에 펼쳐진 숲에서 여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여신님!”


콰과과곽!


급하게 날개를 꺾어 방향을 맞추며, 날개를 없애 바닥으로 그대로 내려갔다.


쿵! 찌릿. 찌릿.


너무 급속도로 착지해서 다리가 저려왔지만 참고 몸을 일으켰다.


“여신님? 무슨 일이에요?”


깜빡하고 손에 들고 있었던 여신에게 주려던 머리핀을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 이따가 헤어질 때 전해줘야지.


“......왔구나...”


나무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왠지 힘이 없었다.


‘또 데로스를 찾지 못 한 건가?’


일단 위로를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오지 마.”


“네?”


뭐야. 또 울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약간 우는 듯한 목소리인데.


“하하... 우는 모습은 예전에 봤으니까 괜찮아요. 뭐가 부끄럽다고.”


“......오지 마.”


거 참... 자기가 불러놓고서.


“알았어요.”


“......”


잠시 침묵이 돌았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아까 목소리 듣고서 갑자기 불안해서...”


“......나도.”


“네?”


“나도 네가 오지 않을까 봐... 불안했어.”


“하하... 제가 그래도 신관인데...”


몸이 욱신거릴 정도로 급하게 날아왔는데... 나를 못 믿었다니 너무 심했다.


“그런데 데로스님은 만나지 못했나요?”


“......”


역시... 못 찾은 건가?


“만났어.”


“네... 다음엔 꼭... 네?!”


잠깐, 지금 분명히 뭔가 이상한 소리를...


“만났어... 그래... 만났지...”


또 목소리에 물기가 섞이기 시작한다.


“나... 어떻게 하지?”


여신은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다.


“......”


저벅.


조심스럽게 여신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오지 마!”


움찔.


날카로운 외침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버렸다.


“무슨 일이에요?”


설마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건가?


“......”


두근.


침묵하는 여신을 보니 다시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잠깐... 실례할게요.”


아무래도 가까이 가야 할 것 같았다.


“오지 말라니까...”


“그래서 실례한다고 했잖아요.”


저벅. 저벅.


여신을 가리고 있는 나무를 살짝 돌아, 나는 여신의 앞에 섰다.


“......”


그리고.......


“......바보.”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볼 수 있었다.


“아... 아아...”


“......”


어떻게... 이런 일이...


“시, 신족이니까 괜찮죠?”


언제나 신족이니까, 신족이니까 천족이랑 사념으로 대화하고, 신족이니까 나에게 신력도 주고, 신족이니까 죽지 않을 것이다.


“......”


“괜찮죠? 또 신족이라서 괜찮다고 할거죠?”


“......”


내 필사적인 물음에 여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발 대답해주세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대답해줘요...


“......괜찮죠...?”


“......미안.”


“......”


아프다.


“이건... 신족이라도 안 돼...”


가슴이... 아파...


"어째서...... 이런..."


머릿속이 온통 하얗다. 정신이 없어... 미칠 것 같아...


"나도... 모르겠어..."


여신도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죽기 싫어......"


"......"


"난... 더 살고 싶은데... 그런데..."


"괜찮아요."


찌이익-


입으로 소매를 물고 길게 찢었다.


"......?"


찌익- 부우욱-


몇 번 그렇게 하자 약간의 붕대 대용품을 얻을 수 있었다.


"잠깐 배 좀 보여줘요."


"......소용없어."


"시끄러워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배를 가리려는 여신의 팔을 강제로 올리고 배에 붕대를 감았다.


'엄청나...'


배의 상처는 꽤 컸다. 인간이라면 내장이 다 쏟아졌을 정도로.


꽈악.


지혈을 위해 붕대를 꽉 감았다.


"......안 아파요?"


"모르겠어."


벌써 감각이 없는 건가...


"잠시만 기다려요. 가서 물이라도..."


턱.


여신이 내 손을 잡았다.


"가지 마..."


"......"


내 손을 붙잡은 여신의 손에는 별다른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 아니, 금방이라도 놓쳐버릴 것 같이 약한 힘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기억나?"


"네?"


"처음에... 계약했던 거..."


"......"


사실, 그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기 직전에 얼떨결에 맺은 계약이니까.


"......기억 안 나?"


"......네."


그런 것을 기억 못하다니... 이러고도 내가 신관이란 말인가...


"하아......"


여신의 숨이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잠깐만 참아요. 제가..."


"......"


내가 신력을 이용한 치료라도 하려고 했지만 여신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괜찮아. 이제 안 아파."


"......"


'그렇게... 웃지 말아요...'


더욱 가슴이 아프잖아...


"끄윽...... 끅..."


목이 메여오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이대로라면...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여신은 힘겹게 상체를 올려 내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잠시, 부탁이 있는데."


"......네..."


"무릎을 꿇어 줘."


어중간하게 서 있던 자세에서 무릎을 꿇으니,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자......"


"......"


둘의 입이 포개졌다.


'따뜻한... 입술...'


"......!"


그리고... 여신의 기억이 내 머릿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있어 줄 거야?'


어두운 공간에서 유일하게 빛을 보여주는... 나의 여신...


'네?'


'언제나...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거나 번개가 치거나 파도에 쓸리거나 땅에 묻히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아플 때나...'


한마디로 언제나군.


'.......'


'영원히... 함께 있어 줄 거야?'


그녀의 금빛 눈동자는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운 듯, 잘게 떨리고 있었다.


'꼭 그렇게 해야 되요?'


어차피 난 어떤 조건을 걸더라도 해야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응'


'......그럼 저도 조건을 하나 걸게요.'


이거 원래 무조건 해야 하는 건데 말이지. 감히 조건을 붙이냐고 따지면 난감한데...?


'뭐?'


'......같이 있어 드릴테니'


'.......'


'저를 버리지 마세요'


그 순간, 모든 것이 기억났다.


"......!"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함께 있어주기로 했으면서!'


입이 포개져 있어 서로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서로의 그것보다 더 가깝게... 서로의 생각은 나눌 수 있었다.


'......'


여신의 몸은 서서히 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가지 마요...!'


'미안......'


'버리지 않기로 했잖아!'


'.......미안해... 미안해...'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순식간에 빛으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와 함께 여신의 몸도... 서서히 백열화 되고 있었다.


'제발... 가지 말아요...'


'.......내가 없더라도'


'.......'


당장에라도 입을 떼고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입술이 너무 따뜻해서... 그래서... 떼어버리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서......


'꼭... 행복해야 해...'


그녀의 몸은 어느새 거의 사라져 있었다.


'알았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꼭이야...'


반투명한 여신의 얼굴의 눈이 감기자...


샤아아아...


빛들도 사라졌다.


"......"


'가슴이...'


꽈악...


'터질 것 같아...'


시야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투둑.


'아마도... 눈물이겠지. 이건...'


눈물이라고 치기에는 조금 붉지만...


"하하......"


마지막으로 올려다 본 하늘은... 너무 맑았다.


풀썩.


나는 그렇게...


"안녕히... 나의 여신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작가의말

6년 전에 이거 쓸 때

울었는데.

요즘에는 왜 슬픈 내용을 써도 눈물이 안 나오지...


......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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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1) +1 12.02.29 31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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