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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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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글자수 :
34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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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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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식민지(3)

DUMMY

*** 식민지(3) ***


증표는 너희에게 무기이자, 족쇄이니.

결코 약속을 저버리지 말지어다.

약속을 저버린 즉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묶일 것이요 마저 지키고 인내하라.

···

해가 뜰 때에 하나의 날개를 가진 왕이 나타나 네 족쇄를 거둘 것이오 네게 주어진 저주를 풀으매.

이는 너희에게 복이요 곧 구원이로다.

그때에 왕이 네게 물으리니 나를 보는 이유가 무엇이냐 이르리라.

이는 곧 약속의 때가 도래했음이라.

- 예언서 발췌(ㄴ. 4 ? 16)







***


습하고 어두운 동굴.

그곳에서 기사단장 베론은 무릎 꿇은 상태로 인간의 탈을 쓴 기백 명의 마인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기사단을 노려보는 마인들에 의해 베론은 죽음을 직감했다.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던전에 진입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

이 던전은 C급인 베론과 수호기사단에게 있어 고작 D급 던전에 불과했다.

조잡한 함정과 미로 같은 통로는 그들의 발걸음을 막아내지 못했고 던전의 어둠은 그들의 눈을 가리지 못했다.

이곳은 여느 D급 던전과 다를 바 없는 아주 쉬운 던전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자신은 무릎을 꿇고 있단 말인가.

어째서 수호기사단은 피를 흩뿌리며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인가.

베론은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믿지 못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고작 D급 던전에서 던전의 주인도 만나지 못하고 졸개들에게 무릎을 꿇다니.

베론은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베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자신은 절대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서는 안 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은 절대 고대의 계약을 저버려선 안 된단 말이다!

약속된 자가 나타날 그 날까지 베론은 죽어서도 패배해서도 안 되었다.

안 그래도 계약을 이행할 가문이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지금···, 베론이 죽는다면 고대의 계약에 따라 죽은 선조든 살아있는 후손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저주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 저주는 그들을 살지도 죽지도 못한 존재로 만들어 영원히 고통받게 만들 것이다.

저주받은 존재가 어떻게 되는지 너무나 잘 아는 베론으로선 이곳에서 죽을 순 없었다.

이 ‘약속의 증표’를 아들에게 넘길 때까지.

버티고 버티고 계속 버텨 목숨을 부지해야 된다.

하지만, 베론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그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단두대는 점점 가까워지기만 한다.


“어째서 ‘이레귤러’가 실리아에 나타났단 말이냐···. 정말 원통하구나···.”


베론은 분함과 절망이 뒤섞인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앞엔 앙상한 뼈로 이루어진 외팔의 해골이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감정 따윈 전혀 읽을 수 없는 뼈로 된 얼굴.

그 형상은 다시 봐도 최상급 언데드 중 하나인 데스나이트가 아니라 일개 해골병사였다.


-까득.


이갈리는 소리가 베론의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동시에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베론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고작 해골병사에게!’


고작 해골병사에게 졌다는 사실이 너무 분했다.

고작 해골병사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자 베론은 화가 났다.

천 년 동안 지켜져 온 약속이다.

그 약속이 자신의 대에서 끊길 수도 있다는 현실에 베론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절대 안 돼!’


해골병사의 강함을 몸소 체험했음에도 베론은 해골병사가 강하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했다.

E급을 떠나, F급 각성자도 눈감고 죽일 수 있는 마인이 바로 해골병사 아닌가.

그런 해골병사에게, 그것도 한쪽 팔이 없는 해골병사에게 손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배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요, 일어나선 안 될 현실이었다.

베론은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을 달랬다.

자신이 해골병사 따위에게 질 리가 없다고.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 순간.

검지에 있던 ‘약속의 증표’가 검게 물들더니 베론의 표정이 반전되었다.

평소의 기사단장 베론에게선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이 그의 표면에 나타났다.


‘꿈이었어··· 이건 환상이었어···!’


지능이 떨어진 듯, 베론은 끊임없이 현실을 부정했고 암시했다.

이 모든 것은 던전의 악마 놈이 만들어낸 기만이며 속임수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이 된다.

C급 각성자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 자신이 해골병사 따위에게 패배한다?

이건 소드마스터가 최하급 고블린에게 치명상을 당해 죽기 직전이라는 말과 진배없는 이야기였다.


‘맞아! 이건 환술이다. C급 각성자인 내가 해골병사따위에게 질 리가 없어!’


눈앞의 해골병사는 환술사가 만들어낸 허상이며 환술이다.

저것은 실체가 아니라고 베론은 ‘확신’했다.

이는 악마의 던전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지만, 눈이 검게 물든 베론은 사고의 끈을 끊어버렸다.

검지에서 시작된 검은 기운이 베론의 몸을 한 번 훑었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베론은 힘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기운이면 환상을 깨트리다 못 해 주변의 마인들 마저 모두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흡···!”


베론은 지체하지 않았다.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해골병사를 들이받았다.

순간적으로 증가한 그의 근력은 해골병사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고, 몸을 추스를 시간을 벌었다.

가문의 역사상 가장 강한 인물이라고 자신하는 베론이다.

이전에는 환상에 속아 해골병사 따위에게 지긴 했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다.


‘바르티온!’


베론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애검 바르티온을 잽싸게 회수했다.

유니크 등급에 버금가는, 날카로운 예기를 가진 장검.

베론은 심플한 디자인의 장검 바르티온을 들자마자 환상을 찢어발기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검을 회수하고 휘두르는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속도며 힘이며 베론의 신체 능력은 모두 한 단계씩 상승했다.

이 정도면 중급 악마와도 일대일로 비벼볼 만 하다.


‘끝이다!’


베론은 일격필살의 마음으로 있는 힘껏 바르티온을 휘둘렀다.

이어서 울리는 마찰음.

깡.


“아니!?”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공격이 너무나도 쉽게 막혔다.

바르티온을 막아낸 거대한 대검이 베론의 시야를 한가득 매워 버렸다.

안타깝게도 환상이라고 생각한 해골병사는 버프 받은 그보다 훨씬 강했다.


“이제 좀 봐줄 만 하군.”


해골병사의 입이 달그락거린다.









***


라온의 예상대로 수호기사단의 무력화에는 금방 이루어졌다.


[띠링!]

[‘공포의 악마’ 라온이 ‘식민지 시스템’ 가동 조건을 모두 충족하였습니다.]

[제 6 행성 에리아스의 도시 실리아에 대한 식민지화를 시작합니다.]

[0%···]

[2%···]

[4%···]

[10%···]

[띠링!]

[미리 식민지 게이트를 설치할 장소를 선택해주세요.]


청량한 알림음과 함께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한 홀로그램 덕분에 라온은 경비대장 아이론과 스승 메돈이 무사히 적을 격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역시 결과가 나타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큰 짐을 덜은 라온은 천천히 메시지를 읽어 나갔다.


“식민지 게이트를 설치해?”


라온이 아는 게이트라곤 차원 게이트가 끝이었다,

그랬는데 홀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게이트가 나타났다.

던전코어가 말하는 식민지는 단순히 땅에 깃발을 꽂는 게 아니었나 보다.

그렇다면 식민지화란 무엇일까.

점령한 도시를 ‘던전화’시키는 것일까?

라온은 식민지 게이트에 대한 메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식민지 게이트]

- 악마가 소유한 던전과 식민지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이트다.

마계와 던전이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원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이는 던전에 소속된 인물로 한정되며 던전에 소속되지 않은 인물은 게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단, 식민지가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던전 외의 인물들도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식민지가 유지되는 한 게이트도 영구히 유지된다.

----------


코어의 설명대로 던전과 도시 간의 왕래가 자유로워진다면, 이는 라온의 운신의 폭이 대폭 향상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중간계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차원 게이트는 발생과 동시에 임의의 행성 그리고 임의의 지역에 게이트가 생성된다.

반면, 식민지 게이트는 라온이 선택한 식민지에 고정으로 영구히 생성된다는 것 같다.

게이트를 천사의 하수인들에게 노출되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말이란 말인가.


“이거 대박이잖아···?”


이렇게 되면 블랙마켓을 치고 빠진다는 계획을 또다시 수정할 수밖에 없다.

블랙마켓을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실리아를 거점으로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말이다.

도시 실리아를 거점으로 이미 형성돼있는 블랙마켓을 점령하고 직접 운영할 수만 있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는 것도 꿈은 아니다.

아니, 자금뿐이겠는가.

블랙마켓의 인력과 마켓에 모여드는 상등급의 아티펙트 그리고 다양한 정보까지 수많은 부가적인 수입도 따라온다.

식민지는 라온에게 있어 선물 그 자체였다.

라온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간다.


‘흐흐흐···. 행운이 따르네. 던전 ‘침략전’만 조심하면 되겠어.’


식민지 게이트는 차원 게이트와는 달리 던전과 마계가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원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이트다.

던전이 마계와 격리되지 않음으로써 라온은 항상 던전 ‘침략전’을 신경 써야만 한다.

식민지에만 주의를 기울일 순 없다는 소리다.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라온은 잠시 이에 대해 고민을 이었고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뭐, 문제는 없네. 나는 던전에 상주하고 식민지를 관리할 인간 한 명을 선별하면 되겠어.’


도시를 관리할 인간을 직접 선별하고 세뇌할 수 있는 라온으로선 이는 핸디캡조차 되지 못했다.

라온에겐 이미 도시를 관리할 카리얀과 안드로스라는 듬직한 인간 부하가 있지 않은가.


‘녀석들이 자의식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음, 세뇌하지 않아도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놈이 도시에 한 명 정도는 있겠지.’


똑 부러지는 인간 한 명을 잡아서 그에게 카리얀과 안드로스에 대한 명령권을 쥐여주고 도시를 관리하게 만들면 문제없을 것 같다.

라온은 그저 던전에 앉아 큰 틀을 잡아주고 적당히 지시만 내리면 된다.


‘어디 똘똘한 인간 없으려나? 흐흐흐!’


라온은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이어갔다.

라온의 만면에 미소가 번진다.


[띠링!]

[로드, 식민지 게이트를 설치할 장소를 선택해주세요.]


때마침 던전코어가 재촉해 온다.

라온은 생각을 정리하고 저택을 한번 둘러보았다.


‘어디에 설치하면 좋을까?’


실리아의 중심에 위치한 저택은 예상 이상으로 적의 침입에 대한 방비가 잘되어 있었다.

아마, 켈트라 자작이 못된 짓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그에 비례하여 방벽이 높아진 듯싶다.

카리얀 없이 라온 혼자서 저 방벽을 넘어야 했다면, 조금 고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영주의 저택은 높고 튼튼했다.

게이트를 도시 내에 설치해야 한다면 무조건 저택 내부에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라온은 눈을 돌려 게이트를 설치할 장소를 물색했다.


‘집무실은 인간들이 자주 드나들어서 안 되고···. 음, 역시 영주놈 침실이 좋으려나?’


저택 최상층 그리고 가장 안쪽에 위치한 침실.

굳이 인간들에게 악마의 던전을 보여줄 이유는 없기 때문에, 가릴 수 있으면 최대한 가리는 게 좋다.

침실쯤이면 인간들의 왕래도 없으니 게이트를 숨기기 안성맞춤이다.

라온은 곧장 카리얀과 안드로스를 이끌고 영주의 침실로 향했다.


“음?”


침실에 도착했을 때, 라온은 침실 안에서 사건이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산산조각난 거대한 문과 가늘게 피어있는 마력의 잔향.

그리고 진하게 배어 있는 피 냄새까지.

침실 안에 들어선 라온은 내부를 확인하고 대충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예상했다.

아이들을 찾으러 간다는 박찰선과 그 박찰선이 끌어안고 있는 작은 아이, 그리고 그 아래에서 머리가 터져 죽은 켈트라 자작을 보면 답은 쉽게 도출된다.


“스읍···.”


라온은 그 모든 상황을 관조하며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머리 위로 두 개의 뿔을 내놓은 라온이 입맛을 다시자 방안에 퍼져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박찰선까지 순간 긴장해버린다.

박찰선이 깜짝 놀란 얼굴로 입을 달싹이는 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라온은 그런 그들을 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입술이 축축해지고 잔뜩 고인 침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쩝쩝······.”


물론, 아이들을 잡아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켈트라 자작의 이해 못할 성행위에 대해 고찰하는 것도 아니었고.

라온은 그저 방안에 퍼져있는 공포가 너무 달콤했다.

죽은 아이들에게 남아 있는 공포와 살아서 떨고 있는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공포는 정말 맛있었다.

식민지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을 만큼 맛있었다.

라온은 계속해서 쩝쩝 입맛을 다시며 공포를 만끽했다.

자신이 악마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흐응.”


그렇게 라온이 한참 입술을 핥고 있을 때, 박찰선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섰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지 아이를 뒤로 숨긴다.

그의 다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다.


“라··· 라온님···? 라온님이 어··· 어떻게 이곳에 계십니까? 그··· 라온님이 저택을 이 지경··· 헙!”


자기 혼자 말하다 자기 혼자 입을 막고 하얗게 질려버린다.

라온은 그런 박찰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줬다.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호등처럼 그의 혈색이 변한다.

켈트라 자작의 머리를 터트린 주제에 간은 콩알만 하다.

라온은 그런 박찰선을 내버려 두고 침실 내부를 거닐었다.

박찰선과 주저리주저리 대화할 생각은 없다.

공포를 충분히 맛본 라온은 손짓으로 카리얀과 안드로스를 시켜 박찰선과 아이들을 방 밖으로 쫓아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조금 진정이 된 라온은 침실에 입실한 목적을 상기했다.

그리고 곧장 게이트 설치를 시작했다.


“코어, 이곳에 게이트를 설치할게.”

[식민지 게이트 위치를 선정하였습니다.]

[띠링! 도시 실리아에 대한 식민지화를 완료했습니다.]

[게이트를 생성합니다.]


라온이 위치를 선정하자마자 식민지화가 끝났는지 코어가 게이트를 생성해 낸다.

마신의 권능으로 시스템상의 식민지화란 것일까.

도시의 겉모습은 딱히 변한 게 없다.

다만, 무수한 경고음과 함께 수많은 메시지가 떠오른다.


[띠링!]

[제 6 행성 에리아스의 도시 실리아가 공포의 악마 라온의 지배 아래 들어왔습니다.]

[띠링!]

[식민지의 경우, 천사에게 통보되지 않습니다.]

[다만, ‘특별한’ 천사의 하수인이 도시 실리아에 방문할 경우 도시가 악마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천사의 하수인이 식민지를 감지한다면 그 순간 헤아릴 수 없는 천사의 하수인이 던전을 공격할 것입니다.]

[식민지가 천사의 하수인에게 점령당할 경우, 당신의 던전 또한 공격받게 될지 모릅니다.]

[항상 주의하고 식민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십시오.]

[모쪼록 건투를 빕니다, 마이 로드.]

[식민지 현황 확인(클릭)]


모든 메시지를 읽은 라온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뭔들 위험하지 않을까.”


라온은 미묘한 미소를 흘리며 눈앞에 생성된 붉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라온의 첫 번째 식민지가 탄생했다.











***


‘지능의 일부가 돌아온’ 베론은 생각했다.


‘데자뷰···?’


무릎 꿇고 있는 자신과 수호기사단을 둘러싼 마인들.

마지막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해골 병사까지.

이와 같은 상황을 이전에 봤던 기억이 베론의 뇌리에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단지, 그때와 다른 것이라곤 양손마저 바닥을 집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중간중간 기억에 공란이 있다.

언뜻 기억나는 장면에는 미친 듯이 악을 쓰며 해골병사에게 달려드는 자신이 있었다.

검을 들었을 때에는 항상 침착하라고 가르치던 자신이 어째서 저렇게 흥분하고 미친 개새끼마냥 달려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그것을 떠나 힘과 속력에서 자신이 월등히 앞섰는데 어째서 공격은 해골병사에게 닿지 못한 걸까.

베론은 기억을 유영할수록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끝났다···.’


자신이 왜 그렇게 날뛰었는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고 그저 적의 칼날이 목을 비켜나길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저 ‘괴물’에게선 벗어날 수 없다.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 약속된 자시여···. 그리고 미안하다, 아들아······.’


베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자신 때문에 함께 저주받을 아들에게 미안했고 약속을 못 지켜 증표를 가지지 못할 약속된 자에게 죄송했다.

그렇게 베론이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

그때, 주변이 갑자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어수선함 사이로 베론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낯선 발소리를 잡아냈다.

그 순간, 소름 돋는 오한이 베론의 전신을 훑었고 동시에 검지의 증표가 요동쳤다.


‘뭐··· 뭐야!’


증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닭살은 또 왜 이렇게 일어나는지.

베론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한기를 떨쳐내며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머지않아, 베론은 낯선 발걸음이 자신의 앞에 멈춰 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갓 성인이 된 듯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공포를 막아? 그게 가능한 거야?”


베론은 분명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음에도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익숙하다고 느꼈다.

왜일까.

베론은 떨리는 약속의 증표에 손을 가져다 대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앞에 있던 해골병사는 어느새 그의 옆으로 빠져 있었다.

베론은 그런 해골병사를 지나쳐 자신에게 다가온 한 청년을 마주했다.

발끝부터 길게 뻗어 나간 다리. 그리고 잘빠진 몸매를 지나 그의 전신을 눈에 담자 베론은 정신을 잃을 뻔했다.

검게 물든 그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와 같았고 검은 머리를 뚫고 나온 두 개의 검은 뿔은 그의 굳건한 의지를 표출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의 옆으로 쭉 뻗은 검고 아름다운 하나의 날개였다.


“날개가··· 하나···?”


베론의 앞에 나타난 그는 두 개의 뿔과 하나의 날개를 가진 악마였다.

던전의 주인, 악마.

베론은 넋이 나간 듯 그 악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에 악마가 베론에게 말한다.


“뭘 꼴아봐?”


그렇게 천 년의 세월이 흘러 고대의 예언이 이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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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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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7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2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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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2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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