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5,454
추천수 :
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07.01 00:04
조회
758
추천
12
글자
12쪽

던전 '고블린의 둥지'(2)

DUMMY

*** 던전 '고블린의 둥지'(2) ***


퍽! 퍽! 퍽! 퍽!

청년은 '오늘도' 괴물들의 샌드백이 되고 있었다.

빠악!


"큭···!"


괴물의 주먹이 정확히 청년의 턱에 틀어박혔다.

핏물 썩인 침이 입 밖으로 흘러내린다.

입안에 터질 곳은 더이상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있었나 보다.


"크흑!"

"키에엑! 키엑키엑!"


괴물은 오늘도 스트레스를 모두 해소하려는지 청년을 미친 듯이 구타했다.


"키엑! 키엑! 키엑!"


청년이 이 돼지우리에 갇힌 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일주일 전, 머리를 붙들린 체 돼지우리 속에 던져졌을 때부터 청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녀석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하루는 주먹과 발길질로.

또 하루는 단단한 쇠몽둥이로.


"키엑···! 키리릭!"


매일 같이 쉬지 않고 맞는데도 아픔은 가중되기만 할 뿐,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정말 신기한 것은 죽을 만큼 아픈데도 이놈의 몸뚱어리는 얼마나 튼튼한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웬만한 신체라면 이미 맞아 죽었을 정도로 구타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키엑···! 키엑···! 키엑···!"


오늘도 청년은 버텨냈다.

괴물 녀석,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게 이제 돌아가려나 보다.


'역시······.'


괴물이 돌아선다.

녀석이 돼지우리 밖을 나가자 청년은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어냈다.


"퉤···!"


진득한 핏물과 함께 이빨 하나가 빠져나왔다.


"시발······."


오늘로서 벌써 두 개의 이빨이 부서졌다.


'빌어먹을······.'


청년은 퉁퉁 부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띄우며 자신을 내려다봤다.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몸 전체에는 푸르고 붉은 피멍으로 가득 찼고 허벅지와 팔에는 길쭉한 쇠몽둥이 자국이 깊게 배어 있었다.


'후우······.'


보면 볼수록 이가 갈린다.

최초에는 처음 보는 괴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했었다.

녀석들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몸이 심하게 굳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청년은 녀석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졌고 구타를 당할수록 적응해 나갔다.


'녀석들 개개인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청년은 일주일 동안 괴물들의 혼신을 다한 구타를 버텨냈다.

거기에 며칠 전에는 무의식적으로 괴물의 공격을 팔을 들어서 한번 막은 적도 있었다.


'그 감각을 찾아야 해.'


청년이 이곳에 오기 전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청년의 몸에는 어떤 '기억'이 잔존해 있었다.

그 신체와 근육의 기억들이 실제 실시간으로 반응하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가끔 집중력을 유지하다 보면 녀석들의 공격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 현상은 청년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시간이 필요해. 몸은 양쪽 어깨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야······.'


청년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감각이 무뎌지지 않게 조금씩 갈고 닦아야 해. 문제는······.'


문제가 있다면 청년은 개인이고 녀석들은 단체라는 것.

그리고 놈들은 무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들이긴 하지만 청년은 굴하지 않았다.


"끼리리익!"


그때.

청년의 귀에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청년이 신체를 회복하며 혼자만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돼지우리 속으로 청년과 비슷한 생김새의 인간들이 수없이 들어왔다.

이 돼지우리 속 저렇게 많은 인간이 살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얼추 오십은 넘지 않을까.


"키리리릭! 키릭키릭!"


그 선두에서 괴물이 인간들을 인솔하듯 열심히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괴물을 필두로 들어온 그들의 몰골은 청년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신체 곳곳에는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으며 팔과 다리는 비쩍 말라있었다.


"키리릭! 키리릭! 키리리릭!"


청년은 이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먹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간 잡아먹히는 가축 말이다.

청년은 다시 한번 이를 꽉 깨물었다.


'기필코 나는 살아 나리라.'


괴물은 인간들이 돼지우리에 모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곤, 노예들의 대표로 보이는 노인에게 무어라 소리를 지른 후 우리 밖으로 나갔다.

청년은 문득 궁금했다.

저 노인은 녀석들의 말을 알아듣는 건가.

청년은 몇 일 전부터 든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구루스 마룩두. 할라쿠마다. 아슬라라라 막둠. 알라쿠라마루쿠."


노인의 언어를 청년이 알지 못하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청년과 말이 통하는 인간은 애석하게 한 명도 없다.


'시발······.'


조금 외로운 기분이다.

외딴 섬에 홀로 갇힌 것 같은.

왕따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


"크라가루 마리두 악투. 알라샤."


노인의 그 말을 끝으로 돼지우리의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년은 그들 가운데서 뻘쭘하게 누워있었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매일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는 거로 봐선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주변 정리를 하는 것 같다.

청년은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노예들의 행동에선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기계처럼 노인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그들.

끝없이 되풀이되는 악몽 같은 노예 생활.

이들도 이제 지친 것이리라.


"하아······."


청년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저렇게 되는 것일까.





***


식사.

던전 노예들의 식사는 정말 보잘것없다.

더러운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

걸쭉하고 찐득한 국물 속에는 감자와 비슷한 텁텁한 건더기가 들어 있다.

무엇을 넣어서 끓였는지 수프는 짙은 갈색을 띤다.

그 음식은 보기에도.

아니, 먹어봐도 음식물 쓰레기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이 음식은 일용할 양식이었다.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을 수 없는 그런 식사 말이다.


"마그락. 마그락."


청년의 앞에 음식물 쓰레기를 내밀며 떠먹는 시늉을 해주는 이 아주머니는.

돼지우리에서 청년에게 말을 걸어주는 단 하나뿐인 인간이었다.

아주머니는 돼지우리에서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인성을 잃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고맙스니다."


바람세는 발음으로 고개를 숙이는 청년.

서로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분명 전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마그, 마그락."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단어 '마그락'.

아마 먹으라는 뜻이겠지.

청년은 꼬르르륵 울리는 배를 진정시키며 돼지죽을 들었다.


'더럽게 맛없네.'


옆을 돌아보니 아주머니가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청년은 이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왜 이렇게 잘 대해주는지 모른다.

그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이 아주머니의 행동이 고마웠다.

머리카락을 붙잡힌 체 처음 돼지우리에 들어왔을 때,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도와준 것이 그녀였다.

지금까지 그녀는 청년을 보살펴 주고 있었다.


"나르샤데 고크다 지구라쿠 브락. 그락카크 프루디 아마스르우 브락."

"나르샤데? 지구? 아줌마도 빨리 그거 먹어. 어, 그러니깐. 마그락. 마그락."


청년은 처음에 그녀의 호의가 낯설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본 호의.

그 호의는 청년에게 신선한 느낌을 선사했다.

낯설기도 하면서 의지가 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모호한 느낌이었다.

서로 대면한 지는 일주일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청년이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의 눈은 이 암울한 노예 생활에 있어서도 아직 빛을 잃지 않았다.

언젠간 이 노예 생활에서 해방될 거라는 확신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녀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이 아주머니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

청년은 다짐했다.

이곳을 탈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녀를 꼭 챙겨 주기로.


"카르샤끄 너으라 보막. 고크라에두 아두라우 새르가크누."


아주머니가 청년의 옆에 앉아 무어라 계속 말을 걸어온다.

미안하지만,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청년이 습득한 언어와 그녀의 언어에는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처음 듣는 언어를 일주일 만에 파악할 정도로 청년의 두뇌는 비상하지 않았다.


"막크덕 막크덕 머그락."


그녀도 알 것이다.

눈앞의 청년과 소통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래도 계속 말을 거는 걸 보면 분명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리라.

청년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경청하며 돼지죽을 위장 속으로 밀어넣었다.


"······ 개크 자으슥······. 아그······ 언더으도······."

"배그르······."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아니꼬운 시선과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청년이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을 바라보며 인상을 쓰는 몇몇 인간 노예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에는 불만과 경계가 서려있었다.

청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나운 눈초리들.

아마, 청년으로 인해서 식량이 줄어버려서 저러는 것이리라.


"······."


청년은 시선을 다시 돼지죽으로 돌렸다.

저들의 불만과 짜증이 이해가 된다.

자신 같아도 이런 상황에서 식충이가 들어오면 불만을 가질 것이다.

일은 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식충이.

돼지우리에서 청년은 식충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아······."


저들은 분명 청년에게 직접 불만을 제기하고 싶을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소리치며, 돼지죽을 빼앗겠지.

저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청년의 옆에서 말을 걸어주고 있는 아주머니 때문이다.

돼지우리 안에서 일주일간 생활하면서 주변 분위기를 읽은 결과, 아주머니의 인망은 인간 노예 사이에서 두텁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대표 노인을 제외하고 이곳에서 가장 좋은 민심을 얻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인간 노예들의 정신적 지주인 것이다.


"고크 아이루라디 다르샤 보크닥 조르딕크."


이렇게 청년의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바로 이 구역의 권력자란 말이다.

만약 청년에게 그녀가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낮에는 괴물들에게, 밤에는 같은 노예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지 않을까.

안 봐도 비디오다.


"주가쿠 더크르드 보우드 공가 진두시······."


알면 알수록 고마운 아주머니다.

양파같은 매력이랄까.


"고마워요, 아줌마."

"음? 그라두악? 그라시아스?"


청년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그녀에게 전했다.

그런 청년에게 아주머니가 밝게 미소 지어 준다.


"고마우어."


정말 생소한 기분이다.





***



"키엑! 키엑! 키엑! 키엑!"


퍽! 퍽! 퍽! 퍽!

청년은 오늘도 돼지우리에서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는 몸을 웅크린 체 날카로운 눈으로 괴물들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


"키에에에엑! 키엑!"


수웅 - 퍽! 수웅 - 퍽! 수웅 - 퍽!

청년의 귀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맞으면 맞을수록 묘한 일렁거림이 청년의 주위에 일어났다.

청년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붉은 불빛이 잠시 일렁이다 사라졌다.


"키르르륵! 키르르륵!"


퍽! 오른쪽 가슴을 가격하는 작은 주먹이 똑똑히 보인다.

후웅 - 퍽! 종아리 뒤쪽을 향해 날아오는 단단한 쇠몽둥이의 궤도가 눈에 들어온다.

청년은 그 모든 공격을 읽으며 감각을 키워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타를 당할수록.

청년은 조금씩 성장해 갔다.


'얼마 남지 않았어.'


청년의 신체가 회복될 날이 머지않았다.




***


작가의말

선호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4) +2 19.01.07 187 3 26쪽
47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3) +1 18.12.23 188 3 25쪽
46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2) +1 18.11.29 247 4 25쪽
45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1) 18.11.22 227 5 24쪽
44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2) +1 18.11.19 256 4 24쪽
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9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74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71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72 6 14쪽
39 꿩 먹고 알 먹고(3) +1 18.10.21 272 7 18쪽
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84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8 10 21쪽
36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5) 18.08.11 414 10 18쪽
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50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25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8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4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81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72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4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7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4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5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52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80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81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81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61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81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30 1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