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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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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5,439
추천수 :
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06.28 23:05
조회
1,749
추천
22
글자
8쪽

프롤로그, 청년과 어두운 동굴(1)

DUMMY

*** 프롤로그 ***


"하아······. 기분 더럽네······."


짙은 한숨이 청년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탈출도.

그리고 복수도······.

동굴 안에서의 모든 일이 끝났다.


"하아······."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낸 이 기억은 청년에게 낯선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청년은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난 뭘 해야 하나······.'


청년에겐 연고지 따윈 없었다.

이곳이 어딘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

그때, 청년의 시야에 반짝이는 구슬이 들어왔다.


"음?"


은은한 푸른 빛을 띠는 작은 구슬이었다.

청년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구슬을 들어 올렸다.

상처하나 없이 묘한 매력을 풍기는 구슬.

파란 빛깔을 은은하게 풀어내는 아름다운 구슬이다.

청년은 그 구슬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순간, 청년의 귓가에 고저 없는 창백한 음성이 들려왔다.


[던전 코어 가동, 대상자를 인식합니다.]


청년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변엔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 있는 것이라곤 쓰러진 괴물의 시체와 바닥에 널브러진 무기 정도.

청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고개를 돌려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구슬을 향해 물었다.


"네가 말한 거야···?"


이에, 구슬이 대답한다.


[반갑습니다, 던전 로드. 나의 '타락한 천사' 이시여······.]


그렇게 청년의 던전 생활이 시작되었다.







*** 청년과 어두운 동굴(1) ***


- 또옥······. 팅······.


청량하게 울리는 맑은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 또옥······. 팅······.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한 줌의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깨끗한 소리.


- 또옥······. 팅······.


움찔.

그 소리에 맞춰 바닥에 쓰러져 있던 청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 또옥······. 팅······.


천장 위를 한껏 수놓은 사나운 종유석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공간.

피부를 짜릿하게 만드는 스산한 기운까지.


- 또옥······. 팅······.


그 곳은 축축한 암석으로 둘러싸인 으스스한 동굴 안이었다.

목 없는 귀신이 식칼을 들고 튀어나와도 순순히 수긍할 수밖에 없는.

‘공포’가 가득 들어차 있는 미지의 동굴이다.


- 또옥······. 팅······.


그런 동굴 가운데 쓰러진 청년은 작은 옷가지조차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스산한 어둠이 자리한 동굴과 청년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감만이 자리하고 있다.


- 또옥······. 팅······.

“끄응······.”


청량한 소리가 또다시 울리고 청년의 입에서 미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손끝에서 시작된 신체 반응은 심장을 거처 청년의 머리에까지 닿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체 곳곳에 퍼져있는 찌릿한 통증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청년은 통증을 느끼며 조금씩,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끄으으응······.”


얼마 지나지 않아, 한차례 몸을 크게 들썩인 청년의 정신이 깨어났다.

청년의 정신이 뚜렷해진 순간, 그가 제일 먼저 느낀 것은 크나큰 ‘고통’이었다.


“아으으으아······.”


집단구타를 당한 것일까.

머리부터 시작해 상체, 하체 그리고 손끝과 발끝까지.

아찔하게 전해지는 격렬한 통증에 청년은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했다.


“끄으으윽······. 끄어어억······.”


특히,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활화산 같은 통증은 고통의 차원을 달리했다.

누군가가 두골을 개방시킨 후 뇌를 억지로 후벼 파고.

그 속에 불을 지르며 기름을 끼얹는다면 이런 고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끄으으으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통증에 청년은 차라리 기절해버리고 싶었다.

정신을 잃고 싶었다.

크나큰 고통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청년의 정신은 어째서인지 멀쩡하기만 하다.

어째서 정신을 잃지 못하는 것일까.

어째서 자신은 이런 고통을 느껴야만 하는 것인가.

청년은 고통을 참아내고도 싶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꺼어어억······. 꺼어어어······.”


온 몸이 밟히고 물어뜯기고 불타는 것 같다.

눈알은 계속해서 뽑히는 것 같고.

누군가 배를 가른 후 내장을 꺼내 칼로 난자하는 것만 같았다.


“끄어어억······. 꺼어억······.”


입안에 가득 고인 침과 눈 그리고 코에서 흐르는 걸쭉한 액체만이 청년의 고통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살짝 핏기 섞인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하체에 있는 두 개의 구멍에서도 진한 국물이 쉴 새 없이 세어 나왔다.

지금 청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빨리 이 고통에서 해방시켜달라는 ‘기도’뿐이었다.


“끄으으으······. 으어어어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청년에게는 소원을 들어줄 신 따윈 없었나 보다.

청년의 온몸에 있는 근육들은 전부 뭉개졌는지 피부를 긁어낼 손톱은 이미 모두 뽑혀 나가 있었고 발작을 일으킬 힘조차 그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차디찬 바닥에 드러누운 청년의 모습은 마치 임종 직전의 신체에서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끄어어어어······.”


너무나 큰 고통에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심지어 자살을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혀를 깨물 힘조차 그에겐 없었다.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혹은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청년이 느낀 고통의 시간은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는 기나긴 ‘세월’이었다.

안간힘을 써서 만들어낸 얼굴 위의 주름만이 청년이 보낸 세월을 증명해 주고 있다.


“······.”


그렇게 청년은 천고의 세월을 걸쳐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다.


“······.”


달달 떨리는 청년의 신체가 차분해지기까지는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청년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만 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 청년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무 고통스러운 세월이었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


청년은 그저 멍하니 어둠에 잠겨 갔다.

지금 자신이 눈을 감고 있는지 뜨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겠다.

그저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자신이 쓰러져 있다는 것만을 인지할 뿐.


“······.”


청년은 천천히 어둠에 동화되어 갔다.

그 순간, 정말 짧은 한순간.

청년은 원인 모를 어떤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기운’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청년은 짧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


청년에게 그 ‘기운’은 너무나 익숙했고 어미의 품처럼 따뜻했다.

조금 전까지 느끼던 고통과는 사뭇 다른,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기운.

청년은 자신을 감싸 안는 푸근한 기운을 음미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흐른 후, 청년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고통의 세월 속에서 절실히 애원했던 바람이 고통에 해방된 이후에 찾아온 것이다.

청년이 체감한 기나긴 세월 동안, 정신을 잃게 해달라며 얼마나 애원했던가.

끝없이 바라고 바랐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청년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청년은 그저 정신을 놓기 직전 싹튼 생각을 하염없이 곱씹고 곱씹을 뿐이었다.


‘살고 싶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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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2) +1 18.11.19 256 4 24쪽
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9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74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71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72 6 14쪽
39 꿩 먹고 알 먹고(3) +1 18.10.21 272 7 18쪽
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84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8 10 21쪽
36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5) 18.08.11 414 10 18쪽
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50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25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8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4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81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72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4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7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4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5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52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80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81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81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61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81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30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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