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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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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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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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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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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년 1개월차 -6-

DUMMY

“쿠쿠쿠쿠쿠쿠쿵!”


바닷물이 폭음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 장관을 보며, 왕은 감탄했다.


“바닷물 속에서 폭약을 터뜨린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사람 키의 몇 곱절은 될 듯한 쇳덩어리와 쇠파이프를 들어 올리는 거대한 철제 녹로(轆轤, 크레인)라던가 거중기에는 전선들이 연결된 원동기가 굉음을 내며 굵은 철선을 감아올리고 있었고, 그것을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깃발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오른쪽! 오른쪽! 좀더더더더더더더더! 그만!”

“내려!”


그렇게 땅 속 깊숙이 박힌 쇠기둥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가서 기다란 렌치를 이용해 볼트와 너트로 조이고, 불꽃을 튀겨가면서 용접을 하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지 왕은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것이 그 쇳물을 뽑아낸다고 하는 서양식 쇠가마를 만드는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저 쇠기둥 하나하나가 인력으로는 도저히 움직이기 불가능한 크기로 보이는구나. 저건 무게가 몇 근이나 나가느냐?”


무엇이든 술술 대답하던 박규수였으나, H빔의 무게까지 다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기에 잠시 당황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알아오겠나이다.”


왕을 두고 현장으로 급히 뛰어갔다 온 박규수는 200x200mm H빔 10m짜리 무게를 듣고, 다시 그것을 관으로 바꿔 암산하며 뛰었다.


“이곳에서 쓰는 무게로는 약 반톤, 관으로는 약 133관이라고 하옵니다.”

“133관이라..저런 것이 수백여 개나 쌓여있으니 전체 크기와 무게는 어마어마하겠구나. 어떻게 저렇게 많은 쇠를 뽑아내어 저런 것을 세워 올린다는 말이냐?”

“처음에 만들어진 용광로는 크기가 저렇게까지 큰 것은 아니었사옵니다. 처음에는 저보다 작은 것을 만들어 쇳물을 뽑고, 그것을 모아 더 큰 고로를 만들고, 그것을 여러 대 모아 쇳물을 뽑고 강철로 만들어 다시 지금 만드는 것과 같은 큰 고로를 세우고 있사옵니다.”

“지금도 저 옆에서는 쇳물을 뽑고 있으렷다? 그곳도 가보고 싶구나.”


지금 쇳물을 한창 뽑고 있다는 제2고로의 높이는 무려 50여미터, 고층 건물이 없는 현 조선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지 저 앞바다에 떠 있는 사영의 배가 그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었으나, 막상 그 앞까지 다다르자 그 모습은 가히 위용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뜨겁지는 않구나?”

“용광로 주변을 감싸고 있는 관들이 뜨거운 열기를 받아 고로 아래쪽으로 내려와 안쪽으로 열기를 끌고 들어가니 주변은 많이 뜨겁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시면 또 다르지요.”

“그 뜨거운 바람은 얼마나 뜨거우냐?”

“1200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연료만 조금 더 넣어주면 말 그대로 쇠도 녹일 수 있는 온도까지 올라가지요.”


“우와! 오오!”


약간 붉은색이 도는 빛을 내며 물처럼 쇠가 흘러 내려오는 광경을 보는 것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본 왕은 어린아이처럼 감탄사만 내 뱉었다.


“저기서 철도라는 것을 쓰는 것이었구나?”


그렇게 흘러내린 쇳물은 가스터빈 기관차에 실려 있는 집채만한 내열관에 담겨져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까지가 왕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대단하구나. 참으로 대단하다. 조선에서 1년간은 생산해야 볼 수 있는 쇳물을 오늘 다 본 것 같구나. 저렇게 쇳물을 물처럼 뽑아낼 수 있으니 이러한 궤도바이크나 저런 거대한 배나 기관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겠구나.

헌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이렇게 또 고로를 올리고 제철소를 확충하는 것이겠지?”

“그렇사옵니다.”

“이 곳에서 뽑아내는 쇳물만 하더라도 능히 청국 전체에서 생산하는 철보다 많을 것이 자명하구나. 과연 허투루 이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로구나.”


그렇게 제철소도 보고 증기터빈기관차도 본 왕은 다시 마을쪽으로 바이크를 몰고 가라고 명했다.


“내 여기 온 날부터 계속 느낀 것인데, 길거리에 분뇨가 없고 병들어 죽어가는 자나 헐벗어 누운 자도 없으니 냄새가 나지 않는구나. 강이나 냇가로 물을 길으러 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사영이 이 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상하수도를 확충하는 것이었습니다.”

“상하수도?”

“저 위쪽 강물을 걸러 마을 곳곳에 공급되도록 하여고 그 곳에서부터 물을 떠 가게 하거나 아예 그 곳에서 다시 각 집으로 물을 흘려가도록 만들어 놓았으니, 굳이 멀리까지 물을 뜨러 갈 필요도 없고 우물도 따로 팔 필요가 없었지요. 그것을 상수도라고 하옵고, 쓰고 난 물이나 분뇨는 각 집에 관로를 내어 흘러 내려가도록 하였으니 그것을 한 곳에 모아 더러운 것과 분뇨를 먹고 사는 세균을 길러 유용한 물질로 바꾸고 남은 것은 깨끗해질 때까지 정화하여 내보낸다고 하니 이를 하수도라고 하옵니다.

사영 또한 이 곳 사람들이 빈곤과 기근에 찌들어 사는 것을 본 때문인지, 무엇 하나 허투루 내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먹지 못하는 풀이나 찌꺼기 중 독이 없는 것은 갈색거저리라고 하는 벌레를 치도록 하여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똥오줌도 그것을 먹고 사는 세균이라는 것을 쳐서 톨루엔이나 기름으로 바꾸어 떠내고 남은 것은 다시 질소라는 것이 든 비료로 바꾸고 충분히 삭혀 기생충의 알이 없어진 퇴비로 논이나 밭에 치도록 합니다.


저 제철소에서도 원래 법도대로라면 시커먼 연기와 여러 유독물들이 나와야 한다고 하나, 그 유독물 속에서도 필요로 하는 물질들이 많다면서 석탄을 한번 찌고 부숴 황이니 질산이니 하는 것들을 따로 모아다 쓰는 바람에 연기조차도 꺼멓게 나오지 못하고 다 뽑혀 나갑니다.


사실상 이 곳에 들어온 것들 중 나갈 수 있는 것은 공기와 물 뿐인가 하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 아닌가. 독기조차도 쓸모있는 것은 그 쓸모를 찾아 이용을 다하도록 하니 물자가 부족하고 유통이 힘든 조선에서도 마땅히 그 법도를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영이 맨 처음 와서 조선에 와서 한 일이 상하수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러하옵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박규수는 잠시 사영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당시 그가 공충도 마량진을 향해 올 때에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자식들을 보다 못한 엄마가 자식들을 우물에 던지고 자신도 죽으려고 하는 것을 목격할 정도로 이 곳 사람들의 삶은 힘들었었다.


아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해하고 본인도 따라 죽으려는, 천륜마저 끊어지려 할 정도로 생지옥인 곳이 이 곳이었다. 어디 비단 이 곳 뿐이었으랴.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길거리에 시체가 있더라도 그저 썩어가는 모습을 보거나 심하면 그 시체가 밤 사이에 사라져 어딘가에서 국으로 끓여지던 그런 모습이 당시 조선의 일반적인 모습 아니었던가.


“배고파도 식사는 없었고 목말라도 물 외에는 먹을 것이 없던 때가 이 곳에도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먹고 살만해져서 영국인들이 전해 준 달달한 것도 먹고 화란인들이 전해준 쿠키도 먹고 그렇습니다만, 그 시절에는 사영이 내어준 녹말가루와 밀웜으로 구워준 쿠키...아니, 쉽비스킷이 없었더라면 다 굶어 죽는 자가 부지기수였겠지요.

일단 먹는 문제를 꾸역꾸역 해결하고 나니 전염병이 돌 수 있다면서 사영이 상수도도 파고 똥오줌조차 아깝다면서 하수도도 만들고 정화조와 배양조도 만들고 그랬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왜구들이 쳐들어왔을때에도 이질과 괴질이 그들 사이에 돌았었지만 이 곳은 무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역병이 그 이후로 한번도 돈 적이 없군요.”


“정녕 그 이후로 역병이 한번도 돌지 않았다는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상하수도라는 것이 사영이 이 곳에 와서 거의 처음 만든 것이라고? 그렇다면 만들기가 어렵지는 않겠구나?”

“품은 꽤 들었사오나, 기술이 많이 들지는 않는 것 같았사옵니다.”

“그렇구나. 좋은 것을 들었다. 이 또한 조선 각 도에 널리 전해야 할 아름다운 법도가 아니겠느냐.”


그렇게 제철소를 둘러보고 오던 왕은 무엇인가 떠오른 것이 있었는지 다시 행선지를 틀었다.


“그 대학원이라고도 하고 연구소라고도 하는 곳에 가 보자꾸나. 과연 어떤 곳이길래 사영이 여에게 들어와 볼 것을 청하였는지 직접 보아야 하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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