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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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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벗
작품등록일 :
2012.11.14 05:41
최근연재일 :
2020.12.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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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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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1,920

작성
11.08.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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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회귀의 장-96

DUMMY

귀족들이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에 들어도, 하인들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마차 점검 및 말 관리, 주인이 오늘 입었던 옷 세탁과 착용했던 액세서리 세척, 주인이 저녁 목욕을 한 욕실 청소 등등. 귀족들의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하인들의 몫이다.

개인 시종의 경우는 미묘하다. 그들 역시 주인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주인의 성격에 따라 일반 하인들보다 신세가 편할 수도 있고 고달플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소탈하고, 융통성 있고,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을 가진 주인을 모시는 킨사나는 안정된 노후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축복받은 시종인 셈이다.

그런 킨사나보다도 안정적인 축복을 누리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뮤비라다. 본가 집사의 하나뿐인 아들로서 테밀시아를 모셔온 그는 주인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아왔다. 테밀시아는 기본적으로 무뚝뚝하고 무섭도록 유능하면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냉혹해질 수 있는 소년이지만 자신의 선 안에 들어온 자에게는 다정했다. 이복동생인 카한세올에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뮤비라를 대하는 테밀시아의 태도는 주인보다는 보호자에 가까웠다.

주인의 권위와 힘은 개인 시종들의 세계에서는 그네들의 지위가 된다. 주인이 힘이 없으면, 시종이 아무리 잘났어도 소용없다. 테밀시아는 벌써부터 부친의 뒤를 이어 가주가 될 것이라 주목받고 있는 소년이다. 덕분에 뮤비라는 가문 안팎에서 테밀시아라는 이름에 보호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뮤비라는 까다롭지 않은 주인의 곁에 있을 때가 아니면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주인이 힘이 없다면 개인 시종이라 해도 이런 저런 소소한 일에 불려가기 일쑤인데 말이다. 참고로, 지위는 고작(?) 부단장에 불과하나 그 실력이 마스터인 주인을 둔 덕에, 킨사나의 지위도 상당한 편이었다. 게다가 남들에겐 청월의 의동생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태라 목이 더욱 빳빳해졌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테밀시아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대신 일찍 잠드는 편이라 뮤비라는 다른 하인들이 한창 바쁜 시간부터 자유로웠다. 그는 하인들도 거의 찾지 않는 외진 창고의 뒤로 갔다. 그곳엔 뮤비라에겐 충분히 넓게 느껴지는 공터가 있었다.

뮤비라는 공터 구석에 놓아두었던 낡아빠진 목검을 꺼내들었다. 견습기사들이 쓰다가 버린 것을 주워온 것이다. 그것을 두 손으로 쥔 채, 익숙하게 자세를 잡고 섰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내리긋기 시작했다. 견습기사들이 처음으로 배우는 기본 자세였고, 그가 유일하게 정식으로 배운 기초검술이었다.

뮤비라의 자세는 거의 완벽했고,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목검이라 해도 간단한 마법가공을 해서 진검과 동일한 무게를 가진 것이라, 그 또래의 아이가 들기엔 버거울 텐데도.

줄곧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는 테밀시아에게는 뮤비라 본인이 거절해왔던 검술이지만, 이상하게도 매일 이리 검을 들지 않으면 아쉽고 허전했다. 아니, 그보다는 이 순간이 무척 즐거웠다. 그럼에도 정식으로 배우라는 테밀시아의 말에는 응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지는 뮤비라 자신도 몰랐다. 그저 이리 검을 들고 홀로 수련을 하는 것만은 즐거웠기에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도 늦은 시간이었기에 주위는 금방 어두워졌다. 중요하지도,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을 보관해두는 창고인지라 평소에는 전용 조명등을 꺼두어서 공터를 밝히는 것은 저 너머 길에 박혀 있는 조명등뿐이었다. 그나마도 창고에 가려진 부분이 많았고, 그 탓에 더 어두운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뮤비라는 시각이 아닌 감각만으로 몸의 움직임을 그리고, 감지하고, 컨트롤하는 것에 익숙했다. 또한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보니, 수련에 집중하면서도 주변의 기척을 감지하는 감각을 본능처럼 열어두게 되었다. 물론 정식 기사에 비하면 한참 미숙한 경지이지만, 정식으로 교육받지 않은 아홉 살짜리 아이의 경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한창 혼자만의 수련에 심취해 있던 뮤비라가 문득 날카로운 기척을 느끼고 몸을 돌린 것은, 그리고 자신을 향해 쏘아진 무언가를 감지한 것은, 이어서 그 무언가를 검으로 막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야 상대의 기척이 제법 노골적이었던 데다가, 날아온 것은 저편에서 희마하게 비추는 빛을 반사하여 의외로 한 눈에 들어왔던 데다가, 마침 뮤비라가 검이 움직이던 경로에서 별로 어긋나지 않은 궤도로 날아오기는 했지만.

검날로 쳐내기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게 검면으로 막아낸 뮤비라는 의외로 강하게 밀려드는 힘에 이를 꽉 물었다. 툭, 하고 발치에 뮤비라의 검지 한마디보다 작은 자갈이 떨어졌다. 뮤비라는 한 걸음하고도 반을 더 물러서고야 몸을 바로 할 수 있었다. 손목이 얼얼했다. 막아낸 것도 그렇지만, 검을 놓치지 않은 것이 가장 용했다.

“호오.”

갑작스런 기습보다도, 손목의 아픔보다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현재 모습이 들켰다는 것에 기겁한 뮤비라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자갈이 날아온 쪽을 보았다. 저 너머의 희미한 빛을 받으며, 한 남자가 창고에 기대어 있었다. 일부러 뮤비라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분명한 위치였다.

상대는 뮤비라도 알고 있는 남자다. 얼마 전 정식으로 휴첼부단장이 된 남자.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다. 그의 손에는 작은 자갈들이 들려 있고, 그는 그것을 가볍게 허공에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뜸 말했다.

“막아라.”

“예?”

청월은 아무 설명 없이 다짜고짜 자갈을 던졌다.

뮤비라는 반사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자갈은 비정상적으로 느리게 날아왔다. 때문에 뮤비라는 그 경로에 맞춰서 검면을 미리 옮기려했다. 어둠 속에서 거의 대부분을 감각과 본능에 의존한 것치곤 제법 정확하고 예리한 눈대중이었으나, 검면을 그에 맞춰 움직이려는 순간 자갈의 기척을 놓쳤다. 그리고 그 직후, 어깨에 날카로운 통증이 솟았다가 금방 사라졌다.

발치에 다시 자갈이 툭 떨어졌다. 뮤비라의 몸을 부딪쳐 튕겨나가지 않고, 바로 발치에. 그것은 청월이 불필요한 힘을 전혀 실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딱 의도한 속도와 강도고, 심지어 뮤비라가 느낀 통증의 세기도 계산된 것임을 말이다.

신체적인 면에서 기초가 튼튼한 것과는 별개로 관련 지식은 한참 부족한 뮤비라는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자신이 ‘막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을 받았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검을 바로 했다. 청월의 손에 남아 있는 자갈은 아직도 많았다. 그것은 뮤비라에게 다시 도전해볼 기회가 더 있음을 뜻했다.

그런 뮤비라의 기세에 청월은 씩 웃으며 다시 자갈을 던졌다. 그것은 그가 잔뜩 쥐고 있던 자갈이 바닥날 때까지 반복되었다. 뮤비라는 그 중 대부분을 놓쳤고, 그때마다 몸 어딘가는 잠깐 아팠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훈련 도구가 필요해. 아, 검도.”

“…….”

테밀시아는 기사들 몰래 태연히 자신의 침실에 침입해서, 대뜸 제 용건만 꺼내는 남자를 잠시 말없이 보았다. 그는 침대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을 법한 아기자기한 그림과 아름다운 글귀로 만들어진 동화책이 아니라, 작은 글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전문 서적을.

“우선 앉으십시오.”

테밀시아는 책을 덮어 침대 옆의 협탁에 올려놓고는 침대 밖으로 나왔다.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청동 행거에 걸려 있는 가운을 빼서 침의 위에 걸치며 소파로 갔다. 그는 기사들 몰래 들어온 청월의 정성과 배려를 생각하여, 공연히 차 따위를 대접하겠답시고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테밀시아는 매우 흡족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사실 그는 아침에 청월이 정식으로 휴첼부단장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를 듣고 이와 같은 일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뮤비라를 가르쳐주기로 하신 거군요.”

“어쩌다보니 그러게 생겼다.”

어째 외압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다는 투였지만, 마스터에게 가르침을 강요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이번 일의 시초가 테밀시아의 ‘의뢰’였으니 저리 답한 거겠지.

청월의 성격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아무래도 당사자가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만큼 정확도는 떨어지겠지만, ‘지금의 청월’만 놓고 보자면 그는 자신이 하겠노라 한 것은 반드시 한다. 그것도 제대로. 그러니 어느 이유로든 그가 뮤비라를 가르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정식 후계자 못지않게 가르쳐줄 것이 분명하다.

뮤비라의 상황을 깊이 애석해하고 있었던 테밀시아는 마음의 짐을 덜은 듯이 환하게 웃었다. ……그럼에도 천진난만과는 대단히 거리가 멀긴 했지만 말이다. 참으로 테밀시아답게도.

“무엇을 원하십니까?”

“세세한 훈련도구는 정확한 경과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지만…….”

청월은 자신의 약지 한마디를 짚어 보였다.

“우선은 이만한 크기의, 순은으로 된 구슬 쉰 개. 자갈을 일일이 줍는 건 귀찮으니까. 그리고 은으로 된 세침. 크기는 각…….”

“제가 말한 건, 대가였습니다만.”

“호오.”

그러고 보면 테밀시아는 예전에 뮤비라를 가르쳐달라면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청월은 거절했었지. 혼자서 조용히 살고 싶다면서.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청월은 여유롭게 웃었다. 그래, 여유…….

“됐다.”

“……네?”

청월이 찾아온 것부터 시작해서 갑작스런 용건까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시종일관 태연했던 테밀시아지만, 이번만큼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청월의 얼굴을 새삼 샅샅이 살펴보았다. 눈앞에 있는 것이 정말 그 청월인가, 미심쩍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아니라면 누가 테밀시아의 호위기사들을 따돌리고 여기에 올 수 있겠는가? 뮤비라의 일 역시 청월이 아니면 알 수 없고.

테밀시아가 청월의 얼굴을 살펴보며 알아내고 싶었던 것은 그의 진의였다. 청월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묘한 형태로 현실적이라 돈을 뜯어낼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것만은 알았다. 제이오 가에서의 은잔만 봐도 그렇다.

“어째서입니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테밀시아에게 청월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건 거래가 될 수 없는 일이니까.”

“……?”

알아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답이었지만 테밀시아는 현명하게도 더 묻지 않았다. ‘돈 굳으니 좋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청월이 받지 않겠다고 했으면 그걸로 된 거다. 과연 있을 런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여기서 더 캐묻는 것은 마스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청월은 자신이 손해 볼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정한 것이니 그걸로 됐다. 무보수라 해서 허투루 가르칠 사람도 아니고.“뭐가 필요하시다고요?”

테밀시아는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신중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펜과 메모지를 꺼내어 들고는 물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주인이 잠들지 않으면 개인 시종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그런고로, 킨사나는 청월의 침실에서 그가 돌아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테이블에 온갖 교재들을 펼쳐 놓은 채 맹렬한 기세로 펜을 끼적이고 있는 모양새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목욕 준비도 다 해놓고, 갈아입을 침의도 새로 갖다놓고, 방도 따뜻하게 해놓는 등의 시종으로서 할 일은 다 한 상태였다. 보통은 자기 방에 있다가 청월이 퇴근할 때에 맞춰서 오는데, 이번엔 청월이 돌아왔다가 말도 없이 다시 나간 상태라 별 수 없었다. 청월은 분명 그냥 바로 자버릴 텐데, 비록 호위기사로서지만 어쨌든 연회에 모습을 보이는 이상, 킨사나에겐 그의 행색을 관리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피부에 좋은 약초와 향이 과하지 않은 허브를 조화롭게 띄운 온수에 몸을 씻기고, 제대로 말리지 않기 일쑤인 머리를 꼼꼼히 말려서 결을 살려 빗고, 수염이나 손톱 상태를 체크하는 등등. 남자도 외모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여자 못지않았다. 그들은 외모에 공들였다는 태가 나지 않아야만 ‘세련되다’는 평을 받기에,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까다로웠다.

본래 개인시종은 주인이 일부러 떨어지라 말하지 않는 한 곁에 붙어서 입안의 혀처럼 시중을 들어야 하는 법이지만, 킨사나는 주인의 보좌관인 미친 추……하스비로 인해 모든 일에 최우선해야 하는 임무(공부)를 받았기에 예외였다. 무엇보다도 주인인 청월이 킨사나에게 직접 (공짜로)배울 수 있을 때 다 배워두라고 독려(?)해 준 바 있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 탓에 킨사나가 청월의 의동생 뻘이라는 사람들의 오해가 더욱 깊어지기도 했고.

“끝나려면 멀었냐?”

“……!”

문소리도 못 들었는데 어느 샌가 청월이 들어와서 겉옷을 벗고 있었다. 킨사나는 펜을 내려놓고 냉큼 일어났다.

“오셨어요? 씻으실 거죠?”

“그래.”

“잠깐만요!”

따뜻한 물을 욕조에 채우고, 물에 미리 준비해둔 약초즙을 풀고 허브를 띄웠다. 쌉싸래한 향과 싱그러운 향이 뒤섞이면서 깨끗하고 청결한 느낌의 향으로 변했다. 할 때마다 신기한 조화였다.

이어서 부드러운 솔과 다소 거친 질감의 천을 준비하여 욕조 옆에 놓고 일어서려는데, 뭔가 탁 끊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곧바로 퐁당 소리가 났다.

“앗!”

허둥지둥 욕조 안을 본 킨사나는 물 위에 떠있는 허브 틈새로 익숙한 로켓을 발견하고 펄쩍 뛰었다. 하필이면 테밀시아가 사준, 킨사나가 처음으로 가져본 목걸이였던 것이다. 얼른 손을 집어넣어 주워들고는 옷에 문질러 물기를 닦았다.

차마 로켓을 열어보지 못하는 킨사나의 얼굴은 잔뜩 울상이 되어 있었다. 목걸이야 잘 닦아서 말리기만 하면 그뿐이지만, 이건 안에 그림이 끼어져 있다. 분명 그림은 물에 젖어서 엉망이 됐겠지. 처음으로 가져본 초상화였는데…….

“뭐하냐?”

청월이 욕실 문 앞에 서서 물었다. 겉옷을 벗고, 대충 준비할 시간이 지나자 따라 들어온 모양이다.

“그게…… 이걸 떨어뜨려서…….”

킨사나는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그에 청월이 의아해했다.

“닦으면 되는 걸, 왜 침울해하는 거냐?”

“안에 그림이 들어가 있는 걸요.”

“그거야 당연히 방수처리가 되어 있겠지. 아니면 비올 땐 어쩔 건데?”

청월은 태평하게 말하며 로켓을 아무렇지 않게 열어보였다. 과연 안의 그림은 멀쩡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청월은 안의 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런 데에 보통 자기 초상화를 집어넣던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당시 일행 중에서 외견상(?) 친구 자랑에 넘어가 로켓을 사러 올만한 사람은 킨사나뿐이었고, 그 안에 동행한 친구의 초상화를 그려 넣는 것은 더 이상하지 않은가? 아예 셋을 다 그려 넣은 거라면 모를까, 로켓의 크기를 봐서는 그건 무리였다.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설령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해도, 킨사나에게는 자기 자신 외에 달리 그려 넣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누굴 그려 넣는단 말인가? 차라리 금화라든가, 보석을 그려 넣으면 넣었지.

“그런데 너 이런 게 있었냐?”

“어쩌다보니 생겼어요.”

좀 전의 것과 비슷한 대답이었지만, 이 외에는 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테밀시아에게는 그 날의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걸 어기면 앞으로의 인생이 상당히 고단해질 것이란 확실한 예감이 들었으니까. 이건 킨사나와 테밀시아만의 일이고 청월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계약을 어긴 것도 아니다.

“양면 다 넣을 수 있는 건데, 이왕이면 다 채워 넣지 그랬냐?”

청월은 로켓을 연 채로 킨사나에게 건넸다. 안에도 물이 조금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킨사나는 그것을 받아서 꼼꼼히 닦으며 말했다.

“딱히 넣을 만한 그림이 없는 걸요.”

“부적같은 것도 괜찮지. 예를 들면, 재물운은 부르는 부…….”

“그거 좋은 데요! 아주 멋진 생각이에요!”

킨사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냉큼 답했다. 멋지다! 왜 진작 그날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 그날은 컨셉상(?) 무리였지.


작가의말



1. 우월한 맹수 도령은 잠자기 전 전문서적을 읽습니다.
2. 우월한 맹수 도령의 사전에 천진난만이란 없습니다.
3. 우월한 맹수 도령은 차가운 도시의 귀족, 하지만 내 남자(카한, 뮤비라)에겐 따뜻합니다.
4. 우월한 맹수 도령은 있는 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스터의 자존심을 존중해줍니다.
5. 우월한 맹수 도령은 듣는 즉시 외워버리므로 메모지가 필요 없습니다.


ps. 열 살 미만의 너구리는 사기를 칠 때, 컨셉을 따집니다.

ps2. 믿거나 말거나, 우월한 맹수 도령이 일찍 자는 이유는 키 크기 위해서입니다. -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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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1

  • 작성자
    Lv.72 춤추는소녀
    작성일
    11.08.19 02:48
    No. 91

    천진난만한 테밀시아를 상상해 보니... 뭔가 오싹한 느낌이ㅋ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일박스
    작성일
    11.08.19 08:13
    No. 92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Leejiwon
    작성일
    11.08.19 19:01
    No. 93

    오오...자주 오셔서..너무 기뻐요..
    잘 읽고 갑니다..
    갈수록 청월이 너무 멋진데요.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aran5555
    작성일
    11.08.19 23:38
    No. 94

    어머 키크기 위해서 ㅋㅋㅋ
    아하 뮤비라가 테밀보다 키가 크다면 그 가설은... 백프롭니다 ㅋㅋ
    아아 연재 텀이 짧아져서 너무 좋아요 벗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1.08.19 23:55
    No. 95

    뮤비라가 테밀보다 키가 크다는건 현 상황에서 거의 확정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세실피린
    작성일
    11.08.20 01:37
    No. 96

    요즘 자주 오시네요! 재밌게 읽고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애정결핍
    작성일
    11.08.20 09:23
    No. 97

    분량이 5페이지나 되서 기쁜마음으로 보다가 어느새 다 읽어버렸습니다 한편한편 볼때마다 리플에 달려있는 월간지니 계간지니 하는 글을 애써 무시하고 달려왔건만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군요 ㄷㄷ 그래서 한마디 하지않을수가 없습니다 "오늘 내에 새글을 올리신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푸른바다43
    작성일
    11.08.21 01:13
    No. 98

    오홍홍홍홍홍홍~ 벗님~ 요즘 성실연재 모드시로군요~~ 이러다가 뒤통수 치는건 아니시겠죠?? ㅎ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루시르
    작성일
    11.08.21 23:32
    No. 99

    우월한 맹수도령 만세!!
    성실연재하시는 바람의 벗님 만만세!!
    이대로만 가는 겁니다, 쭈~~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월령하
    작성일
    11.08.21 23:56
    No. 100

    다들 햄볶으시면서 내심 이 햄이 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계시는 군요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달라고 협박하지도 울며 매달릴수도 없는 노릇이지요ㅠ
    그래도 벗님께서 만드시는 햄은 너무 맛있어서 울며불며 매달리는 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올려주신다면
    정말 햄볶을만 합니다.

    ps. 사비에르님 저도 벗님의 <오늘의 지식>보면서 될 나무는 그 생각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루스벨
    작성일
    11.08.22 04:42
    No. 101

    묵혀뒀다가 이제보기 시작한거 같은데...벌써 연재분은 다보고....담편은 언제올라오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tuha
    작성일
    11.08.23 00:33
    No. 102

    주간지라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몽화
    작성일
    11.08.23 09:58
    No. 10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howooo
    작성일
    11.08.23 10:55
    No. 104

    ♥사랑합니다 벗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멍스
    작성일
    11.08.23 22:22
    No. 105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이도람
    작성일
    11.08.25 17:09
    No. 106

    뮤비라가 강했던 건 청월의 가르침때문이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마카롱카롱
    작성일
    11.08.28 13:10
    No. 107

    아, 읽었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봅니다ㅠㅠ 지금에서야 알다니...ㅎㄷㄷ;; 맹수도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유메미루
    작성일
    11.08.28 20:56
    No. 108

    ps2에서 빵터졌네요ㅋㅋㅋㅋㅋㅋㅋ으악ㅋㅋㅋㅋㅋㅋ 키...키는 커야죠,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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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0 ashell
    작성일
    11.09.06 15:49
    No. 109

    다들 마지막 p.s에서 빵! 터졌나봐요 ㅋㅋ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ㅎ
    그래요! 잠을 자야 키가 크는 건 맞는 말!
    잠 잘 때~ 몇시더라.. 아무튼 잘만한 시간(?)에 자고 있어야 몸에서 키를 크게 해주는 호르몬? 뭐 아무튼 그런게 나오니까요!
    뭐, 테밀은.... 유전적으로 우월한 이유도 있겠죠 ㅎㅎ

    아아... 아해의장, 페르노크 다시 읽어볼까나요... 회귀의 장 읽다보면 자꾸 자꾸 읽고 싶어져서 큰일이에요.. 이번엔~소장본 샀던걸로 도전해볼까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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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1 아르a
    작성일
    11.09.08 22:48
    No. 110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아아아 많으니까 신나요 ㅜ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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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2.19 07:40
    No. 111

    뮤비라 후계로 키울생각이기때문에 보상을 안받는것같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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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장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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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회귀의 장-118 +142 20.12.25 3,332 94 19쪽
117 회귀의 장-117 +83 18.02.28 5,210 112 15쪽
116 회귀의 장-116 +112 18.01.25 4,247 135 14쪽
115 회귀의 장-115 +155 16.03.31 7,939 247 18쪽
114 회귀의 장-114 +112 15.02.09 10,785 319 14쪽
113 회귀의 장-113 +112 14.12.31 9,611 278 18쪽
112 회귀의 장-112 +178 13.10.01 15,723 419 18쪽
111 회귀의 장-111 +77 13.05.08 14,954 254 15쪽
110 회귀의 장-110 +77 13.03.20 13,687 222 19쪽
109 회귀의 장-109 +66 13.02.28 11,809 227 18쪽
108 회귀의 장-108 +38 13.02.28 12,205 205 15쪽
107 회귀의 장-107 +88 13.01.22 12,886 231 13쪽
106 회귀의 장-106 +141 12.11.14 16,126 298 16쪽
105 회귀의 장-105 +117 12.06.20 17,226 254 17쪽
104 회귀의 장-104 +85 12.06.04 16,371 256 19쪽
103 회귀의 장-103 +144 12.04.19 16,633 252 15쪽
102 회귀의 장-102 +96 12.02.28 17,426 250 16쪽
101 회귀의 장-101 +98 11.12.30 18,775 252 19쪽
100 회귀의 장-100 +123 11.12.10 18,495 247 16쪽
99 회귀의 장-99 +105 11.10.30 19,300 260 18쪽
98 회귀의 장-98 +109 11.09.10 21,345 271 18쪽
97 회귀의 장-97 +128 11.08.25 20,988 255 17쪽
» 회귀의 장-96 +111 11.08.17 21,010 286 16쪽
95 회귀의 장-95 +119 11.08.10 20,806 258 12쪽
94 회귀의 장-94 +104 11.08.05 20,253 258 15쪽
93 회귀의 장-93 +136 11.07.24 21,799 260 13쪽
92 회귀의 장-92 +111 11.07.20 21,709 262 13쪽
91 회귀의 장-91 +230 11.06.26 23,886 266 15쪽
90 회귀의 장-90 +105 11.06.25 20,656 231 12쪽
89 회귀의 장-89 +157 11.05.20 23,571 23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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