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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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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5
추천수 :
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10.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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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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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식민지(2)

DUMMY

*** 식민지(2) ***


“갑자기 무슨 개소리야? 영주 이 자식은 갑자기 왜 죽었어?”

“예? 잘 못 들었습니다?”


곁에 있던 카리얀과 안드로스가 혼잣말에 반응한다.

라온은 애써 그들을 무시한 체 다시 생각을 이었다.

카리얀과 함께 영주의 저택에 들어선 라온은 안드로스를 세뇌시킨 후 곧장 영주를 꿇리기 위해 그의 집무실로 이동했었다.

하지만, 막상 집무실에 도착하니 라온을 반긴 것은 켈트라 자작이 아닌 난장판이 된 방안과 새까맣게 타 있는 인간 한 명뿐이었고 영주는 그곳에 없었다.

이에 카리얀과 안드로스가 영주를 찾으려 했으나 라온은 켈트라 자작을 잡으러 가려는 그들을 막았다.

굳이 그 쓸모없는 녀석을 지금 당장 찾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치 보다 저 스스로 기어 나오겠지.’


알아서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랬었는데······.


“흠···.”


그 영주 자식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렸다.

뭐, 쓸모는 없는 녀석이라 죽어도 상관은 없기는 하다만 그래도 그는 한 나라의 귀족이었다.

능력이 있든 없든 귀족이라는 권위와 직위는 이 나라에서 꽤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 도시의 영주가 죽었으니 왕국에서 조사단이라도 파견하려나?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겠···? 음?’


거기까지 생각한 라온은 한숨을 푹 내쉬곤 고개를 흔들었다.

잠시 고민했으나 앞의 둘을 보니 그 고민이 싹 달아난다.

이 두 사람이 아마 이 나라의 국왕보다 실질적인 권력이 더 클 것이다.

아마 새로운 귀족도 금방 갈아 넣을 수 있겠지.

영주에 대한 생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영주는 라온에게 발톱 때만큼도 중요치 않았으니까.

라온은 눈을 돌려 다시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신기하네.’


던전 코어가 근처에 없음에도 홀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라온은 처음 알았다.

왜 던전 코어가 악마의 심장이라고 불리는지 실감이 난다.

마치 신체의 일부와 같았다.


‘이런 식이라면 던전 코어에 직접 다가가지 않아도 코어의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아마 상위 악마로 승급하거나 조금 더 실험을 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라온은 던전 코어가 알려주는 식민지에 관해 내용을 읽어나갔다.


----------

[식민지]

중간계의 거주지를 악마의 지배 아래 둔다.

아래 조건을 충족할 경우, 마신의 권능 아래 던전 코어를 이용하여 인간의 거주지를 식민지화 시킬 수 있다.


-거주지의 주인을 토벌하라.(완료)

-거주지의 모든 무력단체를 무력화시켜라.(4 / 5)

-거주지에 속한 인간들을 지배하라.(완료)

----------


‘식민지라···.’


마계에는 수많은 악마가 존재한다.

그중 인간들의 차원을 공격하며 식민지를 얻은 악마는 얼마나 있을까.

라온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계의 악마들은 대부분 호전적이며 인간을 맛 좋은 식량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인간을 휘하에 지배하겠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을 것이다.


‘지배를 해봤자 던전의 노예로 부리는 정도?’


그래서 식민지에 관한 정보도 마계 커뮤니티에 없었던 것이리라.

그 누가 성벽을 부수고 불을 지르는 악마들이 인간들의 도시를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라온은 회의적이었다.

충동의 악마 갈릭만 봐도 답은 나온다.

우람한 덩치의 오우거가 인간들의 성에 앉아서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상상만 해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식민지를 얻은 악마들은 마계에 소수로 존재하는 인간 종족이거나 그 유사 종족 그리고 고위급 악마들 정도겠네.’


라온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잡생각을 떨치곤 다시 식민지 조건에 집중했다.

세 가지의 조건.

그 중 두 가지가 완료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영주는 뭐 죽었다고 치고, 세 번째 조건이 완료된 건 역시 카리얀 덕분이겠지?’


도시 실리아는 이미 카리얀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한 지배자를 라온이 지배함으로써 세 번째 조건이 자동으로 충족된 것 같았다.

엘린이 설명해준 인간이란 종족은 자신들이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무지한 생물이라고 한다.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은 분명 이전의 카리얀에게 지배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을 것이고 현재도 자신들이 악마의 지배하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모른 체 평소처럼 살아갈 것이다.

라온은 만족스러워하며 마지막 남은 두 번째 조건을 살폈다.

무력단체를 무력화하라.


“카리얀, 현재 도시에 남은 무력단체는 뭐가 있지?”

“아직 라온님께 충성을 바치지 않은 기사단이 하나 있습니다. C급 각성자 베론이 단장으로 있는 수호기사단입니다. 도시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기사단으로 구성은 모두 E급 이상의 엘리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베론?”

“예. 가문 대대로 기사단을 유지하며 도시를 수호하고 있는 별종입니다. 실력이 뛰어나 제국에 가도 중책을 맡을 수 있을 정도지만 이 변방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던전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도시 실리아에 남아있는 C급 천사의 하수인.

카리얀, 안드로스와 같은 C급 천사의 하수인으로 카리얀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강자라고 한다.

그런 실력자가 왜 이런 나약한 나라의 변방 도시에서 기사단장 노릇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라온은 딱히 관심 없었다.

그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 기사단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들의 현재 위치는?”

“수호기사단은 현재 도시 서쪽에 발생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원정을 떠난 상태입니다.”


라온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안드로스였다.

안드로스는 켈트라 자작에게 보고를 받아 수호기사단이 던전 ‘타천사의 요람’을 공략하기 위해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 던전의 주인이 라온이라는 사실을 직즉에 알았더라면 바로 보고했을 것이다.

라온에게 해가 되는 정보를 절대 숨겨서는 안 된다고 세뇌를 당했기에 정보를 숨길 수 없는 안드로스다.

라온은 안드로스의 보고를 듣고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서쪽? 그거 우리 던전이잖아? 뭐야,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조금 기다리면 되겠다.”


라온은 무려 C급의 천사의 하수인이 던전을 공략하러 출발했다는 사실에도 무덤덤했다.

C급 하수인 정도로는 자신이 없더라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것도 그런 것이 라온의 던전에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경비대장 아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론의 실력만으로는 베론이라는 기사단장을 막아내긴 힘들다.

그럼에도 라온이 이렇게 느긋한 진짜 이유는 그를 지도해주는 스승 메돈이 그의 옆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고작 C급 각성자가 메돈을 이길 수 있을까?


“흐흐흐.”


던전에 대한 걱정은 고이 접어도 될 것 같다.

수호기사단이 괴멸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


던전 ‘타락한 천사들의 요람’ 게이트 앞.


“······.”


수호기사단의 단장 베론은 게이트 앞의 죽은 대지를 보고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원래 푸른 초원이 있어야 할 땅은 이미 시꺼멓게 죽어 있었고 그 위로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 자욱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베론은 이곳에서 수많은 병사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으득···!”


절로 이가 갈린다.

도시를 지켜야 할 병사들이 어디 갔나 했더니···, 도시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병사들이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모두 이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빌어먹을 켈트라···!”


화가 난 베론이 주먹을 꽉 쥐자 그의 손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온다.

너무나 원통한 나머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마저 밀려들어온다.

결국, 베론의 입에서 이 갈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어떻게! 각성하지도 않은 일반 병사들을 이런 사지로 내몰 수 있단 말인가!’


베론은 병사들을 다 죽여놓고도 저택에 앉아 웃고 있을 켈트라 자작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도시의 시민들을 위해, 가문 대대로 이어진 ‘언약’을 지키기 위해 도시 실리아를 수호하고 있는 베론이다.

도시 실리아의 수호신인 베론으로서는 도시민들을 자살시킨 켈트라 자작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후우···.”


하지만, 정치와 선동에 능하지 않은 베론은 늘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켈트라 자작 정도는 이 주먹 한 방이면 저승으로 보낼 수 있지만, 그 무능한 켈트라 자작의 아래에는 뛰어난 집사 자식이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주먹을 휘두를 순 없다.


‘집사··· 그 녀석만 없었더라면 좀 더 나아졌을까···?’


집사는 항상 베론의 앞에 있었다.

베론이 걸으면 녀석은 뛰었고 베론이 뛰면 녀석은 날아다녔다.

집사는 도시의 무지한 시민들을 선동할 줄 알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베론의 공을 날름 가로챌 줄 알았다.

집사를 상대함에 있어서 자신은 너무 무능했고 집사는 유능해도 너무 유능했다.

그가 자신의 부하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는 권력을 사랑했고 돈을 좋아했다.

가난하고 권력욕 없는 베론으로서는 집사를 붙잡아 둘 자격이 없었다.

결국, 그 집사는 켈트라 자작의 심복이 되었고 그로 인해 도시 실리아에서만큼 켈트라 자작은 무지한 시민들의 우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베론이 켈트라 자작을 처리한다면 베론은 도시민들에게 역적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도시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후우······.”


다시 암담한 현실을 직시하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베론은 답답한 마음에 습관적으로 오른손 검지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이 ‘약속의 증명’을 지키기 위해선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베론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내려다보며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약속된 자시여, 도대체 언제 오시나이까! 저는··· 제 마음은 오래 버티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제발, 좀 빨리 와주시옵소서.’


가문의 은인이자, 가문을 이 지옥에서 구원해줄 자.

그가 언제 오는지, 어디서 오는지는 가문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세대에 올 수도 있고 자신의 후대에 나타날 수도 있다.

베론이 아는 것이라곤 가문 대대로 내려온 예언의 서에 적혀 있는 그의 외향 정도.


‘’하나의 날개를 가진 왕’이라···’


베론은 천사를 상징하는 하얀 날개를 상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각성을 통해 몇몇 천사는 직접 만나봤지만, 아직까지 하나의 날개를 지닌 천사는 만난 적 없다.

베론이 만난 천사는 모두 한 쌍의 날개를 가졌으니까.


“후우···.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그저 베론은 가문이 받은 은혜와 계약을 지키기 위해 하나의 날개를 지닌 약속된 자가 나타날 때까지 이 약속의 증명을 지키고 자손에게 물려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베론은 어떤 일을 겪더라도 참고 견뎌야만 한다.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들어간다!”


마음을 다잡은 베론은 함께 온 기사단에게 소리쳤다.

던전을 공략해 도시를 수호해야 한다.

약속된 자를 맞이할 안식의 땅을 사악한 악마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베론과 기사단은 그렇게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











***


환란의 시기에 여섯 장의 빛이 강림하여 가라사대 내 너희를 불쌍히 여겨 친히 구원하러 왔으니 구원받을 자들이여 나와 계약할지어다.

너희에게 약속의 증표를 줄 것이니 먼 훗날 이곳에 나타날 약속된 자를 기다리고 바치라.

이는 너희에게 구원이요, 그는 너희에게 왕 될 자이니 계약을 이행하는 자들은 안식과 영생을 얻으리라.

-예언서 발췌(ㄱ. 14 ? 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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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8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70 5 19쪽
» 식민지(2) +2 18.10.29 268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67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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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79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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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4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20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8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3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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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2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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