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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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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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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년 1개월차 -5-

DUMMY

“어째서 상께서 오시지 않는 것이냐.”


아픈 왕을 먼저 동력선으로 마량진으로 보낸 후, 조촐하게 5백여 명의 인원만 내려온 대소 신료들은 정해진 날짜가 되었음에도 왕이 오지 않자 무척 불안해졌다.


본래 온정으로 왕이 치료를 위해 오는 경우에는 못해도 천단위, 보통은 3천에서 5천 가까운 인원이 움직여 내려오는 편이었다. 사실상 조선 중앙 정부 전체가 이동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수준이었고, 실제로도 모든 조정의 일을 행궁에서 처리할 수 있게 준비해 오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 정도 인원이 내려오게 되면 당연히 그 많은 사람들을 받아야 하는 지역 백성들은 고통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듣자니, 근자에 온천으로 거둥하고자 하였을 때, 그 지역 백성들에게 물자를 징발하여 소요를 일으켰다고 하니, 마땅히 청렴 정직한 사람을 파견하여 그 연고를 찾아 묻게 하라."

"만약 현관을 보낸다면 소문이 먼저 이르게 되어 그 실정을 얻지 못할까 염려되니, 몰래 지인을 보내어 여염에 출입하면서 그 정상을 살피게 하소서.“


왕이 온다면서 그 이름을 팔아 백성들에게 재물을 추가로 뜯는 놈이 나오는 통에 몰래 감찰관을 보내어 그런 짓을 하는 자를 잡아내려 하기도 했고,


”이보다 앞서 임금이 거둥 때 두 도의 민폐를 생각하여 특별히 쌀 1천 석을 주었는데, 이번의 역사는 모두 관노비와 관군으로 하여금 길을 닦게 하였으니, 쌀을 줄 필요가 없으며, 비용을 아끼는 도리에서 환납(還納)해야 마땅합니다."

"비록 관노비들과 관군들이 길을 닦았다고 하지만 교량의 재목은 백성들에게서 나오지 않았느냐?"

하고, 7백 석을 본도에 신칙하여 도로와 교량을 닦은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도록 명하는 등, 수천명이 이동하기 위해 평소보다 길을 넓히고 교량을 새로 깔아야 하는 등의 대공사까지 해 가면서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뿐만 아니라, 행궁도 왕이 사용하지 않을 때라면 왕 전용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일반에 개방하여 대중목욕탕처럼 쓸 수 있게 해준다던가, 숙소 또한 평시에는 온양 군수의 관리 하에 백성들이 유하다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왕실에서도 나름대로 행궁이 들어서면서 일어나는 피해를 줄여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었다.


이에 더해서 그 지역에 한해서는 별시를 열어주기도 하고, 이미 뽑아놓은 관리가 많아 별시를 열기 어려울 때라면 면세를 해 주거나 보조금을 주기도 하고, 잔치를 열어주기도 하는 등의 해택을 주는 편이었다.


“온천 부근의 거주자 및 이사한 백성들에게는 10년 동안 새 환자(還子, 환곡)를 탕감하며, 수보미도 수량을 나누어 탕감하고 그 나머지는 돈으로 대신 받아들이도록 허락하라. 그리고 모든 면리에 오래된 환곡 가운데 가장 오래된 3년 조는 탕감하도록 하라.


부족에 사는 노인들 가운데 온천의 행차를 재차 맞이한 자와, 조관(朝官)으로서 나이가 70 이상인 자와, 서인 가운데 나이가 80 이상인 자에게는 가자토록 하고, 경내의 유생과 무사들에 대해서는 이번 행차를 기다려 과거를 개설하여 시험을 통해 취하고자 하며, 교속으로서 오래 근무한 사람에 대해서는 관직을 제수하거나 좋은 자리로 옮겨주도록 허락한다.


금번의 이 명이 어찌 다만 너희들만을 위한 것이겠는가. 너희들은 나의 무마하는 고심과 지성을 알고, 힘과 마음을 합쳐 함께 영원토록 변치 말지어다.“


라는 하교가 출발 전에 있었기에 온양으로 온 신료들과 실무자들은 별시를 행할 준비와 가자해줄 자들의 명단, 그리고 특채를 하기 위한 심사를 위한 자료를 모으거나 가져온 상태였고, 왕이 오기만들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왕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사단장이 직접 검열오고 포상휴가 뿌릴거라고 해서 장비 개수 맞추고 미싱때리고 부대원들 각잡고 앉혀놓았는데 그 사단장이 오지 않는 형국이었다.


이제 환갑이 다 되어가면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좌의정 정원용이라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상께서 위험한 고비를 넘기시고 무사히 회복하시었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거늘, 어찌하여 오시지 못하시는 것인가?“

”설마 그 사영이라는 이양인이나 영길리국의 오랑캐들이 입에 담기에도 차마 참담한 일을 벌인 것이 아닌지요?“

”말씀을 삼가시게! 굳이 치료를 잘 해 드리고 그런 참람한 짓을 저지를 이유가 어디 있다는 것인가.“

”그도 그렇지만, 애초에 그것들이 사람인지조차 의문스러운 모습들을 한 서역 도깨비들 아닙니까? 그들의 속을 어찌 알겠습니까?“

”......허, 그 곳에 가 있는 명망있는 선비들이 한둘이 아닐진대 어찌 가기만 하면 소식들이 다들 끊어진다는 말인가...“


당장 생각나는 이름만 하더라도 정약용, 박규수, 홍희근, 김유근, 조만영 등등 당대의 천재들이거나 세도 가문의 우두머리들, 혹은 정계의 거물들이었다. 그런 그들도 그 곳에 간 이후에는 가끔씩 부치는 서찰로 살아있음을 알릴 뿐, 무엇을 하는지 조용해지는 것이었다.


”함흥차사는 가서 죽었으니 소식이 끊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서찰을 보내오고 그곳에 있는 것을 목격하는 자들이 있으니 살아는 있을진대...“

”죽어서 못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산 지옥에 잡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는 소문도 있더이다.“

”그게 무슨 말인고?“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강제로 학문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내며 연구하는데 매진하느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 소문은 나도 들었네만, 그것이야말로 선비가 추구해야 할 길 아닌가? 먹고 자는 시간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학문을 익히고 수신을 하다니, 그야말로 선비들의 이상향 아닌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만 말입니다. 요새 선비들이 어디 제대로 된 선비들이오이까?“

”잠깐. 그렇다면 상께서 그 곳의 서학에 빠져서 오시지 않으시는 것 아닌가? 애초부터 서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시었고 서역 기물에도 관심이 많으셨었으니...“

”그렇다고 하신들 설마 그 곳에서 그리 오래 머무르시겠습니까? 그 곳 사람들은 밥 대신 꿈틀대는 벌레를 먹고 말 대신 귀를 찢을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철마를 타고 다니며 사람인지 해골인지 모를 자가 다스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상께서 아직 어리시니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실지도요.“


과연 그러했다.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궤도바이크라는 것이구나!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것은 정녕 아니되는 것이냐?“

”힘이 좋고 다루기가 무거우니 운전대를 잡는 것은 숙련되고 힘 센 포수들이게 맡기시고 뒷자리에나 타시지요.“

”그 또한 좋다.“


왕은 평소에 그렇게나 노래를 부르던 궤도바이크 뒷자리에 타고 몹시 신이 났다. 박규수가 몇 번이나 말렸으나, 중2병이 한창 올 나이인 왕의 귀에 그런 것이 들어올 리 없었던 것이다.


박규수는 사영이 혹시나 해서 전해 준 궤도바이크용 안전복과 헬멧을 왕에게 건네주었고, 왕은 그 헬멧과 안전복 자체에도 몹시 흥분하여 냉큼 받아 입었다.


비행선에도 쓰인 플라스틱으로 각 부 관절과 척추, 폐를 보호하는 외골격과 충격 흡수용으로 집어넣은 젤로 복부와 목을 보호하고 머리 전체를 빈틈없이 싸서 만약의 경우 뇌 대신 깨지고 갈려 나가게 만들어진 헬멧까지, 마치 서역에서 입는다는 풀 플레이트 아머처럼 생긴 옷이 왕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호장구를 갖춘 왕이 바이크 뒷자리에 앉자, 운전석에 앉은 박규수가 시동을 걸었다.


”투둥, 둥둥, 둥둥...“

”오오오오오오!“


20마력짜리 2기통 디젤 엔진에 시동이 걸리자 대형 실린더를 지닌 엔진 특유의 강한 진동이 타고 있는 사람을 흔들기 시작했다.


”꼭 심장이 뛰는 것 같구나.“


1톤에 육박하는 무거운 쇳덩어리가 당시 기준으로는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왕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좋구나! 아주 좋다! 이것을 타고 이제 어디로 가느냐?“

”제철소로 갈 예정입니다.“


뒤에 따라 나올뻔한 ”전하“를 급히 삼킨 박규수는 그대로 제철소를 향해 달렸고, 왕은 몹시 즐거워했다.


이미 온양온천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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