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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4.12.26 22:17
최근연재일 :
2014.12.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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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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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582

작성
14.12.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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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
16쪽

[2권] 3_1

DUMMY

태영은 자정이 훨씬 지나서야 도서관에서 돌아왔다. 지우는 태영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태영이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파티…… 천국을 맛 보러 간 거 아니었냐?”

지우가 팔뚝으로 눈을 가리며 대답했다.

“맛봤어. 중국식 무협 천국.”

태영이 겉옷을 벗어 걸며 말했다.

“네가 그 지경이 됐을 정도면 둘 중 하나네. 상대는 죽었거나……”

“후자야.”

지우가 퉁명스럽게 말을 잘랐다. 태영은 개의치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켜며 책을 꺼내 들었다.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 두들겨 맞았냐? 잘못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사과하는 습관을 들여.”

“체벌이 아니거든?”

“그런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냐?”

“누가 임마! 열 대 때린다고 열 대 다 맞고 있을 거야? 한 대 때려야지.”

태영이 피식 웃으며 책을 덮고 지우를 돌아보았다.

“그게 열 대 맞은 얼굴이라고? 포크레인으로 맞았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서, 한 대 때렸어?”

지우는 천장이 들썩이도록 한숨을 쉬었다.

“그랬으면 진 거고……”

“간디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도청기가 없어도 말해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눈치 빠른 태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여자한테 맞았구나? 여성 포크레인 기사. 요즘 여자 관계 복잡하다 싶더라.”

지우는 태영이 아주 빗나간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태영은 다시 책을 펼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중국 인심이 박하진 않네. 약까지 발라준 거 보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말이야. 어차피 밑 빠진 독, 또 어디 가서 잔뜩 얻어터지고 올 걸. 한 2주는 꼼짝없이 누워있어야겠다. 그 얼굴로 돌아다니면 여자애들 기절할 거야.”

여자애들이야 기절하거나 말거나 알 바 아니었지만 지우도 당분간은 몸을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만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왜 아픈 데가 없나 했더니 진통제 때문이었구나. 치료받은 줄도 몰랐네.’

지우는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몇 차례 쥐었다 펴보았다. 감각이 없었다.

‘맞은 거야, 안 맞은 거야?’

맞았다면 끝내 리레이쉰이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펀치가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은 지우의 패배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패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손에 감각만 남아있다면 말이다.

남자들은 흔히 애인을 빼앗아 간 남자를 한 대 치는 걸 당연한 권리라고 여긴다. 맞는 쪽도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남의 애인을 빼앗는 것은 대체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반면, 사람을 치는 것은 자칫 돈이 많이 드는 일인데도 그렇다. 그런다고 여자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애인을 빼앗긴 남자를 진정으로 괴롭히는 것은 사랑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아니라 패배감이다. 미숙한 남자일수록 그렇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사랑을 만나도, 그리고 그 사랑이 아무리 뜨겁고 진실하다 해도,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오를 때면 기분이 지저분해진다. 그러나 만약 약탈자에게 한 방이라도 제대로 먹여줬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더러운 기분과 함께 주먹에 닿았던 그 턱의 감촉이 떠오르는 것이다.

씻을 수 없는 상처라면 조금이나마 희석해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충실히 여성화되지도 않았고,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 만큼 수양이 깊지도 않은 미숙한 남자라면 말이다.

어리광 없이 현실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보면 지우는 꽤 성숙한 인간이다. 리레이쉰에게 서연을 빼앗겼다고 주장할 처지도 아니다. 그의 이성 하나가 서연을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또 다른 이성이 모르겠다고 정직하게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도 손에 감촉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맞은 것 같지가 않았다. 몽롱한 상태였지만, 지우는 마지막 힘을 모두 짜낸 그 주먹이 마치 공간이란 원래 그렇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버리는 걸 느꼈다.

그게 꿈이 아니라면 가설을 ‘확인’해 버린 것이다. 승부에는 이긴 셈이지만, 결코 원했던 승리는 아니다. 그래서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리레이쉰이 자기를 지칭하는 말을 듣고는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상소리를 내뱉었다.

“횽(Hyong), 몸은 좀 어때? 응? 지금 욕한 거야? 횽답지 않은데?”

“아, 시끄러워! 발음 똑바로 못해? ‘횽’이 아니고 ‘형(Hyeong)’이야, 형!”

“횽.”

“이 개 자식,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미국인들 ‘형’이라는 발음 잘 하는 거 알아. 똑바로 안 해?”

“이러지 마, 횽. ‘횽아(Hyong-a)’. 나 중국계잖아.”

“이런 제길…… 혈압이…… ‘횽아’는 또 뭐야? 어떤 씹어먹을 새끼가 또 그런 걸 가르쳐줬어? 아, 됐어! 하지마! 하지마!”

“에이, 그럴 수야 있나? 승부는 승분데. 화 풀어 횽아.”

“아, 하지 말라고! 토 나온다고!”

태영은 옆으로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키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리레이쉰도 리레이쉰이지만 이렇게 흥분한 지우는 그도 처음 보았다. 그리고 지우도 그렇게 웃는 태영은 처음 보았다.

“넌 또 뭐가 그렇게 웃긴데? 그래! 이 유치한 자식이 그 유명한 리레이쉰이란 놈이다! 둘이 아주 죽이 잘 맞네. 이 참에 아주 룸메이트 바꾸자!”

지우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태영과 리레이쉰도 웃음을 거두지 않았지만 대화의 양상은 어느새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지우의 말은 리레이쉰에게 NSA가 도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태영에게는 도청기를 설치한 게 리레이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도청 중인 놈들은 태영과 리레이쉰이 지금 처음 만난 걸로 알고 있다는 정보도 담겨있었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할 태영과 리레이쉰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우는 리레이쉰의 반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슨 소리야? 태영 군하고는 구면이잖아. 태영 군 오늘 왜 안 왔어? 기다리던 사람은 안 오고 저 깡패 같은 횽아만 혼자 와서 내가 얼마나……”

“아,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했지? 했잖아! 승부고 지랄이고 사람을 이렇게 패 놓고 왜 피해자인 척 하는데! 왜 여기 나타나서 깽판을 놓고 지랄이야!”

지우는 몸도 일으키지 못하고 누워서 악을 써댔다.

리레이쉰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러면 다른 걸 하나 말해봐. 승부에 졌으니 뭐든 대가를 치러야지.”

지우가 호흡을 고르며 그를 노려보았다.

“한 대만 맞아주라.”

“한 판 더 뜨자고?”

“내가 미쳤냐?”

리레이쉰은 여전히 미소를 거두지 않았지만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더 좋은 걸 주지. 네게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지켜주겠어.”

지우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리레이쉰이 눈과 입술을 등 뒤에 있는 태영을 가리키는 듯 살짝 찡긋했기 때문이다. NSA가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 그들이 태영을 인질로 삼아 지우를 조종하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왔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리레이쉰 또한 태영을 적극적으로 인질로 삼기로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우는 정글에서 약점을 드러낸 맹수는 더 이상 맹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사실 지우는 맹수라 해도 사자와 호랑이 틈에 낀 표범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리레이쉰이 태영에게로 돌아섰다.

“바쁜가?”

“책이나 읽으려고 했는데 피비린내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포기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나가서 한 잔 할까? 요 아래 포장마차에서 좋은 향기가 나던데. 아까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손님들 때문에 마시다 말았거든.”

태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며 지우에게 말했다.

“횽아 잠깐 나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지우는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태영과 리레이쉰이 나란히 방을 나섰다.

이불 속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일단 한스를 죽이자. 리레이쉰은 당분간 태영이를 건드릴 이유가 없어. 그리고 저 인간이 얼마나 지기 싫어하는지 봤지? NSA와 파워게임을 시작한 이상 일단은 전력으로 태영이를 보호해줄 거야. 이 기회를 놓쳐선 안돼.’

그러나 지우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리레이쉰의 사람인 이상, 노골적으로 NSA에게 싸움을 걸 수는 없었다. 리레이쉰이야 한스를 치는 걸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그 혐의가 삼합회에 가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우는 거기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달았다.

‘저 자식, 나한테 한스를 죽이라고 말한 거군. 알아서, 은밀하게. 태영이는 자기한테 맡기고. 오늘 이 깽판은 NSA가 나를 믿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거였어. 내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도록.’

사실 지우가 보기에 리레이쉰은 한스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를 제거해봤자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고, 어차피 그런 식이라면 이미 어떤 인간인지 잘 알고 있는 한스가 오히려 상대하기 편할 수도 있다. 단지 오늘 당한 게 있고, 한스의 성격과 지우의 태도로 보아 태영을 보호해 줄 필요를 느꼈고, 지우가 독단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리레이쉰으로는 손해날 게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누군 속 편해서 좋겠네.’

쓰게 입맛을 다시는 지우의 귀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사람은 불도 켜지 않고 가만히 지우 발치에 앉았다. 이불을 덮어 쓰고 있었기 때문에 지우의 눈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만으로도 그게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리레이쉰이 들이닥칠지도 몰라요.”

“잘 감시하고 있어요. 근데 생각보다 많이 다쳤네요? 업혀 오는 건 봤지만 목소리 듣고는 멀쩡한 줄 알았는데.”

애니는 조금 전 대화가 생각났는지 간신히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언제 접촉했던 거예요? 친구분도 이미 알고 있네요?”

“뭐…… 그냥 비긴 걸로 합시다.”

애니는 지우가 도청장치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들었다.

“그것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뭘 그래요? 뭐, 좋아요. 지우 씨 입장 충분히 이해해요. 제가……”

애니는 잠시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제가 오늘 당직이에요. 대화는 저하고 동료 한 사람밖에 못 들었어요. 리레이쉰을 처음 접촉한 게 훨씬 전이라는 건 숨길 수 없지만, 태영 씨도 그를 만났다는 보고는 하지 않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태영을 너무 깊이 말려들지 않게 하겠다는 배려였지만 지우는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언제 만났느냐가 중요한가요? 지금 저 둘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잖아요. 그 네오 나치 양반이 이걸 그냥 넘어갈까요?”

“단둘이 마시는 것도 아닌데요 뭐. 유명 연예인도 함께 있어요.”

“송주희?”

“네. 그래요. 팬인가 보죠?”

파티에서 주희가 태영을 소개해달라고 했던 게 빈말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리레이쉰도 아까 포장마차에서 좋은 ‘냄새(smell)’가 아니라 ‘향기(fragrance)’가 난다고 말했었다.

지우는 다친 입술을 잘못 깨물어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애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일이 아주 정신 없게 됐어요. 보스도 이런 데 신경 쓸 여유는 없을 걸요?”

리레이쉰의 뒤를 봐주는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전화통에 불이 나는 건 예상했던 바였다. 그런데 문제는 DEA가 던져 준 미끼에 있었다.

한스의 목적에 더 없이 잘 부합하는 건수였으나, DEA는 이번 일로 NSA에 빚을 지운다기 보다 빚을 지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었다. 연예인들과 상류 사회의 마약 공급책 격인 여배우 뒤에는 캄보디아의 마약조직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캄보디아 마약조직은 코지로 츠지야마와 손을 잡고 새로운 마약 유통망을 개척하던 참이었다. 그게 리레이쉰의 안방에서 깨져버렸으니, 삼합회가 반대 세력과 코지로를 견제하려고 꾸민 일이라 생각할 만 했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한국이 국제적인 폭력조직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두르가를 끌어내기엔 오히려 좋은 기회 아닌가요?”

상황 설명을 들은 지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애니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지가 않아요. 두르가가 활개를 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황무지에서 찾던 풀 한 포기를 잡초 밭에서 찾게 되는 거라고요.”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건 팔다리에 우스꽝스런 그림이나 그려대는 3류 깡패들의 싸움이 아니다. 두르가 못지 않은 프로들이 몰려올 것이다. 흔적이 남지 않은 사건을 열심히 추적하다 보면 츠지야마 패밀리의 닌자, 삼합회의 히트맨, 캄보디아의 이름 없는 고수들이 끝도 없이 걸려들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우 또한 삼합회와 리레이쉰의 강력한 카드 중 한 장이었다.

“이런 젠장. 바빠지겠네. 그래서 그쪽 입장은 뭡니까?”

“DEA는 큰 건을 노리고 있을 테니 일단 캄보디아 쪽 거래를 보호하려 들겠죠.”

“NSA는?”

“리레이쉰이 실각하면 곤란해요.”

“네오 나치 양반 속 터지겠군. 원수를 도와야 하게 생겼으니.”

애니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코지로를 제거했으면 해요. 리레이쉰이 내부에서 숙청작업을 하고, 반역자들과 결탁한 코지로를 치는 건 캄보디아 쪽에서도 간섭할 명분이 없어요.”

“캄보디아 쪽에서 보면 거래대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인데도요?”

“그래요. 츠지야마 본가에서도 코지로에게 책임을 물을 거예요. 캄보디아가 섣불리 삼합회와 츠지야마를 동시에 적으로 돌릴 리는 없어요. 문제는 DEA죠.”

“캄보디아 쪽을 직접 도울 수는 없을 테니 코지로를 지원하겠군요. 요는 DEA를 피해서 코지로를 암살하라는 건가요?”

“아니, DEA가 개입하기 전에요.”

“리레이쉰이 그러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렇게 정보를 드리는 거에요. 리레이쉰이나 츠지야마나 한국에 전쟁을 하러 온 게 아니거든요. 코지로만 제때 제거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어요. 책임을 그쪽으로 돌리고 삼합회가 캄보디아의 새로운 구매자로 나설 수 있으니까요. 삼합회는 그 마약을 세상 어디에나 내다 팔 수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전하면 어차피 리레이쉰도 지우 씨가 이중간첩인 거 다 아니까……”

애니는 그렇게 말해놓고도 좀 미안했는지 말을 맺지 못했다.

지우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미국, 중국, 일본이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으다니,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군요. 뭐, DEA는 예외로 해두죠. 일단 정보는 전할게요. 하지만, 판단은 리레이쉰이 할 겁니다.”

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맨 처음 지우를 미행하던 존이 방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습니다.”

“그래요. 이만 가볼게요. 몸조리 잘 하세요.”

지우는 애니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도 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리레이쉰의 집무실에 두고 온 총이 든 상자를 애니 모르게 한쪽에 내려놓은 것이다. 리레이쉰이 NSA에 심어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존은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해주는 듯 애니에게 들키지 않도록 지우에게 살짝 눈인사를 건넸다. NSA 따위는 걱정하지 말라는 리레이쉰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리레이쉰은 이 복잡한 상황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얘기군. 싸움 걸길 정말 잘했다. 지가 이렇게 패놓고 다 낫기도 전에 일을 시키진 않겠지.’

그리고 리레이쉰은 상황을 다 알고도 은근히 지우에게 한스를 치도록 종용했다. 전쟁을 피하는 방편으로 그가 선택한 제물은, 사돈댁의 철없는 망나니 아들이 아니라 이 일에 진짜 책임이 있는 한스 킬스톤이었던 것이다.

‘그 자식이랑 마음 맞는 일도 다 있네.’

지우는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조용히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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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권] 4_1 +7 14.12.27 2,508 77 22쪽
34 [2권] 3_2 +4 14.12.27 2,517 87 13쪽
» [2권] 3_1 +4 14.12.27 2,646 110 16쪽
32 [2권] 2 +3 14.12.27 2,685 97 12쪽
31 [2권] 1_3 +4 14.12.27 2,577 93 14쪽
30 [2권] 1_2 +3 14.12.27 2,525 86 15쪽
29 [2권] 1_1 +4 14.12.27 2,737 99 15쪽
28 [1권] 11 +4 14.12.27 2,897 100 13쪽
27 [1권] 10 +7 14.12.27 2,882 102 20쪽
26 [1권] 9_2 +6 14.12.27 3,463 84 15쪽
25 [1권] 9_1 +3 14.12.27 2,808 90 15쪽
24 [1권] 8 +5 14.12.27 2,992 105 10쪽
23 [1권] 7 +4 14.12.27 3,007 98 16쪽
22 [1권] 6_2 +10 14.12.27 2,829 116 10쪽
21 [1권] 6_1 +4 14.12.27 3,064 122 17쪽
20 [1권] 5_2 +4 14.12.27 3,107 105 7쪽
19 [1권] 5_1 +5 14.12.27 3,042 109 10쪽
18 [1권] 4_3 +9 14.12.26 3,242 128 16쪽
17 [1권] 4_2 +5 14.12.26 3,179 110 11쪽
16 [1권] 4_1 +4 14.12.26 3,199 111 7쪽
15 [1권] 3_4 +3 14.12.26 3,837 121 13쪽
14 [1권] 3_3 +6 14.12.26 3,525 126 13쪽
13 [1권] 3_2 +7 14.12.26 3,608 141 12쪽
12 [1권] 3_1 +4 14.12.26 3,635 123 10쪽
11 [1권] 2_5 +4 14.12.26 3,805 123 9쪽
10 [1권] 2_4 +3 14.12.26 3,907 118 11쪽
9 [1권] 2_3 +3 14.12.26 3,868 116 8쪽
8 [1권] 2_2 +7 14.12.26 4,041 122 13쪽
7 [1권] 2_1 +4 14.12.26 4,444 123 11쪽
6 [1권] 1_5 +4 14.12.26 4,586 135 12쪽
5 [1권] 1_4 +3 14.12.26 5,017 134 13쪽
4 [1권] 1_3 +6 14.12.26 5,451 147 12쪽
3 [1권] 1_2 +7 14.12.26 6,082 159 14쪽
2 [1권] 1_1 +6 14.12.26 7,362 172 8쪽
1 0. +10 14.12.26 8,061 17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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