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적응 중인 벗의 서재

회귀의 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바람의벗
작품등록일 :
2012.11.14 05:41
최근연재일 :
2020.12.25 19:06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4,383,808
추천수 :
25,489
글자수 :
791,920

작성
11.08.25 14:51
조회
20,977
추천
255
글자
17쪽

회귀의 장-97

DUMMY

“호오. 여기도 부적이란 게 있나보군.”

킨사나는 청월이 말한 ‘여기’를 욤 제국이라고 알아서 이해하고 넘어갔다.

“역시 형님도 부적이라고 하시네요? 높은 분들은 축언문양이라고 하는데.”

신전에서 정식으로 쓰는 명칭은 ‘축언문양’으로, 부적이란 제피모들이 사용하는 은어다. 신교의 기도문을 구성하는 핵심 신성어를 조합하여 만든 것인데, 신성어를 아는 자의 눈에도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양으로 보인다. 정형화된 것이 아닌지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사용하는 핵심 신성어가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형태가 다른 경우가 흔하다.

본래는 신관들이 신성어를 배울 때 쓰던 공부법이자 장난과 같은 것이었데, 언제부터인가 축언문양이란 정식 명칭까지 붙인 명물이 되었다. 그것은 진짜 신성마법이 깃든 아이템이 아니라 기도문의 핵심만 뽑아내어 아름답게 꾸며낸 신성어 조합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제피모는 물론이고 귀족들조차 축언문양이 새겨진 종이나 천, 나무 등을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 신성어는 그 자체로 힘이 깃들어 있는 특별한 언어이니,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도 하고.

신전에서는 축언문양이 그려진 물건을 팔지도 배포하지도 않는다. 단, 신교에 관련된 행사 때만 배포하는데, 그때 뿌려진 축언문양을 제피모들이 서툴게 따라 그리면서 시중에 퍼졌다. 축언문양의 성향은 그것을 구성하는 신성어, 정확히는 그것이 나온 원 기도문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치유와 중재의 신교의 ‘치유의 기도문’에서 유래한 축언문양은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중재의 기도문’에서 유래한 축언문양은 몬스터나 흉적으로부터의 보호를 기원하는 의미로 쓰인다. 여기서 ‘치유의 기도문’도 한 두개가 아닌지라, 기원하는 의미도 건강이나 장수, 병의 완치 등등으로 갈린다. 다른 신교의 것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킨사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재물운은 부르는 부적이라면 풍요와 나태의 신교 것인데……. 그 신교는 서쪽대륙에 있어서, 도안을 구할 수 있을지…….”

“도안?”

“예. 그것만 구하면, 화가를 찾아가서 그려달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청월은 의아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부적 도안만 있으면 아무나 그릴 수 있는 거냐?”

“잘 그리는 화가가 그려주면 더 좋겠죠.”

“호오!”

청월의 세계에서 부적이란 주술사가 주력을 불어넣어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도안대로 그리기만 하면 되는 ‘상징적인 그림’이 아닌,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류 주술사가 만든 부적은 비를 부르기도 하고, 불을 일으키기도 하고, 땅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또한 초일류 주술사가 만든 수호부적은 그것을 지닌 자에게 일어나는 불행을 대신 받아주기도 한다. 재물운이나 결혼운 등의 ‘운’을 부르는 부적은 주술사의 능력과 대가, 그리고 모순적이지만 의뢰인의 ‘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그 외에도 상당히 복합적이면서 복잡한 체계와 성질과 성능을 지녔는데, 짚고 넘어가자면 끝이 없으니 넘어가고…….

“주술사가 그려준 게 아니어도 상관없단 말이지.”

“예? 뭐라고 하셨어요?”

어디서 도안을 구하나 고심하고 있던 킨사나는 청월의 말을 놓쳤다. 청월은 그에 대한 답은 생략하고 씩 웃어보였다.

“‘저쪽’ 것이지만, 도안이라면 하나 알고 있는데.”

앞에 달린 ‘저쪽’이란 단서를 쌈박하게 무시한 킨사나는 자기한테 필요한 뒷말만 찰떡같이 알아듣고 눈을 한층 더 반짝였다. 그리곤 냉큼 자신의 노트와 펜을 가져와 내밀었다.

청월은 흔쾌히 그것을 받아서 쓱쓱 그렸다. ‘저쪽’에서 재물운을 부르는 부적은 건강기원 부적과 함께 가장 흔한 부적이라 형태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큰 대가가 필요한 고급 부적은 아니고, 용돈이 오르거나 잊고 있던 쌈지돈을 찾아내는 정도의 소소한 운을 불러들이는 하급 부적으로.

“헤……. 독특하네요.”

문양 자체가 장식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이쪽’ 부적의 것과는 달랐지만, 삶이 지나치게 팍팍했던 덕에 축원문양을 가까이서 보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인 킨사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화가를 찾아가서 그려달라고 해야겠어요!”

딱히 근거는 없지만, 그려주는 화가의 실력이 좋을수록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신관이 직접 그려준 것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무려 (공짜로 도안을 얻은)재물운을 부르는 부적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효과가 있도록 화가가 그려준 것으로 가지고 다녀야지!

글귀 좀 읽을 수 있게 된 열 살 미만의 너구리는 기특하게도 스스로 투자라는 개념을 깨우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던 중 테밀시아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중신회의가 있다고 하셨죠?”

어젯밤에 일정에 관한 얘기를 마친 상태이니, 저 말은 질문의 형태를 한 확인이었다.

총회의를 앞두고 많은 귀족들이 수도로 와서 황실연회를 참석하여 의견을 조율하면서 각자 따로 만남을 가져 친분을 다지느라 바쁜 때이지만, 그것은 국정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일정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당연히 황실연회 외에도 많은 회의와 행사와 업무가 있고, 카스야나도 이런 저런 일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오르세만 가의 차기 가주 이전에 뛰어난 마법사로서 상당한 지위에 있었고, 그로인해 맡은 업무량도 상당했다. 마법은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지식이자 기술이니까.

테밀시아가 수도에 올라온 목적은 카스야나와 함께 움직이며 주위에 얼굴도장을 찍어둠과 동시에 테밀시아 자신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차기 가주의 아들에 불과한 그가 카스야나와 동행할 수 있는 곳은 사적으로 잡은 약속자리와 상대적으로 참여가 자유로운 황실연회 정도다. 그나마도 복잡하게 얽힌 계산과 상황에 의한 제한이 많다. 오늘 있는 중신회의는 당연히 동행할 수 없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묻는 테밀시아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읽은 카스야나가 물었다.

“따로 용무가 있는 게냐?”

“잠시 외출을 할까 합니다.”

“그래. 오후 황실연회에 늦지 않도록 해라.”

“예.”

이어서 테밀시아는 호위기사로서 저편에 서 있는 청월을 돌아보았다. 사실 단순히 외출을 하는 것 정도라면 카스야나에게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 부모의 허락이 없으면 외출을 할 수 없는 또래 귀족아이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가문 어른들의 신뢰에서 비롯된 권리와 권위가 상당한 수준까지 있어서 외출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신회의는 호위기사까지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 황실 시종들이 들지요.”

“그래서?”

“킨사나는 제가 데리고 다니겠습니다. 황실 연회에는 오후부터 저도 참석하니, 같이 입성하면 될 테지요.”

그 말에 킨사나는 흠칫했다. 차마 겉으로는 내색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어째 저번과 비슷한 패턴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 같은 데……. 역시 그때 가늠해둔 킨사나의 상황대처능력을 또 써먹으려는 건가? 기분 탓……일 리가 없지.

‘아, 뒷골이…….’

킨사나와는 달리, 테밀시아가 노사님께 과하게 많은 부탁을 받고 왔음을 잘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의아해하지 않았다.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과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에 감탄했을 뿐.

당연히 쌈박하게 허락할 줄 알았던 청월이 의외로 사족을 조금 달았다.

“따로 심부름 시키지 말 것. 위험한 곳엔 데리고 가지 말 것. 비상시 네 시종과 동급으로 보호할 것.”

어디까지나 ‘동생을 아끼는 형’으로서의 당부 같은 조건들이었다. 하스비가 있었다면 ‘역시!’하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도 남을 정도다. 이 자리에 없는 그를 대신하여(?) 휴첼단원들이 눈을 과하게 반짝여주고 있었지만 무시해도 되니 무시하자.

청월의 진의를 아는 것은 킨사나뿐이었는데, 그 역시도 조금이나마 감동하긴 했다. 킨사나는 되도록 수도를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 좋다. 워낙 넓은 곳이고 활동 범위가 다르다보니, 아무래도 마주칠 확률이 크지는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하지만 테밀시아가 노사님의 부탁을 명분으로 삼는 한, 청월이나 킨사나가 그의 말을 거절할 합당한 구실이 없다. 물론 청월이야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겠지만, 킨사나는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걸 청월도 알고 있기에 킨사나를 혼자 돌아다니게 한다거나, 함께 뒷골목으로 간다거나, 위험할 때 버리고 가는 일이 없도록 조건을 달아서 안전을 도모한 것이다.

“약속하겠습니다.”

테밀시아는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그의 언행에는 사람들의 신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무게가 있었다. 그에 청월은 고개를 한번 까딱여 보였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각자의 일정에 맞춰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리를 뜬 것은 키시유안과 마일다였다. 그 둘은 오늘부터 이곳에 틀어박혀서 연락구를 통해 본가의 휴첼단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업무를 볼 예정이다. 카스야나는 식사 도중 급히 달려온 부관에게 이런저런 보고를 듣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중신회의를 앞두고 알아둬야 할 급보인 듯했다.

테밀시아가 아침을 워낙 간단하게 먹는 탓에 식사 시중을 들 필요가 없어서 가만히 벽에 붙어있던 뮤비라는 알게 모르게 청월을 힐끔, 힐끔 보았다. 그러다 망설임이 가득한 걸음걸이로 청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면서 동시에 테밀시아의 눈치도 살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 지 테밀시아는 킨사나를 손짓으로 불러서 오늘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로 옆까지 와서도 힐끔댈 뿐 말을 못 거는 뮤비라에게 청월이 인심 써서 먼저 물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특히 테밀시아)의 귀에는 닿지 않을 정도로 작게.

“나한테 할 말 있냐?”

“몸이…….”

“……?”

시큰둥하게 바라만 보는 청월의 태도에 뮤비라는 입을 몇 번 달싹이다가 결국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번에도 청월이 인심 써서 먼저 물어주었다.

“왜? 어디 아프냐?”

“아니요. 전혀……. 오히려 평소보다 좋아요. 활기가 넘친 달까, 개운하달까…….”

“그럼 됐네.”

“그…….”

뮤비라는 다시 입을 달싹였지만, 이번에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테밀시아가 자연스럽게 그들 쪽을 훑어보았는데, 그걸 알아차린 사람은 청월뿐이었다. 둘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지만, 둘 다 자연스럽게 눈을 돌렸다.




“역시…….”

킨사나는 자신의 몫으로 내밀어진 옷을 보며, 절로 우러나오는 한숨을 간신히 삼켰다. 심지어 저번에 입었던 옷과 다른 것이기까지 했다. 의복수준과 킨사나의 몸에 쏙 맞는다는 것만은 같았지만 말이다. 대체 몇 벌을 준비해둔 걸까?

킨사나에게 옷을 건네준 뒤 자기 것을 챙기고 있던 뮤비라가 키득거렸다. 오는 내내 정신이 딴 데 나가 있는 것 같더니만, 거사(?)를 앞두자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다. 하나도 반갑지 않다.

“저…….”

힘겹게 입을 떼자, 먼저 옷을 갈아입고 있던 테밀시아가 그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만, 웃음기가 섞여 있는 것도 같은 그의 눈빛에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이번에도 거기 가는 건가요?”

“그래.”

“무슨 용건으로……?”

테밀시아가 그곳을 찾는 진짜 이유를 묻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런 것을 말해줄 리도 없을 테지만, 말해준다 해도 듣고 싶지 않다. 공연히 깊게 개입되는 건 사양이니까. ……그야, 지금도 충분히 깊게 개입되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 묻고 있는 것은 가서 로레라자나 디윈에게 댈 핑계였다. 부유한 제피모 자녀, 혹은 하급 귀족 자녀가 카페와 액세서리점을 겸하는 가게에 드나들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하물며 부모님의 허락 없이 멋대로 외출해서, 즉 제 딴에는 모험이랍시고 뛰쳐나와서 찾아간 곳이 고작 그런 데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처음에는 초상화 그려진 목걸이를 갖겠다는 목적이라도 있었지.

물론 저 테밀시아가 하는 일이니 알아서 잘 정해놓았으리란 점은 의심치 않는다.하지만 그 설정(?)을 대충이라도 알고 있어야 행동하기가 수월하지 않겠는가?

대답을 기다리는 킨사나에게 테밀시아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에 킨사나는 묘하게 불안해졌다.

“사나, 네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건데, 이유를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난 동행만 해준 거니까.”

“…….”

답하는 테밀시아의 무뚝뚝한 어조는 그대로지만, 그래서 더 천연덕스럽게 느껴졌다.

‘아아, 역시 이렇게 이용하는 건가?’

열 살 미만의 너구리는 자신의 뛰어나기 그지없는 상황대처능력을 조금 원망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껏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존법이었기에 복에 겨운 원망은 금방 접어버렸다. 그 조차도 뛰어난 상황대처라 볼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게 가는 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 핑계거리를 만들어야지.

카페와 액세서리점을 겸한 가게에 무슨 볼일로 가야 어색하지 않을까? 입고 있는 차림의 수준을 보면, 카페에서 나오는 음료 정도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10살 정도 밖에 안 되는 꼬마들이 액세서리에 큰 관심이 있을 턱이 없고. ……여기서 저 테밀시아를 ‘꼬마들’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단히 심한 거부감이 듣긴 하지만…….

그 가게의 특별한 점이라면, 그리고 그 가게에서 좀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구실이라면 로레라자의 그림뿐인데…….

“아! 부적!”

화가에게 맡기려고 받아둔 부적도안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언제 기회가 닿을지 모르니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어차피 화가에게 부탁하려고 했던 거니까 로레라자에게 맡기면 될 것 아닌가! 게다가 문양도 복잡했으니까 시간도 꽤 걸릴 테고!

……아, 아니지. 이건 재물운을 부르는 부적이지 않은가? 로레라자에게 맡기기엔 ‘사나의 컨셉’과 안 맞는다. 천진난만한 사나가 아니면 로레라자에게서 이런저런 정보를 뜯어내기도 힘들 것 같고. 그건 저 테밀시아가 원하는 바가 아닐 테지.

“부적이라니?”

기세등등하게 외쳤다가 금방 축 처져버린 킨사나를 테밀시아가 의아하게 보다가 물었다. 킨사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형님이 재물운을 부르는 부적 도안을 주셨거든요. 그걸 그려달라고 하려 했는데, 그럼 저번 이미지랑 안 맞잖아요.”

“풍요와 나태의 신교는 욤 제국에선 찾기 힘드니까, 도안을 봐도 뭔지 모를 수 있다.”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괜찮다면, 내가 한 번 봐도 되겠나?”

“아, 예!”

킨사나는 냉큼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대령했다. 그러고 보면 이 도련님은 지금 카한세올 나이에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신성어도 곧잘 했다던 ‘천재 형님’이 아니던가!

“흠…….”

종이를 펼쳐든 테밀시아는 그것을 꼼꼼히 뜯어보았다. 그러고도 한동안 말이 없더니 불쑥 물었다.

“청월 경이 직접 그려준 건가? 아니면 원래 지니고 있던 것을 준 건가?”

“직접 그려주셨어요.”

“뭔가를 보고 그린건가?”

“아니요. 그냥 바로 그려서 주셨는데요.”

“그래…….”

테밀시아는 곧 피식 웃으며 종이를 돌려주었다.

“이걸 그려달라고 해라.”

“하지만 이건…….”

“괜찮아. 못 알아볼 거다. 무엇에 관한 건지 말하지 말고, 선물 받은 거라고 해. 캐물으면 적당히 둘러대도 되고.”

“예.”

로레라자에게 용무가 있는 건 테밀시아다. 그런 그가 저리 확언을 하는 것이니 믿어도 되겠지. 그보다는 한 가지 걸리는 것이 따로 있는데…….

“저기, 이게 재물운을 부르는 부적이 아닌 건가요?”

“모르겠다.”

“……예?”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답해서, 오히려 단번에 알아듣질 못했다. 알아듣고 나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야 테밀시아는 이제 아홉 살의 소년일 뿐이니 모르는 것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지금껏 그에게 배워왔던 것들을 떠올려보면 그에게 모르는 것은 절대 없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테밀시아는 담담했다.

“나라고 모든 신성어를 아는 건 아니니까. 축언문양의 경우, 변형이 지나치면 아는 문자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흔하고.”

“아, 예.”

“청월 경이 널 가지고 장난 쳤을 리 없으니, 아마 진짜겠지.”

킨사나도 청월이 자신에게 장난을 친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단지, 청월이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청월이 무려 ‘재물운’을 부르는 부적을 잘못 알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해서, 킨사나는 신뢰가 듬뿍 묻어나오는 미소를 활짝 지으며 말할 수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작가의말


정체미상: 카한세올 군, 형님이 대단한 분이라면서요?
카한세올: 당연하지요! 헤헤! 우리 형님은 외국어도 엄~청 많이 알고요, 신성어도 알고요, 마스터도 될 거구요, 다다음 가주도 될 거구요, 멋지구요, 잘생기구요, 똑똑하구요, 그리고...! 그리고...!!! ... (후략)...


정체미상: 킨사나 군, 형님이 대단한 분이라면서요?
킨사나: 그럼요! 돈 앞에서 발휘되는 훌륭한 융통성! 사전 합의가 없어도 알아서 변죽을 잘 맞추는 놀라운 사기꾼 기질! 마스터로서의 실력마저 뒤끝해소에 이용할 줄 아는 폭넓은 응용력! 귀족예법에 대해서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황제 앞에서도 당당한 그 두터운 철판낯짝!
.....(중략)....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전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 걸 몸소 보여주시죠!
아, 전 숙제가 밀려서 이만.


ps. 청월은 '재물운'에 관해서는 두텁게 신용받고 있습니다.

ps 2. 믿거나 말거나, 뮤비라는 간밤에 자갈로 경락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8

  • 작성자
    Lv.10 ashell
    작성일
    11.09.06 16:02
    No. 121

    벗님.. 개그(?) 센스! 완전 대박..이십니다!!
    저번 편도 그렇고 이번 편도 그렇고 마지막 p.s는 정말.. 푸하하!!
    웃다 쓰러질 뻔(정말로요~ 의자에서요 ㅋㅋ) 했어요~
    안그래도 적절한 세기의 돌 던지기에서~ 왠지 점혈과 같은 신체조작(응?) 기술의 스멜~이 느껴진다 했더니.. 마사지였네요 ㅋㅋㅋ 너무 어울리잖아요? 그럼 나중엔 은 구슬로 마사지? 와우~ 럭셔리 합니다.. 푸핫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sfartar
    작성일
    11.09.08 21:11
    No. 122

    작가님 명절 잘 보내시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너부리턴사
    작성일
    11.09.08 21:33
    No. 123

    다음편기다리는데~언제오는건가요~벗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아르a
    작성일
    11.09.08 23:12
    No. 124

    신난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재밌어요ㅜㅜ 오늘도 행복하고 갑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si*****
    작성일
    11.09.19 21:23
    No. 125

    크크크. 청월이 뮤비라에게 자갈을 던지며 뭔가 해줄것 같긴했는데... 경락 마사지 인가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1.10 16:58
    No. 1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꺼운 철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사수자리
    작성일
    13.10.22 23:33
    No. 127

    킨사나 엄마죠? 아닌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타나스
    작성일
    14.03.16 02:35
    No. 128

    자갈로 하는 경락 마사지라니...... 다음날 가뿐한 몸을 느끼고 싶다면 청월에게 청탁을!!!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의 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8 회귀의 장-118 +141 20.12.25 3,283 94 19쪽
117 회귀의 장-117 +83 18.02.28 5,198 112 15쪽
116 회귀의 장-116 +112 18.01.25 4,236 135 14쪽
115 회귀의 장-115 +155 16.03.31 7,932 247 18쪽
114 회귀의 장-114 +112 15.02.09 10,776 319 14쪽
113 회귀의 장-113 +112 14.12.31 9,605 278 18쪽
112 회귀의 장-112 +178 13.10.01 15,716 419 18쪽
111 회귀의 장-111 +77 13.05.08 14,948 254 15쪽
110 회귀의 장-110 +77 13.03.20 13,676 222 19쪽
109 회귀의 장-109 +66 13.02.28 11,800 227 18쪽
108 회귀의 장-108 +38 13.02.28 12,196 205 15쪽
107 회귀의 장-107 +88 13.01.22 12,878 231 13쪽
106 회귀의 장-106 +141 12.11.14 16,119 298 16쪽
105 회귀의 장-105 +117 12.06.20 17,215 254 17쪽
104 회귀의 장-104 +85 12.06.04 16,363 256 19쪽
103 회귀의 장-103 +144 12.04.19 16,615 252 15쪽
102 회귀의 장-102 +96 12.02.28 17,414 250 16쪽
101 회귀의 장-101 +98 11.12.30 18,766 252 19쪽
100 회귀의 장-100 +123 11.12.10 18,487 247 16쪽
99 회귀의 장-99 +105 11.10.30 19,287 260 18쪽
98 회귀의 장-98 +109 11.09.10 21,336 271 18쪽
» 회귀의 장-97 +128 11.08.25 20,978 255 17쪽
96 회귀의 장-96 +111 11.08.17 20,999 286 16쪽
95 회귀의 장-95 +119 11.08.10 20,793 258 12쪽
94 회귀의 장-94 +104 11.08.05 20,240 258 15쪽
93 회귀의 장-93 +136 11.07.24 21,785 260 13쪽
92 회귀의 장-92 +111 11.07.20 21,697 262 13쪽
91 회귀의 장-91 +230 11.06.26 23,877 266 15쪽
90 회귀의 장-90 +105 11.06.25 20,645 231 12쪽
89 회귀의 장-89 +157 11.05.20 23,563 236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