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585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3.05 21:42
조회
227
추천
9
글자
10쪽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9)

DUMMY

사신의 검을 튕겨낸 그는 몸을 뒤로 뺐다.


-베어라! 봐주지 말고 죽여!-


페이스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지 자꾸 사신을 재촉하고 있었다.


‘저, 저 녀석은 슈발로이카의 유일신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당연히 페이스도 그의 정체는 알고 있었다. 현재 투신 중에서 유일신관을 가진 것은 단 하나, 슈발로이카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마황자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는 것도, 균형자들과 싸웠던 사실도 알고 있었다.


‘슈발로이카를 제거하며 저 녀석도 제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콰가가가각!!!


“으아아아!!”


“......!!”


둘의 무기가 부딪히며 사방으로 빛과 죽음이 튀었다.


까각!


사신이 거칠게 낫을 휘두르자 그는 다시 뒤로 몸을 옮겼다.


까앙!


그의 검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빨랐다. 사신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힘은 사신이 밀리고 있었으나, 그것은 마황자도 할 수 있었던 일이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는 페이스였다. 다만, 그가 놀라는 것은 지금 그의 눈이 사신의 낫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눈을 감고 있었으니까!


“으아아!”


그가 머리 위로 검을 들어올린 뒤, 사신을 향해 내려쳤다.


카앙!


사신은 그것을 낫의 날로 막았고, 힘겨루기가 시작 된 둘의 무기에서는 다시 빛과 죽음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샤아악!


그 순간, 사신이 갑작스럽게 몸을 오른쪽으로 빼며 그의 허리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


그는 검을 회수하지 못했고, 급하게 왼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터엉!


날아드는 사신의 낫의 옆면에 발이 닿자 사신의 무기는 그대로 위로 튕겨졌다.


후웅!


그 틈을 노려 그의 검이 이번에는 사신의 허리로 파고들었다.


“......”


치이이이익!!


그러나 사신의 몸에 걸쳐져 있는 검은 천에 의해 검이 막혔다. 비록 검은 천을 서서히 태우고 있었지만, 사신이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사신은 올려졌던 낫을 고쳐 잡고 그를 향해 내려찍었다.


“......!”


퍼엉!


그의 등에 사신의 날이 거의 닿는 순간, 그의 몸에 진한 빛이 모였다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빛들은 퍼져나가며 사방에 있는 모든 것을 튕겨 냈다. 그가 예전에 유적에서 사용했던 그 기술의 응용인 것이다.


주르르륵...


그것은 사신의 낫과 사신 자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사신의 천은 빛에 닿은 곳 군데군데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하아... 하아...”


그러나 갑작스럽게 신력을 운용한 그의 모습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방금의 그것은 신력을 그저 ‘뿜어’내는 것이라 순간적으로 발동할 수는 있었지만, 위력에 비해서 너무도 많은 신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제어가 안 돼...’


특히 그는 예전과는 달리 신력의 부족이 아니라 신력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여신이 넘겨준 힘은 그가 제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같이 제어해주던 여신이 없으니 2배로 힘들어진 이유도 있었다. 백열화를 할 때마다 그 고통을 대신 받아주던 여신이 없이, 직접 백열화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후우... 후우...”


“......”


사신도 잠시 멈춰서 흩어진 죽음의 기운을 다시 모으고 있었다.


휘이잉...


협곡 안으로 바람이 한 줄기 스며들자.


파악!


그가 사신에게 달려들었다.


“......”


카가각!


사신은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그의 공격을 낫을 거꾸로 들어 안쪽 날로 막았다. 그러면서 거꾸로 들면서 비틀린 근육을 한번에 풀어내며 그를 밀어냈다.


끼기기긱!


그러나 그는 다리에 신력을 실어 힘을 주며 밀리려는 몸을 버텼다.


“......”


“......”


그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죽은’ 눈이었다.


‘......’


꽈악...


그는 자신의 검을 꽉 쥐며 다리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화악!


그리고 사신의 힘에 의해 그는 하늘로 들려 올라갔다.


‘할 수 있어’


그는 허공에서 자세를 잡지 않으려는지 날개도 펼치지 않은 채, 사신의 힘으로 인한 회전에만 몸을 맡기고 사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 사신이 있는 곳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꿈에서 보았던 그 검...’


드디어 그가 지금까지 감고 있었던 눈을 떴다.


후우웅!


그의 몸은 대지의 율법에 따라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걸로......”


후우우우웅...


그의 머리와 옷이 급격한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과 검은 놀랍게도 사신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끝입니다...”


그의 전신이 하얀빛에 둘러 쌓였다. 그와 동시에, 사신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그를 노리고 낫을 휘둘렀다. 그도 그 낫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사신의 낫과 그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사신의 몸도 뒤로 밀려나야 했지만, 사신은 자신의 힘으로 이 압력을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땅으로 착지하려는 그 짧은 순간, 사신은 낫을 회수해서 그의 목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안녕히.”


챠앙-!


갑자기 횡으로 그의 목을 노리던 사신의 낫이 갑작스러운 빛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사신의 눈에, 허공을 날아다니는 낫의 파편과 분명히 옆으로 밀려났었던 그의 검이 내려베기로 그 낫을 파괴한 장면이 새겨졌다.


파악.


“......”


산산조각 난 낫의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의 어깨에 가장 커다란 낫의 파편이 박혔다.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몸을 다시 움직였다.


푸우욱!


“......”


“......”


사신에게 박힌 그의 하얀 검은 반으로 잘려 있었다. 나머지 반은 낫을 파괴하면서 부서져나갔지만, 남은 반쪽을 사신의 가슴에 꽂은 것이다.


치지지지직...


검이 박힌 사신의 가슴에서는 쉴 새 없이 흰색의 빛과 검은 죽음이 뒤엉키고 있었다.


“......”


자신의 가슴에 검이 박혔음에도 사신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페이스는 그런 모습을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사신이 단 하나의 존재에게 당한 것이다. 무적이라고 믿었던 투신을 재료로 한 사신이.


“......”


사신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비틀거리며 그의 검에 매달려 서 있었다. 그가 검을 뽑는다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신! 당장에 그 녀석을 뿌리치고 귀환해!-


“......”


페이스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않았는지, 사신은 천천히 얼굴을 움직였다.


꿈틀. 꿈틀.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은 듯, 사신의 얼굴이 몇 번이고 경련을 일으켰지만 결국 사신은 입꼬리를 올릴 수 있었다.


파아악-!


그와 함께 사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천이 사라졌다.


“고마워요...”


그녀의 눈에서는 이제 붉은 액체가 흐르지 않았다.


주륵...


맑고 투명한... 여신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제가... 무슨 일을 한 건지... 아직 잘 이해가 안 가요.”


아무래도 그녀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슈발로이카를 해쳤나요?”


“......”


그는 묵묵히 그녀의 가슴에 검을 꽂고 고개를 숙인 자세로 굳어 있었다.


“대답해주세요...”


그는 이를 꽉 물었다.


“......네.”


바람의 여신은 그의 대답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지었던 딱딱한 웃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녹아들 정도로 아름답고 포근한 미소를...


“아아... 그랬군요...”


그러나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내려 그를 바라보았다.


“울고 계시네요.”


“......아니요.”


푹 숙이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물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 당신은 그저 슈발로이카의 친구일 뿐인데...”


“......”


“왜... 이렇게... 슬프지...?”


그는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지금 뭐가...!”


그가 소리를 지르려던 것을 눌러 삼켰다.


‘가슴에 검을 꽂고, 무엇보다 영혼에 가장 깊은 상처를 입은 주제에...’


그는 이 말도 눌러 삼키며 겨우 대답했다.


“뭐가 괜찮다는 거에요...”


“......”


그녀는 서서히 흐려져 가는 손으로 떨리는 그의 손을 덮었다.


“저는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당신은 슈발로이카의 신관이지... 제 신관이 아니에요.”


스륵...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다. 접근할수록 그의 검이 더욱 깊게 박혔지만... 그녀는 어차피 상관없었다.


턱.


그리고 그의 뺨에 손을 얹었다.


“......”


그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마지막 눈동자를, 볼 수는 없지만 마주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애써 기억할 필요는 없어요.”


보이지는 않지만, 바로 앞에 그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렇죠?”


“......”


그녀의 몸은 이제 뒤가 비춰질 정도로 흐릿해져 있었다.


“이제... 곧...”


데로스의 목소리가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다.


-이별이네요...-


휘이이이--


사방이 막힌 협곡에 바람이 불어왔다.


“......슈발로이카는.”


바람은 그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끝까지 당신을 원망하지 않았어요.”


-.......-


데로스의 눈동자 깊은 곳에 새겨졌던 무언가가 풀렸다.


-고마워요......-


“그러니까...”


그는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했다가는 목이 메여서 울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이에요...-


시리리리링-


협곡에 갇힌 바람은 점점 많아지고, 많아진 바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바람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해치지 않아서...-


그녀는 거의 흐릿해지는 몸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


그리고 그의 이마에 이제는 사라진 입을 맞췄다.


시리리리리링...


점점 작아지는 바람의 노래와 함께...


“......”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작가의말

다음은 외전.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7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2) +1 12.03.09 269 7 11쪽
306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1) +3 12.03.08 242 6 10쪽
305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6) +3 12.03.08 239 8 10쪽
304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5) +2 12.03.07 243 7 9쪽
303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4) +1 12.03.07 238 7 17쪽
302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3) +1 12.03.07 222 9 12쪽
301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2) +1 12.03.06 214 10 12쪽
300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1) +1 12.03.06 242 9 14쪽
»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9) +3 12.03.05 228 9 10쪽
298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8) +2 12.03.05 254 8 9쪽
297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7) +3 12.03.05 226 7 9쪽
296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6) +2 12.03.04 236 7 9쪽
295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5) +1 12.03.03 308 8 10쪽
294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4) +2 12.03.02 256 6 12쪽
293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3) +1 12.03.01 247 8 13쪽
292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2) +1 12.03.01 227 8 9쪽
291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1) +1 12.02.29 313 7 9쪽
290 4th 10. 균형자(15) +1 12.02.29 275 10 9쪽
289 4th 10. 균형자(14) 12.02.28 269 8 12쪽
288 4th 10. 균형자(13) +2 12.02.28 252 6 15쪽
287 4th 10. 균형자(12) +1 12.02.27 244 7 10쪽
286 4th 10. 균형자(11) +1 12.02.27 247 6 9쪽
285 4th 10. 균형자(10) +1 12.02.27 261 7 11쪽
284 4th 10. 균형자(9) +1 12.02.26 281 8 10쪽
283 4th 10. 균형자(8) +1 12.02.26 253 6 9쪽
282 4th 10. 균형자(7) +1 12.02.25 263 7 10쪽
281 4th 10. 균형자(6) +1 12.02.25 266 7 11쪽
280 4th 10. 균형자(5) +3 12.02.24 232 6 9쪽
279 4th 10. 균형자(4) +1 12.02.23 277 8 9쪽
278 4th 10. 균형자(3) +2 12.02.22 327 1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