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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5,298
추천수 :
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10.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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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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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8쪽

꿩 먹고 알 먹고(3)

DUMMY

*** 꿩 먹고 알 먹고(3) ***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켈트라 자작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가는 안드로스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저택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이해하기엔 켈트라 자작은 생각 이상으로 멍청했다.


“카리얀··· 님이 돌아왔다고···? 살아서···?”


켈트라 자작은 안드로스의 부하가 하는 말을 곰곰이 곱씹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말을 곱씹던 켈트라 자작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그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켈트라 자작이 말을 더듬었다.


“마···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카리얀이 살아 돌아왔다.

그 말은 켈트라 자작에게 있어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켈트라 자작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한줄기 흘러내리더니 이어서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 이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무리 켈트라 자작이 멍청하다고 하더라도 케리얀이 살아 돌아왔다는 뜻이 자신에게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다.

안드로스를 저택까지 직접 안내한 이가 바로 켈트라 자작이었다.


"······!"


이 행위는 말 그대로 반란이다.

카리얀이 켈트라 자작의 반란을 알게 된다면 켈트라 자작의 목이 잘리는 것은 거의 확정된 일이다.


‘아··· 안돼···! 안돼!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켈트라 자작은 눈을 흐리는 흥건한 땀방울을 닦지도 못하고 눈알을 열심히 굴려 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을 고심했다.


“어··· 어떻게 해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아······.”


하지만, 역시 켈트라 자작의 작은 두뇌로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떠오를 리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려도 뇌는 백지장처럼 새하얗기만 하다.

켈트라 자작은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콧김을 진득하게 뿜어냈다.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온몸을 찔러댄다.

호흡 또한 점점 거칠어진다.


“어떻게 해야······. 어···?”


그때, 켈트라 자작의 두 눈에 자신과 똑같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집사가 들어왔다.

자신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 집사가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었다.

그 순간, 켈트라 자작의 뇌가 번뜩였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켈트라 자작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집사를 향해 냅다 소리쳤다.

뇌를 거치지 않고 흘러나오는 켈트라 자작의 고함이 집무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네··· 네 이놈···! 집사, 이 반역자 자식! 이건 모두 네가 꾸민 짓이렷다···!?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네 이놈! 네가 어떻게 나를 속이고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이냐! 하찮은 거지새끼를 먹여주고 키워줬더니 반역을 꾀해!? 이 고얀 놈! 안드로스를 어떻게 끌어들였느냐! 바른대로 말하라! 바른대로!”

“뭐··· 뭐···? 뭔···!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자작님! 뭔···! 무슨 소리를···!”


켈트라 자작은 심하게 당황하는 집사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시 생각해도 뛰어난 해결책이었다.

대대로 정치는 남탓부터 시작되고 남탓을 진실로 역어야지만 본인이 살아남을 수 있다.

켈트라 자작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하기에 집사를 더욱더 몰아붙였다.


"고얀 놈! 반역죄는 즉시 사형이다, 이놈아!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 모든 일을 집사의 잘못으로 떠넘긴다면 카리얀도 켈트라 자작은 살려줄 것이다.

아무리 카리얀이 케딜락 제국의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나라의 도시를 관리하는 영주를 갈아치우기 위해선 큰 수고가 따른다.

아마 카리얀도 새로운 이를 교육하는 것보다 자신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나으리라.

계산을 끝낸 켈트라 자작은 살아남기 위해서 집사를 계속 압박했다.


“이 후레자식이! 얼른 진실을 고하지 못하겠느냐! 바른대로 말하라, 이 반역자 놈!”

“이··· 이···!”


켈트라 자작은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입만 벙긋거리는 집사를 보며 입가를 비릿하게 들어 올렸다.

지금 이 시간부로 안드로스를 끌어들인 것은 모두 집사가 자신 몰래 저지른 반역이다.

켈트라 자작은 집사가 뒤에서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지금에서야 진실을 깨달은 후 반역자를 처단하는 중이다.

켈트라 자작이 집사에게 재차 일갈했다.


“나쁜 새끼! 호로 자식! 네가 어떻게 감히 내 뒤에서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이냐! 이 일을 어떻게 책임질 거야! 책임지란 말이다, 이 반역자 놈! 감히 나 몰래 안드로스와 내통을 하다니! 고얀 놈! 안드로스를 이곳에 끌어들인 이유를 어서 고하라! 어서!”


눈치 빠른 집사는 켈트라 자작의 말을 듣고 대번에 그가 자신을 버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리얀 앞에서 켈트라 자작이 저런 말을 지껄인다면 집사는 곱게 죽지도 못할 것이다.

사지를 잘린 후에 아마 들짐승들의 먹이로 내던져지겠지.

집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켈트라 자작의 면상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아니, 소리쳤다.


“이런 시발···! 뭐 이 돼지 새끼야!? 나한테 이런···! 시발···! 내가 혼자 죽을 것 같아!?”

“뭐···!? 이놈이 감히! 반역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내 앞에서 소리를 쳐! 이 고얀 놈을 그냥···!”

“이 빌어먹을 돼지 새끼야···! 지금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고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 시발! 야 이 미친 돼지 새끼야!”


똑똑한 집사는 안드로스가 급하게 달려나간 이유를 대번에 알아챘다.

안드로스가 카리얀에게 달려간 이유는 그를 죽이기 위함이다.

카리얀이 안드로스에게 죽는다면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겠지만, 안드로스가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켈트라 자작은 물론 자신 또한 나가리다.

아무리 변명을 한다고 해도 한번 배신자는 영원한 배신자인 법.

배신자는 계획이 실패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상황일진데 이 멍청한 녀석은 자신을 상대로 정치질이나 하고 앉아 있으니.

집사는 더 이상 앞뒤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나저러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

그냥 한이라도 풀어야겠는 생각으로 집사는 켈트라 자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져, 이 씹돼지 새끼야! 시바아아아알!”


집사가 켈트라 자작의 안면을 갈겨버리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내지른 주먹이 비실비실 날아가며 켈트라 자작의 두툼한 볼을 그대로 직격했다.

못생긴 켈트라 자작의 얼굴이 잔뜩 구겨지며 훽하고 고개가 돌아갔고 돼지 멱따는 소리가 집무실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꾸엑!”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사의 근력으로는 우량한 켈트라 자작을 한 방에 쓰러뜨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켈트라 자작이 돌아간 머리를 재빨리 돌리며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푹 내뿜었다.

한줄기의 코피가 켈트라 자작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이 배은망덕한 놈이!?”


곧이어 두 사람의 난투극이 시작됐다.

켈트라 자작이 곰처럼 두툼한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집사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에 질세라 집사도 왼발을 디딤으로 높이 점프해 자세 잡힌 뒤돌려차기를 켈트라 자작의 목덜미에 쑤셔 넣었다.

우당! 쾅! 쾅! 쾅!

덩치만 놓고 본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생각 이상으로 팽팽한 접전을 이루었다.

고수들의 싸움보다는 좆밥싸움이 재밌다고 했던가.

그들의 난투극은 묘한 열기를 띄우며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켈트라 자작을 죽여버리고 어떻게든 살길을 마련해 보겠다는 집사의 의지와 평민 주제에 감히 하늘과도 같은 귀족에게 대드냐며 그를 죽여버리겠노라 선언한 켈트라 자작이 맞부딪히며 집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머리를 쥐어뜯는 것은 물론 눈을 찌르고 급소를 가격한다.

그들의 싸움은 정말 처절했다.

그들은 서로 물러서지 않고 수차례의 공방을 교환했고 그 끝에 드디어 마지막 일격을 가하겠다는 듯 서로를 향해 동시에 날아올랐다.


“으아아아악!”

“꾸에에에엑!”


켈트라 자작의 냥냥펀치가 집사의 안면에 작렬했고 동시에 집사의 수수깡 같은 돌려차기가 켈트라 자작의 겨드랑이에 틀어박혔다.

허공에 집사의 이빨이 흩날렸고 켈트라 자작의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이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 모두가 방구석 저편으로 날아갔다.

쿠당! 쾅! 쾅! 쾅!


“꿰엑···!”

“크억···!”


뿌옇게 피어오르는 먼지 사이로 두 사람의 신음이 썩여 들었다.

두 사람은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상대방을 짓뭉개야 했지만 그들의 몸은 그들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평소 싸움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켈트라 자작과 집사다.

난투극은 불과 오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체감 상으로는 아마 한 시간은 지났지 않을까.

그들의 신체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이를 갈며 일어나기 위해 노력하길 몇 분.

잠시 후, 하나의 인형이 짙은 먼지를 뚫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먼저 일어난 이는 바로 멸치같은 몸매를 지닌 집사였다.

쌍코피를 미처 닦지 못한 집사의 모습이 그들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말해주었다.

집사가 이를 바득 갈며 소리쳤다.


“돼지 새끼···! 넌 오늘 뒤졌어···!”


입술을 타고 흐르는 핏물을 거칠게 쓸어낸 집사는 말을 뱉음과 동시에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며 켈트라 자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러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의 시야에 비틀거리고 있는 켈트라 자작의 모습이 똑똑히 들어온다.

켈트라 자작의 몰골은 집사와 마찬가지로 만신창이였다.

집사는 그런 켈트라 자작을 보며 승리가 다가왔음을 직감했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힘껏 날아올랐다.

이제 끝이다.


“내가 네 놈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뭐가 어쩌고 저째!? 이 시발새끼야!”


집사의 한 맺힌 일갈이 집무실에 웅장하게 메아리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팔이 크게 휘둘러졌다.

켈트라 자작은 눈을 부릅뜨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집사의 주먹을 쳐다봤고 오른손 주먹을 힘껏 부르쥐었다.

슬로우 모션처럼 집사의 주먹이 켈트라 자작을 향해 천천히 날아온다.


“주···! 욱···! 어···!”


그렇게 집사의 주먹이 켈트라 자작의 돼지코를 짓뭉개기 바로 직전.

고통에 일그러졌어야 할 켈트라 자작의 입꼬리가 갑자기 비릿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얄미울 정도로 슬쩍 올라간 입술이 천천히 요동치며 집사로선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크흐흐······. 멍청한 녀석······.”


그 목소리와 함께 집사는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를 느낄 수 있었다.

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엄청난 통증이 발끝부터 시작되어 온몸을 돈 후 머리끝까지 뻗어 나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짧은 찰나, 집사는 의문이 들었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 때문에 그 고민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저 의문을 담은 눈동자만을 열심히 굴려 켈트라 자작을 허망하게 바라볼 뿐.

집사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집무실 안에 살이 익는 냄새가 진득하게 피어올랐다.


- 털썩!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새까맣게 그으른 집사가 주먹을 뻗은 상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퉤!”


켈트라 자작은 비릿한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리며 엿이나 먹으라는 듯 바싹 타버린 집사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었다.

피와 침이 섞인 더러운 구정물이 집사의 뺨을 타고 흘렀고 켈트라 자작의 조소가 뒤를 이었다.

그런 켈트라 자작의 오른손에는 어느샌가 엄지만 한 작은 막대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멍청한 새끼, 네까짓게 ‘마법 사출기’라고 들어봤나···? 크흐흐······. 이게 바로 나 정도 되는 고위 귀족은 하나씩 들고 다닌다는 그 귀중한 아티펙트다! 무려 F급 라이트닝 볼트···! 크하하! 너 같은 미천한 평민 새끼는 가질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라고! 어디서 평민 주제에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르고 위대한 귀족에게 까불어? 버러지 같은 놈.”


보글보글 거품을 물고 있는 집사를 향해 중얼거린 켈트라 자작은 팅팅 부은 얼굴을 한차례 쓸어내리며 집사를 뻥 하고 걷어차 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목을 잘라 성벽에 걸어버리고 싶지만, 그 정도 힘이 켈트라 자작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멍청한 켈트라 자작의 작은 뇌를 지배할 뿐이었다.


“푸우···. 푸우···. 지금당장 몸보신을 좀 해야겠어.”


켈트라 자작의 뇌리엔 온통 승리로 가득차 버렸다.

카리얀이고 반역이고 그런 어려운 단어는 그의 뇌에서 자취를 싹 감춰버렸다.

그저 이렇게 힘을 다 쓴 경우에는 아이들과 뒹구는 것만큼 좋은 약이 없었다는 생각만 되뇌일 뿐이었다.

켈트라 자작은 그렇게 더러운 생각을 하며 거칠게 숨을 내뱉은 후 아이들이 준비되있을 방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크흐흐흐······.”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뒤뚱거리는 켈트라 자작의 더러운 혓바닥이 그의 두툼한 입술을 쓱 하고 핥았고 색욕으로 번뜩이는 그의 눈동자가 진하게 이글거렸다.

반역자도 잡았으니 이제 켈트라 자작은 더이상 걱정거리는 없다.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디딘 켈트라 자작은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급스러운 방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곤 지체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방 중앙에서 서로 얼싸안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으흐흐··· 아가들아··· 안녕? 이리 온?”"


그의 질퍽한 음성이 어두컴컴한 복도에 메아리쳤고 닫히는 문틈사이로 아이들의 얼굴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쾅!

고급스럽게 포장된 켈트라 자작의 침실 문이 그렇게 큰소리를 내지르며 굳게 닫치고 말았다.

긴 어둠이 저택에 내려앉는다.









***


그 시각.


“하아···! 하아···!”


박찰선은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참아가며 영주의 저택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숨을 크게 내쉬어봤지만, 역시 호흡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자신이 각성자라 하더라도 고작 F급일 따름이었다.

F급이라는 각성 등급은 늘 박찰선의 발목을 잡아왔다.

박찰선은 조금 더 노력하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쉬지 않고 계속 달려갔다.


“제기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아이들, 에일과 에나의 생사가 불분명한 지금 박찰선에겐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은 전혀 없었다.

박찰선은 영주의 저택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기꾼 에론, 그 개자식에게 배신당한 이후 길거리에서 함께 생활한 그 아이들에 대한 애착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 있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잘못된다면.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면, 아마 박찰선은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가게 되리라.

박찰선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영주의 저택을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했다.


“하아···! 흐윽···! 허억···!”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목구멍이 헐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차올랐을 때, 박찰선의 시야에 거대한 방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벽을 보자마자 영주의 저택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은 박찰선은 발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형이··· 오빠가 간다!’


박찰선은 그렇게 쿵쾅대는 심장을 찍어누르며 저택의 입구를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지···?’


숨을 헐떡이며 박찰선이 생각했다.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달려오긴 했지만, 아쉽게도 박찰선에겐 아이들을 구할 대책이 없었다.

그에겐 방벽을 부술 힘도 없었고 무사히 아이들을 구해낼 전략을 짤 수 있는 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을 영주에게서 구해내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박찰선은 암담한 현실에 어떡해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분명, 영주의 저택에는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각성자가 있을 것이고 영주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많이 상주해 있을 것이다.


‘방법···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박찰선의 낯빛은 저택 입구가 가까워질수록 흐려졌다.

생각하려 해도 턱 끝까지 차오른 숨 때문에 생각은 끊어지기 일쑤였고 고민을 한다고 해도 타개책이 튀어나올 것 같지 않았다.


‘젠장···!’


저택의 입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몇 초 걸리지 않아 저택에 당도한다.


“시발···!”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방법이 튀어나올 것 같진 않고 자신이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입술을 세게 깨문 박찰선은 결국 그냥 무작정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경비병은 어차피 각성자가 아니야. 일단 저택 입구를 뚫고 들어가서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그래도 안된다면 이 ‘능력’으로······.’


새롭게 발현한 이 능력이라면 어떡해서든 입구를 뚫고 자신을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리라.


'간다!'


박찰선은 주먹에 힘을 주며 눈 앞에 드러난 거대한 저택을 향해 몸을 날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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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8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69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67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67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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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2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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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3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20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7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2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76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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