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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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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1.04.11 02:1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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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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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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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3화-파라벨럼

DUMMY

윙윙윙윙윙윙윙... 백색소음이 들려왔다...


“···.여기는.”


“일어났어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직접 옆에서 듣고싶었던 목소리.


그래··· 이 목소리는. 피리였다.


과연 고개를 돌려보니, 그 얼굴이 보였다. 이무기는 기억속에서 붉은 까마귀, 리라가 직접 붙인 그 이름을 언급했다.


“피리··· 인가?”

일러스트4.png

피리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열정적으로 흔들면서 긍정했다. 그리고는 수줍은 몸짓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네, 피리랍니다. 그···”


아무래도 어떻게 불러야하는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이무기는 한 생각을 떠올렸다. 설마, 오빠라고 부르기 힘든 것일까. 아무래도 가족이라는 것은 피리도 깨달은 듯 했으나, 몸이 마음을 못 따라가는 것일지 몰랐다.


“일단 이무기라고 불러줘. 갑자기··· 오빠라고 부를 수도 없잖아. 그치?”


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리의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 그 얼굴에 드러났다. 이무기 스스로 거울로 봤었던 그 표정과는 꽤 달랐다.


“···역시, 남매인데 그렇게 닮지는 않았네.”


“저도, 그 생각했어요. 그나마 생각하는 것은 같네요!!! 역시 남매라 그런 걸까요!?”


“하하! 외모가 다른 건, 나쁜 녀석들이 너 외모를 마음대로 만졌거든··· 사고방식정도는 닮을 수도 있지. 그래서··· 젠장, 그 쓰레기 자식들. 찢어 죽일 놈들...”


“그래도, 저는 괜찮아요.”


“어째서? 나는 그 나쁜 녀석의 마음대로 너의 인생이 놀아나서 너무···”


“어떤 시작이였든, 지금이 이게 저니까요. 이 얼굴, 이 손발, 이 두 눈이요.”


“그런가··· 씩씩하네.”


이무기가 몸에 힘을 주었다. 몸은 의료용 나노머신 덕분에 상처가 잘 아물고 회복된 것 같았다.


“상처는 붙은 거 같은데.”


“아까 의사 한명이 왔다 같어요. 가슴의 그 심장은··· 안 됐어요.”


“망가진 심장은 못 고치지. 아예 통째로 바꾸는게 아니면말이야. 그게 의술의 한계니까.”


“그 조그만 심장은 하나당 보통 사람의 0.8배 정도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면서, 이제 한 개 남은 만큼 심폐 기능이 크게 떨어졌음을 유의하래요. 평소와 감각과 심폐지구력이 다를테니까, 격한 운동은 하지 말고···”


“붉은 까마귀··· 리라씨가 신경을 써주셨나보군.”


“네··· 여기도 리라의 방이에요.”


“여기가?”


이무기는 방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무미건조한 회색의 가구들과 벽지, 그리고 총과 무기들로 가득차있었다. 유일하게 평범해보인달까··· 일반인 다운 구석은 자동차의 포스터뿐이였다.


“여자다운 방은··· 애초에 평범한 인간의 방은 아니네.”


“여기, 물이요. 자.”


“아하. 고마워.”


피리는 작은 선반 위에 올려진 물컵을 그에게 넘겼다. 이무기는 사양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서 들이켰다.


벌컥, 벌컥. 자고나서 큰 갈증에 시달렸던 그는 물을 원샷으로 들이마셨다.


“캬하!”


갈증을 해결한 이무기가 기분좋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다운 방이 아니라서 미안하군. 이무기? 요원?”


“크흡···!? 크허헉!?!?”


하마터면 위와 식도에서 물이 역류할뻔했다. 이무기는 급하게 물컵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보았다.


“잘잤나? 이무기?”


“리라···씨.”


“리라라고 불러.”


“아무래도, 도망가지 않은 것을 보니, 제 마음이 받아들여진 것 같지는 않네요.”


"그건... 유감이야."


이무기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직 그들의 본거지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이 낮임을 알리는 빛이였다.


“이 깊은 동네에 어떻게 태양 빛이?”


“거울을 이용해서 끌어왔지. 반사를 이용해서 끊었다가 끌어왔다가 할 수 있고, 굴절을 이용해서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지.”


“영리하군요.”


“비타민 D가 들어있는 영양제를 챙겨먹기 귀찮아서 말이야.”


“하하하.”


“그리고 발전에도 이용한다? 태양열 발전에 쓰는거지.”


“그거 참··· 좋네요. 그 태양빛을 끌어오는 시공이 정부로부터 금지된 불법인 것만 빼면요.”


“불법을 두려워해서 인공 태양광을 쬐는 것보다 훨씬 좋지.”


붉은 까마귀가 화제를 전환했다.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말했다.


“...하루지났어. 너가 드러누운 이후로.”


“······아직 마을이나 민병대는 멀쩡하군요. 녀석들이 그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닌 건가...?”


“아직은... 일지도. 어쨌든 녀석들은 쳐들어오지않았지.”


“하지만 시간 문제입니다.”


“...인정할게. 나도 그렇게는 생각해··· 하지만.”


그녀가 단언했다.


“우리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


하지만 아직도 이무기도 호락호락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녀석들은··· 영국 정부의 지시 하에 있는 특수부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싸움에 있어서 당신만큼은 1류일지 몰라도, 당신의 민병대들은 해봤자 2류에요. 혼자서는 군대에 못 당합니다!”


“······개인적 능력차이는, 전술적인 해결책으로 메꿀 수 있어. 우리의 성은 그런 목적으로 있는 거니까.”


“그것은 저쪽이 서울 시민들과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볼 때 이야기지요. 중세 유럽에 대포가 주류가 됨에 따라서 피격 면적이 높은 높은 성벽은 사라졌어요. 적이 마음먹는다면, 성벽이 되려 적의 포격에 무너져 우리쪽을 덮칠 겁니다.”


“······피리를 노리는데 녀석들인데, 그렇게까지 할까?”


“A급 인력인 특수부대를 대거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도박을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주변의 수많은 시민들에게 너무 눈에 띌텐데.”


“알지 않습니까! 서울은 지금 전쟁 중입니다! 통일 한반도 대한민국이 서울 민주주의 공화국을 점령하기 위해서 군사를 일으켰단 말입니다! 전쟁 중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마을 하나가 사라지더라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요!? 당신이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영국이 뭐 사정봐주면서 공격할거 같습니까? 영국이 뭐 사정봐가면서 누구 공격한 적이 있습니까?”


“크윽.”


“영국이 공격하지 않은 나라를 찾는게 공격한 나라를 찾는 것보다 더 빠릅니다! 시간은 지났지만, 민주주의적으로 수준높은 국가가 되었다고 할 지라도, 그게 그 영국이 바로 지금 영국입니다! 전 세계를 약탈한 대영제국이라고요!”


“······”


“세계 3차 대전에서 미국이랑 중국이 전쟁할 때 사정봐가면서 싸웠습니까? 서로 먼저 파멸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싸운 결과가 지금 이 세계입니다!”


이무기가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통일 한반도 대한민국이 서울을 공격하는 명분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강우진 군사 정권이 행한 비인도적 범죄를 막기 위해서랍니다! 한민족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이것은 누가봐도 영국이 뒤에서 움직인 겁니다! UPK는 통일의 기회를 잡은거고, 일본을 견제하고 싶은 미국과 중국도 만족하겠지요!”


이무기가 손을 달달 떨었다.


“이른바, 모두의 윈윈이라는 것이겠죠! 서울이랑 일본빼고 모두 만족하는! 일본은 알바 아니지만, 스스로 민주화를 이루려고 했던 서울 시민들의 의지는 완전히 무시되었어!”


리라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는 것은 UPK군이 쳐들어올때겠군.”


이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전까지 안전한 곳으로 도망을···”


“어디로 가는데.”


“서울 어느 벙커라도.”


“하지만 여기를 떠나려고 하는 순간 덮쳐오면? UPK군의 공격에 섞이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방비를 뚫기는 어려워서 가만히 있는 것이라면? 이러면 제발로 피리를 갖다 바치는 꼴이잖아.”


그녀의 말도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


“밖에 녀석들이 진을 치고 있지 않다는 보장은 있나? 없겠지.”


그래, 물론 합당한 질문이긴 했다. 이무기가 자신의 한 심장까지 걸었지만, 그녀는 여기서 적을 맞받아 치겠다는 그녀의 계획은 바꾸지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그 심장과 맞바꿔서 그녀의 강한 믿음은 얻은 듯 했다.


“하지만··· 이제 녀석들이 쳐들어온다는 너의 말은 믿어. 그래서 준비하고 있지.”


이무기가 물었다.


“뭐를?”


리라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전쟁을!"


"......"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파라벨럼?”


“시 비스 파쳄.”


리라가 손을 내밀었다.


“함께하겠나?”


이무기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물론이지. 피리를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온거야. 이 심장 하나를 바친거야. 나머지 심장도 바치겠다.”


“어서와라, 환영하지. 동포. 심장에 관한 건은···”


“상관없어. 신경쓰지마.”


“내가 인공심장 비용은 언젠가 대지. 살아남는다면.”


“리라, 불안한 소리하지 마요. 둘다 살아남을거니까요. 저는 당연히 자이로드롭 타봐야하니까 살아남을꺼구요.”


“그래, 그래. 알았다.”


피라가 그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의 시선에 피리는 정말 아름답고,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두 사람도 웃음을 보였다.


그들이 마주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 왔다.”


저 멀리서 익숙한 차량들이 들어왔다. LSD와 909 특임대였다.


“이무기씨···”


LSD가 그를 노려봤다. 이무기는 머리를 살짝 긁었다. 그녀를 볼 면목이 별로 없기는 했다.


“잘 해결되서 망정이지··· 정말 죽은줄 알았다니까요?”


“미안해.”


LSD가 눈을 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슬며시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동생을 만나서.”


“죽어도 여한은 없어.”


“정말로요?”


“뻥이야.”


“기분이 꽤 좋나봐요? 농담도 다 하고.”


“···그렇지.”


그리고 LSD는 이무기의 옆에 있는 피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나도 이런 동생 있었으면!”


피리는 쑥스러운듯 고개를 피했다. 하지만 감사의 인사는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어유, 이쁘다! 인성도 바른 아이네! 이무기, 좋은 동생이 생긴 기분이 어때요!?”


피리는 너무나도 부끄러운듯, 어디론가 달려가서 숨었다. 이무기는 LSD에게 한 마디 했다.


“그쯤해둬, 사람 상대하는게 익숙치 않을 테니까. 나랑도 아직 그렇게 가깝지는 않고.”


“뭐, 이제부터 가까워지면 되는거죠. 그렇지? 피리양?”


피리는 LSD의 눈을 마주치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LSD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는, 한번 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갑습니다. 붉은 까마귀. 저는 이무기 요원의 조수, 코드 네임으로 LSD라고 합니다.”


“아, 편하게 리라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반갑습니다. 협력해주신다니, 감사할 다름입니다.”


“리라··· 그 이름, 까마귀씨의 진명인가요?”


“...그쪽의 데이터베이스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일 아닙니까.”


“뭐... 누구와는 다르게, 저는 남의 뒤를 캐고 다니는 요원이 아니라서.”


“흠, 찾아보면 죽은 사람으로 나올겁니다. 그런 사정이라서. 마음대로 뒤져보시죠.”


“으음··· 뭐, 상관없으니까 신경 끄도록 하죠.”


“오히려 신경쓰지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군요. 이쪽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저희도 그쪽에 관심을 가져야 하니...?”


"거참...!"


파지지지지지직...!!!


두 사람의 시선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기묘한 기싸움은 계속되었다. 역시 리라도 이무기 이외의 사람을 끌어들이는게 그렇게 내키지는 않은 모양이였다.


하지만 영국 특수부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이상, 전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이것은 이무기가 강력하게 주장한 내용이여서, 리라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서울과 UPK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이야말로.”


두 사람이 또다시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이번에는 서로 꽤나 힘을 주고 흔들었다. 물론 당연히 리라쪽이 힘으로 압도했다. 평범한 인간인 그 자체 LSD는 리라의 괴력에 손이 압착되었다.


“끄···”


LSD는 최대한 참았으나 약간의 비명이 세어나왔다. 그제서야 리라가 그 손을 놨다.


“후후.”


리라가 피식 웃었다. LSD의 이마에 균열이 일었다. 극한의 인내력으로 가슴속에서 무언가 터져나오던 LSD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소리 없는 아우성과 함께, 웃으면서 손을 털었다···


“······”


그 모든 광경을 보고있었던 이무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저기.... 저는 909 특임대의··· 대장...”


909 특임대의 대장이 LSD와 리라, 두 사람 사이의 폭풍치는 공간 근처에서 쭈볐거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리라에게 인사를 건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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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맹세하다 21.04.11 1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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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적나라한 논쟁 21.04.11 11 1 13쪽
» 43화-파라벨럼 21.04.11 10 1 13쪽
43 42화-심장을 바치다 21.04.11 12 1 17쪽
42 41화-마음의 벽 21.04.11 12 1 15쪽
41 40화-이무기와 까마귀의 조우 21.04.11 11 1 13쪽
40 39화-까마귀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21.04.11 31 1 14쪽
39 38화-추적 개시 21.04.11 10 1 14쪽
38 37화-샘플 회수 21.04.11 11 1 13쪽
37 36화-둥지 탐험 21.04.11 9 1 13쪽
36 35화-까마귀 둥지에서 밥을 21.04.11 8 1 12쪽
35 34화-비는 피를 쓸어내려 21.04.11 10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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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부산 녹림대, 2100년. NCS 회의실 21.04.11 10 1 16쪽
32 31화-모든 일의 전말 21.04.11 10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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