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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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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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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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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년 1개월차 -9-

DUMMY

“사사로이 이양선과 통교하는 자는 참한다는 규정이 있으니 조선의 법도가 미치는 곳에 학사들을 보내는 경우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여가 보장한다고 약조하고 싶으나, 여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구나. 당장 주문모가 깎은 머리 모양을 바꾸어서 감히 도시를 활보한 예가 있었고, 황사영은 백서를 마련하여 서학을 믿는 무리들의 선박을 불러들이려고 하였으니, 그들의 흉도와 역절을 기억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니라. 순종 대왕과 정순 대비께서 통렬하게 그들을 제거하셨으니 그 후손된 자로서 규정을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힘든 상황이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좋은 의견이 있는가?”


“군선 한척을 학당으로 꾸미고 그 곳에 우리 학사들 중 가르치는 데 특화된 자들을 태워 보내어 드릴테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규정은 조선의 법도에 대한 것을 준용하지 말고 새로 의논하여 정하도록 하는 것은 어떠합니까?”


“얼핏 듣자니 반촌(泮村)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나.”


“반촌? 그것이 무엇입니까?”


사영과 왕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규수가 나서서 이야기했다.


“성균관이라 하여 오성(공자, 맹자 등등)과 공문십철, 동국 18현 등을 모시는 사원이자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이기도 한 곳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 규모가 작지 않아 성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생길 정도였는데 그 마을을 반촌이라 합니다.

이 반촌에 사는 사람들의 신분은 노비일망정 이들이 하는 업은 성균관 내 문묘를 지키고 청결케 하며, 관원을 돕고 관생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중요하고 신성한 일이기에 천민 중 가장 아래라고 하는 백정이라 하더라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으며 이들의 도움을 받은 관생이 관리로 출사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기에 순라군이나 의금부의 나졸들조차도 함부로 이들을 대하지 못합니다.”


“일종의 치외법권처럼 되어있군요.”

“치외법권? 그것은 무엇이냐?”

“개인이나 특정 지역, 혹은 군함이나 비행선이 현재 체류하고 있는 국가의 국내법 적용을 면제받고 대신 자기가 속한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고 소속 국가의 국내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권리..정도가 되겠습니다.”

“흠. 조선의 법률 대신 이 곳에서 적용하는 법률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더냐. 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럼 사영 그대가 직접 관할하겠다고 한다면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을 것 같구나. 대신 배가 조선에 무력을 행사하거나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겠지만.”

“그래야겠지요. 마침 적당한 배 한척이 애매하게 쓰이고 있기는 하니 그것을 쓰면 될 듯 합니다.”

“좋다. 어떤 배가 있는가?”

“영국군이 네메시스라고 부르는 배가 있는데, 그 배와 같은 급 배를 저도 한 척 갖고 있습니다.”

“볼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그리하여 아편전쟁에 투입된 이후 지금은 주로 선원 훈련을 하거나 화물선으로 쓰거나 하며 하릴없이 떠돌고 있던 네메시스급 배는 새로운 이름을 받고 개조에 들어갔다.


“이 배의 이름은 무엇이라 할 셈인가?”

“과학 교육이 주 목적이 될 테니 과학선(Science Vessel)이라 할 것입니다.”

“과학선...”

“사이언스 베슬...”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친숙한 이름이군요.”


길이 60미터, 폭 9미터에 배 양측에 물레방아 모양으로 된 외륜이 특징적인 그 배는 이 곳에서는 일반적인 영국 군선의 크기였고 사영의 배에 비하면 엄청나게 작은 것이었으나 조선 입장에서 보자면 거선이었다.


“이것을 그 ‘대학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러기에는 좀 작긴 합니다만, 그 전 단계 인재들을 가르치고 옥석을 가리는 데에는 쓸만한 크기일 것입니다.”

“확실히 학사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시설로서는 적당할 것 같구나. 허나 여기처럼 크게 대학원을 지어 천여명에 달하는 학사들을 교육시키고 연구에 매진케 하여도 이 곳 공충도 마량진에서조차 인재가 모자라다고 난리들인데, 저 과학선 한척으로 얼마나 많은 자들을 교육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더니 왕은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에게 힘이 더 있었더라면...”

“힘을 원하십니까? 무력이나 세력 과시라면 힘을 실어드릴 수 있습니다.”

“대가는...역시 더 많은 인재인가?”

“그렇습니다. 이왕 인재를 크고 넓게 쓰실 것이라면, 이제 선비들 외에 두루두루 넓게 인재를 뽑아다 주십시오.”

“선비들 외에도 말인가?”

“백정이건 승려이건 기생이건 상관없습니다. 남녀 노소 신분 인종 모두 상관없으니, 널리 가르칠 수 있는 방도를 찾아 적어도 한글과 산술은 누구나 배울 수 있게 하시고 나면, 그 중에서도 반드시 옥이 될 수 있는 인재가 많을 것입니다.”

“사영의 말이 옳을 것입니다. 영조 대왕때 성균관 수복(守僕, 성균관에서 일하는 노비)이었던 정학수라는 자가 있었는데 노비 생활하면서 담벼락 너머로 들려오는 글을 듣고 어깨 너머로 읽은 글로 학문을 크게 깨달았던 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비단 학문을 깨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번에 작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여 명에게 깨달은 바를 가르치니 당대의 양반들도 그에게 자식들을 맡기지 못해 안달이었다고 한 바 있었습니다.


비단 장학수 같은 재능을 가진 자가 한둘이겠습니까?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해 버려지는 인재가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당장 이 곳 공충도에서도 한낱 왜구였던 자를 불러다 다시 가르치니 왜에까지 가서 황과 구리를 끌어오고 그 쪽에서 세작 전문 교육을 받은 자들을 불러다 이 곳에서 쓰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저 멀리 청국까지 가서 영국군으로 하여금 백 배의 청국군을 상대로 압도하게 만드는 계략을 쓸 수 있게 하였으니 그 재능이 어찌 작다 하겠습니까?

청컨대 사영의 제안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여가 듣고 배운 바를 고려하여 말한다. 일대(一代)의 정치가 흥왕하려면 반드시 일대의 영특한 인재가 있고, 만세의 큰 공을 세웠으면 반드시 만세의 특이한 은총이 있는 것이니, 이는 고금의 공론(公論)이요, 국가의 당연한 법규이다.

인재는 지벌(地閥)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벼슬한 집의 후손에서 물론 많이 날 수 있으나, 사영이 말하고 환재가 재청한 바 또한 이치에 옳다 생각되는 바이다. 여 또한 이곳에 와서 보고 들은 바에 비추어 볼 때, 조선에 필요한 것은 이치에 밝고 실용에 적합한 학문으로 세상을 건지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품었다. 고려의 말년에 스스로 망할 때를 당하니, 우리 태종 대왕께서 잠저에서 만나서 처음으로 큰 계책을 세워 우리 성조를 추대하여, 집을 변하여 나라를 만들어 억만년의 큰 규모를 열었으니, 그 높은 공, 위대한 수고는 진실로 황하수(黃河水)가 허리띠만 하게 되고, 태산이 숫돌같이 되도록 영원히 잊기 어렵도다.


지금 조선의 운명이 말년의 고려와 어찌 크게 다르다고 하겠는가. 위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귀신의 힘이라도 빌어서 씀이 가하거늘, 조선 땅에서 나고 자란 자들을 널리 살펴 옥석을 가려 쓰는 것이 어찌 탓할 바가 되겠는가.”


왕의 의견으로는, 특히 이제 막 열다섯이 된 왕의 의견으로는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사영이 불을 당기고 박규수가 장작을 넣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가르치겠다는 것이 조선 왕의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말이던가.


“내 듣기로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과, 함께 하늘이 맡겨 준 직분을 다스릴 사람은 인재(人才)가 아니고서는 되지 않는다. 하늘이 인재를 태어나게 함은 본래 한 시대의 쓰임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인재를 태어나게 함에는 고귀한 집안의 태생이라 하여 그 성품을 풍부하게 해주지 않고, 미천한 집안의 태생이라고 하여 그 품성을 인색하게 주지만은 않는다 들었다. 그런 때문에 옛날의 선철들은 명확히 그런 줄을 알아서, 더러는 초야에서도 인재를 구했으며, 더러는 병사의 대열에서 뽑아냈고, 더러는 사영이 한 것처럼 패전하여 항복한 적장을 발탁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여 임용한 사람마다 모두 임무를 맡기기에 적당하였고, 임용당한 사람들도 각자가 지닌 재능을 펼쳤었다. 옛날의 어진 인재는 신분이 귀하고 천한 데를 구분하지 않고 나왔다.


지금 조정에 있는 자들 중 신분이 귀하다 할 만한 자들은 조선의 신하인지 문중의 가신인지 모를 자들이 태반이다. 나 또한 그것을 크게 느끼고 있으니, 어찌 사영과 환재의 의견을 중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니다. 오히려 여가 사영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니.. 내 듣기에 이미 청국이 강대하던 무렵에 청국도 조선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손을 내밀었고 저 강대하기 이를 바 없는 영국도 그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내게 힘을 실어 주겠다는 말인가?”

“양탄일성을 언급하며 힘을 빌려달라는 자에게 힘을 빌려주었다가는...”


‘말 그대로 세계는 핵의 불길에 휩싸여 대충 망했겠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완전히 한 것은 아니나 힘을 함부로 쓰려고 했던 것은 알겠다. 허면 영국은 너무 멀어서 그런 것이었던가?”

“We have no eternal allies, and we have no perpetual enemies. Our interests are eternal and perpetual, and those interests it is our duty to follow.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구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고 영구하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다.


이렇게 외치는 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어 주는 것도 그렇고, 그들은 이미 힘이 있으니까 굳이 더 실어 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제 힘을 가장 비싸게 빌려 갈 만한 곳은 조선이니까요.”


“...이해했다. 그대의 힘은 확실히 조선에서 감당하기 힘든 것이나, 그만큼 중히 여겨지기도 하겠구나. 허면 어떻게 힘을 빌려 주겠다는 것이더냐?”

“과학선을 타고 가시고, 직접 쓰실 수 있는 무력집단도 좀 빌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신료들이 입도 뻥긋 못 할 압도적인 것을 빌려드리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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