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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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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4,974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4.05 00:00
조회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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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눈 가리고 아웅(1)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노량진으로 처음 출발할 때 함께했던 300명의 35특공대대 병사들. 상상이상의 현실에 부딪치며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21명만이 열차에 탑승했다. 그 인원들 속엔 딸을 찾기 위해 노량진에 직접 방문해서 이들을 진두지휘한 민정수석 우병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진 채 어딘가로 전화를 시도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 역시 그 못지않게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 우병 입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합니다.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그 때였다.


“우에엑~”


마지막으로 열차에 올랐던 병장 인혁이 바닥에 새빨간 피를 토했다. 그는 열차에 오른 이후로 더욱 심해진 고열과 두통에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의무병 따위는 없이 보병들만이 노량진에 참전한지라 그에게 조치할 수 있는 처방전을 내려 줄 이는 없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이 역에 남아있던 보병이긴 했지만 대 다수가 본부에서 문서를 다루던 행정병들이고 대대장 주변에서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훈련을 열외 받던 신의 아들, 아니 군대에 왔으니 거기까지는 아니고 기득권자의 아들이라는 선택받은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늘도 마실 나오듯이 대대장을 따라 나오며 전투태세를 갖추지 않은 평상복 차림. 이 말은 즉 앞으로 열차에서 일어날 특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 받은 정예 요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인혁은 피를 토하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킨다. 그의 빨갛게 충혈된 눈은 천장을 향해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디 한 군데 빼지 않고 심하게 부르르 떨었다.


“괜찮아? 김 인혁! 인혁아!”


마지막까지 동료를 부축해서 열차에 오르는데 성공 시킨 옆 중대 동기 병장. 그나마 이들 중 전투태세를 갖춘 그가 인혁의 손을 붙잡았지만 인혁은 이미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를 선택하며 죽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으...목...이...물...물 좀 타들어...가는...목이...으..”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느끼는 인혁이 고통 속에서 물을 찾았다. 하지만 탄띠가 무거워지는 게 귀찮았던 남자는 수통에 물을 담아 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수통을 떼고 나온 상태였다.


“제...발...물!!! 빨리...커...어어어...으...”


그렇게 갈증을 호소하며 발작을 이어가던 인혁은 마침내 천장을 향해 상체를 반동 시키는가 싶더니 그대로 머리부터 바닥으로 하강하며 쿵 소리와 함께 숨을 멈추고 말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죽은 거야?”


우병과 함께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의 발작을 지켜보던 대대장이 물었다.


“흐...흑....흑...사망했습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아요...”


옆 중대 동기였던 병장은 숨을 거둔 인혁의 손을 붙잡은 체 흐느꼈다. 1년 7개월을 함께 했던 동료의 죽음. 그로인한 그의 눈물은 적막이 흐르던 열차 7칸을 소란스럽게 만들었고 그 통곡을 듣던 병사 들 중 몇몇도 감정이 복 받쳐 올랐는지 그 울음바다에 몸을 던졌다.



인혁을 부축해주었던 병장은 자신의 야전상의를 벗었다. 피를 토하며 피범벅이 된 인혁의 얼굴 위로 그것을 살포시 내려 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두 손을 모아 가슴으로 올려다 놓고는 묵념을 했다. 그런데 그 때 인혁의 오른 팔에서 가벼운 떨림이 전해져 왔다.


“?”


그는 인혁의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느낀 건 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잘못 느낀 건 분명히 아니다. 또 다시 떨림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체반응에 이어 덮은 얼굴 쪽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신음소리.


“이..인혁아?”


“으...크....으...으으...”


분명히 인혁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병장은 그 신음에 무척 반가움을 느꼈다. 당연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기가 살아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명히 살아있다. 죽은 것이라 단정 지은 동기, 이제 두 달 후면 손잡고 함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던 그가 죽지도 않고 또 와서는 실의에 빠졌던 동기 병장에게 기쁨을 선사하려 하고 있다.


“김 인혁! 너 괜찮은 거지?”


병장은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인혁의 얼굴을 덮어 두었던 야상을 걷어내며 그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크아아아!!!”


하지만 그 순간. 열차 안에는 남자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의 목에선 강하게 피가 솟구치며 투명한 창문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우적 우적우적..”


세상을 하직한 줄만 알았던 인혁이 복귀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복귀를 동네방네 떠들고 싶은지 쉴 새 없이 입질을 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쩝...우적우적 쩝..쩝...”


그의 이빨은 끊임없이 남자의 목을 탐닉하며 거머리처럼 철썩 달라 붙어있는가 싶더니 이내 그가 입을 떼어내자 목부터 가슴팍까지 붙어있던 그의 살가죽이 뼈와 분리되며 찢겨져 나갔다. 그 모습에 당황한 우병과 몇 병사는 열차 8번 째 칸을 향해 꽁지 빠지게 달아나고 나머지 남아있던 병사 들 중 무장상태인 두 사람이 그런 인혁에게 총구를 들이밀며 위협을 가해 왔다.


“멈추십시오!!당장!!! 멈추라고 이 미친놈아!”


“크르르...”


인혁에게 목을 뜯긴 병장은 그 자리에서 개구리처럼 팔 다리를 팔짝팔짝 대며 몸을 부르르 떨고 찢겨져 나간 살가죽 안에서 분수 같은 피를 뿜어대는가 싶더니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인혁은 신체적 반응이 정지한 병장에게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나보다. 몸을 일으켜 총을 들고 근처로 다가온 두 병사를 향해 피가 잔뜩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 것을 보니.


“크아아!!!”


동시에 커다란 포효를 내지르며 두 사람을 격하게 환영 하는가 싶더니 비교적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덩치가 큰 상병을 팔이 아닌 머리를 뻗어 이빨을 드러냈다.


“크으윽~~”


상병은 자신에게 달려 든 인혁을 가볍게 총으로 막아서려 했다.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인혁쯤은 쉽사리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힘에서 완전히 밀려 그대로 좌석으로 넘어졌다.


“쏴!!! 당장 쏘라고 이 새끼야!!!”


“아니 어떻게 사람에게 총을 발포...”


“이 병신아 저게 무슨 사람이야 그냥 쏘라고!!!”


겁에 질린 우병이 상병과 함께 다가선 다른 병사를 향해 외쳤지만 상병과 뒤엉켜 있는 인혁을 피해 발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그들에겐 아직 인혁이 사람으로 인지됐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병사는 총을 쏘는 대신 인혁에게 다가가 그를 말려서기로 결심했다.


“진정 하세요, 진정!!!”


하지만 인혁이 병사들의 말을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이미 한 번 죽음을 맞이하고 새 생명을 얻은 그는 더 이상 인간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으아악!!!”


인혁과 몸싸움을 벌이던 상병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고함 쳤다. 인혁이 그대로 그의 총을 잡고 있던 오른 손 둘째 셋째 손가락을 씹어 버린 것이다. 잘려져 나가는 손가락. 뒤늦게 달려 든 병사가 총으로 인혁의 목을 감싸 압박하며 그를 떼어 냈지만 바닥에 엎어진 인혁은 입에 물린 손가락을 맛있게 씹어대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 난리를 피해 옆 칸으로 건너간 병사들. 그들은 인혁과 두 병사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나누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반대편에 있던 병사들은 전쟁 준비가 전혀 안 된 마실 나온 들러리들 뿐이었다. 그 상황이 불리한 쪽에는 우병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대대장이 있었고 그들은 우병이 있는 8번째 칸 쪽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엄호해 임마! 앞장서라고!!!”


대대장은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며 그들을 자신의 앞으로 내세웠다. 전쟁터의 특성상 장군을 보호하라는 어명이었다.


“으아아아...”


그 때 인혁의 목을 소총으로 압박하던 또 다른 병사 역시 소리를 질렀다. 총으로 목을 조이던 병사의 팔 힘이 빠지며 잠시 느슨해진 둘의 틈에 인혁이 자신의 몸을 뒤로 틀어 압박하던 병사의 두 귀를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찌이익~~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 그는 그 고통에 손에 들고 있던 소총을 버려둔 채 찢어진 자신의 두 귀로 손의 위치를 옮겼다.


“으아아악...”


하지만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혁은 그 병사에게 곧바로 더 큰 고통을 선사했다. 그대로 달려들어 그의 입술이며 얼굴을 물어뜯어 버린 것이었다.


“쏴!!! 쏘라고!!!”


19명의 병사 중 총을 든 병사는 5명. 그 중 두 명이 총 한 번 제대로 쏴보지 못한 채 인혁에게 희생 되었다. 그럼에도 총을 든 나머지 3명도 쉽사리 총을 발사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다간 사람이 총에 맞는다. 그 만큼 비좁은 지하철 안 이라는 이유가 컸다. 그리고 그들의 건너편으로 대대장과 몇 몇의 병사가 남아 있다. 행여나 총알이 빗나간다면 그들이 총탄을 맞고 쓰러질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병은 병사들에게 총을 쏘라고 지시했지만 병사들은 총을 들고 서 있을 뿐 격발 스위치를 누르지는 못했다.


그 때 건너편에 머무르던 병사 중 하나가 용기를 냈다. 사람을 미친 듯이 물어뜯는 인혁이 다른 병사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건너편으로 넘어 오려 한 것이다. 그는 긴 다리를 활용해 빠르게 인혁을 피했고 바닥에 쓰러져 죽은 다른 병장의 사체만 뛰어 넘는다면 8번째 칸으로 이동에 성공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묘한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스텝이 꼬였거나 다리가 갑자기 풀린 이유는 아니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또 다른 병장이 어느새 부활해 그의 전투화를 붙잡은 것이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던 그 병사. 그 역시 지하철바닥에 누워 기차가 떠나 갈 듯 커다란 소리를 질렀다. 병장이 그를 붙잡았던 발목을 있는 힘껏 물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악 놔!! 놓으라고!!”


하지만 살고자하는 의지가 대단했던 다리가 긴 그 병사는 남아있던 다른 발을 활용해 병장의 얼굴을 힘차게 걷어찼다. 퍽 소리와 함께 병장의 코에선 핏물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병사의 다리를 문턱에 힘을 빼지 않았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틈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였고 남아있던 병사중 하나가 대대장을 버리고 총기를 든 병사들과 우병이 있는 8번째 칸을 향해 몸을 날릴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이런 제길...”


홀로 남은 대대장. 하지만 그는 앞 에 두 병사와는 다른 선택을 내렸다. 그는 공간적으로나 위기 대처 능력으로나 더 여유가 있어 보이는 앞 칸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수석님!!! 기관사에게 sos를 요청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 6번째 칸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의 문을 열고 사라졌다.



“문 닫아!”


우병이 큰 소리로 외치며 총을 들고 자신을 엄호하던 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병사는 좀비가 된 인혁에게 당하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하지만...아직 저기...”


“닫으라면 닫아 새꺄! 그냥 닫으라고!!!”


병사는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대대장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위대한 존재의 입에서 다이렉트로 떨어진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려두고 빠르게 문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 그 문을 닫기 위해 힘을 쏟았다. 하지만 문은 닫히지 않았다. 조금 전 병장에게 다리를 물어뜯긴 병사가 안간힘을 쓰며 어느새 문으로 기어와 그 문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닫으라고!!!”


뒤에서 고함치는 우병. 하지만 문을 닫으려는 병사는 문을 붙잡고 늘어선 병사의 애처로운 얼굴과 마주하고 있었다.


“제발...닫지마...나 버리고 가지마...제발...”


병사는 바닥 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병사의 서글픈 눈을 외면 할 수 없었다.


“제길...”


그는 결국 마음이 약해졌고 닫으려는 문을 열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부축하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 순간 뒤 쪽에서 좀비화 된 또 다른 병사가 문으로 빠르게 달려들어 그를 덮치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4 아인스타운
    작성일
    17.04.05 00:04
    No. 1

    음 다른 작품들보다 필력도 좋으시고 캐릭터들간의 얽히고 섞인 관계도 좋지만 뭐랄까... 반짝하고 빛나다가 마는 느낌이랄까? 이걸 계속 봐야하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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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연재 공지 입니다. +1 17.02.04 470 0 -
56 눈 가리고 아웅 (1부 마지막화) 17.04.22 146 2 10쪽
55 눈 가리고 아웅(8) 17.04.21 140 1 10쪽
54 눈가리고 아웅(7) 17.04.18 164 2 13쪽
53 눈 가리고 아웅(6) +1 17.04.15 354 3 12쪽
52 눈 가리고 아웅(5) 17.04.13 140 2 15쪽
51 눈 가리고 아웅(4) 17.04.12 122 2 8쪽
50 눈 가리고 아웅(3) 17.04.08 163 3 8쪽
49 눈 가리고 아웅(2) 17.04.07 181 4 10쪽
» 눈 가리고 아웅(1) +1 17.04.05 183 3 13쪽
47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6) +1 17.04.02 175 3 17쪽
46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5) +2 17.04.01 191 3 13쪽
45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4) +2 17.03.31 172 3 15쪽
44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3) +1 17.03.30 149 4 15쪽
43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2) 17.03.29 135 4 14쪽
42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1) 17.03.26 142 4 13쪽
41 미치거나 죽거나(3) 17.03.25 153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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