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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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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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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년 5개월차

DUMMY

”천여명의 무지렁이들을 다 받아 주었다는 말인가?“

”그러하오이다 대감.“

”이 일은 마땅히 상께서 잘못하신 일이니 그 뜻을 꺾어야 할 것이다.“


조정은 간밤에 있었던 뚝섬 천민들이 포도청을 습격한 일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잘 아는 김좌근, 그리고 감청을 통해 김좌근이 알고 있는 것만큼은 알고 있는 왕이 충돌하자 나머지 신료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방관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김좌근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신이 생각해 보건대, 그동안 태평을 누리던 여파로 물려 받은 업적에 의해 우리 조선은 무사히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흉악한 사영이라는 자를 수장으로 하는 수적들이 공충도 마량진 일대를 하루아침에 점령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끌어들여 난을 일으켰으니 마량진을 중심으로 한 공충도 하부는 모두 이산되었고, 한때 수군 기지였던 마량진은 사영이라는 자와 그에 부화뇌동하는 영국 수군들이 주둔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돌아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수년째 공충도에 남아 군읍을 나눠 점거하고 있는가 하면, 혹은 떠나면서도 떠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거나, 혹은 돌아가면서 다시 올 것처럼 보임으로써 우리 강토에 영원히 머무르고자 하고, 마침내 청국을 쳐서 청 황제조차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하여 천도케 하였으니, 어디 중원만이 그들의 목표이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상국의 황제가 다시 나타나셔서 명의 기치를 드높이 올려 중원이 서역 오랑캐의 손에 완전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는 하였으나, 그들이 여전히 세력을 키우고 공충도 마량진 일대를 넘어 한양까지 진출함은 우리 나라를 차지하려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한데 주상 저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들의 손을 잡고 마포 일대의 땅을 그들에게 내어주시고 조선의 법도가 통하지 않는 지역을 치외법권이라 하여 허락하시어 큰 화를 스스로 불러들이러 하시옵니까?


우리 나라의 변방 관리들은 근래에 적을 만나 싸우면 다시 옛날처럼 교전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저 대국이었던 청국 군대조차 그들을 진압하지 못하고 패퇴하였습니다. 청국군이 적이라면 저들이 수전에 약한 단점을 이용하여 잠시나마 방어를 할 수도 있고, 막아 세울수도 있겠으나 저 양적들을 상대로는 만전을 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에 뚝섬에서 난을 일으킨 천민들도 그 위세를 믿고 감히 포청을 들이쳐 파옥한 후, 그 양적들이 머무르고 있는 이른바 ‘집현전’이라고 하는 곳으로 피신하여 정죄를 피하고자 하는 바이니 우리 국법의 지엄함과 추상같음이 사라지는 것이 어찌 이보다 더할 수 있겠사옵니까?


다행인 것은, 저들도 군량과 물자에 있어서는 장만하기가 어려워 주변으로부터 계속 사들이고자 하나 그 물량이 부족하던 차이니 바로 이때가 그들을 들이쳐 국가를 구제하는 일을 모두 끝마칠 수 있는 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영으로부터 무력과 재력, 그리고 정보력을 받아 강력해진 왕도 물러서지 않았다.


‘넌 강해졌다. 돌격해!’


사영과 통화하고 그 힘의 일부를 맛본 왕은 마치 귓가에 사영이 말하는 것 같은 환청을 들으며 자신감 있게 반격해 나간 것이다.


“과인의 목숨, 값을 매긴다면 얼마인가?”


“저...전하...!”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신하들이라고 하더라도, 왕의 저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비록 사영이라는 양인이 조정과 협의를 거치지도 않고 마량진 일대를 점거하고 그 세력을 불려 나간 것은 큰 허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수년째 아국을 휩쓸고 있는 대기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구해 낸 백성들이 물경 수백만은 될 것이고, 지난 청국의 침략해 왔을 때에도 그들의 턱에 비수를 박아 결국 그들이 회군케 한 것 또한 그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과인도 그들의 의술이 아니었다면 이미 두 번 죽고 썩어 없어졌을 것이니 그들은 백성을 구하고, 이 나라의 영토를 구하고, 여를 구했노라.


여가 다시 묻노라.”


왕은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말했다.


“과인의 목숨, 값을 매긴다면 얼마인가?”


이미 그들이 무슨 주제로 어떻게 왕을 압박할지 정보기관을 통해 듣고 작정하고 준비한 왕의 물음은 묵직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편전에서 왕은 득의양양한 웃음과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여가 사영의 기술과 지식을 얻기 위해 사람을 청하자 사영이 고하기를 ‘힘겹게 키운 인재를 한양에 파견할 때, 그들에게 해가 없으리라는 보장을 어찌 하시겠느냐.’고 하였기에 여가 직접 그의 배와 그에게 내어주는 땅은 그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약조하였다.


‘아무 표지도 없는데 어떻게 땅을 떼어 주었다고 할 수 있는가? 반드시 표지를 정한 다음에야 된다.’라고 하니, 여가 친히 ‘여가 이미 허락하였으니 사영이 보내는 자들은 그 땅에 밭을 갈건 모를 심건 건물을 올리건 마음 대로 할 수 있다.’고 직접 허락을 하였으며, ‘조선의 법도가 그 안에서는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하였다.


여의 목숨값과 백성들의 목숨값이 그보다 경한가 중한가 경들은 논하라.“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대사간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천하의 일은 피폐되기 전에 보수할 경우에는 보통 사람도 대처하기가 쉽지만 이미 피폐된 후에 진기시키는 경우에는 지혜로운 자도 공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이루어져 있는 형세를 기반으로 해서 피폐한 정치를 수습하는 것은 수령의 힘만으로도 쉽게 도모할 수 있다 하겠지만 텅 비어버린 허기(虛器)만 가지고서 이미 흩어져 버린 것을 수습하는 경우에는 수령에게 전적으로 책임지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회유(懷綏)하는 은전(恩典)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피폐된 것을 진기시키는 어려움은 피폐되기 전에 보수하는 쉬움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조처에 대한 방략은 결코 수령이 전담하거나 옹졸한 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사영이라면 이미 수년간 공충도 마량진 일대에서 피폐한 땅과 사람들에게 진기를 어떻게 불어넣는지 직접 행하여 증명한 바 있으니 어찌 이보다 적합한 인재가 있다고 하겠사옵니까.


바라옵건대 상께서 뜻하시는 대로 하소서.“


그것으로 그 날의 논쟁은 왕의 압승으로 끝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날 밤.


벼루로 위장한 감청장치는 오늘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풍양 조문의 현 수장, 조만영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대화가 수백여 보 떨어진 안가에서도 잘 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뚝섬에서 모여 죽은 듯 조용히 지내던 천것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포도청을 습격해 파옥하고 사람을 빼간 다음, 예의 그 집현전으로 도망쳤다?“


중얼중얼하는 조만영의 목소리가 잠깐 조용해졌다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건의 전말은 알아보았느냐?“

”포졸로부터 포교, 포도대장까지 상납을 받고 있는 것은 알고 계신 것으로 아옵니다.“


감청하고 있던 자들 중 사간원에 속한 자들에게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 상납의 끝이 향하는 곳이 지금 말하고 있는 자들과 안동 김문의 그들 아니던가.


”그렇지. 사실 포교들도 녹봉을 제때 지급받지 못할뿐더러, 1년에 40두의 녹봉으로는 혼자서 풀칠하는 것이 전부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도 2백여명의 포졸과 포교들이라면 십만이 넘는 한성부 전체의 상것들에게 조금씩만 뜯어내더라도 손에 묻는 콩고물이 적지는 않을 터인데?“

”거기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어떤 문재가 터졌다는 말인가?“

”받아 먹는 양이 점점 늘어나다보니 이번에 궁에 새로 올라가는 자의전 건물의 기둥과 보, 서까래등에 들어가야 할 자재들도 제대로 건조되지 않는 목재를, 그것도 지붕의 무게를 견디기에도 부족한 수효가 될 정도로 빼돌렸다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얼마 전 자의전이 무너진 사고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헌데, 뚝섬의 천것들은 그것에 대해 이미 경고를 하고 알리기도 하였으나...그 책임 또한 천것들에게만 전가시킨답시고 목재상 고 아무개와 목장 마 아무개, 그리고 그 아래 일하던 것들을 잡아다 가두는 바람에 그것들이 터졌다고 합니다.“

”저런... 그래서 상께서는 어찌 하실 생각이신가? 이것을 노리고 집현전과 과학선 경내를 치외법권으로 하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인가?“

”무엇인가 걸리는 것이 있으시옵니까?“

”사영이라는 강대한 힘을 가진 이방인이 상과 손을 잡았네. 아니, 상과 무엇인가 거래를 했다는 것이 더 맞겠구만.

지금 상에게 부족한 것은 사람, 경륜, 재력 같은 것이었네만 강대한 무력과 금력을 가지고 있는 사영과 거래를 해서 힘을 빌려오셨을테니 이제 경륜만 갖추어 진다면 우리를 내치려 하실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하오나 그런 무지렁이들을 아직 담벼락밖에 올리지 못한 시설에 받아주었다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사옵니까? 비록 그들이 궐을 들이친 것은 아니오나, 엄연히 국가기관인 포청을 들이쳤으니 범궐에 준하는 죄를 물어 잡아다 극형으로 다스리면 될 일이 아니오이까?“

”치외법권이라지 않는가.“

”대관절 그 치외법권이 무엇이길래 그러시는것입니까?“

”그 담벼락 안쪽과 배에서는 조선의 국법을 적용하지 않겠다 하는 전하의 어명이 있으셨었다네.“

”조선 땅 안에 있으면서 조선의 국법을 적용받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오이까?“

”그레게 말입니다. 설령 상께서 그렇게 하명하셨다 한들, 전례에도 없는 일일뿐더러 선대왕들께서 만들어 두신 국법을 적용함에 예외를 두신다는 것은 상께서도 하실 수 없는 일 아니오이까?“

”이에 대해서는 다투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오이다.“

”그러나 상께서 직접 자신의 목숨값이 얼마냐고 하시면서 강경하게 나서셨으니...

이 일에 대해 다시 연명으로 상소를 올리고, 편전에 나가 다퉈보도록 하세나. 상께서 잘못된 길로 가신다면 마땅히 옳은 길로 이끌어 드려야 하는 것 또한 참된 신하로서의 도리 아니겠는가?

상께서 뜻을 꺾으시면 좋고, 뜻을 꺾지 아니하신다고 하면 종묘와 사직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 아닌 것이니 그만큼 상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시겠지.“

”굳이 상과 뜻을 겨루어 충돌할 필요가 있겠사옵니까?“

”무슨 의미인가?“

”대감께서 말씀하신대로 이제 막 담벼락만 올라간 빈 터에 천여명에 달하는 무지렁이들을 받아 들였으니 분란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 아니오이까?“

”자세히 말해보게.“

”지금 그들이 집현전을 만들겠다면서 사들인 황토, 기와, 목재의 양이 상당하고, 지불하고 있는 인부들의 품삯도 마포 일대, 더 나아가 한양을 들썩이게 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비렁뱅이들과 천것들을 천여명 가까이 받았으니 필요한 자재와 식량은 확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장난만 조금 친다고 쳐도...“

”그렇지. 무슨 말인지 알았네.

호의가 반복되면 둘리가...아니 권리가 되는 것이지. 처음에는 먹을 것만 줘도 감사히 여기던 무지렁이들이 곧 집과 옷을 탐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성에 차지 않아 불만이 터져나오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대감. 개들도 좁은 우리에 몰아넣고 먹이와 물을 끊으면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잡아먹기 시작하는 법이고, 그렇게 피맛을 본 개들은 추후 다시 먹이를 주더라도 피를 더 원하는 법이지요.“

”그렇지 그렇지. 이미 한 번 선을 넘은 것들이니 두 번째도 난동을 일으키기는 쉽겠지. 알아서 잘 해 보시게.“

”예! 대감.“


작가의말

오랜만에 다시 쓰는군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매일 한편씩 올려보겠습니다. 

그 이후에는 다시 급히 챙겨야 할 일들이 있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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