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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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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672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2.25 01:49
조회
266
추천
7
글자
11쪽

4th 10. 균형자(6)

DUMMY

“하여간... 내 대신 일 처리해 줄 것도 아니면서...”


황제는 한번 불평을 시작하자 끝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 불평을 듣고 있어야 하지...’


게다가 원래 평민 출신인 나에게는 먹고 살 수 있게만 해 준다면 하루 종일 일해도 괜찮을 사람을 수두룩히 알았고, 신영이 없어지고 우리 가족도 어려운 시기를 지냈기에 왠지... 배부른 투정 같았다.


“그래도 힘내시죠. 먹고 살 걱정은 없잖아요.”


지금 당장에라도 먹을 음식이 없어서 쓰러지는 사람, 그리고 집이 없어서 얼어죽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말이다.


‘아직까지 성전의 상처는 다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끄덕.


과연 황제도 마족들에게 잡혀 어려운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기에 내 말뜻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흐음. 그렇지.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였군.”


황제도 성전 당시 수도로 진격하기 직전까지 마족들을 피해 숨어살았다. 그러니 일반 백성들의 고충을 역대의 다른 황제들보다야 잘 알겠지.


“허허... 그래. 내 나름대로 백성들을 생각한다고 하고 있었지만, 그냥 배부른 투정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배부른 투정 맞지 뭐.


“아, 슬슬 시간이 되었군.”


드륵.


황제는 더 이상 시간을 내기 힘들었는지, 아니면 내 방금 말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서 인지 황성으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


“돌아가시게요?”


“슬슬 돌아가서 저녁을 만들어야지. 둘째가 기다리는데.”


그러고 보니 황제에게는 차기 황제인 둘째 아들이 있었지. 원래 황비소생은 아니고 성전 끝난 뒤 새로 들인 황비의 소생인 아들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꽤 똑똑하고 착해서 괜찮다는 소문이 있는 둘째.


“그럼 가자. 세린.”


“네.”


황제가 문을 열고 나가자 이 식당에 남은 것은 우리 일행뿐이었다.


“후우......”


일도 열심히 하고 백성들을 위하는 착한 황제인데... 문제는 위엄이 많이 모자라다. 젊었을 때는 조금 있더니, 요즘에는 백성들과 너무 친근하게 지내기 위해서인지 위엄이 거의 없어 보인다.


‘약간은 그 녀석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군’


대륙 최강 제국의 황제가 위엄이 없다는 것은... 조금 그렇지.


“음.......”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화가들의 거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마침 여신도 내려왔겠다, 화가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모두 하나씩 그리고 마지막에 단체로 하나 그리면 좋을 것 같았다.


“여신님. 다 먹었어요?”


“응.”


여신은 입술에 묻은 작은 파이 조각을 손으로 집어들며 굉장히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사, 티엘. 너희는?”


“다 먹었어.”


마사도 식탁에 부스러기만 남아 있었고, 티엘은 따로 먹은 것 같지 않았다. 원래 입이 짧으니까 티엘은.


“그럼 일어나죠.”


“당연하지만, 계산은 네가 할거지?”


예전에 자르카에게 크게 당한 이후로는 이종족에게 계산 안 바랍니다.


“알았어요. 먼저 문에서 기다려요.”


나가라고 했다가 실종되면 큰일이니까.


“알았어.”


여신은 마사와 티엘의 손을 각각 잡고 입구로 향했다.


“흐음... 사촌남매요?”


주인장은 그냥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아니... 뭐...”


진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애들이 귀엽군.”


“하하......”


“5데콘이오.”


아까 받은 10데콘짜리 동전을 내밀었다.


“아, 잔돈은 됐어요.”


“음, 고맙수.”


겨우 5데콘가지고 뭐... 음, 생각해보니 예전에 12데콘 가지고 오로스를 죽일 생각까지 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배부른 소리인가?


“자, 나가죠.”


여신의 왼쪽에는 마사가, 오른쪽에는 티엘이 손을 잡고 있었다.


‘......어딜 잡지?’


그냥 마사와 여신 사이로 끼어 들까?


“여기 잡아.”


마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냥 여신의 왼쪽으로 가 마사의 손을 잡았다.


“자, 자. 다음은 들릴 곳이 있어요.”


“어딘데?”


“초상화 하나씩 그리려고요.”


물론... 실력은 보고 가야겠지.


“어딘지는 알아?”


“네.”


며칠 전에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지만. 그 화가 돌려 보내주면서 말이다.


“가요.”


문 밖으로 나가자 다행히 아까보다 사람이 적었다.


“그런데 라드.”


“네.”


“초상화 살 돈은 있어?”


“......”


사실은 없다. 물감까지 사용한 초상화는 정말, 고위 귀족만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신아에게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 나에게 그런 돈이 있을 리가...


“그, 그래서 집으로 화가들을 데려가서 전원이 다 그리려고요.”


그러면 신아가 알아서 돈을 내겠지.


“......”


“그렇게 한심한 눈으로 보지는 말아주세요.”


사람 정말 비참해지니까...


“그럼 모두 다 그리는 거야?”


마사는 뺨에 홍조까지 띄고 물어봤다.


“응... 뭐 그렇지.”


어차피...... 마지막 그림은 단체로 그릴 생각이었으니까.




“뭐가 이렇게 귀찮아?”


자르카는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아니, 어차피 얼굴만 그리는데 팔을 움직이면 어때서!”


저거,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인데...


“그래도 팔을 움직이면 얼굴의 각도가 바뀌기 때문에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알아서 그려!”


“아니... 그게...”


화가는 굉장히 쩔쩔매고 있었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상대는 자르카... 게론기사단의 단장인 현재 최고 실세 중 하나니까.


“에효...”


일단 자르카를 조용히 시켜야 할 것 같았다.


“자르카?”


“왜.”


“닥쳐.”


“......”


투덜이 자르카에게는 가장 간단한 말이 최고다. 괜히 길게 얘기하면 꼬투리만 잡지.


“음......”


여신도 꽤 불만인 것 같았지만 내가 바로 옆에 있으니 불만을 표시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도 그냥 앉으면 안되나’


여신은 앉아 있었고 나는 그 뒤에 서 있는 자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거는... 부인과 함께 그릴 때 이렇게 그리는거 아니었어?


“이제 티엘 아가씨는 움직이셔도 됩니다.”


“휴우......”


우리는 그나마 둘을 그리니 한 명을 그리는 동안 한 명은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참고로 둘을 함께 그리고 있는 사람은 마사와 티엘, 여신과 나, 그리고 어느새 끼어든 시드린과 아세아. 이렇게 여섯이었다.


“지금은 움직여도 된데.”


여신의 친절에 난 손을 저어 답했다.


“괜찮아요.”


지금 움직였다가는 자르카의 원망에 가득 찬 눈빛을 받을 것 같아서 말이지...



“제길!”


화악!


급하게 고개를 숙인 그의 머리 위로 붉은 불꽃이 날아들었다.


퍼엉!


“뭐가 이렇게...”


화아아악!!


“강해?!”


이번에는 몸 전체를 덮으려고 날아오는 화염에 마력을 끌어올려 대항하는 그였다.


화아아아아!!!


불꽃은 그를 덮었지만 그의 마력을 뚫지는 못했다.


치잉-!


“큭!”


불꽃이 그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까 그의 접근을 막았던 빛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치지지지직!!!


그의 마력과 빛이 만나자 사방으로 붉고 푸른 불꽃이 튀었다.


“크으윽...!”


그의 마력은 빛에 뚫리지는 않았지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의 위력이 너무 강했기에 그의 몸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퍼억!


“이런!”


그렇게 밀려나던 그는 나무에 등을 부딪히고 당황했다.


훙-


그가 가까스로 고개를 숙이자, 그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스쳐갔다.


샤악-! 푸스스스!!


그리고 나무는 무언가 예리한 것에 베여 옆으로 무너져 내렸다.


‘빨리 돌아가야 해...!’


그들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그였다. 그들은 하나하나는 그보다 약했지만, 잘 짜여진 합동공격에 그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도망만 다녀야 했다.


“겨우 여기인가?”


게다가 저 금발머리의 남자... 장난이 아니었다. 그의 바스타드 소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도 불꽃이지만, 무엇보다...


‘마족사냥꾼을 상대하는 느낌이야...’


감각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지난번에 싸웠던 라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강력한!


“그럼 다시 간다!”


퍼버버벙!


그가 검을 땅에 내려치자 땅에서 수십개의 폭발이 일어났다.


“칫!”


퍼엉!


그 불꽃은 방사형으로 퍼지며 그에게 날아들었고, 그는 겨우 몸을 날려 불꽃을 피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가면 숲이 끝난다. 그렇게 된다면 날아오를 수 있었다.


치잉-! 치지지지직!!


다시 마력과 푸른빛이 마주치며 불꽃을 튀겼다.


“조금만... 더!!”


하필이면 그 빛은 그가 가려는 방향에서 날아와, 그의 몸을 안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치잉-! 치잉-!


그가 마력을 이용해 버텨내자 다른 방향에서 빛이 추가로 날아들었다.


치지지지!! 치지직!!


“크으으윽!!!”


빛이 늘어나자 마력의 소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끼이잉!


게다가 세계의 거부 때문에 마력은 더욱 많이 깎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제발...!”


푸욱!


그가 발버둥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그의 배에 뾰족한 검날이 튀어나왔다.


“......!”


그것은 방금 전까지 불꽃을 뿜어대던 금발머리의 검이었다. 빛에 몸이 묶여있는 동안 그의 검이 등에서 찔러온 것이었다.


“크아아아아!!!”


퍼억!


“큭!”


순간적으로 날개를 펼쳐 등에 있던 금발머리를 떨쳐냈고, 그가 떨어져 나가자 배에 박혀 있던 검도 빠져나갔다.


치잉-!


‘......조금만!’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빛을 아주 간발의 차이로 피한 그는, 그대로 날아올랐다.


푸스스스스!!!


치잉- 치잉-!


몇 개의 빛이 그를 노리고 날아들었으나, 그는 몸을 움직이며 모든 빛을 피했다.


“크윽......”


날개에 한 대 얻어맞은 금발머리의 검사가 이마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우엔. 약해.”


뒤쪽의 나무에서 세이너가 나오며 한 말이었다. 지금까지 그에게 날아들었던 빛은 세이너의 힘이었던 것이다.


“쳇. 잡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기회를 만들었는데 놓치다니......”


세이너의 한심하다는 눈빛에 우엔이 발끈했다.


“네가 시간을 제대로 못 벌어줘서 그렇잖아.”


“어머~ 핑계는. 자신의 능력이면 어떤 마족이라도 자신 있다며?”


“이익......”


뭐라고 반박하려던 우엔은 그냥 꾹 참았다. 더 이상 말해봐야 세이너를 말로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또 다른 변수가 생겼군.”


우엔의 말에 세이너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저 정도로는 별로 큰 변수는 아니야.”


“......”


하지만 우엔은 뭔가 찝찝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어때?”


“뭘.”


“동생의 자손을 만난 느낌은.”


“......”


그들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아니, 당연한 일이었다. 전대 마왕에게 인간을 마족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그들이니까.


“글쎄... 내 동생은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만큼 그녀의 능력이 대단했다는 거지. 혈통이 흐려졌어도 저 정도의 위력이 나오니까.”


“......”


“그녀를 끌어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운명은 나 혼자로도 충분해.”


철컹.


우엔은 검을 회수하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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