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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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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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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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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년 5개월차-2-

DUMMY

“이 곳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곳 집현전은 앞으로 과학 기술의 첨단을 달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이 될 장소입니다.


여러분은 안심하시고 지시에 따르십시오. 조선 조정은 여러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합니다.


저희 또한 여러분이 지시에 잘 따라주시고 교육을 잘 받아 주신다면,

매우 행복한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휴대식량과 식수를 천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배급하고, 간단한 연설을 마친 임시 집현전장 겸 과학선장 박규수가 떠났다.


한창 시설공사가 진행되던 집현전에 있는 사람들은 두 갈래로 갈렸다.

먼저 왕명에 의해 집현전으로 차출된 조선의 젊은 선비들이 주로 골치아파했다.


“일단 받을 수 있는 자들은 다 받으라고 하셔서 받긴 받았는데... 눈앞이 캄캄하군.”

“대체 천여명이나 되는, 글도 쓸 줄 모르는 자들이 태반인 집단을 받아서 아직 담벼락 공사만 마친 이곳에서 무엇을 어찌하겠다는겐지요.”


반대로 공충도에서 파견된 학사들과 이제 조선에 눌러앉기로 결심한 전직 영국 해군 장교들은 새로운 인원이 오는 것에 반색하고 있었다.


“이것봐 친구! 뉴비야! 뉴비라고!! 그것도 아주 신선한!”

“한 1년만 고생하면 그래도 일거리를 좀 나눌 수 있으니 숨이 좀 트이겠구만.”


늘 그렇듯, 그 고생의 시작은 인원을 파악하고 분류하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었다.


“그 거적대기는 뭐지? 얼마동안이나 씻지 않은게야! 아주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만!”

“자, 여기 네줄로 서서 차례대로 이름, 나이, 특기들을 대시게!”

“몇살이라고? 나이도 모르는 놈들이 다 있나 그래. 뭐? 애비애미가 없어? 넌 저쪽 줄로 가서 서 있어.”


“일단 환자부터 빼고, 남녀노소로 각각 저 줄을 따라 선다!”

“그 더러운 옷가지들과 짐들은 다 빼라니까! 오물은 소각이야!”


급한 환자와 부상자부터 들어낸 집현전 측 인원들은 빠르게 인원 분류에 들어갔다. 이전에 이런 일을 겪어본 적 없던 뚝섬에서 온 자들은 공포에 질렸다.


“엄마...! 엄마!!!”

“무서워!”

“옷을 다 벗기고 가진 것도 다 빼앗아서 무엇을 하려고!”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굴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길 나가야겠어!”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지만 나갈 때는 아니되오.”

“잡아!”


개중에 덩치 좋은 자 하나가 주변 사람들을 밀치고 그대로 정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문을 지키던 영국 해병의 총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타앙!”

“으아아아악!”


이제는 유명해진 쌍열 산탄총이 불을 뿜었고, 콩주머니탄을 맞고 그대로 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오우. 샷건의 집현전!”

“사건의 지평선?”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영국 장교 하나가 이제 집현전의 별명 중 하나가 될 말을 내뱉었고, 그것을 주워들은 학사 한명이 반문하는 촌극이 있었다.


어명에 의해 이쪽으로 파견 나온 홍문관 박사(博士, 정7품) 하나가 그 혼돈을 보면서 탄식하듯 내뱉었다.


“대관절 그 뉴비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궁금한가?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야.”

“헉.”


그 말을 박규수가 받자, 박사의 머릿속이 혼란이 빠졌다.

'집현전의 전주라면 대제학급이니 영감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는가? 뭐라고 해야 하지...?'


그렇게 혼란에 빠진 박사를 상대로 박규수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곳에 가장 부족한 자원이 무엇인가?”

“...인력...이겠지요.”

“그렇지. 지금 돈이 부족한가, 쌀이 부족한가, 그렇다고 기술이 부족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제대로 된 휴식시간도 누리지 못하면서 구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이 부족해서입니다.”

“그렇지. 우리가 부족한 것은 항상 사람이야. 천여명이나 되는 초짜들을 먹이고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공충도가 지금 7년여만에 조선 제일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인재가 쌓였기 때문이라네.”

“그...인재만으로 그만큼이나 발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오이까?”

“보지 못했으면 나도 믿지 못했을 것이나,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허나 그들 중 태반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선비들이었고, 학문을 배우고 가르침에 있어 이골이 난 자들이기에 새로운 학문도 빠르게 익힐 수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물론 그러한 점도 없지 않으나, 한낱 농사꾼이나 백정, 기생이라고 하더라도 먹고 사는 일이 바빠 배울 시간이 없어 그런 것이지, 막상 가르치면 잘 따르고 깨달음을 얻어 성과를 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우리 같은 글쟁이들이야 일이 곧 공부이니 수만여 자에 달하는 한자를 외우고 수십만 줄의 경전을 읽어 머릿속에 넣어 두지만, 동트기 전에 일어나 해지기 전까지 일만 해야 하는 자들이 그럴 시간이 되겠는가?

그런데 말이지, 사영은 그들에게 일을 시키기에 앞서 해야 하는 일의 개요와 내용, 그리고 그것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및 도구를 쓰는 법을 숙지시키고, 글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최소한 정음을 배우게 하거나 양이들의 언어를 가르친 후에야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네.


정음은 28자만 외우면 조합하여 쓸 수 있고, 양이들의 말도 26자로 끝나니 밥줄이 달린 일이 되자 까막눈들도 부지런히 배우기를 청하면 채 두어 달이면 읽고 쓰는게 가능해지더구먼.


실무와 기술에 관해서라면 책상물림하는 선비들보다도 나은 자들이 수두룩해진 것이 공충도 마량진 일대의 일이니, 자네도 일에 치일 것 같으면 저들 중 싹수 괜찮은 자들을 얼른 골라다 가르치는 것이 앞으로 편하게 지내는 방법일 것이야.”


“그렇군요.. 한번 가르쳐보겠습니다.”


한편, 그렇게 남녀노소로 분류된 자들은 누가 봐도 급히 만든 것 같은, 천과 쇠파이프로 대충 모양만 만든 건물로 들어갔다.


“자자, 여기다 다들 옷 벗어놓고 들어간다.”

“옷을 벗으라굽쇼?”

“그럼 옷을 벗어야 씻을 것 아니냐. 지금 입고 있는 옷보다 더 깨끗하고 좋은 옷을 지급해 줄 터이니 다들 벗고 들어간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옷을 다 벗고 씻는 경우는 드물었고, 머리를 감는 것조차 자주 하는 일이 아니었다. 끽해야 삼짇날(음력 3월3일), 단오(음력 5월 5일), 유두(음력 6월 15일)정도에나 몸 전체를 씻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도 비누따위는 없었으니 물로만 씻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아, 이것은 비누라는 것이다. 물로 온 몸을 한번 헹구고, 이 비누라는 것으로 전신을 꼼꼼히 거품을 내서 문지르되 특히 겨드랑이, 엉덩이, 사타구니 등등 통풍이 잘 안되는 부위는 더 확실하게 문질러 씻도록.”


“귀, 목 뒤, 등도 확실하게 씻고, 손이 닿지 않는 경우 서로 씻겨주도록 하라.”


자연스럽게 반발이 일어났으나, 이미 훌륭한 대화수단인 산탄총을 든 교관이 비누를 나눠주고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에 밀어넣자, 그들도 일단 씻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사람 몸에서 나오는 물 색깔이 맞냐...”

“지는. 화전 부쳐먹다가 마량진 처음 갔을 때 생각 안나냐.”

“...하긴 나도 씻고 다니니까 안 씻은 몸에서 나는 지린내와 구린내가 섞여서 썩은 듯한 그 냄새를 알겠더라고.”


그렇게 씻고 나온 자들의 앞에 면으로 된 속옷 세 벌씩과 겉옷 두 벌씩이 지급되었고, 신발 또한 짚으로 만든 것과 고무로 된 것 한짝씩 지급되었다.


“이게 머선 일이고?”


뿐만 아니었다.


“에, 지금 시설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관계로 여러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교육과 작업을 병행하면서 지내게 해야 할 것 같다. 여러분이 살 곳을 짓는 것이니까 성심성의껏 응해주기 바란다.


하루 세 끼 식사가 지급될 것이고, 교육은 전원 필수로 참여해야 한다. 작업은 원하는 자들만 참여하면 되며, 일정액의 쌀이나 돈이 지급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임시 숙소에서 지내도록.”


그러는데 그 임시 숙소라는 것도 움집이나 토굴과는 다른, 아까 씻던 곳과 비슷하게 생긴 철제 기둥에 방수천을 두른 것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양호한 것이었다. 게다가 면으로 겉을 만들고 속에 솜을 채운 요와 이불이 1인당 하나씩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런 것을 언제 다 준비해두었대?”

“이것을 만든 사영이라는 자가 어마어마한 부자라더니...”


그렇게 천여명이 씻고 자고 할 만한 물자의 지급은 공충도 마량진에 있는 공장과 영국 해군이 치장물자로 준비해 두었던 것을 돌려 급히 불을 끌 수 있었고, 식량 또한 전투식량과 항해용 보존식 위주로 지급하여 일단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이제 추가 물자를 조달해야겠군요.”

“언제까지나 보존식만 먹일 수는 없으니 시장에서 대량으로 사들입시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면직물이야 영국을 통해 사 오는 것이 가격도 싸고 질도 좋았으며 워낙 대량으로 떼올 수 있었기에 문제가 아니었는데...


“시장에서 식량을 조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바로 앞이 마포인데 시장에서 식량 조달이 힘들다니요?”

“쌀도 채소도 대량으로 사들이려 하니 처음에는 반색하던 상인들이...”

“...물에 불린 쌀을 팔려고 시도하고, 그나마도 모래가 잔뜩 섞인 것들을 납품하려 했습니다.”

“자기네들이 납품할때는 정상품이었다면서 반품이나 항의도 받지 않고 기세가 등등합니다.”

“가격도 엄청 올려치고있습니다.”

“천것들이 먹을 것인데 뭐 그리 따지냐고, 좋은게 좋은 것 아니냐는 개새끼들도 있었습니다.”

“이게 한두명이면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다 그러는 것을 보면, 뒷배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이것들이 지금 누구를 상대로 상업에서 장난질을 치려는겐지...”


“아무래도 그분께 연락을 한번 넣어야 할 듯 합니다.”

“누구요?”

“허씨 성을 쓰는 양반이면서 상인 출신 선비가 하나 있는데, 그 분이 장사에 그렇게 박식합니다.”

“얼른 연통을 넣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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