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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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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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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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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폭풍전야(2)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모텔 앞. 자신의 존재감을 제로로 만든 사내가 골목 틈새에 몸을 숨긴 채 잠복하고 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그가 자리를 지킨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나 보다. 얼어붙은 두 볼과 동상에 걸린 듯 붉어진 두 손. 그것을 비비며 연신 입김을 불어 동장군과 맞서지만 애시 당초 승부는 나와 있는 싸움이나 다름없다.


동장군 WIN.


“콜록 콜록...온다. 반드시...확실히...”


감기 기운까지 추가 시키며 추위에 굴복한 남자가 그렇게 모텔 주차장을 응시하며 대기하던 그 때. 빨간색 스포츠카 한 대가 빠르게 안으로 진입한다.


‘나 9113, 포르쉐 박스터...왔다!’


두 시간 가량을 밖에서 추위에 떤 보람이 있다.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차량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그가 기다린 건 단순 차가 아니다. 자동차 안에 타고 있을 사람을 기다린 것이다.


“후우...”


차량의 등장에 기쁜 것도 잠시, 그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진다. 그리고는 깊게 숨을 들이 켰다 내쉬며 자동차가 향한 모텔 안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카운터에 이른다.


“조금 전 들어 온 쌍놈, 년. 방 어디요?”


주인장 아낙네는 심상치 않은 그의 표정에 왜? 라는 대꾸조차 하지 못한다. 그녀는 단지 조용히 오른 손가락 세 개를 필뿐이었다.3층...


남자는 빠르게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그리고 품에 숨겨 둔 주방용 칼을 꺼내 들었다.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303호 방 앞으로 향한 그. 흉기를 뒤로 숨긴 채 문을 정확히 세 번 두드린다.


“누구세요?”


문 밖의 사내에겐 결코 낯설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


“예 모텔 관리인인데 전해 드릴 물건이 있어서요.”


방 안의 남자는 참으로 순진하다. 밖의 사내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지도 모른 채 거리낌 없이 방문을 열어주니 말이다.


“무슨 물건이요? 어? 너는...”


“야 이 개새끼야!”


문이 열림과 동시에 비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사내. 그대로 등 뒤에 숨겨 둔 흉기를 내세워 안에 있던 남자의 복부로 그것을 최대한 깊숙이 쑤셔 넣는다.


“커어억.”


칼에 찔린 채 그대로 침대 위로 나가자빠지는 남자. 하지만 흉기를 들고 있던 사내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그의 위로 올라타 혈관이 터질 듯 꽉 진 주먹을 남자의 얼굴로 뻗는다.


“왜, 왜그래? 사....살려 줘...”


“이런 개만도 못한 새끼! 살려 달라고? 죽어! 죽어! 죽으라고!!!”


여름철 소나기 퍼붓듯 남자의 안면에 내리는 주먹에 밑에 깔린 남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동시에 그의 의식은 저 먼 요단강을 건너고 있다.


“꺄...아악!!!”


화장실 안에서 씻고 있던 여자가 영문도 모른 채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놀라 문을 열어 보면 그녀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두 남자가 침대 위를 뒹굴고 있다.


“사...상용 오빠 어떻게 여긴? 그러니까...그게...”


“이 걸레 같은 년! 내가 그 더러운 몸뚱이 오늘 갈기갈기 찢어 발겨 줄께!”


그대로 남자의 복부에 꽂았던 식칼을 꺼내 그녀에게 달려든 남자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녀의 가녀린 목을 향해 수평으로 칼을 휘두른다.


촤아악~


흰 시트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침대는 순식간에 새빨간 피로 물들고 두 남녀의 사랑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았던 방 안은 한 남자의 분노만이 남아 불타오르고 있다.


“으아아악! 이 시발 놈들아!!!”


허공에 헛손질을 해대며 몸을 벌떡 일으키는 상용. 그 바람에 침대 곁에서 잠들어 있던 제길 역시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이 씨, 깜짝이야! 형 이제 깼어? 괜찮은 거야? 뭔 악몽을 꿨길 래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응? 그게 무슨 소리여...”


“난 형 죽은 줄 알았어. 37시간 정도만에 정신을 차린 건가...”


제길은 퉁퉁 부은 두 눈을 비비며 상용에게 다가오고 그의 손을 뻗어 이마를 짚어 본다.


“열은 좀 내렸네.”


“열? 뭐야 뭔 소리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제길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토끼눈을 연상케 한다. 새빨갛게 충혈 된 그 색이 말이다.


“그저께 헬스장 형님 아니었으면 형 입 돌아갔어. 길 한복판에서 장난 아니었다. 진짜...형, 진짜 그 형님한테 감사하다고 인사 함 드려.”


충혈 된 눈만큼이나 시뻘건 피를 토한 채 길 바닥에 드러누웠던 상용. 정신이 나간 상용의 몸은 커다란 고깃덩이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고 그런 그를 혼자서 부축하기엔 제길 에겐 큰 무리가 따르던 지난밤이었다.


그 와중에 119를 부르겠다는 제길의 조치에 훼방을 놓으며 술주정을 이어가던 상용.


“놔, 안가 안 간다고! 남자가 무슨 응급실이야!!!”


형만 아니었으면 진짜 한 대 패서라도 데려갈까 생각하던 찰나 때 마침 두 사람 곁을 지나친 건 노량진의 골리앗이라 불리는 키 198cm에 체중 110kg에 육박한 근육돼지, 두 사람과는 술자리에 동행한 추억이 많은 트레이너 민혁이 구세주로 등판한 것이었다.


“하암~개 피곤, 형...그런데 뱃살 진짜 많이 늘었더라. 운동 좀 해. 민혁이 형이 개인PT 해준데. 그저께 옷 밖으로 출렁이던 뱃살하며...진짜 추함의 끝판 왕. 그게 바로 너. 그래 너 형.”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며 자신의 코앞을 지나 화장실로 향하는 제길. 상용은 유독 눈에 띄게 솟은 제길의 한 부위에 시선이 향하고 괜히 씁쓸해진다.


“새끼 아직 건강하네...아주 바짝 힘이 들어 가 있어...그나저나 내 몸은 왜 이러지?”


변기 물을 시원하게 내리고 나와서는 곧바로 스트레칭에 돌입하는 제길. 몸 쉴 틈 없이 입 또한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휴 진짜 이걸 어째... 벌써 연말이야...며칠 있으면 또 나이만 먹네...서른 중반, 개 우울하다. 형 우리 31일에 제야의 종소리나 들으러 갈까? 종소리 듣고 새해에는 진짜 대박 한 번 쳐 보자는 의미로다가...”


제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침대에 누운 상용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다 돌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워 제길을 불렀다.


“제길아. 형이 부탁이 하나 있는데...”


#2


제길이 살고 있는 트렌드타워에서 노량진역 방면으로 조금 내려오면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들. 한 때는 노량진의 명물로 통하던 컵밥 가게들이 모여 있는 먹자거리다. 그 많은 가게 중 한 곳에 둥지를 트고 이른 아침부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있는 사내.

지지난 밤, 밤새도록 신음하던 상용으로 인해 잠을 설친 고제길이었다.


‘아니 진짜 이해가 안가...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왜 멀쩡한 사람의 주말 잠까지 망치냐 말 야. 에이 씨.’


자신의 짜증을 한 컵 가득 담긴 밥에 표출하며 힘차게 숟가락질을 하던 찰나,


“아야~”


치아와 치아에 강한 마찰력에도 쉽사리 으깨지지 않은 무언가가 그의 입에 고통을 가해온다.


“퉤~뭐야 이거 뼈? 아우욱. 이빨 나갈 뻔 했네...아줌마 이 뼈 뭐에요?”


제길의 반응에 당황한 5년 단골지기 컵밥 주인아줌마의 순간적인 반응은 매우 쿨 했고 현명했다.


“응? 뭐 닭 가슴뼈겠지. 우리 집 순살 말고 진짜 닭 쓰잖아. 뭐 학생 나이면 돌도 씹어 먹을 나인데 뼈쯤이야...내 기분이다. 옛다. 닭살 투하!”


주걱으로 밥 한 무더기를 더 퍼주는 아줌마.


“ 내 5년의 정을 생각해서... 저니까 그냥 넘어 가는 거에요.”


5년 동안 자신의 아침밥을 챙겨준 아줌마.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정이 쌓일 대로 싸인 두 사람의 관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컵을 들고 다시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제길 이었다.


“그나저나 같이 오던 총각은 어디 갔어? 털 빠진 총각 말 여.”


“말도 마요. 지금 몸 저 누워 사경을 헤매고 있어요.”


“왜? 어디 아파?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는 디, 학생도 조심혀. 이제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건강에 더 유념해야 혀. 그나저나 이번 독감은 눈병도 같이 오남? 아침부터 시뻘건 토끼눈으로 돌아 댕기는 사람들이 많네?”


“저 갑니다. 많이 파세요.”


아줌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제길. 노량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신호등 앞에 다다른다. 이른 아침 시각이지만 저마다 합격의 꿈을 품고 있는 고시생, 상사의 잔소리와 넘치는 업무와의 전쟁을 앞둔 회사원, 선생님의 잔소리는 싫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교실 안이 좋은 학생들. 저마다 각자의 전쟁터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또 한 주가 시작 되는 군.’


허나 오늘은 제길이 봐온 평상시의 출근길 모습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마스크를 끼고 콜록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상용과 같이 시뻘건 토끼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 독감이 유행인가? 아니면 유행성 눈병? 이거 괜히 병 옮겨서 컨디션 잃으면 곤란한데.’


마스크한 학생이 옆으로 지나가자 저도 모르게 입으로 코를 막는 제길이었다.



8시50분, 조금은 늦은 시각 강의실에 입실한 탓에 칠판과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제길은 서둘러 남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 숙해다.’


자신의 정면에서 5칸 앞자리에 앉아있는 여인. 긴 생머리에 풍성하고 윤기 있어 보이는 머릿결을 자랑하는 그녀의 뒷모습. 누군가에겐 애증의 대상, 또 다른 누군가에겐 고등학교 때부터 친분을 맺은 친구다.


제길의 친구이자 제길의 가장 친한 형, 상용과는 애증관계인 그녀. 제길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낀 자신의 모습이 샌드위치 빵 사이에 낑긴 치즈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녹아서 두 사람을 찰싹 붙여 주지...’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8시57분. 수업까지는 아직 3분의 여유가 있다.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의 은은한 샴푸향이 풍기는 금단의 구역으로 접근한다.


“숙해야. 잠시만.”


제길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얼굴 정면을 보여주는 그녀.


‘예쁘다.’


제길은 순간 당황했다. 하마터면 본인의 생각이 입으로 삐져나올 뻔 봤기 때문이다.


“왜?”


“잠깐 이야기 좀 하자.”


강의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 아침에 나오기 전 상용이 했던 부탁을 전하고자 그녀를 강의실 밖으로 불러낸 제길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름에 나온 숙해의 몸은 반이 틀어진 채 강의실 안쪽을 향해있고, 좀처럼 제길을 쳐다 보지 않는 게 그와 대화할 의지는 1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숙해야. 그게 말 이야.”


“뭔데 빨리 말해. 뜸 들이지 말고.”


“아니 무슨 밥도 아니고 내가 왜 말을 뜸들이겠냐? 그러니까 너랑 상....”


그 때였다. 계단 쪽에서 요란한 소음과 함께 구급대원들과 무장한 경찰이 등장했고 그들은 빠르게 강의실 건너편에 위치한 교수실로 향했다.


“어 무슨 일이지?”


“야 고제길!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수업 시작 전에 자습도 못하게 사람 불러놓고선!”


제길의 반응에 화가 난 그녀는 더 이상 볼 일없다는 듯이 강의실 안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고 홀로 남은 그는 그런 그녀를 달래는 대신 성급하게 교수실이 있는 곳으로 향한 구급대원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으아아악.”


잠시 후 괴성과 함께 들 것에 실려 나오는 한 사람.


‘어 신 호광 교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들 것에 실린 교수는 몹시도 괴로운지 계속해서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고, 그의 바지는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로 흠뻑 물들어 있었다.


호기심.


어쩌면 제길이 이토록 긴 공부기간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원인인지도 모른다. 그는 남들보다 못해도 두 배 이상 많은 호기심을 가진 성격이다.


왜? 어째서? 라는 의문. 사실 고시 공부나 공무원시험에 있어서 이 질문은 필요치 않은 지도 모른다. 그저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시험 유형패턴대로 따르면 되는 것. 창의력은 버려라 너에게 필요한 건 암기력. 그런 주입식 교육이 팽배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호기심 가득하고 창의력이 풍부했던 제길은 대한민국 교육의 대표적 희생양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그의 시험에 하등 도움 안 되는 호기심은 그의 발걸음을 강의실이 아닌 교수실로 옮기게 만들었고, 그 결과 차마 학원 안에서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할 아니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끔직한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케 만들었다.


“캬아아아.”


케첩은 아니다. 분명히 그의 입에 묻어있는 새빨간 액체가 말 이다. 무장한 경찰과 학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처하고 있는 청년.


그는 신호광 교수의 조교였다. 그리고 그는 입에 문 무언가를 으적으적 씹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적인 행동을 가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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