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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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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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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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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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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6)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남근이 영상물을 통해 획득한 좀비에 대처하는 지혜. 좀비들의 피와 내장으로 위장을 하면 그들로부터 공격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꽤나 유용한 것임은 분명했다. 약국이 존재하는 만양로 8길 성진스터디 건물까지 오는 데 수많은 좀비들과 마주했지만 그들은 단지 스쳐지나가며 코를 킁킁 거리기만 할 뿐, 이빨을 드러내며 두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 중 쇠파이프를 들고 남근의 뒤를 따르던 딸아이의 아버지는 계속해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너....이....개....너...이....개....”


보통 좀비들과 다른, 그렇다고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할 수 없는 소리를 내는 남자. 그가 느린 걸음으로 아까부터 두 사람의 뒤를 밟으며 느린 걸음으로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모습은 좀비들에게 물어 뜯겨 사방이 피 범벅이 된 상태이고. 교복을 입고 있다. 그랬다. 그는 불과 얼마 전 까지 두 사람과 공터에서 함께 생활 했던 고등학생 성기였다.


“남근 씨. 잠깐만!”


결국 앞서가는 남근을 불러 세우는 남자. 그는 돌아서서 성기에게 향해서는 쇠파이프를 손에 꽉 쥐고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너..이...개...너....이....개...”


신음인지 단순 옹알이인지 구분이 안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소년. 하지만 그의 처량한 모습을 보자 남자의 손에 쥔 쇠파이프는 그대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체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머리 중년에게 그러했듯 한 때는 동료였던 소년을 때리자니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였다.


퍼억~


그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소년 좀비는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그에게 멀어지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앞서가던 남근이 어느새 다가와 자신의 전매특허인 앞 발차기로 좀비 성기의 복부를 걷어차서 바닥으로 눕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뭘 그리 주저해~물어뜯기고 싶어? 댁도 좀비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 앙?”


그리고는 손에 쥔 야구방망이를 들고 가 쓰러진 성기의 오른 쪽 정강이 위에 올렸다.


“그 때 제대로 안 부러졌었나 보네?”


콰지직~


하늘로 향했던 배트가 빠르게 바닥으로 하강하며 소년의 정강이에 내리 꽂혔고 그 충격으로 뼈가 힘없이 아작이 난 성기의 다리는 몸통과 조금 틀어진 방향으로 반쯤 누워 버렸다.


“너..이...넝...개...너...개.”


남근을 향해 초점이 맞춰진 성기의 두 눈. 그것은 보통 좀비의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초점이 살아 있는 그의 두 눈은 또렷하게 남근을 바라보며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분노를 계속해서 표출했다.


“네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남근은 손에 들린 방망이를 천천히 올려서는 성기의 찢겨져 나간 오른 뺨을 툭툭 건드렸다.


“너...이...너...이...개...너...”


“엉? 뭐라고? 넌 한국어 학당에 들어가서 흑형이랑 한글부터 다시 배우자. 이 병신아.”


자신을 노려보며 알 수 없는 소리들을 지껄여 대는 성기. 그 모습을 바라보자 피식 웃음이 나는 남근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방망이를 자신의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렸다. 강하게 힘을 실어서 한 방에 성기의 머리를 부술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하 새끼 여전히 건방져. 죽어서도 깝죽대는 저 눈 깔 하고는...”


퍼어억~~~


있는 힘껏 하강한 배트는 가속도를 부치며 강한 충격음을 냈다. 하지만 배트의 끝이 향한 곳은 성기의 머리가 아닌 땅바닥에 내리 꽂히며 아스팔트에 균열을 가했다.


“그래도 형이 정이 있어서 이 정도에서 끝낸다...”


어떤 영문인지 성기의 머리를 작살내지 않고 돌아서는 남근이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그의 행동에 의아한지 그를 불러 세웠다. 하지만 뭐 딱히 할 이야기꺼리가 없는 두 사람. 남자는 멍하니 남근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금 행동에 대해 긍정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


“잘했어요...아무리 좀비가 되었다지만...한 때는 목숨을 걸고...”


뒤따라오지 않고 서서 중얼대는 남자를 보던 남근의 미간이 찌푸러진다.


“뭐해? 거기 서서...할 말 있어? 없음 빨리 약국이나 가자고..”


그들은 무사히 목적지인 약국이 있는 성진 스터디건물에 다다랐다. 약국은 사건이 발생한 동시에 폭동에 휘말렸는지 전면 유리창이 처참히 깨져 있었고 문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두 사람은 삐꺽대는 입구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섰고 진열된 약들을 향해 다가갔다.


폭격을 맞은 듯한 겉모습과 달리 약국 내부는 제법 정돈 된 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여까지 온 김에 비상 상황에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겨 가자고...혹시 모르니 내가 입구에서 경계를 서며 약을 챙길 테니 당신은 안에서 아이한테 필요한 약을 담아와.”


남근은 남자를 향해 자신의 어깨에 메진 두 개의 가방 중 하나를 던졌다. 자신의 코앞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 말없이 남근을 바라보는 남자.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고맙소...어찌 됐든 당신 때문에 여기까지 온 셈이니...”


남자는 남근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약 조제실을 향해 들어갔다.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자 남근은 고개를 빼곰 내밀어 남자가 사라진 방 안을 들여다보며 눈치를 살피고는 빠르게 한 코너를 향해 다가갔다. 그곳엔 피임과 관련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다.


“분명...그 말 그 뜻 맞지?...모든지 들어 준다는 말...”


남근은 처음 여자가 그에게 부탁을 해 왔을 때 그 벗어진 여인의 속살을 상상하며 혼잣말을 중얼댔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극 흥분해 도달한 남근. 그는 눈을 감고 자연스레 자신의 오른 손을 자신의 중심 앞에 가져다 대고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뜨고 어깨에 남아있던 가방을 앞으로 옮겨서 달아오른 자신의 중심을 가렸다.


‘그럼 챙겨볼까?’


남자가 사라진 조제실 문 쪽을 바라보며 콘돔등과 같은 성과 관련된 상품들을 가방 안에 주워 담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남근. 그는 무사히 공터로 돌아가면 진짜로 딸 아이의 엄마에게 몹쓸 짓을 할 모양이었다.


“으아앗!!!”


그 때 조제실 안에서 남자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또...”


남근은 귀찮다는 얼굴로 서둘러 상품들을 담고 가방의 지퍼를 올리고는 닫혀 있던 조제실 문을 걷어찼다.


남자는 무언가에 크게 놀랐는지 바닥으로 나가자빠져 있었고 그 바람에 쇠파이프를 놓친 상태였다. 남자를 화들짝 놀라게 만든 대상. 그 것은 그의 앞을 두리번대고 있는 약사 가운을 입은 여성 좀비였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코를 킁킁 댈 뿐 두 사람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 듯 했다. 두 사람의 몸에 동료 좀비 내장으로부터 나온 피가 잔뜩 묻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놀란 게 고작 이 쭈글탱이 아줌씨 좀비 때문이야?”


“아...죄송...쪽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이게 튀어 나와 가지고...”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집으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그 순간 남자는 그대로 다시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신음을 토해야 했다.


“아아악....”


그도 그럴 것이 일어서려는 남자의 어깨를 남근이 자신의 손에 들린 야구방망이로 힘껏 내리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엎어진 남자의 척추에 방망이를 대고는 있는 힘껏 그것을 또 다시 내리쳤다.


우지끈~~~


척추가 손상되는 소리가 남근의 귓가에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모 자른다 느낀 그는 남자의 오른 다리 무릎 뒷면 오금을 향해 한 번 더 배트 질을 추가하고 나서야 방망이질을 멈췄다.


“아아악....이런...미친...당신... 이게 무슨 짓이야? 미쳤어?”


남자의 비명소리에 약사 가운을 입고 있던 좀비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변을 두 리 번 대더니 두 사람을 미심쩍어 하며 다가왔다.


“무슨 짓은 무슨 짓...진짜 무슨 짓은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괴로워하며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남근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러자 남근은 그 얼굴이 몹시도 못 마땅했는지 그의 안면을 축구공 차듯 힘차게 차버렸다. 덕분에 그의 코와 입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혈관을 터뜨리며 선혈을 뿜었다.


“으으....이 미친 놈...너 이새....으...”


남자는 괴로워하며 본능적으로 쇠파이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남근을 적으로 간주해 만든 방어책이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남근은 남자의 행동을 미리 인지하고 그대로 오른 발을 뻗어 파이프를 집으려던 남자의 팔을 강하게 짓눌렀다.


“으아악...”


남자는 괴로운지 괴성을 질러댔고 그럴수록 그의 코와 입에선 선혈이 뿜어졌다. 제 아무리 멍청한 좀비라 할지라도 이 정도에 소음에 이 정도 피라면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크어어어..”


그대로 이빨을 드러내며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약사 좀비.


퍼어억~


하지만 남근은 접근해 오던 좀비를 향해 발길질을 했고 그것은 그대로 벽에 쳐 박혔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천히 바닥을 짚고 일어설 뿐이었다.


“그렇지. 그래야 좀비지.”


남근은 몸을 일으킨 여자 좀비를 향해 이번에는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다. 여자의 두 무릎을 향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깔끔하게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방망이. 방망이는 그대로 여인의 두 무릎에 착륙하고 그 충격으로 여인의 다리는 으깨지며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이내 시선을 다시 척추가 나간 남자에게로 향한 그가 말을 이었다.


“아저씨. 내가 잠시 생각을 해 봤어. 그런데 아무래도 내 계획이 무탈하게 실행되려면 아저씨라는 존재가 큰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이 말씀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무슨 방해? 대체...뭘! 나한테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크윽..”


남자가 괴로워하며 거칠게 항의했고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밖에서 서성대던 좀비들이 약국 입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코와 입에서 많은 양의 피를 쏟아내며 외쳤고 그런 남자의 발악을 바라보고 있자니 측은한 마음이 드는 남근이었다.


“자 이거..”


가방을 뒤적거려 조금 전 챙겼던 물품들 중 하나였던 솜을 꺼내서는 남자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남자의 면전을 향해 다시 똑바로 멈춰 서서는 남자에게 처음 건네주었던 가방을 빼앗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뭐 딱히 당신한테 원한이 있어서 그런 건 아냐...그런데 어쩔 수 없더라고. 난 꼭 하고 싶거든. 당신 와이프랑...그 짓이... 그런데 내가 당신 와이프 좀 잡수겠습니다 하면 댁이 가만히 있겠냐 이 말이지.”


“와...와이프..?”


남근은 몸을 일으켜서는 약국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쓰러져 부상당한 남자를 두고 말이다. 이미 몇 몇 좀비는 약국 안으로 들어선 상태였고 남근은 다가오는 그들의 어깨를 툭 툭 치며 여유까지 보였다.


“어이 좀비 선생들 마무리 좀 부탁할게. 잘 좀...”


그리고는 다시 등을 돌려 돌아서서는 자신이 바닥에 내려 둔 솜뭉치로 코와 입을 닦고 숨죽인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어떻게든 피 냄새와 소리를 내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좀비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내가 뭘 잘못 한거야...불만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줘..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남자의 눈빛. 그것에는 분명히 자신을 동정해 달라는 호소력 짙은 눈빛과 널 죽여 버리겠다라는 분노가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한 편으로는 매우 측은함을 느낀 남근이 다시 조제실 안으로 다가선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잘못한 건 없어. 단지...진짜로 이유는 딱 하나야...당신 와이프..,그게 이유면 이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와이프? 그게 대체...서...설마...너.”


남근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남자의 말을 끊으며 주머니에서 꺼냈던 상자를 그의 앞으로 던졌다.


“됐지? 이거면 충분히 설명이 됐나? 내가 당신한테 이러는 이유.”


“콘.콘돔?...잠깐만..”


그 물건을 보고 흥분했는지 남자가 돌아서는 남근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친다.


“아니야 그러지마! 잠깐만 멈춰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여자... 내 와이프가 아니야!!! 진짜야 살려 달라고 이 개새끼야!! 으아악.”


다급해진 그가 소리치며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는 미쳐 완전히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다시 바닥으로 넘어간다. 뒤에서 다리가 부러져 서지 못했던 약사 좀비가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남자의 뒤를 꽉 껴안은 것 이다.


“으아악 하지 마!!!”


그는 살기 위해 안간 힘을 쓴다. 쇠파이프로 손을 뻗어 자신의 뒤를 껴안은 약사의 머리를 향해 뻗어 보지만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인 것은 분명했다. 그의 소리를 듣고 조제실 안으로 들어 온 좀비들이 그대로 그를 둘러싸서는 사방에서 이빨질을 시작 했으니 말이다.


“으,,,어,..거...으거거...”


조제실 한 구석에서 그 장면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남근이 천천히 조제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약국을 나서기 전에 멈춰 서서 좀비 밥이 되고 있는 남자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나를 원망하진 마. 당신 와이프가 분명 먼저 꼬리 친 거야. 난 아무런 잘못도 없어. 우리 엄마를 걸고도 맹세할 수 있다. 진짜...”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어느새 두 사람을 위기로 몰고 간 남근은 약이 들린 가방을 양쪽에 메고 두 사람이 걸어 왔던 길을 혼자가 되어 걷고 있었다. 처음 식량을 구해 떠났던 식량 원정대가 그러했듯 약 원정대 역시 같은 패턴으로 결과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시발 사람은 역시 본래 악한 존재가 맞네. 법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 들어오니까 나도 모르게 존나 폭력적으로 변해 버렸으니 말 야. 헐...”


자신이 직접 죽이진 않았지만 어느 덧 사람을 두들겨 팬 게 두 번째다. 그리고 그 일을 행함에 있어 일말의 망설임도 느끼지 못하고 도리어 흥분하며 기쁨을 느끼는 자기 자신의 행동을 되짚으며 결론에 도달하는 남근이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잔인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는 평소 반복되던 일생에선 경험해 보지 못했던 터라 더 더욱 그러했다.


‘백호 괴강 살의 무시무시함인가...타주에 있는 백호살은 주변 사람의 피를 본다는 말 말이 이런 의미일수도 있겠구만.’


연초에 자신의 사주를 들여다봤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있으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고 점괘가 나오지 않았던가? 그 점괘가 맞아 떨어진 것이 었을까? 그는 분명 작년과는 백퍼센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상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원래 일어날 일이 발생한 것인지 인간인 남근이 답을 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공터로 향해가는 길 목. 단순히 일어난 성충동으로 인해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그의 행동에 본인도 심적으로 정상이라 할 순 없었다. 기쁨과 죄책감이 공존하며 그의 머리는 완전히 카오스 상태에 이르렀고 그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으로 그의 몸은 완전히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었던 것 이다.


그 때 그는 무언가가 다리에 걸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생각이 다른데 가 있었던 탓에 그 것을 보지 못했고 몸의 반사 신경도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 덕분에 손으로 받치지 못한 그의 얼굴은 그대로 바닥과 충돌하며 애초에 결코 높지 않았던 뭉뚝한 코를 뭉개 버렸다.


“아...아!!! 시발...겁나 아파...아아...”


그는 그제 서야 정신이 들었고 몸을 빠르게 일으켜 세웠다. 혹시 자신의 소리를 듣고 몰려올지 모를 좀비들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서둘러 고개를 돌려 자신이 걸려 넘어진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 했다.


“아 이런...개 씹...”


순간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고 생각했던 곳. 그곳엔 다리 한 쪽이 부러져 제대로 걷지 못하던 존재. 약국으로 가기 전 머리를 부수지 않고 아량을 베풀어 줬던 좀비 성기가 그의 오른 발을 붙들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놔 어떤 잡놈인가 했더니...이런 스티브 잡쓰레기 같은 새끼. 은혜를 원수로 갚아?”


그는 넘어지면서 손에서 놓친 야구 방망이를 집었다.


“그래 이번엔 진짜 제대로 박살날 준비해라. 이 머리에 똥만 찬 고딩새끼.”


하지만 남근의 방망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도끼눈을 뜬 성기의 두 눈은 분노로 이글대며 남근을 바라보고 있다.


“이...개...이...개새...”


그 순간 성기의 눈만큼이나 독기로 가득 찬 남근의 두 눈이 성기의 머리통을 응시하며 손에 들린 방망이를 뻗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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