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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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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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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67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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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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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미치거나 죽거나(3)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이 험난한 세상.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도 버텨나갈 수 있을까 말까한 노량진. 그 지옥 같은 공간에 한 곳을 차지하는 재건축이 무효화된 공터 안, 5명의 생존자들의 방향은 결코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았다.


지난 밤 주혁의 품에 안겨 울던 남근이 조금은 심경의 변화가 찾아 왔는지 식량을 나누기로 결심했지만 그의 달라진 방식이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키며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 갈등의 중심엔 두 사람이 있었다. 식량을 나눠주는 남근과 그 방식에 대놓고 불만을 터뜨린 딸아이의 아버지.


“도대체 이걸로 어떻게 하루를 버티란 말 이야!!!”


남자의 손엔 라면 한 봉지와 조그만 비스킷 봉지가 하나 들려있고 급기야 그것들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남근은 그의 흥분에 전혀 동요하지 않으며 그가 바닥에 팽개친 라면 봉지를 집어 조용히 바구니에 넣을 뿐이었다.


“참 식량 아까운지 모르고 이걸 왜 바닥에...먹기 싫음 말던지.”


남자는 그 태도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겨우 이성의 끈을 붙들고 서서는 남근에게 차근차근 말을 이어 나갔다.


“남근 씨...우리 가족이 셋 이야...게다가 한 참 잘 먹고 자라야 할 아이도 있고... 그러니 좀 더 식량을 나눠 줄 순 없을까? 나는 안 먹는 한이 있어도 내 딸...아니 아이 만큼은...좀.”


“그래? 그럼 됐네. 이걸로도 충분하겠어. 댁이 지금 댁의 뚫린 주둥이로 말했잖아. 안 먹어도 된다고. 그럼 해결 된 거지?”


남근은 바구니에 담았던 라면을 다시 집어 남자 앞으로 던졌다. 남자는 그 행동에 결국 화가 폭발하며 뚜껑이 열려 버렸고 그대로 남근을 향해 주먹을 꽉 쥔 채 붉어진 눈동자를 고정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주혁이 빠르게 바닥에 떨어진 라면을 주어서는 그의 주먹 쥔 손을 펴 손바닥에 봉지를 가져다 댔다.


“형님...진정하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형님 사정 모르는 건 아닌데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남근 씨도 똑 같은 양으로 배분된 식사로 견디고 있 다구요...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고 식량을 다시 구하러 가다가 먼저 떠난 두 사람처럼 희생 될 수도 있는 상황 아닙니까 그러니 진정하세요...”


남자는 여전히 울분을 토하며 주먹을 쥔 채 남근을 바라봤지만 그의 앞을 가로 선 주혁의 설득이 이어지자 어느 정도는 화가 수그러든 모양이었다.


“OK 알았어...휴...참자...그래...”


목표를 눈앞에 두고 뻗쳐 나갈 뻔한 주먹을 풀고 주혁이 건네 준 라면봉지를 손에 들더니 아래층으로 방향을 튼 남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 밑으로 향했다.


남자가 계단을 완전히 내려 간 것을 확인한 주혁이 장바구니에 담긴 음식들을 보며 넌지시 남근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속삭이듯 남근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남근 씨. 꼭 이렇게 까지 할 필요 있어요? 이 정도면 양이면 일주일은 든든하게 버틸 수 있을 것 같고...우리가 그 사이에 구조 될 수도...”


남근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혁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구조? 구조가 무슨 애들입으로 터는 애드립이야? 하...진짜 답 없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어이, 311호 씨. 밖에 나가 봤어? 나가 봤냐고? 코앞에 잠깐 나갔다 뒈질 뻔 한거? 그걸로 바깥에 대한 함부로 단정 지은 겨? 진짜 어이가 없다. 구출? 누가 우릴 구출해? 경찰? 군인? 웃기고 있네. 우리 같은 서민들 때문에 개들이 올 것 같아?”


“남근 씨. 그래도 최근에 저 아래쪽에서 총소리도 들리고 본격적인 구조 작전에 들어 간 것 같은데 곧 문제가 해결 될 수도 있잖아요...뭔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구요. 그리고 식량이야 언제든지 다시...”


주혁의 말을 듣고 있던 남근은 그대로 자신의 방망이를 그의 발밑으로 냅다 던졌다.


“그럼 구해 와 봐! 그렇게 자신 있으면...셋 이가서 둘이 뒈지고 온 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그래 나도 말나온 김에 한 마디 하자. 님이 괜히 나와서 깝쭉 대지만 않았어도 우린 고기도 쳐 먹을 수 있었을 거고 님 덕에 대머리 양반도 뒈진 거...”


순간 남근이 빠르게 말을 끊으며 주혁의 눈치를 살폈다. 제 아무리 막장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주둥이였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이며 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아니다 라는 빠른 판단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빠르게 말을 마무리 짓으며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그였다.


“됐고...일단은 시키는 대로 해. 이거라도 먹는 게 어디냐?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라고. 아님 교회 신자인 댁인 예수 양반한테 부탁 좀 해봐. 빵이랑 물고기 좀 나눠 달라고...왜 몇 개 안되는 빵 쪼가리로 몇 천을 나눠 먹였다며?”


남근은 그래도 완전히 막장인 인간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자신의 말이 심했다 싶었는지 주혁에게 비스킷 한 봉을 더 꺼내 쥐어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침을 나눠먹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두 사람이 있는 3층으로 다급하게 누군가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 왔다. 그 존재는 분명 딸아이의 아버지 아님 그녀의 와이프인데 3층에 도착해 정체를 드러낸 쪽은 여자였다. 그녀는 숨도 안 쉬고 빠르게 이곳까지 도달했는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목 놓아 흐느끼며 말하길.


“저희 딸이 이상해요..딸이...”


두 사람은 그녀의 다급한 모습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그들은 두 사람이 머무는 3층보다 2층 아래 있는 1층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선 마루 한 복판엔 옷자락을 깔고 누운 아이와 아버지가 있었다.


“무슨 일이죠?”


주혁이 빠르게 아이의 곁으로 다가왔고, 아이의 아버지는 울상이 된 채 답했다.


“모...모르겠습니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요..음식도 삼키지 못하고 다 토하고...”


남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을 가득 담은 눈으로 말했다.


“보아하니 독감에 걸린 것 같은데... 하긴 아무리 작년 훨씬 덜 추운 날씨라 해도 겨울은 겨울이지...”


남근은 그 와중에도 손에 야구 방망이를 든 채 그 가족을 경계하며 중얼 걸렸다.


“혹시 해열제나 감기 약 같은 건 없죠? 네?”


딸아이의 엄마는 방망이를 들고 선 남근에게 다가와 그를 붙들며 애원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고 설사 있다 쳐도 지금으로선 딱히 나누고 싶지 않은 심정인 남근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밀쳐내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우에에엑~”


그 때 아이가 구역질을 하며 위 안으로 밀어 넣었던 음식물을 토해냈다. 동시에 오한이 왔는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엄마...추워...으어엉...”


그 모습에 참고 있던 아버지의 눈물도 터져 버렸고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져 아이를 감싸 안으며 흐느꼈다.


“괜찮아. 수정아. 아빠...아니 아저씨 여깄어...괜찮아...”


딸 아이의 아버지에 입에서 나온 말. 남근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응? 아저씨?’


남근은 혹시 자신이 잘못 들었는가 싶어 자신의 귀를 파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혁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깨어져 나간 창문 틀 사이로 보이는 철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방망이를 품에 끼더니 벽에 등을 기대고 선 남근의 팔을 낚아채고는 빠르게 그를 밖으로 끌고 나왔다.


“아이 씨 뭐야... 뭔데! 지금 뭐하자는 건데?”


“남근 씨. 우리 나갔다 옵시다.”


“미쳤어? 어딜? 난 안가. 아니 죽어도 못가. 내가 미쳤다고 그 미친 짓을 또? 절대 NEVER. 결단코 안 가.”


“그렇지만 아이가 위급하잖아요. 이대로 뒀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어요.”


남근의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주혁. 남근은 그의 팔을 거칠게 뿌리해치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남이사! 죽던지 말던지...뭐 죽으면 좋지. 입이 줄어 드는데... 아니 그러고 311! 네가 언제부터 남을 그렇게 신경 썼다고 오지랖이야?”


남근의 행동. 정말 밉상은 밉상이었다. 마음 같아선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주혁이었지만 사실 그에게 그런 용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자신을 위해 희생된 대머리 중년을 보면서 주혁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 때 안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던 남자를 대신해 아이의 엄마가 뛰쳐나왔다. 그녀는 조금 전 걸치고 있던 자신의 겉옷을 대부분 탈의한 상태였고 브레지어만이 남은 상체의 봉긋한 가슴을 노출하며 그들 앞으로 다가와 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정말 간곡히 부탁드릴게요...예? 딸아이만 무사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남근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어떠한 사정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그의 시선은 내려다보이는 아이엄마의 굴곡진 가슴언덕으로 초 집중되어 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야...저 여자...저 정도면 못해도 C컵은 될 것 같은데...’


여자의 가슴에 좀비사태 발생 이 후 완전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 성욕이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남근이었다.


“남근 씨. 저도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만 잘된다면 정말 남근 씨를 믿고 평생 따를게요. 예?”


그녀의 간곡한 부탁에 이어 주혁 까지 덩달아 무릎을 끓고 하소연 하는 모습을 보자 잠시 19금의 세계로 외출했던 남근의 정신이 전두엽을 타고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시선을 그녀의 가슴에서 옮겨 두 사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애원하는 두 사람의 모습. 그것은 분명 자신을 진심으로 원하고 힘을 빌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그렇다 이거지?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오늘 운세 좀 쳐보자...”


남근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폰에 깔려 있는 인터넷 만세력 웹을 열려 했다. 하지만 전화기는 남아있던 전력을 모두 사용했는지 완전히 잠들어 있었다.


“어...이런...오늘 운세 봐야 되는 데...임인월 무슨 일이지....아이 씨. 올해 천충지충이라 조심해야 되는데...”




끼이익~~~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렸다. 방망이를 든 남근과 쇠파이프를 든 주혁. 그리고 몸통의 반이 부러져 나간 삽을 든 아이의 아버지가 공터 밖으로 나왔다. 공터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들려 온 총성 탓이었는지 철문에 몰려있던 좀비들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많이 이동된 상태였고 문 앞에는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학생과 살아 있을 적 과식을 취미로 즐겼을 것이란 추론을 가능케 하는 비만한 중년 여성이 철문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흠...”


남근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뚱뚱한 중년 좀비로 향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철벽에 피가 튀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좀비의 정강이부위를 향해 방망이질을 했다. 정강이뼈가 부러 졌는지 옆으로 급격히 기울어지며 넘어지는 좀비. 그들의 소란에 인기척을 느낀 고등학생 좀비가 그들에게로 다가오며 이빨을 드러냈다.


“으어어어거거거”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몸통이 부러진 삽 끝을 세워 그대로 목을 향해 뻗는 아이의 아빠. 죽은 지 꽤나 시간이 지나 탄력을 많이 잃은 학생은 그대로 목이 댕강나며 몸체로 부터 떨어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빨리!!!”


좀비를 해치운 남자는 급하게 달려와 비만한 좀비의 어깨를 붙들고 주혁과 남근이 다리를 각각 하나씩 집었다.


“하나 두울~~”


하지만 뚱뚱한 그의 몸만큼 무거운 몸체는 쉽사리 들려지지 않는다.


“으어어....”


그들이 만든 소음에 근처를 배회하던 좀비들이 또 다시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 좀 힘 좀 써 보라고!!!”


다급해진 남근이 두 사람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쳤고 그 덕분에 좀비들은 더 몰려들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선수 교체!”


남근은 붙잡고 있던 다리를 내팽개치고 목이 날아간 고등학생의 시체를 향해 이동했다.


“좀 빨리 빨리!!!”


그들은 남근의 명령에 맞춰 대상을 바꿨고 조금 전 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체를 끌어다가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쿵~


철문은 다시 닫혔다. 공터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좀비들이 또 다시 몰려들어 문을 두들겨 댔지만 머리를 쓰질 모르는 그들은 단지 입구에서 서성일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주혁이 머리가 날아간 고등학생 시체를 보며 남근에게 물었다. 남근은 그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딸아이의 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삽을 훔쳤다. 그리고는 고등학생의 바지를 벗기고 와이셔츠를 풀어 헤치더니 삽의 날카로운 끝 면을 그의 배꼽에 가져다댔다.


푸욱~


삽 위로 발을 올리고 그대로 밟자 날카로운 삽이 그대로 학생의 몸통을 찌르며 안으로 들어가 피를 뿜었다. 하지만 남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같은 행위를 세 네 차례 더 반복했다. 비위가 약했던 주혁은 그대로 헛구역질로 고통스러워하며 남근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지금의 극악무도한 행위에 집중한 상태였다.


“지금 뭐하자는...우에엑.”


남근은 그대로 팔을 뻗어 뱃가죽을 벌리더니 손을 집어넣어 내장들을 꺼냈다. 그리고 그 것 중 하나를 집어 주혁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이에요! 아니 진짜 그만 하라고 좀!!! 오지마 오지 말라고! 욱...우에게...”


주혁은 뒷걸음질을 치다 뒤로 넘어졌고, 남근은 그런 주혁을 향해 다가서서는 내려다 봤다.


“어이 311호 언제는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그럼 해. 뒈지기 싫으면...”


남근은 그대로 손에 든 고등학생 좀비의 간 덩어리를 주혁의 위로 던졌다. 그리고는 빠르게 돌아서서 다시 시체로 다가와 나머지 장기들을 꺼냈다. 그리고 딸아이의 아버지 다리 앞으로도 그것들을 집어 던졌다.


“자 정해봐. 둘 중에 누가 갈래? 한 사람은 여기 남아야 할 거 아냐?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다리병신보다 댁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딸아이를 생각한다면 애비가 직접 가서 구해 오는 거 뭔가 가슴 찡하지 않아? 행여나 죽어도 후회가 없고...”


남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남근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시선을 옮겨 자신의 발아래 떨어져 있는 고등학생 시체의 꾸불꾸불한 소장 덩어리를 바라봤다.


#2


노량진 역 밖으로 나갔던 선발대. 기다리고 기다려도 그들로부터는 어떠한 무전도 없다. 35특공대대.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서 있던 민정수석 우병은 심란한 표정으로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한 꺼 번에 이동하는 게 좋을 듯싶은데?”


우병의 의견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충성심을 오버하는 35대대장. 그는 우병에게 거수경례를 한 번 올리고는 병사들을 향해 방향을 틀며 외쳤다.


“본부 중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은 전부 투입된다. 빠르게 임무를 수행하고 좋은 성과를 전해주길 이상!!!”


대대장의 명령과 동시에 계단근처에 있던 무장 군인들이 빠르게 계단위로 올라 노량진역 플랫폼을 벗어난다. 이제는 진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라는 판단이 선 우병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




역 밖으로 나가는 개 출구 앞에 가장 먼저 도달한 첫 중대. 그들은 신호등이 내려다보이는 계단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역을 벗어나기 위해 출구로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감염자 무리 때문이었다. 그 때 밥 풀 데기를 세 개를 모자에 박은 간부가 선두로 서서 부대원들을 향해 외친다.


“각 분대 별로 흩어진다. 감염자로 의심되는 것들은 가차 없이 제거해도 된다. 다만 민정수석님의 따님은 발견 즉시 무사하게 구출할 수 있도록! 살려야 한다. 반드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투를 빈다.”


그 간부의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그 소리를 듣고 출구 앞으로 몰려드는 좀비들. 간부는 그대로 총을 들고 앞으로 뛰쳐나갈 기세를 보이다 그 자리에서 대뜸 뒤로 물러서고는 부대원들을 출구 밖으로 내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격 매뉴얼에 맞춰 장병들을 향해 외쳤다.


“탄창결합! 탄알 1발 장전! 조정 간 단발! 준비 된...!!!”


“중대장님 이미 탄창 결합 되어 있는데요...”


“그럼 빨리 사격 하던가! 사겨어억!!!”


중대장의 외침과 동시에 화구에선 불이 뿜어지고 노량진 하늘엔 총성이 울려 퍼진다.


“크어어어어....”


하지만 총알을 받은 감염자인 좀비들은 그 자리에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해 온다.


“사겨어어억!!!”


그 모습에 다급해진 중대장이 매뉴얼을 무시하고 연신 사격을 외치며 뒤로 빠지고 장병들의 총구는 사정없이 불을 뿜으며 탄피를 내 뱉는다. 하지만 좀비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에게 전진해 온다.


탕~~~


그 때 한 발의 총성이 뒤늦게 나아가고 앞으로 다가오던 좀비 하나가 바닥에 고꾸라진다. 시체가 되어버린 좀비는 머리에 구멍이 나고 마지막에 한 발의 총알을 발사한 짝대기 세 개를 쌓아올린 상병 하나가 부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대가리를 노려! 좀비새끼들은 무조건 대가리야. 헤드 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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