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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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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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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504

작성
21.02.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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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검권천하] 제98화 -성진의 면접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98화


“구백구십칠! 구백구십팔! 구백구시입구우! 처어어언!”


아침 몸풀기 운동으로 팔굽혀펴기 천 개를 끝낸 성진은 천장을 향해 큰 대(大)자로 누우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허억······.”


살을 빼겠다고 맹세한 그 순간부터 매일 삼천 개씩 3세트로 나눠서 팔굽혀 펴기를 했고, 오늘의 시작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목적은 분명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니까.

그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성진의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


“마성진 씨, 일어났어요?”

“으, 응!”

“잠깐 나와봐요.”


성진은 땀범벅이 된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거실로 나갔다.

정인이 손에 들고 있는 남성용 정장을 성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선물. 오늘 잘 해야돼요. 알았죠?”

“우와! 고마워.”


갑자기 이마에 맺혀있던 땀방울이 눈으로 떨어졌다. 성진은 버릇처럼 손으로 땀을 훔치며,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정인의 눈에는 오늘따라 살짝 다르게 보였다.


‘뭐야, 테리우스도 아니고.’


이렇듯 오늘따라 성진의 작은 행동조차 정인에게는 작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윽고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성진,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오랫동안 자르지 못한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 말리고 있자, 정인이 또다시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뭐야, 누가 보면 공유라고 착각할 뻔. 진짜 왜 저래?’


정인은 마음속으로 그려졌던 그림을 머리에서 지우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밥 차려놨어요. 바로 나가게 정장 입고 나와요.”

“응.”


말끔하게 성진이 정장을 입고 나오자 정인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무슨 장동건인 줄 아나, 콧대는 왜 높은데?

턱선 날카로우면 다 원빈이야?

눈은 왜 정우성처럼 반짝거리는데!


매일 보는 얼굴이었지만, 정장을 입고 등장한 성진의 얼굴은 차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정인이 너무 빤히 쳐다보자, 당황했는지 성진이 말을 더듬었다.


“왜? 뭐 묻었어?”

“잘······, 아니에요. 얼른 밥 먹어요.”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잘생김이요’라고 말한 뻔한 정인, 그렇게 말하지 않음에 다행이라 여기며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식탁으로 옮겼다.

반찬은 즉석밥과 참치캔, 전자렌지용 김치찌개 뿐이었지만, 오늘따라 왜 식탁이 가득 차 보이는 걸까?


숟가락을 입으로 옮기던 정인은 또다시 의식과 상관없이 성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밥을 한입도 안 먹었는데 어떻게 배가 부르지?

또다시 정인의 시선이 느껴지자 성진이 자신의 볼을 손으로 훑으며 물었다.


“왜?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에요. 밥, 밥 먹어요. 얼른.”

“응. 맛있다.”

“뭐가 맛있어요? 전부 다 인스턴튼데.”

“정인 씨가 차려줬잖아. 그래서 맛있어.”


정말 맛있는지, 성진은 정인을 바라보며 입 한가득 미소를 보였다.

그 순간, 정인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왜 미소까지 이종석인데!’


저 사람, 진짜 모태솔로 맞아? 지금보니까 완전 선수잖아! 라는 생각마저 드는 정인이었다.

여심이 녹다 못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인이 이성을 되찾으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마성진 씨! 오늘 절대 면접가서 그렇게 웃지 말아요. 알았죠!”

“내, 내가 웃는 게 이상해?”

“이상한 건 아닌데······, 아무튼 웃지 말아요. 절대!”

“어? 응.”


정인의 왠지 모를 불길한 기분은 현실로 다가왔다.

반대로, 성진에게는 전혀 나쁘지 않은 상황이긴 했다.


*


성진의 변화는 변신에 가까울 정도였다.

50일 전, 성진을 처음 본 정인의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상한 사람’ 그 자체였다.


190은 돼 보이는 큰 키와 축 늘어진 뱃살, 목과 턱의 경계가 없는 턱선.

어디 이뿐이겠는가, 한 손에는 애니메이션 여자 캐릭터가 그려진 쿠션을 들고 다녔고, 말투 역시 끝마다 ‘능-’을 빼먹지 않는 오타쿠 중의 오타쿠였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다이어트에 완벽하게 성공한 성진의 복부에는 왕(王)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턱선은 손이 베일 정도였으며, 순수함에 가득 찬 반짝이는 눈망울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여운을 남겼다.


이 모든 게 정인을 만났기에 이루어진 변화였고, 이제는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타이밍이 온 것이었다.


현관문을 닫으며 정인이 말했다.


“이제야 좀 사람 같네. 그동안 수고했다, 정인아.”


성진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인은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한지,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지금 이 순간부터 마성진이 아니라 김준호예요. 절대 실수하면 안 돼요. 알았죠?”

“응. 알았어.”

“저기, 마성진 씨?”

“왜?”


정인이 성진의 팔뚝을 가볍게 때리며 말했다.


“대답을 하면 안 되죠!”

“맞다! 다시 해줘.”

“마성진 씨?”

“······.”

“김준호 씨?”

“네?”


정인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성진과 함께 아파트 현관으로 내려갔다.

대놓고 보라는 듯이, 당당하게.


윤진용은 여전히 성진과 한영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작은 단서 하나조차 발견하지 못한 상황.

정인의 집 앞에는 여전히 윤진용의 수하들이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정인이 낯선 남자와 함께 집에서 나오자, 감시원들이 피식 웃으며 서로 대화를 나눴다.


“하긴, 젊은 여자가 매일 집, 직장만 왔다갔다 할 리가 없지.”

“최정인 기자 능력 좋네. 남자 완전 모델같은데?”

“잠깐, 어제 혼자 들어가지 않았어?”

“불렀겠지.”

“저 사람 혹시 마성진 아니야?”


감시원 한 명이 성진의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 성진은 비대할 정도로 뚱뚱했고, 히토리짱이 그려진 쿠션을 품에 안고 있었다.

다른 감시원이 사진의 성진과 정인의 옆을 걸어가는 성진을 번갈아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같은 사람으로 보여? 마성진 이 사람은 옆에 가고 싶지도 않게 생겼잖아.”

“하긴, 그래도 보고는 해야겠지?”

“뭐라고 보고하게? 최정인 기자가 낯선 남자랑 집에서 나왔다고? 그래서 부럽다고?”


순간, 몇 날 며칠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정인을 감시만 하던 감시원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딱하다고 생각했는지, 한숨만을 내뱉으며 더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정인과 성진은 유유자적 정인의 차를 타고 IT전문 매체인 ‘IT뷰’로 향했다.


*


편집국장인 한정희가 성진에게 물었다.


“김준호 씨는 미국에서 뇌과학을 전공했네요? 우리 회사는 IT전문 매첸데, 지원한 이유가 뭐죠?”


면접관이 정인과 꼼꼼하게 준비했던 질문을 하자, 성진은 청산유수처럼 대답을 했다.


“인간의 뇌는 인간 그 자체입니다. IT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많은 부분을 대처하고 있고, 결국에는 뇌과학과 IT는 하나의 연결선을 갖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이미 연결되는 중이기도 하고요. 국내와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갖춘 IT뷰라면 분명 IT와 뇌의 연관 관계에 관한 양질의 기사를 필수적으로 보도하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역할을 제가 하기 위해 지원하였습니다.”


시의적인 답변이기도 했고, 실제로 현재 유엔더블유가 연구하는 부분에 대해서 기사를 송출하려면 뇌과학에 지식이 많은 기자가 필요하기도 했었다.

정인이 성진에게 전공을 ‘뇌과학’으로 적으라고 한 이유이기도 했다. 조작이긴 했지만, 들키지 않게끔 완벽하게 만들면 의심받지 않을 것이기에.


유학파 뇌과학자인 ‘김준호’로 완벽하게 신분을 숨긴 성진은 숱한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나갔다.

천재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성진이 갖추지 못한 게 두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말빨’과 ‘글빨’이었다.


하지만 말과 글로 먹고사는 정인의 일대일 맞춤 지도로 이 역시도 어느 정도는 보완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정인은 면접관들이 물어볼 내용을 성진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했었다.

이른바 ‘언론고시’라고도 불리는 언론사 입사시험은 면접과 토론, 현장에서 수기로 기사를 작성하는 기사작성능력평가로 분류가 된다.


무척이나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받지만, 성진은 질문받을 문항과 토론 주제, 작성해야 할 기사를 미리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정인의 피땀을 무척이나 흘린 노력으로 4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성진은 단연 최고점을 받을 수 있었다.


정인은 성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성진 씨가 잘 해야 할 텐데,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성진을 믿으면서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이윽고 기사작성능력평가를 모두 마친 성진이 시험장에서 나오자, 정인은 ‘시험 잘 봤어요?’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이에 응수하듯이 성진은 한쪽 눈을 윙크했다.

‘정인 씨가 하라는 대로 했어요.’라는 눈빛이었다.


그때, 미모가 상당한 중년의 여성이 정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국장님.”

“최 기자도 소문 듣고 왔구나?”

“소문이요?”

“명품. 얼씨구,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죄다 명품 구경하러 왔네.”


성진, 그러니까 김준호는 입사 전부터 IT뷰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뇌과학을 전공했고, 5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이러한 최고의 능력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자체발광 외모와 시원한 기럭지.

김준호를 칭하는 수식어는 ‘명품’이었다.

이러한 명품을 구경하기 위해 여직원들이 몰려있었고, 저마다 성진을 보며 “우와!”라는 탄성을 쏟아내고 있었다.


여자의 촉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었으니, 정인은 성진을 바라보는 한정희의 눈빛을 보고야 말았다.

빨리 집에 가서 단속 제대로 시켜야겠네, 라는 마음뿐이었다.


정인이 불쾌감을 애써 감춰가며 한정희에게 물었다.


“명품이라는 저 사람, 합격할 것 같아요?”

“기사만 잘 썼으면 합격이지. 명품 실제로 보니까 관심이 막 생겨?”

“아뇨, 국장님은 농담도 잘 하셔.”

“왜? 뭐가 어때서? 우리끼리는 비밀이 없어야지.”

“살짝 잘 생기기는 했네요. 저보다는 국장님이 더 관심 있어 보이는데요?”

“쟨 내꺼야. 내가 찍었거든. 그럼 우리 명품 글솜씨 구경하러 가볼까나.”


한정희가 불여시 포스를 남발하며 사라지자, 정인은 어이없음을 그대로 표출했다.


“뭐? 우리? 찍어? 어이가 없어서. 백날 노력해봐라. 진짜 어이가 없어서.”


갑자기 화가 물밀 듯이 몰려왔는지 정인은 손으로 부채를 저으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녁 늦은 시간.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정인은 대뜸 반갑게 인사를 하는 성진을 몰아세웠다.


“정인 씨, 왔어?”

“솔직히 말해봐요. 내가 여자들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말라고 그랬죠! 웃었어요, 안 웃었어요?”

“안 웃었어······. 저, 정말이라니까.”

“그런데 왜 여직원들이 난리가 난 건데! 분명히 웃었을 거야. 매력 막 흘리고 다녔을 거란 말이야!”


정인은 눈에 쌍심지를 켜며 성진을 쏘아봤다.

과연 이게 성진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인 역시 성진의 잘못이 아님을 알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생겨버린 탓일까, 다른 여자들이 성진을 보며 했던 “너무 멋있어.”라는 말들이 지나칠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성진이 정인을 다독였다.


“알았어. 정인 씨가 싫어하면 절대 다른 사람 보고 안 웃을게.”

“사람이 어떻게 안 웃고 살아요. 아무튼, 조심해요.”

“응!”


그때, 김준호로 가장한 성진의 휴대전화가 가볍게 울렸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성진.


-축하합니다. 최종 입사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합격 문자였다.

정인과 성진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적의 심장부로 들어갈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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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검권천하] 제98화 -성진의 면접 +4 21.02.19 508 14 12쪽
97 [1부 검권천하] 제97화 -천하제일무예대회(4) 21.02.18 501 12 12쪽
96 [1부 검권천하] 제96화 -천하제일무예대회(3) 21.02.17 505 12 11쪽
95 [1부 검권천하] 제95화 -천하제일무예대회(2) 21.02.16 519 12 12쪽
94 [1부 검권천하] 제94화 -천하제일무예대회(1) 21.02.14 517 12 11쪽
93 [1부 검권천하] 제93화 -회군(回軍) 21.02.13 51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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