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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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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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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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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504

작성
21.02.0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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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 검권천하] 제89화 -황궁(2)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89화


척인결은 한영을 극진히 아꼈다.

부모도, 형제도,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동문(同門)인 한영은 누구보다 소중했다.

궁금한 것도, 물어볼 것도 많았지만 웬일인지 척인결은 수도(首都)로 귀환하는 내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한영이 먼저 말을 건넸다.


“사형,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내 말씀이 없으셔서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기이한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기도 하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독고무패와의 결전 말일세. 분명 나는 그의 손에 찢겨 죽임을 당했던 것 같네만, 이렇게 살아있지 아니한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하지만, 현실은 아닌 게 분명하기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네.”


신화급인 ‘회귀의 석’을 사용한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한영이 다시 물었다.


“사형께서 깊은 고민에 잠기셨다면, 특이한 경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맞네. 단순히 경험만은 아닐세. 죽음이라는 걸 맞닿았던 순간이 잊히지 않음이야. 시간과 공간이 공허함으로 가득 찼고, 온 세상이 흑과 백의 연속이었어. 찰나였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네. 그런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길이 없지 아니한가.”


무(武)라는 경지를 뛰어넘은 화경(化境)의 고수 척인결.

그는 죽음의 순간을 옅봄으로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끝없이 높은 벽에 가까워져 있었다.

무와 하나가 되는 현경(玄境)이라는 벽을.


한영이 말했다.


“고서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현경의 현(玄)은 검음만이 아니라 멀고 그윽함을 뜻하기도 하지요. 사형께서 보신 흑과 백의 연속은 현경의 일부분이지 않을까요?”


깜짝 놀라는 척인결.


“그런 서책이 존재한단 말인가? 현경의 경지를 기록해 둔 책 말일세! 도대체 어디서 보았단 말인가?”


높은 경지에 다다른 사람은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깨달음을 얻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서는 결코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게 무림의 오래된 전통이었다.

그런데 기록된 서책이 있다고? 척인결이 크게 놀라는 이유였다.


스토리 작가이자, 검권천하의 모든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 한영.

한영이 만든 건 단순한 전개뿐만이 아니었다.

각각의 경지에 대해 명확한 정의 역시 그의 머리에서 비롯되었다. 현경이라는 경지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러나 자신이 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걸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구절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서, 어서 말을 해보게.”

“네. 우주 만물의 탄생과 소멸은 본디 하나의 것에서 비롯되었음이고, 흑과 백 역시 같음에서 시작되었음이라. 생(生)과 사(死)도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 벽이 허물어질 것이다.”


급조한 문장치고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뿌듯함에 미소를 짓는 한영.

이와는 달리, 척인결은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들끓는 전율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게 화경의 울타리는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현경이라는 벽에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한 척인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한영도 최대한으로 말을 아꼈다.

그런 침묵 속에서 황궁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일어나거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오늘도 귀비는 황제의 옆에 자석처럼 붙어있었다.

귀비가 황제의 귀에 뭐라고 소곤거리더니, 황제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한영에게 명했다.


“귀품(貴品)을 진상하거라.”

“네, 폐하.”


한영은 소지품 창을 활성화시켜서 만년설화(萬年雪花)를 꺼낸 다음, 환관에게 건넸다.

황제의 곁에서 금은보화를 수도 없이 본 환관이었지만, 만년설화는 지금까지 본 귀중품들이 전부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황제와 귀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관이 알아서 가져다주겠지만, 그 잠깐의 시간도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귀비는 “오!”라는 감탄사만을 연발하며 직접 걸어왔다.


“아름답구나, 참으로 아름답구나. 어떻게 이런 자태를 갖출 수 있단 말이냐?”

“만년빙산의 가장 순수한 정기로 꽃피운 만년설화입니다.”

“참으로 자태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름이구나. 폐하,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귀비는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담으며 황제를 바라봤다. 진심만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미소였다.

그래서일까, 황제는 매우 흡족해하며 귀비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었다.


황제의 애첩인 귀비 양씨.

그녀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 중 한 명이라 일컬어지는 ‘포사’로부터 비롯되었다.

역사는 포사의 외모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살며시 치켜뜬 눈은 우수에 젖은 듯 깊고, 붉고 도톰한 입술은 갸름한 턱선과 아주 잘 어울리며, 날씬한 몸매에 희고 고운 살결의 포사는 유왕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러한 절세 미인인 포사에게 한 가지 흠이 있었으니, 거의 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포사가 모티브가 된 귀비 양씨도 마찬가지로 웃지 않았다. 황제의 소원이라면 귀비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한영이 그 소원을 들어준 셈이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지역 파수꾼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이어지는 황제의 목소리.


“귀비의 웃는 얼굴이 짐을 기쁘게 하는구려. 허허허.”

“소첩 너무 행복합니다. 폐하, 폐하를 기쁘게 한 이 자의 소원을 들어주셔야지요.”

“좋소. 말을 해보거라.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것이니라.”


준다고 덥석 받아먹으면 그것도 모양새가 안 나는 법이었으니, 한영은 살짝 돌려서 말했다.


“소인, 폐하와 마마를 기쁘게 해드렸다면 이에 만족하나이다.”

“폐하, 이런 자라면 곁에 두고 쓰심이 어떠하십니까?”

“귀비의 말이 옳소. 네게 관직을 하사하겠다.”


척인결이 무릎 꿇어 예를 갖추며 황제에게 아뢰었다.


“폐하, 소장 청이 있나이다.”

“듣고 있소.”

“폐하께서 이미 내린 명이 있지 않습니까. 그 명을 속히 이룰 수 있는 관직을 천거하나이다.”

“그래, 대장군의 말이 옳소. 그대는 이름을 말하라.”

“소인 류한영이라 하옵니다.”

“류한영을 보승장군(報勝將軍)에 임하노라. 보승장군은 짐을 보필하고, 하루 속히 명을 이루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승전보를 알린다는 의미의 보승장군, 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人事)였다.

보승장군에게 명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두 명, 황제와 대장군뿐.

무엇보다 황제의 명을 직접 하달받는 위치였기에, 대장군을 대위하여 황실 친위군을 이끌 수 있는 높은 자리이기도 했다.


이로써 자신의 군대를 갖춘 한영.

사냥꾼과 사냥감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사이퍼가 한영을 사냥했다면, 지금부터는 한영이 사이퍼를 사냥한다.


*


대장군의 집무실.

척인결은 아직은 황실이 낯선 한영을 위해 임무와 예의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황실에서는 모든 것을 조심하여야 하네. 폐하의 은총을 힘입어 높은 자리에 올라온 만큼, 사제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조정 신료들이 적지 않음이야.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네, 사형. 각별히 사려 깊게 행동하겠습니다.”

“그래, 사제의 명에 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하네.”

“독고무패 말씀이시죠?”

“그렇네. 나와 사제와 사제의 벗이 일격을 가했다고 한들, 그는 생사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일세. 언젠가는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야.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척인결은 무척이나 근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턱을 괸 채로 집무실을 돌아다녔다.

이에 비하면 한영은 조금은 여유로워 보였다.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가면 됩니다.”

“이번에 그자를 물리친 것은 천운이었네. 그를 먼저 찾아가는 건 지옥불에 달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일세!”

“아닙니다. 분명, 치명상을 입었을 것입니다. 회복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치는 게 맞습니다.”

“허나······.”

“얼마 전과는 다를 겁니다. 사형께서 현경의 벽을 넘으시고, 저 역시도 빠르게 성장한다면 분명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때, 군사(軍司) 사마허육이 헐레벌떡 척인결의 집무실로 뛰어왔다.


“대장군! 보승장군!”

“군사, 대체 무슨 일이오?”

“북방의 오랑캐들이 국경을 넘었다 하옵니다.”

“무어라! 어찌 이제야 첩보가 도달하였단 말인가!”

“이미 여러 성을 함락하였다 합니다. 기세가 하늘과 같다고 하옵니다.”


척인결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출병을 하겠네. 사제도 준비하게나, 첫 출전이네.”

“네, 사형!”


항상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황실 친위군이었기에, 출병을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18만 대군을 이끌고 선두에는 대장군 척인결이, 오른쪽에는 군사 사마허육이, 왼쪽에는 한영과 대붕이 뒤따랐다.


‘척, 척, 척, 척, 척.’


일사분란(一絲不亂)하게 진군을 하는 황실 친위군.

말고삐를 당긴 한영, 척인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형,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북방이니 수일은 걸릴걸세. 무슨 일인가?”

“잠시 다녀올 데가 있습니다. 일을 처리하고 군대보다 빠르게 당도하겠습니다.”


군대의 통솔은 지휘관의 필수적인 직무였다.

그러나 보승장군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존재였으니, 척인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영의 말에 응했다.


“그렇게 하게. 허나, 군보다 일찍 도달하지 않으면 군법으로 다스릴 것이네. 알겠는가?”

“네!”


한영은 곧바로 말에서 뛰어내리며 허공답보로 하늘을 가르며 사라졌다.

지금 한영에게 시간은 금보다 더욱 귀했다.

독고무패가 회복하기 전에 강해진다!

검권천하를 직접 만든 한영이었기에 최고의 경지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


대붕과 함께 하늘을 가르며 사라진 한영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당골고지’였다.


수천, 수만 번의 낙뢰가 떨어진 곳에서 탄생한 영물 ‘천둥새’.

백 년이 넘는 긴 동면을 깨운 짙은 적대감. 그러한 적대감이 다시금 느껴지자 천둥새는 고개를 치켜들며 공중에 떠 있는 두 존재를 바라봤다.


대붕이 말했다.


“비둘기놈! 한 시도 너를 잊지 않았다. 몸을 꿰뚫었던 그때의 참혹감을 고스란히 되갚아주마!”


본체화를 한 대붕은 빛의 속도로 하강했고, 지면에 다다랐을 때 대붕이 밟고 있는 건 땅이 아니었다.

천둥새의 목이었다.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65

생명: 3753/3753(+970)

공력: 740(+100)

소속: 보승장군(報勝將軍)

칭호: 영광의 목초지의 포식자

--------

근력 148(+13) 체력 144(+21)

민첩 139(+33) 재능 109(+12)

운 118(+10)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대붕 레벨 65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10%

경험치 보조+10%

속도 보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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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부 검권천하] 제111화 -십만대산 +2 21.03.05 507 13 12쪽
110 [1부 검권천하] 제110화 -결전 +2 21.03.04 524 13 15쪽
109 [1부 검권천하] 제109화 -설계 +2 21.03.03 517 14 12쪽
108 [1부 검권천하] 제108화 -파천신군 +2 21.03.03 526 13 12쪽
107 [1부 검권천하] 제107화 -대붕금시조 +2 21.02.28 518 13 12쪽
106 [1부 검권천하] 제106화 -화경 +4 21.02.27 512 14 12쪽
105 [1부 검권천하] 제105화 -검권천하 +2 21.02.26 505 13 12쪽
104 [1부 검권천하] 제104화 -금단의 영역 +2 21.02.25 508 13 12쪽
103 [1부 검권천하] 제103화 -그의 목소리 +2 21.02.24 511 14 11쪽
102 [1부 검권천하] 제102화 -같은 생각 +4 21.02.23 519 13 12쪽
101 [1부 검권천하] 제101화 -적의 심장부로 +2 21.02.22 524 13 11쪽
100 [1부 검권천하] 제100화 -천하제일무예대회(5) +8 21.02.21 502 14 12쪽
99 [1부 검권천하] 제99화 -성진의 첫출근 21.02.20 516 12 12쪽
98 [1부 검권천하] 제98화 -성진의 면접 +4 21.02.19 507 14 12쪽
97 [1부 검권천하] 제97화 -천하제일무예대회(4) 21.02.18 500 12 12쪽
96 [1부 검권천하] 제96화 -천하제일무예대회(3) 21.02.17 504 12 11쪽
95 [1부 검권천하] 제95화 -천하제일무예대회(2) 21.02.16 519 12 12쪽
94 [1부 검권천하] 제94화 -천하제일무예대회(1) 21.02.14 517 12 11쪽
93 [1부 검권천하] 제93화 -회군(回軍) 21.02.13 510 12 12쪽
92 [1부 검권천하] 제92화 -탄멸의 협곡(3) 21.02.12 525 13 13쪽
91 [1부 검권천하] 제91화 -탄멸의 협곡(2) +2 21.02.11 516 13 12쪽
90 [1부 검권천하] 제90화 -탄멸의 협곡(1) +2 21.02.10 524 14 12쪽
» [1부 검권천하] 제89화 -황궁(2) +2 21.02.09 526 13 11쪽
88 [1부 검권천하] 제88화 -영광의 목초지(2) 21.02.08 522 13 12쪽
87 [1부 검권천하] 제87화 -영광의 목초지(1) 21.02.07 52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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