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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4.12.26 22:17
최근연재일 :
2014.12.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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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582

작성
14.12.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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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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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
26쪽

[3권] 1

DUMMY

삼청동 저택 입구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냥 돌아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정 지배인은 삼청동을 뒤흔든 굉음이 총성이 아니라 손님들의 여흥을 돋우기 위한 불꽃놀이였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살아온 노련한 지배인도 표정에서 공포를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었다.

총성이 울렸다는 황당무계한 신고를 받고, 부자 몸조심이 갈 데까지 간 거라고만 여기며 짜증스럽게 가파른 삼청동 골목길을 오른 경찰들도 그 표정을 보자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저택 안을 한 번 둘러보고라도 가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욕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경찰이 단호한 표정으로 지배인의 말을 잘랐다.

“그래도 신고를 받았으니 현장을 한 번 둘러봐야겠습니다. 불꽃놀이라고 해도 이웃에 피해가 갈 정도로 소란스러웠다면 경범죄에 해당하니까요. 그 정도 규모의 화약이라면 사전에 허가를 받으셨어야죠.”

“그러게 말입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벌금이든 뭐든 다 내겠습니다. 제발 제 사정 좀 봐주십시오.”

지배인이 사정 조로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아침저녁으로 아직 서늘한 봄날씨에 몸을 떨며, 다른 한편으로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은 그냥 조금 수상한 정도가 아니었다.

“어허, 참. 이게 사정을 봐주고 말고 할 일이 아니라니까요? 어서 앞장서세요.”

경찰의 태도가 더욱 단호해졌다. 그러나 지배인 또한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었다. 그는 경찰을 따돌리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 이것 참…….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건 제 불찰입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근데 그게 벌금을 맞을 일이지 이 나이에, 그것도 이런 시기에 직장을 잃을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세상에 이 정도 일로 직원을 해고하는 사장이 다 있습니까?”

“보통 때라면 야단 좀 맞고 말겠죠. 그런데 경관님, 다른 요정에서도 불꽃놀이를 합니까? 그것도 이렇게 인근 주민들이 신고할 정도로 요란하게요?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가 이럴 정도면 불꽃놀이를 즐기신 손님이 어떤 분이시겠어요? 전 말 못합니다. 저나 경관님이나 그분들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었던 걸로 하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지배인은 어느새 표정을 가다듬어 당신들 같은 말단 경찰관들이 방해해도 좋은 자리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전하고 있었다.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경찰들은 그제야 지배인의 표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삼청동에서 총성이 울릴 리가 만무하고, 설사 총성이 울렸다고 하더라도 저 안에서 세상의 모든 향락을 누리고 있을 ‘귀하신 손님’들의 변덕보다 더 무서울 것도 없었다. 경찰들은 주뼛대며 슬그머니 돌아갈 핑곗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국정원 요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에 가능한 한 간섭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그들은 오히려 경찰이 눈치 없이 저택을 수색하려고 할까 봐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이후의 행동은 재량에 맡기겠다는 새로운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이들은 그런 지침이 내려왔을 때야말로 가장 신중해야 할 때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재량’이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을 의미한다. 국정원 요원이라고 해도 실상은 일개 공무원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정의를 저울 한쪽에 올려놓고, 반대편에 그들이 가진 철밥통을 올려놓았을 때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는 중학교 2학년만 되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모든 게 무마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정말이지 일진이 사나웠다. 적당히 이 골치 아픈 현장에서 벗어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국정원 요원들에게 권한과 책임 모두를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몇 마디 충고를 남기고 돌아서던 경찰 두 사람이 동시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국정원 요원들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택 안쪽에서 상향등 불빛이 두 번 깜빡이더니, 이어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엔진이 굉음을 내며 공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투레질하며 발을 구르는 투우 소의 모습이 저절로 눈앞에 그려졌다.

경찰관 두 명이 좌우로 몸을 날렸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지프 한 대가 문을 부수고 튀어나왔다. 경찰과 국정원 요원은 모두 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진 B급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즉시 판단하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지프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미쳤어요? 진짜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요! 지금은 그냥 조용히 나와도 아무도 막지 못했을 거라고요!”

뒷좌석에서 지우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숙이고 있던 서연이 소리쳤다.

리레이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어차피 고생문이 열렸어. 여기서 경찰한테 쫓겨두는 게 나아.”

지우도 그 말에 동의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저택 내부를 수색하지 않을 수 없어. 경찰이 장님이 아닌 이상 시체를 발견하겠지. 우리가 시체를 치울 놈들까지 다 죽여버렸으니까.”

“그래서 우리한테 좋을 게 뭔데요? 살인혐의까지 받게 생겼잖아요!”

지우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억울한 누명도 아닌데 뭘 그래?”

리레이쉰은 지우보다 조금 더 친절했다.

“네 큰오빠가 어떤 인간인지 생각해봐. 솔직히 나는 처남 될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깡패 두목으로서의 능력까지 무시할 순 없지. 너를 이렇게 놓치고 전력을 대부분 잃었지만, 이미 잃은 것보다 앞으로 잃을 것을 먼저 생각할 정도는 되는 놈이야. 그놈으로서는, 모든 걸 잃지 않으려면 우리를 어떻게든 제거해야 해.”

서연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럴 여력을 주지 않으려고 이 소동을 일으킨 거란 말이죠? 이런 걸 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하는 거예요.”

리레이쉰이 웃음을 터뜨렸다.

“창의적인 표현이네.”

“한국 속담이에요. 창의적인 건 아니죠. 그냥 적절한 표현인 거지.”

“아니, 적절하진 않아. 이쪽도 계속 언 발에 오줌만 누고 있을 건 아니니까.”

리레이쉰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누가 들어도 근거 없는 호언장담일 뿐이었지만 서연을 안심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지우가 의문을 제기해 서연의 마음을 다시 흔들었다.

“그거 다행이네. 나는 그냥 이대로 가다가 방광이 텅 비어 버리면 꼼짝없이 동상에 걸릴 줄 알았는데. 자, 이제 어쩔 셈이야? 애니가 문자로 안가 주소를 보냈어. 거기로 갈 거야?”

“가야지, 그럼.”

“간다고?”

“뭐야, 그건. 가지도 않을 거면서 안가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한 거냐?”

“감시를 따돌릴 생각이었지. 자기네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말해두면 최소한 NSA는 우릴 쫓지 않을 테니까.”

리레이쉰이 장난스레 탄성을 내뱉었다.

“이거 완전 사기꾼이잖아? 조심해야겠는데?”

“그게 전 세계에서 M&A나 하고 다니는 인간이 할 소리냐?”

“왜 이래? 그건 엄연히 합법적인 거라고.”

“가겠다고 말해놓고 안 가는 것도 불법은 아니야. 아니, 난 가겠다고 말한 적도 없어. 그냥 안가 하나 마련해달라고 했지.”

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득 태영을 떠올렸다. 태영이라면 리레이쉰의 말에 두 친구가 모두 열광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인용해 대꾸했을 것이다.


- 법은 법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사람들을 착취하기 위해 존재한다.


풍자치고도 다소 과격한 말이지만 이 맥락에서 리레이쉰의 말문을 막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태영이라면 리레이쉰의 말문을 막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우는 처음으로 자기가 태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꼈다.

리레이쉰이 그 공포를 다른 공포로 대체했다.

“뭐, 좋은 생각이긴 한데, 지금은 무슨 수를 써도 NSA를 따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릴 미행하는 데 유령을 동원한 모양이니까.”

유령이라는 단어에 서연과 지우는 동시에 같은 이름을 떠올렸다.

서연이 먼저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NSA가 두르가를 고용했다고요? 그럴 리가요!”

지우는 서연의 말을 듣고도 잠자코 리레이쉰의 대답을 기다렸다. 리레이쉰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나 참. 둘 다 유령이라곤 세상에 두르가밖에 없는 줄 아나 보지? 안심해. 그보다는 조금 덜 무서운 유령이니까. 정체는 모르겠지만.”

“정체는 모르는데 두르가는 아니다?”

“그래. 절대로 아니야.”

“그건 어떻게 알아요?”

“두르가라면 내가 절대로 시선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지우는 그 말을 듣고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리레이쉰의 감각이 자기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르가는 그 리레이쉰의 감각조차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신출귀몰한 존재라는 것도 이미 전제하고 있던 바였다.

지우가 말했다.

“시선이 느껴지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는 얘기군.”

“아니, 어딘지도 알겠어. 그래서 유령인 거지.”

서연도 리레이쉰이 수백 미터 밖의 카메라를 발견하고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린 사진을 떠올리고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했다.

“뭐예요. 오싹해지잖아요. 설마 지금 이 차에 진짜 유령이라도 타고 있다는 거예요?”

리레이쉰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원혼이라면 나나 서지우나 원래부터 등에 잔뜩 짊어지고 사는 걸. 지금 어이가 없는 건 시선이 정확히 정수리에 느껴지더라는 점이야.”

지우는 리레이쉰이 과거형으로 말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은?”

“지붕이 있잖아. 유령이 차에 탄 건 아니라는 얘기지.”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다고? 그럼 당연히 인공위성이잖아.”

“이거 영광인걸?”

“뭐가?”

“내 황당한 감각을 인공위성 한 대가 우리만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덜 황당하게 여긴다는 뜻이니까. 그건 대단한 신뢰야.”

“아까 한스 얘기 못 들었어? 핵이 개입된 문제야. 우리가 유일한 실마리라면 인공위성 한 대 동원하는 정도는 대단할 것도 없잖아.”

“뭐, 그건 그래.”

리레이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첫째로 자신의 감각이 인공위성의 시선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다고 자신할 수 없었고, 둘째로 설사 자기가 옳다 하더라도 인공위성을 동원한 것이 한스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아까 전화통화 내용으로 볼 때 한스는 자기가 지우와 함께 있다고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인공위성이 지우와 자신의 활약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특별한 능력이 노출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스에 대해 리레이쉰만큼 잘 알지 못하는 지우는 그의 마지막 고민만을 공유했다. 작전 브리핑 때 몇 번 보았던 위성사진의 배율과 해상도로 볼 때,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권총으로 770미터 밖의 적을 쓰러뜨렸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졌을 게 분명했다.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점에 대해 사고의 일부만을 할당하고, 일단은 다른 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우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이 있는 걸 알았으면 좀 조용히 나오지 그랬냐. 백차가 따라붙었잖아.”

“뭘 새삼스럽게. 따라붙을 줄 몰랐어? 이건 어차피 별개라고.”

“별개가 아니지. 이렇게 된 이상 안가로 가는 게 나은 데, 그러면 NSA가 안가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수 없이 개입하게 될지도 몰라. 우리가 NSA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어.”

“걱정하지 마. NSA가 그렇게 멍청한 놈들은 아니야. 걔들이 세금을 얼마나 가져다 쓰는 줄 알아?”

“뭐라고?”

“이 일의 시작을 생각해 봐. 연예인 마약사건을 터뜨렸다는 건 DEA가 개입했다는 뜻이야. 코지로가 캄보디아 마약조직하고 손을 잡았겠지? DEA는 일단 그놈들 거래를 보호하려 들 거야. 더 큰 걸 터뜨리려고.”

“맞아. DEA는 너를 제거하고 싶어해. 하지만…….”

이제 지우도 리레이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리레이쉰이 서연을 위해 지우의 말을 받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DEA도 이제는 나를 제거할 수 없어. 더 높은 곳에서 압력이 들어왔을 테니까. 이제 NSA는 나를 보호하면서 DEA를 팔아넘길 수 있게 된 거지. 내가 DEA와 거래해서 코지로와 캄보디아 조직을 제거하려 했다고 정보를 흘리면서, 대놓고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거야.”

“외할아버지나 캄보디아 쪽도 납득할 수 있겠군요. 한국경찰에 압력을 가해 수사를 방해하고, 안가를 제공한 것도 DEA라고 생각하겠죠?”

서연이 끼어들었다. 리레이쉰이 룸미러로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영특도 해라. 맞아. 개판을 좀 쳐도 NSA가 DEA의 이름으로 알아서 해결해줄 거야. 그러라고 내는 세금이거든. 자, 지금부터 너희도 세금 좀 내라. 안전벨트 맸지?”

리레이쉰이 그렇게 말하며 브레이크를 밟고 사이드브레이크까지 당기며 핸들을 힘차게 꺾었다. 지프가 한 바퀴 반을 돌고 건너편 차선으로 넘어갔다. 마주 달려오던 차 두 대가 경적을 울리며 좌우로 비켜 지나갔다. 바짝 따라붙었던 경찰차들도 급제동했지만, 미처 방향까지는 바꾸지 못했다. 뒤따르던 차들이 제때 멈추지 못하고 차선을 넘어 길을 막아선 것이다. 간신히 지프를 피해 지나간 다음 차를 세운 운전자들이 고개를 내밀고 욕설을 내뱉었다. 리레이쉰은 비상등을 깜박여 사과하며 여유 있게 그들을 지나쳐갔다.

“중앙선 침범이라. 벌점이 얼만 줄이나 알아?”

“그러게. 절대로 잡힐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늘었군.”

리레이쉰은 차를 청와대 쪽으로 몰고 가, 일몰 후에 청와대로 가는 길에 설치하는 바리케이드를 피해 인도로 뛰어들었다. 사복 경호원들이 일제히 총을 뽑아들었다. 그러나 이미 지프는 다시 방향을 꺾어 통인동으로 이어진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백 미터쯤 이어진 골목을 빠져나간 지프는 신호를 무시하고 경복궁역 쪽으로 좌회전했다. 체증이 심했으나 리레이쉰은 그곳에서도 공간을 찾아냈다. 중앙선을 외줄처럼 타고, 좌우로 서 있는 차량의 백미러를 모조리 깨부수며 달려 버린 것이다. 광우병 걸린 투우 소의 질주를 목격한 운전자들이 필사적으로 핸들을 꺾어 용케 차 한 대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나 멀미나요.”

서연이 한 손으로 지우를, 다른 한 손으로 앞좌석 손잡이를 꼭 잡고 힘겹게 말했다.

“미안. 조금만 참아. 정 못 참겠으면 지우한테 토해버려.”

지프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신호가 바뀌는 짧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서울지방경찰청 담장을 타고 달렸다. 근무를 서던 경찰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리레이쉰은 한 술 더 떠서 경찰청을 끼고 우회전해 정문 앞을 지나쳐 갔다.

“배수의 진이냐? 절대로 잡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아직도 부족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이런 데가 오히려 사각지대야. 저기 근무 서는 애들한테는 교통 단속 권한이 없어. 저 자리를 이탈해서도 안 되지. 그런데 경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따로 교통순경을 배치하지도 않거든.”

“흠. 그렇군. 그런데 길은 알고 가는 거야? 안가는 천호동이야.”

“내가 이 나라 길을 알겠냐? 네가 안내해야지.”

“난들 길을 잘 알겠어? 제대한 지 석 달도 안 됐어. 게다가 면허만 한국에서 땄고 운전을 제대로 배운 건 소말리아야.”

“대충 방향 감각은 있을 거 아냐.”

“도시에서 의지해야 할 건 방향 감각이 아니야. 이정표지. 게다가 지금 내 방향 감각이라는 건 간신히 다시 북반구에 적응한 정도야.”

서연이 간신히 구역질을 참으며 중얼거렸다.

“어이가 없네요. 천하의 리레이쉰과 서지우가 서울 시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거예요? 저기서 좌회전해요. 지금 반대로 가고 있어요.”

리레이쉰이 기분 좋게 웃으며 핸들을 꺾었다. 그러나 서연이 가리킨 골목은 아니었다.

“하여간 이 남자들 진짜! 여자 말 들어서 나쁠 거 하나도 없거든요?”

서연이 짜증을 내자 지우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왜 남자‘들’인데? 난 네가 가라는 쪽으로 가고 싶었어.”

이번에는 리레이쉰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뭐야! 너만 쏙 빠져나가려고?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지금 알려진 건 우리 얼굴이 아니야. 이 차지. 아직 경찰을 따돌린 게 아니야. 다시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 너만 멀쩡했어도 이쯤에서 차를 버리고 택시를 탔을 거야.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서 차를 훔쳐 타려고 이러는 거잖아, 인마!”

“뭐야? 내가 왜 다쳤는데? 네가 약혼녀 하나 제대로 못 지키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

서연이 참다못해 소리쳤다.

“아우! 시끄러워요! 알았으니까 빨리 차나 한 대 훔쳐요, 이 도둑놈들아!”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서연도 그들이 진짜로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 민망하고 원망스러워 더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서연은 지금 이 위기를 벗어나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든든한 기사가 두 명이나 곁에 있으니까. 그녀를 괴롭히는 진짜 고민은 기사가 둘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


한스의, 아니 제우스의 지휘 본부에서는 위성을 연결해 지우 일행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모두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한스와 제우스 사이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제우스가 소리쳤다.

“그냥 놔두라고! 쟤들도 그냥 놔두라고 했잖아!”

“그게 말이 돼? NSA가 개입했다는 정황만 없으면 되잖아! DEA를 팔아먹으면 된다고!”

“그러니까 뭐 하러! 잘 들어. 리레이쉰은 그냥 미끼야. 그렇게까지 보호해줄 필요가 없어. 설마 네가 했다던 그 거래의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는 건 아니겠지?”

“누군 저 망할 자식이 좋아서 보호하려는 건 줄 알아? 지금은 신뢰를 쌓아두어야 할 때야. 여기서 우리가 배신하면 저놈도 더는 협조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혼이 나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거냐? 앞으로도 그런 게 통할 것 같아?”

한스의 말에 제우스는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그건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진 첫 번째 이유인 동시에 제우스의 약점이기도 했다.

제우스는 정보원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범죄자들과 사법 거래를 하고도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기 일쑤였다. 제우스는 그런 타협을 나약함의 상징이자 하찮은 범죄자들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약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말이란 원래 발이 없어도 천 리를 가는 법이지만, 어두운 세계에서는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 소리가 밤에 더 멀리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어떤 범죄자도 제우스와 거래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현장에서 일할 능력을 갉아먹어 버린 셈이었다. NSA가 CIA의 정보력을 압도하는 부분은 뒷골목의 자잘한 정보들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 데 있는데, 정보원의 씨가 마른 제우스는 우편과 전신을 포함한 유무선 통신, 이메일 등을 검열하는 CIA의 전통적인 방법에 갇혀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위성을 이용한 정보 수집 권한을 주어 경쟁력을 잃지 않게 해 준 것은 순전히 NSA 출신 상원의원 조지 발렌타인의 영향력이었다. 발렌타인 상원의원은 NSA가 조직의 예산과 정책을 지지하게 할 목적으로 배출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겉으로만 상원의원일 뿐, 사실상 NSA의 고위 간부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한스의 마지막 말은 이제 더는 발렌타인 상원의원의 비호도 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냐는 힐난에 가까웠다.

약점을 찔린 제우스는 한스의 말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리레이쉰이 궁지에 몰릴수록 그를 제거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 봐.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저기서 깔끔하게 빠져나왔잖아. 도대체 뭐가 문젠데? 뭘 도와주자는 거야?”

한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피차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입 밖에 내게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제우스가 자신에게 오기를 부리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지각없는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스는 인내심을 갖고 뻔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차를 훔쳤어. 국정원이 나서면 도난 차량의 행적을 좇는 건 일도 아니야. 저 짓을 몇 번 더 반복해도 마찬가지지. 국정원을 무시하지 마. 땅덩어리가 작고 사회 전체가 빨갱이 나라만큼이나 잘 통제되어 있어서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그거 아냐? 이 나라 국민은 범죄자건 아니건 전부 다 지문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야.”

“그래서? 누가 그걸 몰라?”

“그리고 오카다 츠지야마도 무시하지 마. 그놈도 국정원에 압력을 넣을 수 있어. 후진국 공무원들은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돈만 주면 뭐든지 한단 말이야. 걔들이 추구하는 건 국가의 미래가 아니야. 뭐 하러 그러겠어? 조국이 발전할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한밑천 잡아 더 잘 사는 나라로 이민 가서 인생을 즐기면 되는데. 뭐, 돈만 있다면 후진국일수록 더 살기 좋은 나라일 수도 있지만.”

“본론만 말해. 당연히 오카다도 그 안가가 우리 거라는 건 알게 되겠지. 하지만, 그건 우리 목적에도 들어맞아. 리레이쉰이 궁지에 몰릴수록 두르가가 그를 도우러 올 가능성도 커지니까.”

제우스는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한스가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그를 설득했다.

“첫째, 그전에 리레이쉰이 제거당할 수도 있어. 둘째, 리레이쉰이 협조하지 않으면 두르가를 잡기가 그만큼 어려워져. 셋째, 우리가 제거당할 수도 있어. 두르가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게 있는데 그건 정보력이야. 걔가 제거하고 다니는 인물들은 신문만 열심히 보면 다 알 수 있는 놈들이니까. 그 두르가에게 리레이쉰이 우리 존재를 알려준다고 생각해 봐.”

“나 참. 그건 우리가 리레이쉰한테 협조해도 마찬가지잖아.”

“리레이쉰이 바보야? 그놈은 사업가야. 두르가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일개 킬러를 NSA와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돈이 되는 규모가 다르다고. 게다가 정황상 두르가는 리레이쉰에게 단지 호의적일 뿐, 그에게 정체도 드러내지 않았어. 그냥 팬일 수도 있다고. 리레이쉰은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놈이니까. 그런데 세상에 광적인 팬만큼 위태로운 존재는 없어. 언제 무슨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까. 리레이쉰도 두르가 때문에 발 뻗고 자긴 어려울 거야.”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오카다는 이 일로 타격은 입겠지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없다. 그가 유입하기로 한 자금이 없으면 현성 그룹의 도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그의 자본을 유치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이미 너무 많은 공직자가 해먹을 대로 해먹었다. 저택에서 몇 명이 죽었건, 그중에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국회의원이 하나 포함되어 있건 말건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국정원은 그런 오카다에게 원하는 정보를 모두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쪽에서 국정원에 대본을 써줘서, 리레이쉰을 도운 게 NSA가 아니라 DEA라는 역정보를 흘리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리레이쉰과 NSA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다는 사실, 혹은 그런 혐의를 받기만 해도 리레이쉰은 삼합회와 야쿠자 모두의 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스가 알고 제우스가 아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건 바로 제우스가 원하는 바였다. 그에게 복수란 결과지 과정이 아니다. 굳이 자기 손으로 직접 원수를 제거하려 하는 것은 미숙한 청소년기의 정서다. 야쿠자와 삼합회의 손을 빌려 리레이쉰을 치고, 그게 실패하면 그때 나서서 의지할 곳도 없고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적의 숨통을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우스도 한스의 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적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이쪽으로 총구를 겨누지 않도록 리레이쉰을 도와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리레이쉰과 두르가는 그만큼 무서운 존재였다.

그러나 제우스가 품은 독은 그 정도로 희석되지 않았다. 그도 단지 외삼촌의 배려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은 아니었다.

“좋아. 정 그렇다면 그쪽은 자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 DEA에 압력을 가하건, 사칭을 하건, 청와대와 국정원에 압력을 넣어서 당분간 리레이쉰을 보호하게 하라고. NSA는 공식적으로 이 일에서 손을 뗀 걸로 하지. 한국정부가 그렇게 알고 있게 하자는 거야. 그놈들이 아는 건 오카다도 곧 다 알게 될 테니까. 그리고…….”

제우스가 독니를 드러내며 애니를 향했다.

“아쉽지만, 애니가 타 주는 아밀라아제 아메리카노는 더 맛볼 수 없겠군. 애니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한스와 애니는 서로 다른 이유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제우스의 계획은 두 사람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애니는 침을 뱉을 수도, 뱉지 않을 수도 없는 커피 잔을 나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새로운 임무를 진심으로 반겼다. 그러나 한스는 제우스를 향한 증오가 더욱 깊어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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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4권] 12_2 +1 14.12.28 1,736 46 14쪽
93 [4권] 12_1 +1 14.12.28 1,685 45 11쪽
92 [4권] 11_2 +1 14.12.28 1,694 48 12쪽
91 [4권] 11_1 +1 14.12.28 1,568 46 12쪽
90 [4권] 10_3 +1 14.12.28 1,664 56 13쪽
89 [4권] 10_2 +1 14.12.28 1,840 45 16쪽
88 [4권] 10_1 +1 14.12.28 1,826 45 10쪽
87 [4권] 9 +1 14.12.28 1,907 58 16쪽
86 [4권] 8_2 +1 14.12.28 1,717 47 16쪽
85 [4권] 8_1 +3 14.12.28 1,698 56 12쪽
84 [4권] 7 +3 14.12.28 1,712 54 11쪽
83 [4권] 6_2 +2 14.12.28 1,881 53 11쪽
82 [4권] 6_1 +1 14.12.28 1,938 53 12쪽
81 [4권] 5_2 +2 14.12.28 1,871 50 15쪽
80 [4권] 5_1 +1 14.12.28 1,901 53 12쪽
79 [4권] 4_2 +1 14.12.28 1,742 54 10쪽
78 [4권] 4_1 +4 14.12.28 1,839 52 11쪽
77 [4권] 3_3 +3 14.12.28 1,751 63 10쪽
76 [4권] 3_2 +3 14.12.28 1,611 61 12쪽
75 [4권] 3_1 +2 14.12.28 1,869 60 12쪽
74 [4권] 2 +4 14.12.28 1,954 61 16쪽
73 [4권] 1_3 +4 14.12.28 1,851 63 8쪽
72 [4권] 1_2 +2 14.12.28 1,897 55 12쪽
71 [4권] 1_1 +2 14.12.28 1,982 61 9쪽
70 [3권] 12 +3 14.12.28 1,888 54 13쪽
69 [3권] 11_3 +1 14.12.28 1,893 51 13쪽
68 [3권] 11_2 +2 14.12.28 2,010 53 10쪽
67 [3권] 11_1 +1 14.12.28 2,068 59 12쪽
66 [3권] 10 +2 14.12.28 2,156 59 18쪽
65 [3권] 9_2 +3 14.12.28 1,844 57 13쪽
64 [3권] 9_1 14.12.28 1,919 59 12쪽
63 [3권] 8_2 +3 14.12.28 1,834 62 11쪽
62 [3권] 8_1 +1 14.12.28 2,116 62 18쪽
61 [3권] 7 +2 14.12.28 2,246 64 14쪽
60 [3권] 6_2 +3 14.12.28 2,372 66 12쪽
59 [3권] 6_1 +2 14.12.28 2,695 66 18쪽
58 [3권] 5_3 +1 14.12.28 2,170 61 14쪽
57 [3권] 5_2 +2 14.12.28 2,083 70 14쪽
56 [3권] 5_1 +2 14.12.28 2,200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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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3권] 4_1 +2 14.12.27 1,931 64 16쪽
53 [3권] 3_2 +5 14.12.27 2,133 66 15쪽
52 [3권] 3_1 +4 14.12.27 2,240 7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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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3권] 2_2 +1 14.12.27 2,703 74 13쪽
49 [3권] 2_1 +2 14.12.27 2,299 73 13쪽
» [3권] 1 +3 14.12.27 2,219 77 26쪽
47 [2권] 11_2 +5 14.12.27 2,120 74 12쪽
46 [2권] 11_1 +3 14.12.27 2,253 73 11쪽
45 [2권] 10_2 +4 14.12.27 2,465 84 20쪽
44 [2권] 10_1 +4 14.12.27 2,882 7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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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권] 1_2 +3 14.12.27 2,523 86 15쪽
29 [2권] 1_1 +4 14.12.27 2,735 99 15쪽
28 [1권] 11 +4 14.12.27 2,895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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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권] 4_3 +9 14.12.26 3,240 128 16쪽
17 [1권] 4_2 +5 14.12.26 3,177 110 11쪽
16 [1권] 4_1 +4 14.12.26 3,197 111 7쪽
15 [1권] 3_4 +3 14.12.26 3,835 121 13쪽
14 [1권] 3_3 +6 14.12.26 3,523 126 13쪽
13 [1권] 3_2 +7 14.12.26 3,606 141 12쪽
12 [1권] 3_1 +4 14.12.26 3,633 123 10쪽
11 [1권] 2_5 +4 14.12.26 3,802 123 9쪽
10 [1권] 2_4 +3 14.12.26 3,905 118 11쪽
9 [1권] 2_3 +3 14.12.26 3,867 1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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