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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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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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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0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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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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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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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눈 가리고 아웅 (1부 마지막화)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손에 권총을 쥔 채 뒤 칸을 향해 달려간다. 그의 눈은 정의감으로 불타고 있으며 나이를 잊은 그의 몸은 청년 시절 전성기 컨디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첫 번째 칸을 지나 두 세 개의 문을 통과한 그의 몸은 어느새 사건이 벌어진 7번째 칸을 향해 가고 있고 그의 눈빛은 처음 부하들을 버리고 줄행랑을 쳤던 때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상태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가 5번째 열차를 지나 6번째 칸에 다다르자 영등포 역 승차장 1-1이라 적힌 바닥의 표시가 정기의 눈에 들어온다.


“꺄아악!!!”


그 때 열차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 그 소리에 반응한 정기의 몸은 출입문 쪽으로 향하고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피고 있다. 지하철 플랫폼 안에 서 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하나같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그들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겁에 질린 몇 사람으로부터 파생된 군중심리에 휘둘린 상태다.


‘서둘러야 겠군...’


대대장 정기는 빠르게 고개를 열차 안으로 넣고 다음 칸으로 달렸다.


“수석님!!! 수석님!!!”


애타게 우병을 불러보지만 열차 안에서 그의 음성에 답하는 사람은 없다.


“크어어어어....”


대신 7-3 문 근처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 누워있던 35특공대대, 한 때 자신의 병사였던 남자가 그의 부름에 답할 뿐이었다. 그는 처음 좀비가 된 인혁을 말리려다가 손가락을 물어 뜯겼던 병사였다.


탕~탕~탕~


정기는 병사를 향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한 때는 사랑스러운 자신의 병사 였지만 지금은 북한보다 위험한 주적이다. 첫 발을 시작으로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간 총알은 가차 없이 병사의 몸을 뚫고 뒤 의자에 박힌다.


“크르르...”


하지만 그는 죽지도 않고 또 다시 정기를 향해 울부짖는다. 다만 심각하게 몸이 훼손된 터라 병사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울부짖을 뿐이다. 정기는 빠르게 상황 판단을 내려 병사를 무시하고 다음 칸으로 건너간다.


“수석님!!!”


하지만 이곳에도 우병과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핏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 시체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그가 고개를 들어 열차의 끝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병사들로 보이는 시체더미가 열차 끝 문 근처에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꿀꺽...”


정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


“정..우병 수석 님?”


그들은 완전히 생명이 끊어졌는지 그의 음성에 반응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그들이 부활해 자신을 물어뜯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손에 쥔 총기를 전방으로 향한 채 천천히 시체 언덕이 생긴 10-4출구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곳에 다다르자 발끝으로 겉에 쌓인 시체들을 하나씩 건드려 본다.


8명의 병사들 그들은 하나같이 처참히 찢겨진 모습이고 총격전이 있었는지 총알이 뚫고 지나간 흔적까지 몸에 박혀 있다.


“수석님...으...”


싸여있는 시체들을 하나씩 발로 치우며 우병의 존재를 확인 하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 가신거지? 차라리 살아서 열차를 나가 신거라면...”


“크어어...”


그 때 10-2출구로 좀비로 변해버린 이등병이 바닥을 기어서 들어온다. 그는 몸체의 반이 완전히 분리되었고 한 쪽 팔만으로 바닥을 끌며 정기에게 다가온다. 정기는 그의 처참한 모습에 총구를 겨누었다가 이내 그것을 내려놓고 시체가 쌓여있는 10-4 출구를 바라보고는 빠르게 열차 밖으로 나간다.


“다 틀렸군...”


쌓여있던 시체들을 완전히 살피지 않았지만 그는 단정 짓는다. 우병은 이미 죽었거나 이곳을 탈출했을 것이라고.


그가 열차를 나와 처음으로 바라 본 광경은 처참하게 물어 뜯겨 내장의 절반이 파헤쳐진 커플룩 차림의 두 남녀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는 완전히 체념했다. 이제 자신들이 나선들 사태를 수습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는 사실을.


우병의 생사 여부는 이제 그에게 중요치 않다. 자신의 목숨부터 챙기고 봐야 된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당했다. 몸을 틀어 빠르게 출구가 있는 계단을 향해 달렸다. 오십견이 찾아 올 나이였지만 허리띠 밖으로 튀어나온 배를 출렁이며 나아갔다. 그리고 그가 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계단에 도착했을 때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발걸음을 멈췄다. 아마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면 그도 같은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계단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대부분 좀비로 돌변한 다른 이들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긴 상태였고 아직 생명이 붙어 있는 사람들은 숨 쉴 틈조차 허용되지 않는 그곳에 몸이 껴 흐느끼고 있었다.


“사...살려...살려 주세요...”


비교적 계단 앞 쪽에 몸이 껴 있던 여인. 그가 정기에게 손을 뻗으며 구원을 요청했다. 정기는 그녀를 두고 다른 출구를 향하려고 몸을 돌렸다. 이제는 자신이 손을 쓴 들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방금 전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제발...부탁해요...”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은 무너진다.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여인. 그 통곡에 가깝게 애원하는 그녀를 두고 가자니 정기의 마음이 편치 못했다. 결국 정기는 계단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꽉 잡으세요..”


그리고 그녀의 몸을 시체가 가득 싸인 계단에서 빼내기 위해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그는 학창 시절 운동회 때 상대로부터 줄을 끌어 오듯 그녀의 팔을 당겼고 그 순간 여인은 밖으로 삐져나온 코털 뽑아내듯 시원하게 그곳으로부터 벗어난다.


“흐이익...”


하지만 정기는 그녀를 보는 순간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제발...살려..주세요...”


그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살긴 글렀다. 그녀의 몸은 이미 뜯길 대로 뜯겨 하체의 절반이상 뼈가 드러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정기는 그녀를 버려두고 다른 계단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상황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들은 어디 하나 할 것 없이 막힌 상태였다. 선로를 통해 도망치자니 스크린도어가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상태...그렇다면 그가 이 지옥으로 변한 영등포역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엘리베이터. 그는 빠르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다행히 이쪽은 사람들이 없다. 아마도 다급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몰리며 이곳을 미쳐 생각하지 못한 탓일 게다. 어쩌면 밀폐된 공간은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하로 향하는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길 기다리고 플랫폼에 도달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정기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문이 열림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한 사람을 향해 총을 쏜 것이다. 정장 차림의 남자. 팔에서 쏟은 피.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는지 옷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미 죽은 사체. 아깝게 총알을 낭비한 셈이었다.


“휴...깜짝이야...”


정기는 빠르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문이 닫히며 엘리베이터는 밑으로 내려갔다.


“빨리 좀 빨리...”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문이 열리길 기도했다. 죽어있는 시체지만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데 그 불안한 마음은 현실이 되어 찾아왔다.


“아아악...”


그의 입에서 괴성이 터졌다. 자신이 가슴에 총알을 먹였던 정장차림의 사내가 그의 염려를 먹고 살아나 그의 오른 다리를 문 것이었다.


“이이익...”


그는 힘으로 억지로 그를 떼어내려 했다. 총을 쏘면 됐지만 그럴 판단도 서지 않을 만큼 그는 다급했다. 덕분에 그의 이빨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긴 했지만 오른 쪽 종아리 밑살을 내줘야 했다.


“크으으....이런 제기랄...”


그는 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며 포기하지 않고 걸어 출구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그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1번 출구. 그리고 마침내 그가 출구에 이르렀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방패를 앞세워 출구를 봉쇄한 전경들의 모습이었다.


“여..여기!!! 여기!!!”


반가웠다. 평상시 그들을 봤다면 결코 반가운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반가운 그들이었다. 그는 조금 전보다 빠르게 속도를 올려 그들에게 향했고 그를 발견한 다른 전경들이 뛰어나오며 간격을 좁혔다.


“괜찮으십니까? 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요?”


그를 부축하러 온 전경이 물었지만 정기는 그런 남자에게 도리어 버럭 소리를 쳤다.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며 평상시 자신의 아래 사람들에게 보이는 카리스마를 발동한 것 이었다.


“지금 그게 문제야! 빨리 구급차나 불러!!!상황 파악이 안 돼?”


수석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300명의 병사. 그 중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은 21명의 사람들. 민정수석 우병은 자신만이 살아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생존자는 한 명 더 있었다. 그는 35특공대대 대대장이자 우병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지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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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가리고 아웅 (1부 마지막화) 17.04.22 146 2 10쪽
55 눈 가리고 아웅(8) 17.04.21 140 1 10쪽
54 눈가리고 아웅(7) 17.04.18 164 2 13쪽
53 눈 가리고 아웅(6) +1 17.04.15 354 3 12쪽
52 눈 가리고 아웅(5) 17.04.13 140 2 15쪽
51 눈 가리고 아웅(4) 17.04.12 122 2 8쪽
50 눈 가리고 아웅(3) 17.04.08 163 3 8쪽
49 눈 가리고 아웅(2) 17.04.07 181 4 10쪽
48 눈 가리고 아웅(1) +1 17.04.05 182 3 13쪽
47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6) +1 17.04.02 175 3 17쪽
46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5) +2 17.04.01 191 3 13쪽
45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4) +2 17.03.31 171 3 15쪽
44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3) +1 17.03.30 149 4 15쪽
43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2) 17.03.29 134 4 14쪽
42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1) 17.03.26 141 4 13쪽
41 미치거나 죽거나(3) 17.03.25 153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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