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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5,311
추천수 :
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07.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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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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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9쪽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DUMMY

***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


- 댕! 댕! 댕! 댕! 댕!


“라온님!”


던전에 울리는 요란한 경종 소리와 함께 엘린이 라온의 훈련소로 뛰어 들어왔다.

쿵······. 쿵······.

적들의 진군 소리가 던전의 심층부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적들이 던전에 당도했다.

라온이 직접 중급 악마 갈릭을 향해 도발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반응을 해올 줄이야.

라온은 짐짓 침착한 얼굴로 엘린과 함께 던전 코어룸으로 나아갔다.

던전 안에 짙은 전운이 깔리기 시작했다.

코어룸 앞에는 200명의 타천사들이 완전 무장을 한 체 도열해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자리하고 있었다.

200에 달하는 타천사가 떨리는 몸을 가다듬으며 라온을 응시한다.

라온은 그런 그들을 마주하며 엘린의 안내를 받아 곧장 상석을 향해 자리를 옮겼다.


“나는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라온이 뜸을 들이지 않고 타천사들에게 말했다.

냉정한 라온의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틀어박혔다.

꿀꺽. 그와 동시에 무거운 정적이 코어룸에 내려앉았다.

라온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적들을 상대로 맞설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중급 악마의 군대에 비해 이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이제 고작 한 달 남짓의 검술 훈련을 했을 뿐이다.

이들이 중급 악마의 군대를 상대로 버텨줄 수 있다곤 라온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적들을 쓸어버릴 때까지.

이들이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조금 더 버텨주길 바랄 뿐이었다.

200명의 타천사는 중급 악마와의 전쟁에 있어 총받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으득! 낯빛이 어두워지는 자신의 군대를 내려다보며 라온은 이를 악물었다.

그 누구도 라온의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곳엔 주군의 명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만 있을 뿐, 아무도 자신들의 희생이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런 타천사들의 결심에 라온은 가슴을 때리는 큰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그들의 굳건한 의지가 뾰족한 못이 되어 라온의 심장에 틀어 박혀온다.

라온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의 아픔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마력을 머금고 태어난 자식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 타천사들에게 총알받이 역할을 시키는 것에 있어 라온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후방에 배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라온 혼자서 적들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곳은 약육강식의 세계.

싸우지 않는 자는 도태될 뿐이다.

‘승리’하기 위해선 던전 주민 모두가 칼을 들고 싸워야만 한다.

라온은 진지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타천사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적의 수장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나는 적이 마계의 중급 악마라는 것을 알았지만, 적의 도발을 거절하지 않았어.”


라온은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부하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며 그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라온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는······. 나에겐 적의 수장에게 굽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적의 수장이 내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면 살려준다고 했었지······. '고개를 숙여라 그러면 너희들의 던전을 용서해 주겠다'라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라온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라온의 감정이 조금씩 격해지기 시작했다.

던전의 주민들은 묵묵히 던전 로드의 연설을 경청했다.


“적의 권고에 수긍하는 순간, 우리 던전의 미래가 정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내 결정으로 인해 너희 모두가 죽음으로 내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적들에게 무릎 꿇지 않았어! 그게 내 의지고 던전을 위한 내 결정이었으니까!”


후끈한 열기가 던전 ‘타락한 천사의 요람’에 들끓기 시작했다.

라온의 외침에 타천사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떨리는 심장에 몸을 맡겼다.

라온은 그런 타천사들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최후의 의지를 그들에게 전달했다.


“나는 똑같은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고 해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그 어떤 권고에도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야! 나의 타락한 천사들이여! 나를 믿고 나를 따라라! 나는 너희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모두 무기를 들어 올려라!”


스릉! 라온이 허리춤에 달린 ‘글라인’을 칼집에서 뽑아냈다.

정적이 내려앉은 코어룸에 번쩍이는 ‘글라인’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린이 선물해준 유니크 등급의 검 ‘글라인’.

라온은 ‘글라인’을 하늘 높이 치켜세우며 전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적에겐 공포를! 아군에겐 승리를!”

““‘승리‘를 위하여!””

““우아아아아아아!””


타천사들의 사기가 라온의 목소리에 맞춰 하늘을 꿰뚫는다.







***


-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이 던전 입구를 강타했다.

이어서 발생하는 강도 높은 지진에, 던전 천장을 수놓던 수많은 종유석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향해 우수수 떨어졌다.


- 쿵! 쿠웅! 쿵!


던전 입구 자체가 무너진 듯한 커다란 폭음이 던전 안에 메아리치며 코어룸에까지 도달했다.

라온은 그런 적들의 공세에 주먹을 꽉 쥐었다.

400마리에 달하는 3m 크기의 거인들이 던전에 침입했다.

중급 악마 갈릭이 보유한 모든 병력을 이끌고 라온을 잡기 위해 쳐들어온 것이다.


“······.”


쿵······. 쿵······. 쿵······.

먼 거리에서 시작된 그들의 진군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쿵······.

적들의 진군이 던전을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진군에 라온은 위축되지 않았다.

공포의 악마는 절대적인 공포를 주는 존재이지, 공포를 받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라온은 적들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라온은 그저 적들의 공격에 갈려 나갈 타천사들을 걱정할 따름이다.


“스승님.”


라온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옆에 있던 스승 메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메돈은 라온의 눈빛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제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스승이었다.


“내가 선두에 서도록 하지.”

“고마워, 스승님.”


라온은 그런 메돈을 바라보며 진심을 다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정말 고마운 스승이다.

메돈은 그런 라온의 눈빛을 받으며 병력의 선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현재, 라온은 200명의 타락한 천사들과 함께 코어룸 앞에 위치한 거대한 공동에 전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전력을 던전 이곳저곳에 분산시키기엔 각개격파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한곳에 모아 집중적으로 전투를 이어갈 생각이었다.

모 아니면 도인 전술이지만, 라온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라온님, 함정만으로 적들의 수를 줄일 수 있을까요?”


그때, 라온의 곁에 있던 엘린이 라온을 향해 물어왔다.

현재 오우거 군대가 지나가는 던전 내의 길목에는 각종 대(對)오우거용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고블린 다린을 닦달해 얻어 낸 백여 개의 함정을 던전 초입부에서부터 설치해 놓은 것이다.


"음······."


라온은 엘린의 물음에 조금 회의적이었다.

오우거들을 몰살시키기엔 아직 공병들의 함정 설치 능력은 조잡했고 그들이 설치한 함정들이 제대로 된 화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적 병력의 극소수만이라도 함정에 빠져 숫자를 줄여준다면 좋을 텐데.


“함정이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야지. 기대하진 말자고.”


라온은 그렇게 대답하며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엘린을 후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전방을 응시했다.

쿵···! 쿵···! 쿵···! 쿵···!

적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적들의 발소리가 급박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녀석들은 뛰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라온의 두 눈에 어둠을 뚫고 움직이는 희미한 그림자가 여럿 잡히기 시작했다.


“왔소이다.”


메돈도 그것을 보았는지 조용히 대검을 치켜세웠다.

적들의 무시무시한 돌격 소리.

거인들의 돌격이 라온의 군대가 있는 공동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이다.

지금 상황에서, 정말 다행인 것은 라온의 연설 덕분에 라온의 군대가 위축되진 않고 있다는 것이다.

라온은 그런 타천사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일갈했다.


“전원, 전투준비! 충격에 대비하라!”


죽음의 기운이 가까워 진다.

전투가 머지않았다.

라온은 적들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손에 들려있는 ‘글라인’에 고유능력 ‘공포화’를 두르기 시작했다.

쾅! 그 순간, 적들이 당도했다.


“크어어어어어어엉!”


어마무시한 함성을 시작으로 오우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쾅! 쾅! 쾅! 쾅! 크어어어어엉!

제일 선두에서 달려오는 4m는 될 법한 거대한 오우거 녀석과 그와 비슷한 크기의 거인들이 빨간 천만 보면 돌아버리는 스페인의 투우처럼 미친 듯이 타천사들을 향해 돌격했다.

모든 함정을 무식하게 뚫고 들어왔는지 그들의 신체에는 깊은 상처들이 새겨져 있었다.


‘무식한 녀석들!’


라온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도발이 갈릭이라는 녀석에게 제대로 틀어박힌 듯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 많던 대(對)오우거용 함정을 맨몸으로 들이받으며 뚫어냈을까.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가 없었다.


‘저놈이다!’


라온은 선두에서 달려오는 오우거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이 바로 중급 악마 갈릭이라는 것을.

양손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양손용 배틀엑스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중급 악마 갈릭을 라온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곤 ‘글라인’에 둘러진 ‘공포화’를 갈릭을 향해 휘둘렀다.

조금이라도 적을 위축시키기 위해.

적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몰살시키기 위해!

적들을 위축시키는 공포의 불꽃이 적들에게서 폭발했다.


- 콰아아아아아앙!

“크어어어어어엉!”


지옥의 겁화보다 뜨거운 라온의 공포화가 오우거들을 잠식했다.

라온은 그런 적들의 모습을 보며 힘껏 소리쳤다.


“승리를 위하여!”

““승리를 위해!””


중급 악마 갈릭의 군대와 하급 악마 라온의 군대가 격돌했다.






***


선공은 라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라온은 눈 전체가 흰자로 물든 갈릭을 향해 달려든 후 ‘글라인’을 크게 휘둘렀다.

검은색의 ‘공포화’와 라온의 마력이 글라인을 감싸며 파괴력을 몇 배나 키워낸다.

갈릭은 그런 라온의 공격을 목도하며 분노로 가득한 함성을 질러냈다.


“너였구나! 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후레자식! 네놈을 지금 당장 죽이겠다! 크어어어어엉!”


그 순간, 강력한 충격파가 갈릭을 향해 달려들던 라온을 강타했다.

라온은 공포화를 운용해 충격파를 상쇄시키려 ‘글라인’을 다시 한번 휘둘렀지만, 충격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갈릭을 중심으로 땅을 짓이기며 날아간 무형의 에너지는 주변에 산개해 있던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들까지 날려버렸다.


“크어어어어엉!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하찮은 악마 녀석아!”


갈릭의 함성이 라온의 고막을 찢어버릴 정도로 크게 울려 나갔다.

중급 악마 갈릭이 보유한 칭호 ‘충동’의 고유능력 '충동적 행동'.

자신의 지능을 제물로 바쳐 욕망의 화신이 되어버리는 ‘충동’의 악마가 본 실력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흰자위가 가득한 그의 눈이 빨갛게 익어간다.

푸른 마력을 휘감은 두 자루의 배틀엑스가 불에 타오르는 것처럼 붉은빛으로 물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지능 자체가 사라진 욕망의 화신.

‘충동’의 악마 갈릭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퉷···! 젠장···!”


라온은 갈릭의 버서커화를 목격하며 핏물을 거세게 뱉어냈다.

갈릭의 충격파에 데미지를 입은 라온은 온 힘을 다해 공포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라온의 공포가 갈릭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눈이 돌아버린 갈릭에게선 한 줌의 공포도 생성되지 않고 있었다.


“크어어어엉!”


갈릭의 배틀엑스가 라온을 향해 날아왔다.

라온은 그런 무식한 배틀엑스를 바라보며 몸을 움직였다.

맞받아치겠단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거대한 배틀엑스를 피하고자 라온은 좌측으로 몸을 굴렸다.

끊임없이 쇄도해 오는 갈릭의 공격에 라온은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갈릭의 배틀엑스에 머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라온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움직여 연이은 갈릭의 공격을 피해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크아아아앙!”

“크억!”


갈릭과 라온의 공방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갈릭의 공격을 피하던 라온이 결국 갈릭에게 몸을 내어주었다.

정말 미약하게 생긴 빈틈으로 갈릭의 몸통이 적중했고 라온은 그 충격을 그대로 던전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콰앙! 굉음과 함께 라온이 바닥에 쓰러졌다.

검술과 고유능력을 떠나서 갈릭과 라온 간의 신체 능력 격차는 상당했다.

라온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 격차를 메우기엔 경험도 지식도 많이 부족했다.


“크어어어엉!”


쾅! 쾅! 쾅! 쾅!

눈앞의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무적전차처럼 쓰러진 라온을 향해 갈릭이 달려들었다.

녀석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던전이 무너질 듯 떨려간다.

라온은 이를 악물곤 ‘글라인’을 지지대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쓰러져서는 안 된다.

지금도 주변에서는 자신의 전사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으아아악!”


라온이 악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갈릭을 향해 마주 부딪혀갔다.

콰쾅! 쾅!

라온과 갈릭이 부딪힐 때마다 붉고 검붉은 마력이 격렬하게 피어올랐다.

라온의 공포화가 갈릭의 피부를 계속해서 태워간다.

갈릭의 붉은 잔상이 라온을 향해 미친 듯이 퍼부어졌다.

라온은 조금씩 밀리는 현 상황을 직시하며 눈을 부릅떴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더욱더 급해진다.


“크허억!”


라온이 갈릭의 박치기를 맞고 뒤로 굴러떨어졌다.

아무리 라온이 달려들고 부딪혀도 피해는 계속해서 쌓이기만 한다.

전차와 같은 갈릭에게 아무리 ‘글라인’을 휘둘러도 녀석은 상처 입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갈릭을 쓰러뜨리고 적들을 격멸해야 하건만.

라온에게 적들의 수장을 죽일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크어어어엉!”

“조금만 더 버텨!”

“지··· 지원···! 지원을 부탁합니다! 으아악!”

“사··· 살려줘!”


타천사들이 죽어 나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고통 어린 음성이 라온의 귀에 틀어박힌다.

타천사들은 오우거의 힘에 밀리기만 할 뿐 승기를 잡은 이들이 거의 없었다.

스승 메돈이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지만, 그 하나로 인해 전황이 바뀔 정도로 오우거의 군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라온은 갈릭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해가며 두 눈을 부릅떴다.


‘이대론 절대 이길 수 없어···!’


라온의 마음이 계속해서 급해지기 시작했다.

갈릭을 빨리 쓰러뜨려야만 아군이 살 수 있는데.

갈릭을 최대한 빨리 죽여야만 승기를 붙잡을 수 있는데!


“이야아아!”


그때부터 라온의 신체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라온의 급박한 압박감이 그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뜨려갔다.


“크어어어엉!”


머지않아, 라온이 결국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커지기 시작한 라온의 움직임에 돌이킬 수 없는 큰 빈틈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래에서 위로 갈릭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 라온의 ‘글라인’이 갈릭의 광대를 스치고 지나가며 라온의 옆구리에 큰 빈틈을 만들어냈다.

그 상태 그대로 갈릭은 본능적으로 라온의 빈틈을 노리곤 배틀엑스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


라온은 엄습하는 크나큰 고통에 눈을 감아야만 했다.

복부를 타고 흐르는 어마어마한 통증에 라온은 입을 다물었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복부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비명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잠시라도 의식을 놓는다면 라온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끄으윽···!”


쿵! 쿵! 쿵!

갈릭이 라온을 끝장내기 위해서 천천히 다가왔다.

라온은 고통을 최대한 버텨내며 몸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라온의 의지대로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라온의 발버둥은 그저 지렁이의 꿈틀거림에 불과했다.


“끄아아아악!”

“주군···! 죄송합니다! 악!”

“스··· 승리를 위하여!”


라온이 눈을 부릅떴다.

부하들의 죽음이 비수가 되어 라온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한 명씩 한 명씩 죽어 나가는 타천사들을 바라보며 라온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중급 악마를 너무 얕잡아봤다.

라온은 자신의 재능과 고유능력을 너무 맹신했던 것 같다.

중급 악마는 하급 악마 십수 명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적이었다.

라온은 가시지 않는 고통을 저주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중급 악마 갈릭을 빤히 노려봤다.


‘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의식이 조금씩 멀어져간다.

라온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며 호흡마저 가팔라졌다.

몸을 짓누르는 피로에 라온은 좌절해야만 했다.

그러나, 라온은 그런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의지를 불태웠다.


‘절대······ 절대 나는 굽히지 않아······.’


사신의 철퇴가 라온을 향해 다가와도 라온은 눈빛을 잃지 않았다.

라온은 부서지기 시작한 치아를 온 힘을 다해 악물었다.

핑 돌아버릴 것 같은 통증이 라온의 신체를 강타한다.

라온이 오른손에 들려있던 글라인을 꽉 쥐었다.


‘나는 절대······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었다.

라온의 몸이 천천히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느려진 것처럼 라온을 중심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라온의 의지가 라온의 몸을 조금씩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라온의 귓가에 익숙한 흔들림이 들려왔다.


툭······. 툭······.

라온의 뇌리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던 작은 흔들림이 파동이 되어 라온에게 다가왔다.

툭······. 툭······.

라온의 내부에서 그 파동은 하나의 ‘날개’가 되어 비상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툭······. 툭······.

라온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라온은 눈 앞에 펼쳐진 낯선 세계를 주시했다.

여섯 개의 문이 가지런하게 나열된 아름다운 동산.

그 여섯 개의 문중 좌측 끝에 있던 문이 라온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흑색의 자물쇠에 잠겨있던 백색의 문이 격렬하게 요동친다.

흑색의 사슬을 찢어버릴 것처럼 격렬하게 백색의 문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챙!

백색의 문은 결국 자신을 감싸고 있던 흑색의 사슬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흑색의 사슬과 아름다운 빛을 개방시키는 백색의 문.

백색의 문이 활짝 열리며 라온에게 ‘두 번째 기억’을 재생시켜주었다.

라온에게 있어서 익숙하고도 아련한 기억을.

백색의 문은 그렇게 라온과 함께 ‘비상’했다.

라온은 느려진 세상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읽어냈고 짜릿한 ‘그 날’의 기억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기억의 ‘파노라말’을 끝낸 라온이 입을 열었다.


“'집행자'······. 나의 적을······ 처단하라.”


라온의 의지를 받은 검붉은 검날이 ‘충동’의 악마 갈릭을 향해 급속도로 하강한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한번씩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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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식민지(2) +2 18.10.29 26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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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79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2 10 21쪽
36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5) 18.08.11 412 10 18쪽
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4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20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8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3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1 12 11쪽
»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9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77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9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9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9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2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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