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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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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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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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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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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을까?(5)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공무원 합격의 꿈. 학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노량진에 둥지를 튼 대 다수의 수험생이 갖고 있던 꿈이다. 그들은 그리 거창한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은 아니다. 공무원에 합격한다 한들 자신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현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시험공부에 매진하고 이것을 목표로 정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 그것은 불안정한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남들보단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 그게 전부였다.


오직 공무원 합격.


하지만 그 소박한 꿈을 향해 정진하던 그들이 맞은 현실은 지옥이었다.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조그마한 강의실에 모여 자의든 타의든 공부하던 그들. 미쳐 도망갈 출구를 찾지도,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살과 뼈를 좀비들에게 빼앗겼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던 고통으로부터 파생된 울부짖음. 학원 안을 가득 채우던 절규의 목소리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 잠잠해져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 빈자리를 대신해 듣기 거북한 신음소리만이 낮게 깔려 분위기를 더욱 더 침침하게 만들었다.


“크어어어...”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11시30분. 어느 덧 좁디좁은 공간에 갇혀 버린 지도 14시간이 지나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미쳐 날 뛰는 이들로부터 습격을 받고 목숨을 잃은 상황. 하지만 그 위기 속에서도 숙해는 큰 상처 없이 자신의 몸을 지켜냈다. 계단을 내려가다 자신의 팔을 붙잡았던 좀비로 인해 생겨난 시퍼런 멍 자국 하나 빼고는...


그녀가 현재 갇힌 3층 여자 화장실, 네 개의 변소 중 세 번째 칸. 굳게 잠긴 문 하나에 자신의 목숨을 의지하기엔 몹시 열악한 공간이다. 그렇기에 방심할 틈은 없다. 숨죽이고 쭈그리고 앉아 포기한 듯 보이지만 그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신경은 온통 문 밖으로 쏠린 채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를 그들을 경계하고 있다.


‘죽었을 거야. 친구도, 그 오빠도. 모두들...’


여자라는 이유로 세상에 안 될 건 없다. 반드시 해낸다. 라는 강한 의지 하나로 살아 온 그녀였지만 생각과는 달리 현재의 상황에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부정의 마음은 마음 속 자리 잡고 있던 희망의 열매를 먹고 자라나서는 자꾸만 삶의 의지를 사선 밖으로 몰아낸다.


“흐...흐으윽...누가 제발 살려 줘요.”


절대 소리 내어서는 안 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 문을 놓지 않으려 다짐했건만 반나절 이상 지속된 외로운 싸움에 그녀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 오랜 시간 쭈그리고 앉아있던 다리엔 경련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목구멍에서 새어 나온 흐느낌은 예상치 못한 손님을 그녀 곁으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크르르..,”


멀리서만 들려오던 그들의 신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약해진 멘탈은 굳건하게 닫혀있던 그의 입술을 반으로 쪼개며 소음을 발생 시켰고 그 결과는 당연하게 그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흡!”


뒤늦게 수습하려 입을 틀어막았지만 귀신같이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챈 그 것 중 하나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타...탁...타...탁...


선명한 발소리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하지만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소리는 학창시절 단체로 떠났던 수학여행 날 밤, 꼭 거쳐 가는 필수 코스의 하나인 한 밤 중 귀신이야기 속 한 가지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한다.


“쿵! 쿵! 여기도 없네... 쿵!쿵! 여기도 없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정체 모를 존재의 발소리. 그것은 분명 학창시절 자신의 마음속에 스며든 이야기 속 공포감을 꺼내들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공포영화의 법칙.


영화 속 죽는 사람들은 꼭 하는 행동이 있다. 쓸데없이 궁금해 한다는 것. 가지 말라고 하면 가고, 꼭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하면서 억지를 부린다. 지금 그녀가 그랬다. 생사가 걸린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며 요상한 소리를 내는 그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버린 것이었다.


손잡이를 붙들고 있던 손에 천천히 힘을 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화장실 칸막이 밑 트여 있는 공간 바닥으로 얼굴을 갖다 댄다. 화장실 입구는 하나고 그 존재는 그 문을 통해 이곳에 들어왔다. 때문에 그녀의 고개는 자연스레 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어?’


의아하다. 아무것도 없다. 분명히 발소리가 들려 왔음에도 그녀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혼잣말을 중얼대며 고개를 들어 상체를 세우려던 찰나였다.


“꺄아악!!!”


화장실은 네 칸, 그리고 그녀가 숨어있던 세 번째 칸.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마지막 칸 방향에서 무언가 강력한 힘으로 숙해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크어어어...”


그 힘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녀의 머리 가죽을 통째로 벗겨 버릴 만큼 강한 악력이었고 그 힘은 그녀의 머리를 화장실 칸 벽 쪽으로 끌고 갔다.


당황한 탓이었는지 머리로 전해지는 고통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로 인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소리 내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은 깨져 버렸고 터져 나온 비명소리는 또 다른 존재들을 화장실 안으로 초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크어어어.”


기분 나쁜 신음소리를 내며 숙해가 있는 공간으로 모여드는 이들. 순식간에 화장실 안은 포화상태가 되고 그들은 그녀가 갇혀있는 세 번 째 칸막이 앞에 서 문짝을 마구 두드려 댔다.


“살려 줘!!! 누가 제발 살려 주세요!!!”


이미 자신의 위치를 들킨 이상 숨죽여 소리 내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누군가 그녀의 외침을 듣고 백마 탄 기사님의 존재로 나타나 주길 바랄 뿐 이다. 하지만 기적이란 말은 말 그대로 기적일 뿐이다. 현실에선 결코 쉽사리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기적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학원이 이토록 아비규환의 상태까지 몰리지도 않았겠지.


“크어어어어....”


기적을 포기한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며 명령을 내렸다.


‘차라리 죽자.’


이들에게 살을 뜯기고 고통 속에서 죽어 갈 바에는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에..”


혀를 쑥 내민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린 채로 눈을 감았다. 위아래로 가득 채워진 이빨이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단두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곤 단 한 번도 상상치 못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 예기치 못하게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만 것이었다.


탕~


그 때였다. 화장실을 가득 메운 그들의 신음소리를 묻혀 버리고도 남을 만큼 큰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총소리.


탕~ 탕~ 탕~~


그 소리는 순식간에 학원안의 분위기를 전환 시켰다.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누군가가 쏜 총탄에 쓰러졌고 총소리는 점점 그녀와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마침내 코앞까지 도달해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칸막이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총소리에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고, 혹시 모르게 자신에게 날아들 총탄에 대비해 최대한 몸을 바닥에 밀착 시켰다. 물론 머리카락을 심하게 잡힌 상태라 뜻대로 몸을 세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머리카락 정도는 포기하기로 했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 고꾸라지는 존재들. 그들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였지만 그보다 무서운 화기 앞에서는 그 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총성. 그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그녀의 두피를 압박하던 강한 힘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숙해는 자유를 얻음과 동시에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흘린 피로 흥건해진 바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도 있었지만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 위함도 있었다.


“비명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어디 다친데 없으십니까?”


군복위에 방탄복으로 무장한 채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군인.


“가..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는 숙해의 인사를 듣는 체도 안한 체 그녀를 완전히 일으켜 세우고는 얼굴을 또렷이 쳐다봤다. 그리고는 상체 주머니 안을 뒤져 한 장의 사진을 꺼내서는 사진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렇게 두세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니 이내 무전기를 꺼내 어딘가로 신호를 보내는 군인이다.


“여기는 알파 7 생존 확인. 유비스 학원으로 병력 지원요청바람.”


남자는 짤막한 무전을 친 후 숙해 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심 하십시오. 이제부터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평소 자주 마주칠 일 없는 군인이 건넨 손길은 구세주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가 늦었더라면 그녀는 그들의 밥이 되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등졌을 테니 말이다. 그녀 입장에선 어떤 선택이든 지금처럼 살아 숨 쉬는 것과 반대의 결과를 초라했을 것이 분명했다.


군인의 엄호를 받으며 칸막이 밖으로 나서는 그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화장실 입구 반대편의 네 번째 칸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지 궁금해서였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자신을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렸던 존재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인지 말이다.


화장실 칸막이 앞,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열구의 사체들. 그 들 중 유독 몸이 작아 눈에 띄는 존재. 그 것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존재라는 확신이 섰다. 그 사체는 처음부터 다른 것들보다 작은 것은 아닌 듯 했다. 하체 쪽을 물어 뜯겼는지 완전히 손상 되어 사라져 버린 그의 다리. 하체를 잃어 상체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을 한편으로는 매우 가여운 존재. 그것의 정체는 계단 앞에서 잠시나마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으로 다가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던 다른 경찰 수업 교수의 조교 학생이었다.


#2


쾅! 쾅! 쾅!


211호실. 방문을 닫는데 성공한 세 사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문 밖의 존재들, 그들이 정신을 차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거나, 완전히 세상에서 제거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황은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방문이 언제까지 버텨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들이 좀비들로부터 벗어 날 수 있다는 희망도 지금으로썬 딱히 보이지 않는다.


“어이 울보! 이제 그만 쳐 울고 저 창문 좀 닫지? 땀이 식어 그런지 급 추워질라 그런다.”


여전히 문 앞에 기대 좀비들의 출입을 막고 있던 남근이 넋 나간 제길 쪽을 향해 두 팔을 휘날리며 소리쳤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제 적당히 좀 하자. 언제까지 질질 짤 건데? 뭐 어쨌든 네가 아니었음 우리도 저 꼴이 되었을 거야. 고맙다. 넌 우리의 구세주야. 그러니까 그만 자책하고 눈물 뚝 해라. 넌 그저 당연한 선택을 한 것 뿐 이야. 그저 사람으로써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당연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가 어떤 말을 지껄인들 제길의 귀엔 들릴 것 같지 않았다.


“아...그나저나 배고프네요. 거래처에서 확인서 좀 빨리 보내달라고 해서 퇴근하자마자 밥도 못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그 난리 블루스를 쳤는데...아무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어. 세상이 이리 될 줄 누구 알았겠어... 차라리 밥이나 든든하게 먹어둘걸...”


주혁이 자신의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입맛을 다셨다. 공포의 순간에서 벗어나자 또 다른 본능이 살아난 모양이었다.


“그래서 밥도 먹을 겸 식당에서 모인 거였잖아. 물론 찐따 같은 놈 때문에 계획이 틀어 졌지만...이제 우리 어떻게 할래? 식당으로 올라가기도 글렀고...”


현재로선 두 사람이 가장 의지하는 리더 같은 존재인 남근. 그에게도 딱히 좋은 방법이 없는지 두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왔다.


“차라리 여기가 5층 높이만 됐어도 밑으로 뛰어내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겠네요... 이런 말 하긴 모하지만 아까 이 여자 분 죽을 때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통 없이 단 번에 갔으니까...우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저들에게 온 몸을 물어 뜯겨야 할텐데... 으...”


주혁이 바닥에 떨어진 칼과 여인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거 죽는다는 소리 좀 그만 지껄이면 안되겠냐? 한 번만 더 그 소릴...”


그 때였다. 주혁의 푸념에 성질내려던 남근이 몸을 일으켜 창문 쪽으로 향했다.


“문 놔두고 어디가요? 이러다 열리기라도 하면...”


하지만 남근은 주혁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창문 앞에 서서 밖을 유심히 살폈다. 표정까지 굳어가며 어딘가를 응시하던 그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그래! 이거다!”


밖의 유심히 살피던 그에게 뭔가 좋은 아이디어라도 떠 오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고개를 방안으로 집어넣고 두 사람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는데...우리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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