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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4.12.26 22:17
최근연재일 :
2014.12.28 19: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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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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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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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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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6쪽

[4권] 8_2

DUMMY

제우스가 입을 다물고 있자 지우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이 얘기 믿을 수 있겠냐?”

“그래.”

“거짓말하지 마. 난 겪고도 못 믿겠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두르가에게 뭔가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 두르가가 인간이었다는 걸 확인한 것만 해도 충분해.”

제우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선심을 쓰기로 했다. 지우와 신뢰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고 한스에게 의존할 수도 없었다.

“사실 두르가의 능력보다도 배경이 더 골치 아픈 문제였지. 나는 사실 두르가를 조종하는 게 네 천재 친구 윤태영인 줄 알았어. 그런데 리레이쉰이라니, 생각보다 훨씬 더 곤란한 상황인 거지.”

지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제우스가 태영에게 두었던 혐의를 완전히 거두었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진짜 연기가 필요했다.

지우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도록 이를 갈았다.

“리레이쉰 그 개자식……. 그러려고 송주희를 태영이한테 붙인 건가? 아니, 잠깐! 그 얘기는 네놈들은 송주희가 두르가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잖아? 그걸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두르가를 찾으라고 지랄한 거냐?”

“진정해. 그냥 혐의만 두고 있었어. 그것도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야. 나 말고는 아무도 몰라. 게다가, 만약 송주희를 조종하는 게 윤태영이 맞다면 너한테 얘기할 수가 있겠어?”

지우가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러네. 그런데 그럼 지금 제일 위험한 건 태영이겠군. 나한테 두르가의 정체를 보였으니 태영이는 필요 없어진 거잖아.”

“괜찮아. 윤태영 지금 막 출국 심사 마쳤어.”

“뭐? 어디로 갔는데?”

“미국. MIT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 과정에 합격했다. 친구라더니 그런 것도 몰랐냐?”

그 말을 듣자 지우는 기쁨과 함께 한가하게도 섭섭함이 교차했다. 그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와 제우스를 더욱 방심시켰다.

“망할 자식……. 여자한테 빠져서 나한텐 한마디 언질도 안 주고 그냥 나가버렸단 말이지?”

한가한 대화가 계속되었다.

“뭐, 너무 섭섭해하진 마라. 연락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있었겠냐? 너를 찾는 건 우리 NSA 요원들한테도 쉬운 일이 아니었어. 이 골치 아픈 자식아.”

“그러네. 결국 그것도 다 너희 잘못이었군. 뭐, 좋아. 아무튼 이렇게 된 거 나 좀 도와줘.”

“뭘 어떻게?”

이야기에 다시 팽팽한 긴장이 돌아왔다. 지우는 짐짓 목소리를 낮춰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복수지. 리레이쉰을 죽이게 도와주면 두르가도 같이 죽여주지.”

“두르가를? 네가 어떻게?”

“이상한 힘이 있지만, 네 말대로 총에 맞으면 죽는 그냥 인간이었어. 부상을 입었더라고. 내 특기 알지? 그 힘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저격하면 승산이 있어.”

제우스는 전화로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을 잊은 듯,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그걸 보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강서연을 납치한 건 캄보디아 놈들인 모양이야. 리레이쉰이 구하러 가겠지? 그 장소를 알아내서 알려줘. 총 한 자루 주고. 코지로 죽이는 거 봤지? 시간과 장소만 알고 총 한 자루만 있으면 나에게 불가능은 없어.”

그 점에는 제우스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옥상을 점거한 NSA 요원들이 리레이쉰에게 당하기 전에 라이플을 수거했고, 인터내셔널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투입된 요원들이 코지로의 사체에서 탄환을 적출해 총기의 강선 모양과 대조한 보고서를 보내왔다. 지우가 현대 백화점 옥상에서 저격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그 정도 저격이라면 거리로 볼 때 대단할 것도 없었지만, 저격수의 능력은 사격 실력보다 최적의 저격 지점을 선정하고 그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우는 제우스가 보고 들은 모든 저격수를 통틀어 첫손가락에 꼽을 만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삼청동 저택에서 보여준 권총 사격은 애니 말대로 우연일지도 모르겠군.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굳이 번거롭게 현대 백화점 옥상에서 저격할 이유가 없었을 거야. 또 모르지. 삼청동 저택에 두르가가 있었는지도. 생각해 보면 두르가가 꼭 미국에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어. 리레이쉰의 부하가 미국에서 두르가 흉내를 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두르가가 리레이쉰과 함께 있다는 게 분명하단 말이야.’

게다가 리레이쉰이라면 핵 테러를 성공시킬 마음은 없을 것이다. 지우의 분석대로, 국방 예산이 늘어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거대 기업들에 돌아간다. 국방 예산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을 유권자들에게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보여주는 것에서 그쳐야 한다. 따라서 리레이쉰이라면 두르가를 시켜 확보한 핵탄두를 어설픈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게 주어 계획이 무산되도록 일을 꾸밀 것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은 NSA에 제우스밖에 없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우만 이대로 제우스에게 협조적이라면 말이다.

제우스는 지우를 완전히 자기편으로 만들려면 당근도 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정확한 정보만이 가장 달콤한 당근이 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강서연을 납치한 건 캄보디아 녀석들이 아니야. 원래는 캄보디아 마약조직이 고용한 킬러였지만, 캄보디아가 리레이쉰한테 겁을 먹고 손을 떼는 바람에 내가 다시 고용했지.”

지우도 어느 정도 짐작하던 바였다. 그러나 제우스가 이렇게 자기 입으로 직접 확인해주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애니를 직접 독살한 게 누구건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럴 의도를 품었던 모든 이가 유죄다. 주희를 죽인 것도 제우스임이 명백하다. 무엇보다 제우스는 서연에게까지 손을 댔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이성을 되찾은 지우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분노는 따로 이성을 한 움큼 떼어 수화기 멀리에서 터뜨리고, 제우스를 상대하는 이성은 차갑게 가라앉아 최선의 한 수를 찾고 있었다.

지우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일이 생각보다 쉬워졌군. 굳이 찾으러 다닐 수고는 던 셈이니까. 하지만, 당신 그거 알아? 내가 그 강서연 구하려고 어떤 개고생을 했었는지?”

제우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목숨 걸고 구해서 리레이쉰한테 바쳤지? 인공위성으로 봤다. 아주 인상적인 퍼포먼스였어.”

“알고 있다니 얘기도 잘 통하겠군. 리레이쉰이 내 여자를 죽였으니, 이번엔 내가 리레이쉰 여자를 죽일 차례야.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강서연은 원래 내 여자였거든? 죽일 게 아니라 내가 가져야겠어. 부하들한테 전해. 절대 손대지 말라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뭔가 석연치 않은 걸 느꼈다.

‘서지우 이거 혹시 아직 리레이쉰 밑에 있는 거 아니야? 왜 여기까지 와서 강서연을 구하려 하지?’

제우스는 너털웃음으로 시간을 벌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지우와 리레이쉰이 아직 한편이라면 제우스는 벌써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레이쉰이 자기 약혼녀를 납치한 게 NSA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우스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중국인 사내 두세 명이 모든 걸 잃은 제우스를 방문할 것이다. 그들은 제우스를 편하게 죽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범죄자들과의 거래에 익숙지 않아, 그만 경솔하게 이쪽의 아킬레스건을 드러내 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제우스도 그렇게 만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우와 리레이쉰이 같은 편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최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일단 같은 편이라 치고 생각해 보자. 리레이쉰이나 서지우나 강서연을 안전하게 되찾고 싶어해.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보다 직접 자기 손으로 구하는 걸 선호할 거야. 정치적 채널을 이용하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내가 갑자기 시치미를 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자기들이 직접 오면 강서연을 무사히 구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거야. 리레이쉰, 서지우, 두르가, 강서연, 피에르, 피에르의 부하들, 한스, 나, 그리고 우리 요원들이 모두 캄보디아의 어느 외진 곳에 모이는 거지. 도시에서는 골치 아팠지만 그런 장소라면 어찌 됐건 머릿수 많은 쪽이 이기게 되어 있어.’

지우와 리레이쉰이 한 편이고 두르가까지 있다 해도 이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정체를 안 이상 두르가도 전처럼 두렵지 않았다. 자기 혼자만 혐의를 두고 있던 송주희라는 이름을 지우가 먼저 입에 담았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캄보디아는 피에르와 그 부하들의 안방이나 다름없으니 그들만으로도 충분하다. 핵 테러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니 한스와 자신의 전 병력을 그쪽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기는 싸움이었다. 게다가 리레이쉰과 지우는 자기보다 피에르와 한스를 먼저 치려고 할 것이다.

제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서연이라……. 어떤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군. 천하의 리레이쉰과 서지우의 마음을 모두 빼앗아 버리다니 말이야. 뭐, 나는 상관없지만, 그 여자 집에서 허락하겠어? 리레이쉰 대신 사위로 삼을 만한 인물이냐고 네가.”

“네 말대로야.”

“그걸 알면서…….”

“아니, 그거 말고. 중간에 한 말. 너는 상관없다는.”

제우스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스티브 녀석 보고서에 ‘서지우와 말싸움하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더군. 한스가 많이 당한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뭐 생각보다 괜찮은데? 재미있어. 좋아. 강서연은 너에게 주지. 절대 손대지 말라고 말해두겠어. 너에게 무사히 인수인계할 때까지 말이야.”

진심이었다. 나중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선은 서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제우스에게도 나쁠 게 없었다. 그리고 리레이쉰과 두르가를 제거한 다음 서연을 지우에게 무사히 넘겨주겠다는 말에도 거짓은 없었다. 그다음 서연과 지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둘 다 폴포트의 흔적 속에 묻어 버리는 것이 가장 유력했지만.

제우스의 심중이 어떻건, 지우는 서연을 구할 시간을 번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도 제우스가 서연을 당분간은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우스의 모든 사고가 지우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한스라는 비교군(比較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지우는 한 가지만 더 확인, 혹은 조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제우스가 원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번에 끝내자. 관계자들을 한곳에 모으는 거야. 그리고 너 혹시 한스랑 친하냐?”

“한스? 그건 왜 묻는데?”

“난 그쪽에 감정이 좀 있거든. 네가 서연이를 나한테 넘겨줬으니 나도 네 부탁 하나쯤은 들어줘야 공평하지 않겠어? 원한다면 한스는 건드리지 않을게.”

제우스와 한스가 라이벌 관계라는 심증만으로 떠본 이야기였다. 과연 제우스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큰일을 하는데 그런 작은 일에 연연할 수 있나? 좋을 대로 해. 한스도 무대에 초대해주지.”

지우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좋아. 역시 말이 통하는 친구군. 그럼 한스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줄 수 있나?”

“뭐? 그건 왜?”

“한스랑 같이 움직이려고. 방패로 쓸 거야. 다 쓰고도 멀쩡하면 그때 죽여 버려야지. 그놈은 리레이쉰한테 원한이 깊으니 아마 협조할걸? 애니를 죽인 게 리레이쉰이라는 걸 알려주면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들 거야. 다 늙은 게 어디서 애니를 넘봐?”

한스보다 한 살 많은 제우스는 마지막 말에 쓴웃음밖에 지을 게 없었다. 그러나 지우의 제안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현장 지휘는 어차피 한스에게 맡길 테니 그편이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좋아. 알려주지. 단, 우리 거래는…….”

“누굴 바보로 알아? 당신이나 입 조심해.”

지우가 제우스의 말을 잘랐다. 제우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호의를 베풀었다.

“자, 일단 거기서 나와서 애니랑 묶던 호텔로 돌아가.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지. 도주 루트는…….”

“누굴 바보로 알아?”

지우가 다시 제우스의 말을 잘랐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아직 백화점에 있을 리가 없잖아. 도주 루트 같은 건 죽은 네 부하들한테나 알려줘.”

지우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제우스는 NSA의 감시와 포위망을 몇 번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따돌리는 지우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사실 지우는 아직 백화점 안에 있었다. 감시가 철저한 백화점을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던 것으로 되어 있는 자기가 이제 와서 제우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간의 행적과 앞으로의 계획이 의심을 살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우는 전화기를 백화점 화장실 변기 속에 던져 버리고 도주 루트를 생각했다.

‘NSA의 감시 대상은 나와 두르가였어. 리레이쉰과 두르가가 벌써 헬기로 도주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 감시 대상은 없는 셈이지. 캄보디아 놈들이야 어차피 한패니까 벌써 여길 떴을 거고. 호텔에서 서연이를 납치한 게 그놈들이니까.’

이제 NSA는 철수하고 한국 경찰들만 남아서 백화점을 봉쇄하고 있을 거로 생각해도 무방했다. 헬기 한 대가 옥상에 다녀간 것도 모를 리 없으니, 이제 백화점에 잡아야 할 누군가가 남아있으리라 확신하지도 못할 것이다. 경계는 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때 가장 허술해진다. 그 정도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지우로서는 급할 게 하나도 없었다.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우는 CCTV를 피해 비상계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해도 지고 감시도 가장 소홀해진 틈을 타서 화재 대피용 완강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순찰 중이던 정복 경찰의 눈에 띄었으나 그에게 잡힐 지우가 아니었다.

지우는 곧바로 인터내셔널 호텔로 가서 방을 얻기로 했다. 이제 NSA의 감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행동에 제약이 없었다. 도대체 오카다가 왜 그렇게 쉽게 서연을 빼앗겼는지 알아보려는 생각이었다. 그 자체로 서연을 납치한 자들에 대한 정보가 될 수 있었다.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은 적중했다. 그러나 방은 얻을 수 없었다. 호텔 전체가 폴리스 라인이나 다름없었다. 백화점보다도 이쪽이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기자 한 사람 없었다.

지우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호텔 종업원 한 명에게 음료수 한 병을 건네며 슬그머니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아주 난리가 났지요. 일본에서 온 사업가 한 분이 돌연사했다는데, 목격자들 말로는 한 분이 아니라네요. 수행 비서들도 대여섯 명이나 죽었대요. 아무 이유없이 쓰러졌다니까요? 객실 어딘가에서 유독 가스가 새어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상하게도 시체는 한 구밖에 실려나가지 않았어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원…….”

지우는 아랫입술을 보이지 않게 깨물었다. 오카다와 그의 경호원들이 모두 당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범인은 애니를 죽인 자와 동일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독이라……. 어떤 독인지 한스한테 알아보라고 해야겠군. 그건 그렇고 애니를 죽인 것도 레이 부하가 아니라 캄보디아 놈들이었구나. 레이는 오카다를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

순간의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경솔하게 행동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리레이쉰까지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언젠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이번 일은 그를 위한 최적의 무대였다. 오히려 행동의 반경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원래 자기 몸을 돌보지 않던 지우다. 이번에는 죽음을 각오하는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죽으러 가려 한다. 지우 자신조차도 지금의 서지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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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4권] 5_1 +1 14.12.28 1,901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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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권] 3_1 +4 14.12.27 2,646 110 16쪽
32 [2권] 2 +3 14.12.27 2,685 97 12쪽
31 [2권] 1_3 +4 14.12.27 2,577 93 14쪽
30 [2권] 1_2 +3 14.12.27 2,525 86 15쪽
29 [2권] 1_1 +4 14.12.27 2,737 99 15쪽
28 [1권] 11 +4 14.12.27 2,897 100 13쪽
27 [1권] 10 +7 14.12.27 2,882 102 20쪽
26 [1권] 9_2 +6 14.12.27 3,463 84 15쪽
25 [1권] 9_1 +3 14.12.27 2,808 90 15쪽
24 [1권] 8 +5 14.12.27 2,992 105 10쪽
23 [1권] 7 +4 14.12.27 3,007 98 16쪽
22 [1권] 6_2 +10 14.12.27 2,829 116 10쪽
21 [1권] 6_1 +4 14.12.27 3,064 122 17쪽
20 [1권] 5_2 +4 14.12.27 3,107 105 7쪽
19 [1권] 5_1 +5 14.12.27 3,042 109 10쪽
18 [1권] 4_3 +9 14.12.26 3,242 128 16쪽
17 [1권] 4_2 +5 14.12.26 3,179 110 11쪽
16 [1권] 4_1 +4 14.12.26 3,199 111 7쪽
15 [1권] 3_4 +3 14.12.26 3,837 121 13쪽
14 [1권] 3_3 +6 14.12.26 3,525 126 13쪽
13 [1권] 3_2 +7 14.12.26 3,609 141 12쪽
12 [1권] 3_1 +4 14.12.26 3,635 123 10쪽
11 [1권] 2_5 +4 14.12.26 3,805 123 9쪽
10 [1권] 2_4 +3 14.12.26 3,907 118 11쪽
9 [1권] 2_3 +3 14.12.26 3,868 116 8쪽
8 [1권] 2_2 +7 14.12.26 4,041 122 13쪽
7 [1권] 2_1 +4 14.12.26 4,444 123 11쪽
6 [1권] 1_5 +4 14.12.26 4,586 135 12쪽
5 [1권] 1_4 +3 14.12.26 5,017 134 13쪽
4 [1권] 1_3 +6 14.12.26 5,451 147 12쪽
3 [1권] 1_2 +7 14.12.26 6,082 159 14쪽
2 [1권] 1_1 +6 14.12.26 7,362 172 8쪽
1 0. +10 14.12.26 8,061 17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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